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0화 (20/485)
  • 20화.  7화. 양민 학살자 (1).

    1.

    캡슐방 카운터.

    “혁주야.”

    “예.”

    “선불이다.”

    그 카운터 앞에 등장한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앞의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았다.

    “얼마 넣으실 거예요? 평소처럼 3만 원이요?”

    무덤덤한 기색의 그 질문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손가락 세 개를 활짝 폈다.

    그런 정현우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위풍당당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에 이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평소처럼 3만 원 넣으면 되는 거죠?”

    그 대답에 정현우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야, 3만 원 말고. 이거, 이거.”

    그러면서 정현우가 재차 활짝 편 세 개의 손가락을 이혁주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그 모습에 이혁주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뜻을 이해한 듯 놀라며 말했다.

    “현우 형, 우리 캡슐방 3천 원은 선불 안 돼요.”

    그 대답에 결국 정현우가 제 입으로 말했다.

    “30만! 30만 넣으라고!”

    “아.”

    그제야 손가락 의미를 이해한 이혁주가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이며 30만 원이란 액수를 기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그가 놀라며 말했다.

    “형, 30만이나 넣으세요? 돈 없으시다면서요?”

    그 물음에 정현우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 방법이 있지.”

    말을 하는 정현우의 머릿속으로는 보험사와의 통화 내용이 떠올랐다.

    ‘보험사 새끼들 상대하는 건 건 이미 마스터했지.’

    처음 보험사와 통화를 했을 때 너무나도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아주 짠 보상금을 제시했다.

    그 상황에 정현우는 길길이 날뛰거나 그러지 않았다.

    형과 형수에게 사고가 났을 당시, 그 당시 정현우는 수술 중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형을 대신해 형수의 장례를 치르며 아직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조카를 데리고 보험사를 상대하면서 깨달았으니까.

    보험사 상대로 목에 핏줄을 살리는 건 별로 소용이 없다는 것을.

    울고불고 사정을 하면 오히려 보험사는 상대를 약자, 호구로 치부한다는 것을.

    ‘그때 네놈들에게 아주 제대로 엿 먹은 덕분에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했다.’

    때문에 정현우는 말보다 서류를 준비했다.

    그 치매 노인이 있는 병원에서 나온 후에 다른 병원을 찾아갔다.

    병을 치료하는 병원이 아니라 병이 늘어나는 병원으로.

    전치 1주를 4주로 만들어주고, 가벼운 현기증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만들어주는 병원, 평소 있던 가벼운 어깨 및 허리 통증을 체내 음양부조화로 생기는 불치병으로 만들어주는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아주 착실하게 받아냈다.

    덕분에 현재 정현우는 진단서 상으로 사고 후 스트레스 및 후유증을 가지고 있으며, 간헐적 정신이상 증세를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취업조차 힘들 정도로 말이야.’

    정신 이상 증세 때문에 앞으로 제대로 된 공기업이나 대기업에는 취업이 힘들 정도.

    그 대가는 보상금 262만 원과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421만 원이었다.

    ‘덕분에 한 달 치 생활비는 벌었다.’

    한 달, 정현우가 정말 오로지 게임만을 해도 되는 시간이 주어지는 순간이었다.

    “형, 결제됐어요.”

    “그래, 그럼 자리 하나 만들어줘.”

    “오늘 몇 시간 잡아드릴까요?”

    이어진 물음에 정현우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8시간, 풀로.”

    2.

    RPG게임에서 언제나 즐거운 순간 중 하나는 강력한 아이템을 착용할 때다.

    운이 좋든 혹은 힘든 노력을 했든 또는 거금을 썼든, 어쨌거나 아이템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 플레이어는 흥분하게 된다.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5레벨 이상

    - 챔피언 고블린이 만든 가면이다. 챔피언 고블린의 힘이 강력하게 깃들어 있다.

    - 모든 능력치 +10

    - 고블린 공격 시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 챔피언 고블린 세트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추가 옵션 개방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5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20, 고블린 공격 시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캬!”

    지금 미다스의 심정이 그러했다.

    ‘옵션 끝내주네.’

    유니크 등급 아이템.

    미다스와 아주 인연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유니크 템을 득템 한 적은 있어도 써본 적이 있었나?’

    그러나 유니크 아이템을 얻는 순간 착용할 생각보다는 팔 생각이 더 들었다.

    더불어 유니크 아이템을 얻더라도 그게 자신의 직업 아이템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당장 이번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아이템이 아니라 고블린 챔피언의 보물 같은 아이템이 나오며, 그 보물을 개봉했을 경우 카드가 등장하며 그 카드 중 하나를 고르면 아이템이 랜덤으로 선택된다.

    자신의 직업에 딱 맞는 아이템을 얻기란 하늘에 달린 일.

    ‘······없었네.’

    그런 이유로 미다스와 유니크 아이템의 인연은 언제나 짧디 짧은 인연으로 끝날 뿐이었다.

    물론 그에 대한 감상은 길지 않았다.

    미다스의 시선이 다른 아이템들도 향했다.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완드]

    - 등급 : 레어

    - 착용 가능 레벨 : 5레벨 이상

    -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완드다. 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 공격력 : 16

    - 지력 +3

    - 마력 +3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고블린 가죽 장갑]

    - 등급 : 레어

    - 착용 가능 레벨 : 5레벨 이상

    -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고블린 가죽으로 만든 장갑이다. 그리 내구성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 체력 +2

    - 마력 +3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고블린 가죽 장화]

    - 등급 : 레어

    - 착용 가능 레벨 : 5레벨 이상

    - 고블린의 원한이 깃든 고블린 가죽 장갑이다. 생각보다 무겁다.

    - 근력 +2

    - 마력 +2

    자신이 그동안 모은 고블린 가죽 그리고 고블린의 원한을 이용해 만든 레어 등급 아이템들이었다.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가치는 있었다.

    ‘이 정도면 오크도 잡을 수 있을 테니······.’

    시작의 마을을 졸업하는 건 물론, 20레벨 몬스터인 오크도 사냥감으로 삼아도 될 정도.

    실제로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했다.

    월반을 하듯, 자신의 레벨보다 더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기꺼이 고난을 마주하고, 그 고난을 뛰어넘음으로써 자신이 남다른 존재임을 증명했다.

    ‘고블린은 더 쉽게 잡을 수 있겠군.’

    물론 미다스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자기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잡는 건 대단하다, 그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었다.

    ‘힘들게 레벨 높은 플레이어들하고 경쟁하면서 레벨 높은 몬스터 잡을 바엔 그냥 아주 편하게 고블린이나 때려잡는 게 낫지.’

    단지 그 찬양과 박수, 관심을 받기 위해 힘들게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 뿐.

    ‘자기 주제 넘게 달리면 연비도 나쁜 법이고.’

    무엇보다 미다스는 오버 페이스에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게 핵심이었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건데, 무리할 순 없지.’

    그가 게임을 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가족 그리고 제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위함일 뿐이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정말 게임의 정점에 서기 위해 소고기 먹을 돈을 아끼면서 모은 돈으로 아이템을 사고, 그런 식으로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럭키야, 고블린 잡으러 가자.”

    왕!

    그렇게 미다스가 럭키와 사냥을 시작했다.

    3.

    “파이어볼!”

    퍼엉!

    미다스의 손을 떠난 파이어볼이 기름으로 범벅이 된 고블린의 머리통과 부딪치며 거친 소리를 내뱉었다.

    끼이!

    그와 동시에 고블린의 입에서는 비명 같은 울음 소리가 나왔다.

    그러한 고블린의 소리는 평소보다 더 강렬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역시 스탯빨 앞에 장사 없네. 파이어볼 한 방에 HP가 그냥 쭉쭉 날아가는 구나.’

    미다스의 파이어볼 위력이 고블린에게 치명적인 수준을 줄 정도가 되었다는 것.

    끼이, 끼이!

    고블린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할 일이었다.

    이 정도 데미지라면 더 센 몬스터나 잡을 것이지, 왜 고블린이나 잡고 자빠졌냐!

    그런 소리가 나올 법한 일.

    물론 고블린이 그런 소리를 할 일은 없었다.

    혹여 하더라도 미다스는 굳이 그 말을 듣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아이스 애로우!”

    오히려 미다스는 새롭게 습득한 마법을 사용하며, 사냥 속도에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아이스 애로우를 시전합니다.]

    [남은 화살은 3발입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주문에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쥐고 있는 완드가 활 모양으로 변했다.

    스윽!

    미다스가 투명한 활시위에 손을 대자, 이내 얼음 화살 하나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고 활시위를 당겼다.

    핑!

    그렇게 날아간 화살이 파이어볼의 위력에 비명을 내지르던 고블린의 얼굴을 그대로 뚫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만족했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애로우 계열이 크리티컬 데미지 주기엔 제격이지.’

    파이어볼이 폭탄이라면 아이스 애로우는 총알과 같았다.

    성향이 다른 만큼 시너지 효과도 좋았다.

    파이어볼로 대상의 방어력을 약화시킨 후에 아이스 애로우로 공격했을 경우의 시너지 효과는 감탄이 나올 정도.

    [고블린을 사냥했습니다.]

    당장 파이어볼과 아이스 애로우 한 발만으로 고블린 한 마리를 해치운 게 그 증거였다.

    ‘오늘 컨디션이 좋다. 고블린 애들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이었다.

    끼이······.

    미다스가 고블린 한 마리를 해치운 후 다른 한 마리를 향해 얼음 화살을 겨누는 순간, 미다스의 뒤편에서 고블린 한 마리가 소리를 죽인 채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은밀한 접근은 미다스와 고블린, 둘 사이의 거리가 10미터가 채 되지 않는 순간 폭발적인 공격으로 이루어졌다.

    끼이이!

    고블린이 미다스의 등을 향해 전력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도망칠 구석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미다스는 딱히 우려하지 않았다.

    그는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왕!

    그 고블린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 럭키의 몫이었으니까.

    으득!

    그렇게 주인을 지키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럭키가 단숨에 고블린의 발목을 물어뜯었다.

    끼이!

    고블린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고, 럭키는 그런 고블린의 등에 올라탄 후에 고블린의 목덜미를 씹기 시작했다.

    아득, 아득!

    섬뜩한 소리가 났다.

    ‘오케이.’

    그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미다스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고블린 한 마리의 머리통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파각!

    화살은 그대로 고블린의 미간을 관통했다.

    그 순간 고블린이 그대로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블린이 치명적인 공격에 즉사했습니다.]

    이후 알림이 들렸다.

    “오우!”

    그 사실에 미다스가 스스로 감탄했다.

    ‘나 궁수에 재능이 있나? 왜 이렇게 잘 맞아? 이럴 줄 알았으면 신궁이나 고를 걸 그랬나?’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 그럼에도 미다스의 눈에는 그 전장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요즘 컨디션 너무 좋다. 고블린 애들이 슬로우 비디오 보는 것 같네.’

    미다스는 그것을 자신의 컨디션이 절정에 올라온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뿐이었다.

    그 이상으로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이 페이스면 저쪽에 있던 고블린 5마리 무리도 그냥 잡아도 되겠어.’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자, 우거진 나무 사이로 초록빛 신호등이 보였다.

    고블린 다섯 마리가 있다는 증거.

    그곳을 보며 미다스가 다가온 럭키를 보며 말했다.

    “럭키야, 바로 잡을까?”

    호우우우!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하울링으로 대답했다.

    ‘어?’

    그때 미다스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럭키를 바라보며 검지로 제 입을 가리켰다.

    낑?

    럭키가 숨 죽이는 소리를 내는 사이, 미다스가 자세를 낮춘 채 다섯 마리의 고블린으로 다가오는 무리를 보았다.

    ‘플레이어다.’

    그건 3인 파티였다.

    물론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탐험가 라인 밖에서 사냥을 하는 데에 자격증이나 허가증 같은 건 필요하지 않은 법.

    자신 말고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3명 그리고 그 뒤에 3명.’

    문제는 그 세 명을 뒤쫓은 세 명이 더 있다는 것.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소를 머금었다.

    ‘양민 학살자들이군.’

    탐험가 라인 밖이 위험한 이유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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