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6화. 함 해보입시더! (3).
7.
김민수, 갓워즈의 모든 것을 창조한 그는 말했다.
보다 게임을 깊숙하게 즐기는 자에게 보다 많은 것을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그게 바로 룬 시스템이었다.
그런 김민수의 의도는 제대로 먹혔다.
그의 생각처럼 갓워즈는 게임을 제대로 파고드는 이에게 보다 많은 메리트를 줬다.
남들보다 게임을 정말 잘하거나, 남들보다 게임에 돈을 더 때려 박거나, 남들보다 운이 훨씬 좋은 이들에게는 갓워즈만큼 만족도를 주는 게임이 없을 정도.
‘운빨좆망겜이란 건 알았지만.’
미다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미다스]
- 레벨 : 7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34)/체력(5+34)/지력(31+36)/마력(12+36)
- 잔여 스탯 : 4
허나, 지금 자신의 갱신된 스탯창을 보는 미다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갓워즈란 게임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게임이라는 것을.
그런 미다스의 눈이 이번 사냥으로 얻은 타이틀 목록으로 향했다.
[챔피언 고블린 사냥꾼]
- 타이틀 설명 : 챔피언 고블린을 사냥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3
[초보 졸업]
- 타이틀 설명 : 시작의 마을에서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몬스터를 사냥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3
[신수와 함께]
- 타이틀 설명 : 신수와 함께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 이만이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3
보는 것도 힘들 정도로 많은 타이틀들.
‘고블린 챔피언 사냥꾼하고 초보 졸업은 예상했었는데.’
물론 이중 2개 타이틀, 챔피언 고블린 사냥꾼과 초보 졸업 타이틀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아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 2개의 타이틀이 챔피언 고블린을 잡는 이유였다.
모든 능력치가 6포인트가 오른다는 건 3,4레벨을 한 번에 올리는 것과 비슷했으니까.
10레벨 미만 플레이어에게 이 메리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신수와 함께는 나올 법하지.’
그다음에 나온 신수와 함께 타이틀은 예상치 못했지만 크게 놀랄 만한 것은 아니었다.
[챔피언 고블린을 혼자 잡은 자]
- 타이틀 설명 : 챔피언 고블린을 다른 플레이어의 도움 없이 잡은 자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9
그러나 고블린 단독 사냥 타이틀은 감히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었다.
심지어 능력치 메리트도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어우······.”
보는 미다스가 기쁨에 환호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정도.
‘청심환 안 먹었으면 심장이 터져서 로그아웃 당했겠네.’
그 정도로 미다스는 정신이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로그아웃을 해서 머릿속을 차갑게 만든 후에 상황을 보고 싶을 정도.
어쩔 수 없었다.
“에휴.”
‘너무 보상이 좋아서 심장이 떨리다니, 이게 무슨 개지랄이야?’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 법.
하물며 미다스는 고기를 먹어보기는커녕 풀죽도 제대로 먹지 못해 입에 풀칠도 못하던 양반 아닌가?
이 상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게 이상한 일.
물론 그런 이유로 언제까지 고기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 적응해야지.’
미다스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두어번 마사지하듯 만지며 제 스스로를 달랬다.
왕왕!
그런 주인을 향해 럭키가 힘을 내라는 듯 싱그러운 울음을 토해냈다.
“그래, 럭키야.”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이렇게 된 김에 어디 한 번 이게 얼마나 운빨좆망겜인지 알아볼까?”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워드래곤으로부터 받은 기회를 꺼냈다.
[카드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그 알림에 미다스가 승인을 하며 소리쳤다.
“레전더리 스킬 가즈아!”
왕!
그 외침에 럭키 역시 덩달아 외쳤다.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은 없고.’
물론 레전더리 등급은 없었다.
‘빨강도 없네.’
그리고 유니크 등급도 없었다.
보이는 건 황금빛에 감히 미치지 못하는 노란빛 카드뿐.
그 사실에 미다스가 푸념을 내뱉었다.
“역시 운빨좆망겜이었어. 여기서는 레전더리 스킬 하나 딱 나와야지. 게임이 뭘 모르네.”
왕!
물론 진심 어린 푸념이 아니었다.
도리어 미다스의 표정에는 만족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를 만족케 하는 건 다름 아니라 레어 등급 스킬 카드 한 장이었다.
[아이스 애로우]
- 스킬 등급 : 레어
- 스킬 효과 : 얼음 화살 3개를 소환할 수 있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소환할 수 있는 얼음 화살의 개수가 늘어난다.
‘이걸로 빙결 계열도 확보.’
대마도사의 최고 장점은 모든 속성의 마법을 사용함으로써 사냥터의 성격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아이스 애로우 스킬은 미다스의 대마도사란 직업을 진짜 대마도사답게 해줄 스킬이었다.
‘사용하려면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물론 그동안 볼 계열을 쓰던 미다스에게 애로우 계열을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아이스 애로우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스킬이었다.
당연히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스킬 카드를 선택했다.
딱 원하는 수준, 자신의 그릇에 맞는 수준의 물건이었기에 미다스는 훨씬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거 라이브 방송 중이었으면 여기서 간 좀 봤을 텐데. 시청자분들하고 내기하면서 말이야. 제가 레어 카드 뽑으면 여기서 물구나무 서고 트월킹 댄스 주겠습니다.”
왕!
“그러면 막 후원이 터지겠고, 그럼 후원에 내가 다시 리액션으로······.”
왕!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우스갯소리를 내뱉었다.
그 순간 미다스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휴, 내가 개 앞에서 개소리를 하네.”
라이브 방송.
그건 스타 플레이어의 상징이었다.
잘나가는 스타 플레이어들은 그저 라이브 방송을 켠 채 시청자와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만에 대기업 직원 월급을 가져갈 정도.
당연히 미다스 역시 그러한 라이브 방송으로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는 상상을 수 없이 해왔다.
‘라이브 방송했다간 게임 접어야지.’
허나, 라이브 방송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일단 당장 인지도가 부족했다.
갓워즈 방송은 오로지 워즈튜브라는 플랫폼만을 이용해야 했는데, 이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지금 시점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시청자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브 켜서 보스 잡는 순간 온갖 놈들이 방해하러 올 텐데.’
문제는 그 시청자 중에 아주 아름답고, 고귀하면서도 너그러운 심장을 가진 이는 적다는 것.
이번만 해도 그렇다.
만약 미다스가 챔피언 고블린을 사냥하는 과정을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했다고 치자.
분명 적잖은 후원금이 들어왔을 것이다.
허나, 그 이상의 방해꾼들도 덤벼들었을 것이다.
‘그냥 영상이나 판매하자.’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 라이브 영상을 적당한 곳에 팔아서 수익을 나누는 것이 최선인 셈.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유니크 등급 아이템 풀셋이라도 갖추면 모를까, 지금은 방해꾼들이 오면 끝장이야.’
방해꾼들조차 사냥감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전력을 갖춘다면 오히려 방송 인기는 더 높아질 터.
그게 미다스가 지금 이 시점에서 라이브 방송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당장 미다스에게 유니크 아이템으로 제 장비창을 도배할 만한 재력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지랄은 여기까지 하고 루팅이나 해야지. 생활비부터 챙기자.’
오히려 이번에 챔피언 고블린을 사냥해서 얻게 될 유니크 등급 아이템마저 생활비와 캡슐방 요금을 위해 팔아야 하는 게 현실.
‘정말 다행이야, 한 달 동안은 그래도 생활비 걱정 안 해도 되겠네.’
그리고 그 현실에 미다스는 도리어 감사했다.
이렇게 몬스터를 잡아 얻은 득템으로 당장 형과 조카와의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챔피언 고블린 앞에 선 후 시체에 손바닥을 올리며 말했다.
“아이템 루팅.”
8.
갓워즈를 플레이하던 사람들 중에 2시간 이상 연속해서 플레이하는 이는 생각보다 적었다.
그런 이유로 캡슐방의 휴게실은 언제나 잠시 로그아웃을 한 이들로 북적였다.
물론 로그아웃을 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그 이유를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 커피 맛 좋네.”
“아, 씨발 좆같네.”
여유가 넘치며 커피와 함께 달콤한 초코바를 먹는 이와 담배를 뻑뻑 피우며 욕지거리를 내뱉는 이의 로그아웃 이유는 굳이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정현우는 달랐다.
“아······.”
짧은 한숨을 내뱉는 그의 얼굴에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뭔가 잘 안풀리는 모양.
“아.”
그러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확인할 때마다 그의 표정에는 활기가 감돌았다.
도무지 표정만으로 심정을 알 도리가 없을 지경.
“형, 무슨 일 있어요?”
결국 이혁주가 직접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정현우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무슨 일이에요?”
“돈 문제.”
그 짤막한 대답에 이혁주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스윽, 등을 돌렸다.
“아, 청소나 해야지.”
그리고는 잘 하지도 않는 청소를 기꺼이 자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정현우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스마트폰 확인했다.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이 110만 원.’
확인한 건 다름 아니라 챔피언 고블린 세트 아이템 중 하나인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이었다.
110만 원.
고작 10레벨에 착용하는 유니크 등급 아이템 치고는 그 값이 상식 이상이었다.
‘역시 좋은 건 비싸다니까.’
달리 말하면 그 정도로 좋은 아이템이었다.
다른 레어 아이템 서너 개를 착용하는 것보다 이 아이템 하나를 착용하는 게 나을 정도.
그런 아이템이 지금 미다스란 캐릭터의 인벤토리에 존재했다.
정현우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지는 이유였다.
허나, 그런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그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입가에서 미소는 사라졌다.
‘통장 잔고가 이제 천원 단위.’
미소를 훔친 것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통장 잔고였다.
‘마이너스 통장도 못 쓰고.’
그 후 연달아 떠오르는 자신의 처지에 정현우는 긴 한숨을 담배 연기 내뱉듯 내뱉었다.
그런 정현우의 머릿속으로는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 옵션이 아른거렸다.
‘아깝다.’
솔직히 말해서 이대로 팔기에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 옵션은 너무나도 훌륭했다.
‘돈 여유만 있으면 쓰다 팔면 되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자금적 여유가 있었다면 고민하지 않고 본인이 사용했을 터.
그게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적당히 쓰다가 나중에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그때 팔아도 값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리 했다.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자신이 쓸 만큼 쓰다가 그 아이템을 졸업할 때가 되면 팔았다.
그게 정석이었다.
문제는 거듭 말했듯 당장 돈이 급하다는 것.
그리고 지금 정현우의 처지에서 돈 나올 구석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사채라도 빌릴까?’
오죽하면 사채를 떠올릴 정도.
‘내가 미쳐가는구나.’
물론 정현우는 이것 때문에 사채를 빌리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현실은 살아감에 있어서는 언제나 절충과 타협이 필요한 법.
‘아, 누가 그냥 갑자기 돈 좀 줬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미련이 남은 듯 거듭 화면을 터치하던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갑자기 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현우가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예, 정현우입니다.”
전화를 받는 정현우의 목에서 힘 빠진 목소리가 나왔다.
“예?”
그러나 이내 상황은 반전됐다.
정현우가 목소리를 바꿨고, 자세를 바꿨다.
그 후 정현우가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보험사라고요? 그때 그 교통 사고?”
그 질문에 곧바로 답이 나오는 순간 정현우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잠깐만요. 제가 그때 사고로 불안증세가 생겨서 말이죠. 아주 심각한 불안증세가요. 그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면증에 정신적 후유증, 트라우마가 생겨서 말이죠. 조금만 있다가 통화하면 안 될까요? 제가 지금 너무 힘들어서······.”
이후 통화를 마친 정현우가 곧바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은 후 휴게실 밖으로 나왔다.
‘새끼들, 아주 제대로 뽑아주마.’
사냥감을 포착한 사냥꾼의 눈빛을 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