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7화 (17/485)

17화.  6화. 함 해보입시더! (1).

1.

갓워즈 안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한다.

결코 단순한 레벨업이 전부가 아니었다.

업적 달성을 통해 룬을 얻는 것이 그 증거였다.

플레이어들이 보다 많은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갓워즈의 세계관 전부를 만끽하기를 바란다, 룬은 보다 게임의 구석구석을 즐기는 이를 위한 시스템이었다.

물론 게임 개발자 의도대로 돌아가는 게임은 세상천지에 단 하나도 없는 법.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이 즐기는 콘텐츠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개중에서도 꽃은 스킬이었다.

나비와 벌이 꽃의 향기에 취해 모이듯 갓워즈의 플레이어들 중 상당수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반해 갓워즈를 플레이했다.

그럼 몇몇 이들은 질문한다.

갓워즈의 꽃이 스킬이라면, 갓워즈 최고의 콘텐츠인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뭐냐?

그에 미다스는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별이지.’

그건 하늘 위의 별과 같다고.

‘만인이 볼 수 있지만, 닿을 수 있는 건 극히 소수에 불과한 별.’

무수히 많은 이들이 얼마든지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지만 그 실체에 닿을 수 있는 건 선택뿐인 자들뿐이라는 것.

‘꽃과 별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지.’

그게 꽃과 별의 차이점이었다.

꽃은 누구나 닿을 수 있고, 맡을 수 있지만 별은 그러하지 못하는 법 아닌가?

‘전혀.’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그만큼 어려웠다.

일단 갓워즈를 즐기는 플레이어의 숫자에 비해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적었다.

경쟁률을 굳이 운운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

동시에 커트라인이 너무 높았다.

갓워즈는 그저 평범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게임인데,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그런 갓워즈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콘텐츠였으니까.

‘값도 다르지.’

물론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걸린 돈의 액수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갓워즈에서 레어 등급이나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 값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비쌌다.

무슨 게임 종결자 급도 아닌 그저 10레벨, 20레벨짜리 유니크 등급 아이템이 백만 단위를 가뿐히 호가는 경우가 다반사일 지경.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 값은? 계산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 상황에 따라서는 자동차 값, 그것도 소위 값비싼 스포츠차 값이 오고 갈 정도였다.

‘차원이 다를 정도로.’

그러나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의해서 움직이는 돈은 그 액수의 차원이 달랐다.

갓워즈를 보고 즐기는 50억 명의 사람들, 그들에게서 단 100원씩만 받을 수 있다면?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그게 가능했다.

‘10대 길드 중 최고가 어비스 길드인 이유이고.’

그게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어비스 길드를 10대 길드 중 최고의 길드로 꼽는 이유였다.

어비스 길드의 1티어 팀, 최고 레벨의 팀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할 경우 평균 시청자 수는 7억 명이 넘었으니까.

시청자들이 내는 비용은 물론 시청자 후원금에 광고 비용, 스폰서 비용을 합치면 그 한 번의 레이드에 천문학적인 돈이 오고 갔으니까.

‘보스 몬스터 제보만으로도 짭짤하지.’

그 정도로 귀중한 보스 몬스터는 그 등장과 위치를 제보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었다.

‘챔피언 고블린 정도면 캡슐방 이용 요금 정도는 나온다.’

챔피언 고블린 정도되는 보스 몬스터의 제보료라면 당분간 캡슐방 요금 가지고 말을 듣는 일은 없을 정도.

제보도 어려울 게 없었다.

‘골치 아프게 다른 거 찾을 필요 없이 탐험가 길드에 제보하면 알아서 값을 쳐주겠지.’

탐험가 길드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생각 이상으로 값을 잘 쳐주는 편이었으니까.

실제로 탐험가 길드 입장에서도 어비스 길드만큼은 아니지만 보스 몬스터 레이드 콘텐츠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는 상황이었다.

‘새캐릭터 만든 신인들 데뷔 치르기에 이만한 것도 없으니까.’

특히 챔피언 고블린은 시작의 마을에서 등장하는 최고 레벨의 몬스터.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길드 내 유망주들에게 데뷔전 무대를 장식할 장식으로 이만한 것도 없었다.

여러모로 누구 하나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였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모험을 해야 해.’

미다스 입장에서는 길 가는 길에 돈이 두둑이 들어있는 지갑을 주워서 사례금을 받고, 탐험가 길드는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

‘혜린아, 오늘 삼촌이 삼겹살 사줄게.’

미다스는 기꺼운 마음으로 오늘 집에 가는 길애 귀여운 조카를 위해 묵직한 삼겹살 덩어리를 사줄 생각을 품었다.

‘재수가 좋네.’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호우우!

그런 주인의 심정에 동의를 표하듯 럭키가 가볍게 하울링을 내뱉었다.

그 순간이었다.

‘재수가······.’

럭키의 하울링에 미다스가 탐험가 길드에 연락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던 것을 멈추었다.

그 대신 조금 전 장면을 떠올렸다.

자신이 그동안 럭키와 함께 해온 것들.

‘······여긴 선 밖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처지들을.

‘사냥하는 동안 플레이어와 조우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필드에 있는 고블린 개체수를 제법 줄여놓은 상황.’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는 생각했다.

‘이거 내가 잡을까?’

자신이 챔피언 고블린을 잡는 건 어떨까?

몇 시간 전의 미다스였다면 코웃음을 쳤을 생각이었다.

야, 정현우! 주제를 파악해!

그러한 소리를 제 스스로에게 지껄였을 생각.

그러나 지금의 미다스는 달랐다.

지금 그는 간신히 일용직 돈을 받으며 제 몸을 팔던 때의 미다스가 아니었다.

대마도사라는 매우 특별한 직업 그리고 동급 최고 수준의 스탯에 펜리르를 신좌로 둔 말도 안 되는 작은 신수의 주인이지.

‘솔직히 이건 지갑 따위가 아니잖아?’

무엇보다 보스 몬스터란 건 주인이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잡는 놈이 임자인 주인 없는 돈이지.’

오히려 모두가 달려들어 쟁취해야 할 대상일 뿐.

그 생각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표정에는 더 이상 기분 좋은 미소 따위는 없었다.

대신 고뇌를 시작했다.

2.

캡슐방의 풍경은 언제나 같다.

“무슨 방송이야?”

“요즘 시작의 마을에서 3인 파티로 챔피언 고블린 잡는 거.”

“그래? 내 눈에는 좃 빠지게 도망치는 병신 세 마리 밖에 안 보이는데?”

“그러니까 보는 거잖아.”

“하긴, 그렇지.”

캡슐 안에서는 사람들이 갓워즈를 플레이하고, 캡슐방 밖에서는 휴게실에 모여 갓워즈를 시청한다.

이혁주가 봐온 풍경은 언제나 그랬다.

그런데 지금 그 풍경에 이상한 것이 생겼다.

“현우 형.”

정현우.

이혁주에게 있어 게임으로 돈을 버는 프로 플레이어였으나, 이제는 구렁텅이에 빠진 안쓰러운 인간.

그 인간이 지금 손님 대기용으로 마련한 소파에 앉은 채 두 눈을 적신 수건으로 덮고 있었다.

정상적인 일상을 보내는 이의 모습은 아니었다.

“뭐 고민 있어요?”

마땅한 그 질문에 정현우가 대답했다.

“응, 있어.”

“뭔데요?”

“돈 천만 원쯤 필요해서 말이야.”

그 대답에 이혁주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 저 돈 없어요. 버는 족족 갓워즈에 쓰느라 요즘은 라면도 가장 싼 거로 먹어요.”

그 대답에 정현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너한테 돈 빌릴 생각이었으면 이렇게 소파에 앉아서 수건으로 두 눈을 적시고 있진 않아.”

“형, 저는 일이 있어서······.”

그러한 정현우의 대답에도 이혁주는 잽싸게 자리를 벗어났다.

아무래도 정현우가 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진짜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 모양.

정현우에 대한 이혁주의 신뢰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혁주의 모습에 정현우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래, 내 인생을 그나마 좀 펴려면 당장 돈 천만 원은 필요하지.’

조금 전 그 고민은 그저 이혁주를 쫓기 위해 내뱉은, 마음에도 없는 고민은 아니었다.

지금 정현우에게는 생활비도 생활비이지만 목돈 역시 필요했다.

‘형 재활 비용에 수술비, 우리 대출금. 그리고 내년에 혜린이 초등학교 들어가면 과외도 좀 시켜줘야지.’

그것도 천만 단위의 돈이.

‘생활비만 깨작깨작 벌어서는 결국 이 바닥 이 모양에서 숨통만 빨딱거릴 뿐이야.’

그게 이유였다.

‘고작 정보 팔아서 저녁을 삼겹살 먹어봤자 결국 시궁창인 건 달라지지 않는다고.’

고민의 이유.

‘그런 돈을 벌려면, 결국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뛰어야지.’

갓워즈에서 정말 돈을 벌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보스 몬스터 레이드밖에 없다.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 유니크 등급 이상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며, 라이브 방송 등으로 후원 수입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득한 작업, 실력은 물론 운마저 따라야 하는 일.

특히 방송 같은 경우는 지금 당장 정현우가 한다고 해서 결과가 나올 리가 없었다.

갓워즈를 소재로 방송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워즈튜브를 이용해야하는데 이미 이 시장은 포화 정도가 아니라, 난장판이 된 상태였으니까.

예전의 미다스는 이미 일찌감치 자기 주제를 알고, 포기했었던 일이었다.

‘분명 지금은 다르다.’

하지만 지금의 미다스는 달랐다.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하려면 지금 해야 해.’

더불어 여기서 안 하면 결국 끝까지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여기서 못하는데 나중에는 더 못하지.’

물론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실패해도 정보를 파는데 문제는 없지만······.’

밑져도 본전.

만약 정말 챔피언 고블린의 등장을 최초로 확인한다면 정현우가 레이드를 시보해본 후에 실패하더라도 그 정보는 팔 수 있었다.

문제는 그 경우는 필연적으로 정현우가 사냥에 실패했다는 명제, 게임오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붙는다는 것.

‘죽을지도 모르는데 덤벼드는 건 도박이다.’

그건 게임 속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80시간 동안 손가락이나 쭉쭉 빨아먹을 바에는 애초에 시도조차 안 하는 게 낫지.’

정현우는 그런 도박을 할 생각이 없었다.

‘도박은 안 한다.’

달리 말하면 정현우가 고민하는 건 도박이 아니었다.

‘승산이 확실할 때만 한다.’

확실한 승산, 그것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도전이었지.

그게 지금 정현우가 소파에 누운 채 물에 적신 수건으로 눈을 덮은 이유였다.

‘야구선수 때처럼 해야지.’

그때처럼.

프로야구선수 시절,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정현우는 이런 식으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했을 때처럼.

그리고 그때도 단 한 번도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공을 던지지 않았다.

언제나 승산을 가늠하고, 도전을 했을 뿐.

‘······아, 그때처럼 하면 망하지.’

물론 프로선수일 때의 결과물은 썩 좋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승산, 분명 있다.’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고민했고, 고민했기에 결국에는 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할 수 있다.’

그 생각이 마치는 순간 정현우가 눈을 덮고 있던 수건을 치운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젠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시간을 확인한 정현우가 곧바로 준비해둔 사탕과 이온 음료를 먹기 시작했다.

그건 준비였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싸운다.’

자신이 가진 기량을 100퍼센트, 완벽하게 꺼내기 위한 준비.

거기에 정현우는 비장의 카드마저 꺼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정현우가 곱게 포장된 청심환을 꺼낸 후에 그대로 입에 넣었다.

조금 전 약국에서 구매해온 1만 원짜리, 그야말로 거금을 들인 청심환이 정현우의 입안에서 녹아내린 후에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크으!”

‘효과 죽이네. 벌써부터 심장이 조용해지는 느낌이 드네. 역시 만 원짜리는 달라.’

곧바로 자신의 심박수가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정현우가 소리쳤다.

“혁주야, 나 들어간다!”

3.

끼이!

고블린 한 마리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곧바로 자그마한 늑대 한 마리가 고블린의 몸 위에 올라탔다.

크르르!

그리고는 곧바로 그 앙증맞은 주둥이 속에 숨긴 보검과도 같은 이빨로 고블린의 목을 씹기 시작했다.

끄르륵!

고블린이 제대로 된 비명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대로 몸이 축 늘어졌다.

왕!

그렇게 고블린의 멱을 따는데 성공한 럭키가 미다스를 향해 해맑은 울음을 토해냈다.

“잘했어.”

미다스는 그런 럭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눈빛은 달랐다.

미다스의 눈빛은 매우 예리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고, 미다스는 그 눈빛으로 주변을 훑었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딱히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그저 고요한 숲이 보일 뿐.

‘오케이.’

미다스가 바라던 상황이었다.

‘이 주변은 정리됐다.’

그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 주변에 현재까지 몬스터는 없다는 의미.

‘변수 제거는 완료.’

무대를 만듦에 있어 가장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정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들자, 우거진 숲의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챔피언 몬스터 등장까지 8초]

그리고 그 하늘 장식하고 있는 숫자가 보였다.

그 숫자는 점차 줄었고, 이내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미다스의 세상이 다시 한 번 바뀌었다.

세상이 한 번 붉게 물들었다.

‘이게 보스 커튼콜이구나.’

이제는 그 사실에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아.’

그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미다스의 눈에 새로운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노란 불빛을 머리 위에 짊어진 채 주변을 향해 서성이는 덩치 좋은 고블린.

챔피언 고블린!

시작의 마을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괴물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챔피언 고블린의 머리 위에 있던 등이 빨갛게 변했다.

표적을 인식했다는 증거.

그러한 표적이 무엇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보스 몬스터답게 인지 범위가 장난 아니네.’

이 주변에서 챔피언 고블린이 노릴 표적은 이제 오로지 단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그 사실을 확인한 미다스는 두 눈을 감았다.

‘이런 식으로 보스 몬스터를 혼자 잡게 되다니.’

예전, 멀지도 않고 일주일 전의 자신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했던 상황.

“후우.”

긴장이 되지 않는다면,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터.

호우우우!

그러한 주인의 심정을 알 리 없는 럭키는 사나운 하울링으로 주인에게 괴물이 오고 있음을, 전투를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럭키야.”

그 신호에 미다스가 감은 두 눈을 뜨며 말했다.

“튀자!”

우우······ 왕?

미다스, 그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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