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5화 (15/485)

15화.  5화. 럭키 (2).

4.

“삼촌!”

자신을 맞이하는 조카의 앙증맞은 목소리에 정현우는 손에 들고 있는 봉투를 건네주며 말했다.

“자, 혜린이가 기다리던 아이스크림이다. 냉장고에 집어넣어. 물론 하나 고르는 거 잊지 말고.”

“응.”

이내 자신이 건네준 봉투를 들고 냉장고로 향하는 조카의 모습에 정현우가 짧게 숨을 내뱉었다.

‘형이 잘 다독인 모양이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세상이 무너질 듯이 울먹이던 기세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반면 동생의 등장을 향한 형, 정태우의 목소리에는 걱정하는 기색에 묻어나 있었다.

“아이스크림 사러 일본에라도 갔다 온 거야? 시간이 얼마나 지난 지 알아?”

정현우가 늦는 것이 걱정된 모양.

그런 형의 걱정에 정현우가 피식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형, 나 이제 낼모레면 서른이야.”

2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서도 애 취급을 당하는 게 우스운 모양.

“그래, 이제 너도 장가갈 나이지.”

“아니, 그게 아니라 다 컸다고.”

“그래 다 컸으니, 이제 좀 여자도 만나고 연애도 좀 하고.”

그렇게 거듭 이어지는 대화에 정현우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는 말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말이야. 그것 좀 처리하고 왔어.”

“일?”

“개 한 마리 때문에 말이야.”

이내 대답하는 정현우의 입가에는 어떻게든 참으려고 하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삼촌!”

그때 아이스크림을 들고 온 혜린이가 두 눈을 반짝였다.

“우리 강아지 키워?”

아무래도 정현우가 툭 내뱉은 개란 단어가 어린 조카 녀석의 심장에 불을 제대로 지른 모양.

그런 조카의 모습에 정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혜린이 강아지 좋아해?”

“응!”

“왜?”

“귀엽잖아!”

그 말에 정현우도 대답했다.

“그래, 강아지 귀엽지.”

그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펜리르라니.’

5.

펜리르.

북유럽 신화에 등장해 그 세상의 종말을 이끈 괴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화 속 존재였고,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펜리르란 이름은 가공되어 사용되었다.

갓워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갓워즈 속에서 펜리르는 신수들의 신좌 중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불사자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가진 신수, 똘똘이의 신좌가 펜리르였지.’

그리고 그 존재감을 플레이어들에게 각인시킨 건 10대 길드 중 한 곳인 불사자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라포의 신수, 똘똘이였다.

‘이름은 웃기지만.’

우습기 그지없는 작명.

그러나 그 똘똘이를 앞세운 라포는 게임 초창기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보여줬었다.

‘최강의 싸움개와 최강의 버퍼의 조합.’

승리만을 선물해주는 여신 니케를 신좌로 삼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레전더리 클래스 대축복자.

그 직업을 갓워즈 최초로 그리고 단 한 번의 캐릭터 생성만으로 얻은 라포에게 갓워즈는 펜리르를 신좌로 둔 신수마저 10레벨이 되기 전에 선물해주었다.

이후 라포는 자기 신수와 함께 갓워즈를 쓸어버렸다.

게임을 하고 자시고도 없었다.

라포가 가진 강력한 버퍼를 받은 그의 신수는 플레이어든, 몬스터든 순식간에 아이템과 경험치 덩어리로 만들었으니까.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지.’

심지어 정현우는 그 펜리르를 신좌로 둔 똘똘이가 싸우는 모습을 다른 것도 아니고 직접 곁에서 보았다.

게임 초창기, 라포와 파티 플레이를 해보았고 그때 그는 두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게임이 운빨좃망겜인 걸 그때 제대로 깨달았고.’

이 게임이 자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빌어먹을 게임이라는 것을.

어쨌거나 펜리르는 그 정도였다.

그 정도로 강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연히 정현우의 계획도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훨씬 더 조심해야 해.’

분명 펜리르를 신좌로 둔 럭키의 합류는 대단하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펜리르가 당장 정현우를 모든 위협으로부터 지켜줄 정도로 강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신수 역시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성장을 해야 했으니까.

‘그냥 마음대로 나대다가 잘못 찍히면 이 게임 접어야 한다.’

다른 이들에게 그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면 분명 개중 몇 명은 배알이 곯을 것이며 그에 대한 분노로 정현우의 새로운 캐릭터를 아주 사정없이 짓뭉갤 것이다.

‘이게 어떻게 온 기회인데 그런 식으로 날릴 순 없지.’

대마도사라는 직업 그리고 럭키를 얻은 캐릭터를 그런 이유로는 접을 수 없는 노릇.

솔직히 이건 정현우에게도 엄청난 기회였다.

당장 그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다면 분명 대마도사 직업은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수를 얻는 건?

다시 한 번 이런 기회가 올까?

오더라도 과연 그 기회 끝에 얻은 신수가 펜리르라는 1티어 중에서도 최고인 신좌를 둘 가능성은?

‘사수해야해.’

분명한 건 오직 하나, 이번 캐릭터는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는 것.

“형, 자리 났어요!”

“오케이.”

그것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그거였다.

‘이제 얼마나 잘 싸우는지 한 번 볼까?’

주제를 파악하는 것.

그렇게 정현우가 다시 게임에 접속할 준비를 했다.

“형!”

그런 그에게 이혁주가 말했다.

“이제 형 선불 시간 2시간밖에 안 남았어요.”

“······알고 있어.”

“다 끝나면 강제 종료돼요. 이건 저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중간에 꼭 정산하세요!”

“알았다니까.”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가 이를 꽉 물었다.

‘돈에 여유 생기면 캡슐부터 산다.’

정말 제대로 주제 파악이 되는 순간이었다.

6.

헥헥!

가볍기 그지없는 숨소리를 내뱉는 작은 털북숭이, 럭키.

소리조차 나지 않는 총총걸음에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는 그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 강아지, 그 자체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모습이었다.

왕!

이윽고 주인 앞에서 멈춰 서서 밝게 외치며 꼬리를 좌우로 토닥토닥 흔드는 그 모습에 주인, 미다스는 대답했다.

“어우야.”

대답을 내뱉는 미다스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마치 못 볼 꼴을 본 듯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시선은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고블린 한 마리였던 것을 향했다.

‘맙소사.’

자연스레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광경이 떠올랐다.

럭키, 눈앞에서 머리를 쓰다듬어달라는 눈빛을 하염없이 보내는 자그맣고 앙증맞은 털북숭이가 고블린 한 마리를 찢어진 걸레 꼴로 만드는 광경이.

‘이 정도였어?’

그건 미다스에게도 상식 외의 일이었다.

신수가 강한 건 알고 있었다.

신좌가 펜리르면 사실상 근접 전투에서는 최고 티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고블린이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전투력은 사기 아니······.’

허나, 이 정도일 줄이야?

단순히 고블린을 잡았다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럭키의 몸길이는 꼬리를 포함해도 채 50센티미터가 되지 않는 작은 크기였다.

솔직히 놈에게 고블린을 바라보며 잡아! 라고 외치면서도 미다스는 미심찍었다.

정말 이토록 귀엽고 불쌍해 보이는 녀석이 그래도 몬스터인 고블린을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명령을 내리는 순간 럭키는 달려갔다.

‘모자마자 그대로 몸을 날려서 목덜미를 물어뜯고.’

번개처럼 달려갔고, 이후 도약하며 단숨에 고블린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착지 이후 바로 턴하면서 발목을 물어뜯었지.’

그 후에는 상처 입은 고블린이 등을 돌리기도 전에 먼저 다가가 발목을 물어뜯었다.

고블린이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을 쳤고, 그 사이 럭키는 거듭 고블린의 발목만을 공략했다.

‘도주 스킬을 쓰지 못하게.’

고블린을 공략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러한 럭키의 피비린내 나는 공격 속에서 고블린은 걸레처럼 찢어지기 시작했다.

‘완벽한 사냥개다.’

강하다, 라는 것보단 완벽하다,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

‘얘 나보다 센 거 아니야?’

솔직히 미다스조차도 럭키랑 붙으면 제 몸 멀쩡히 이길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보다 확실하게 체감이 됐다.

‘하긴, 이러니 이 게임이 운빨좃망겜인 거지.’

왜 이 게임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가 그토록 처참한 수준인지.

신수 하나가 이 정도인데, 만약 레전더리 아이템과 스킬로 도배를 하면 어찌 될까?

‘자동차, 그것도 포르쉐를 타고 달리는 새끼들을 두 다리로 달리는 새끼들이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자동차와 경주를 하는 셈.

심지어 이 게임은 돈 있는 자들은 그 누구보다 쉽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이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몇 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갓워즈를 통해 별이된 자들이 어떠한 세계에서 사는지, 풍문으로 흘렸던 이야기가.

‘차원이 달라.’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풍문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사는 세계가 달랐다.

‘아주 좋아.’

그리고 이제 미다스가 그 다른 세계의 주민이 됐다.

“잘했어, 럭키야.”

이내 미다스가 표정을 바꾸며 칭찬과 함께 럭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호우우우!

그러한 주인의 손길에 럭키가 작은 몸뚱이로 앙증맞은 하울링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내 차례군.’

럭키의 능력은 충분히 확인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제는 미다스 본인의 능력을 확인할 차례.

[미다스]

- 레벨 : 4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16)/체력(5+16)/지력(20+18)/마력(9+18)

- 잔여 스탯 : 0

능력치 창을 확인한 미다스는 실소를 머금었다.

‘이건 어디 가서 자랑도 못하겠네. 다들 합성이라고 할 테니까.’

튜토리얼 마스터, 핀 포인트 제구, 하이든의 도우미, 전설의 시작.

4개의 타이틀을 통해 얻은 룬 보상으로 만들어진 그의 능력치는 이미 상식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

‘아즈모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다.’

최초의 대마도사이자, 현존하는 플레이어 중 가장 많은 돈을 갓워즈에 쓴 대부호 아즈모, 그조차도 4레벨에 이 정도 스탯은 갖추지 못했을 터.

‘뭐, 템 세팅하면 비교도 안 되겠지만.’

물론 아즈모가 아이템 세팅을 한 후에는 비교가 무색할 것이다.

‘아즈모가 10레벨 때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6개나 착용했었지?’

누구는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간절히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 소망하는 쥐뿔도 없는 놈과 게임 시작부터 레전더리 아이템과 스킬로 온몸에 도배하듯 가지고 다닌 플레이어는 애초에 비교 자체를 하지 않는 법.

‘그래도 순수 스탯으로는 동급에서 밀릴 일은 없어.’

달리 말하면 지금 미다스의 수준은 최소한 비교는 한 번 해볼 만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 스탯에 럭키와 함께라면 굳이 파티 플레이 없이 고블린 정도는 학살할 수 있다.’

고블린 따위에 겁먹을 이유는 조금도 없을 만큼의 전력.

‘세 마리까지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어.’

더 나아가 다수의 고블린을 동시에 상대하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그럼 솔플을 할 수 있다.’

솔로 플레잉이 가능하다는 것.

사실 이제까지 미다스가 한 건 솔로 플레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외톨이 고블린만을 찾아 헤매며, 고블린 무리가 지나가면 숨죽인 채 자리를 피하는 건 사냥이라기보다는 그저 바닥에 떨어진 찌꺼기를 주워 먹는 쥐라고 표현해야 할 터.

더욱이 지금 미다스가 활동한 사냥터는 어느 정도 관리가 되고 있는 공간이었다.

‘탐험가 길드가 관리하는 영역 밖으로 나가도 돼.’

다름 아닌 탐험가 길드, 그들이 관리하는 공간.

말 그대로였다.

탐험가 길드, 그들은 사냥터 역시 관리했다.

예를 들면 고블린 열댓 마리가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거나 혹은 고블린만 있어야 하는 필드에 오크 같은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

또는 어느 PK범이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를 학살하고 있는 경우.

적어도 탐험가 길드가 관리하는 사냥터 내에서는 그러한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차피 걔네들 헬프 서비스 이용할 생각도 없고.’

더 나아가 탐험가 길드는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레이어를 대기시키며 출동해주는 헬프 서비스마저 운영 중이었다.

갓워즈 플레이어들이 작금에 이르러서 탐험가 길드의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는 이유였다.

탐험가 길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정당하게 이용한다면 매우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갓워즈란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까.

더욱이 게임 난이도가 매우 높을뿐더러, 게임 오버 페널티가 큰 만큼 보통 플레이어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면 안전을 보장해주는 탐험가 길드는 때때로 구세주처럼 보일 정도.

어쨌거나 지금 미다스의 수준이라면 그런 탐험가 길드가 관리하는 영역 밖에서도 충분히 사냥이 가능했다.

관리되지 않기에 몬스터가 우글거리고, 그만큼 위험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몬스터가 넘쳐나는 곳에서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이제까지 그저 쓰다 버릴 만한 부품 수준에 불과했던 미다스에게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심장이 터질 만큼 두근거릴 일.

‘아, 릴렉스.’

그 순간 미다스가 스스로에게 진정하라는 말을 건넸다.

‘그때처럼 놀라서 심박수 이상으로 로그아웃 당할 순 없지.’

저번에 너무 놀란 나머지 심박수 이상으로 강제 로그아웃을 당한 웃기지도 않는 경험을 다시 한 번 더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후우.”

그렇게 미다스가 심호흡을 한 후에 이제 마지막 작업을 했다.

‘이제 스킬 카드만 정리하자.’

전설의 시작 타이틀 획득과 함께 그의 신좌인 위드래곤이 준 스킬 카드 보상.

[카드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미다스는 그때 받지 못한 보상을 받았다.

그러자 곧바로 100장의 카드가 미다스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너머의 정보들이 미다스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건 하나였다.

고고하게 홀로 루비와도 같은 영롱한 붉은 빛을 내뿜는 카드 한 장.

[염력]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다.

그 카드를 확인한 미다스는 그대로 굳은 채 자신의 두 눈을 말없이 껌뻑이기만 했다.

호우우우!

그때 미다스의 옆에 있던 럭키가 하울링을 내뱉었다.

“어후, 씨, 깜짝이야!”

끼잉?

그 갑작스러운 소리에 미다스가 기겁을 했고, 주인의 기겁에 럭키도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미다스를 바라봤다.

그야말로 촌극이나 다름없는 광경.

그 순간 미다스는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잠깐 나가서 청심환 좀 사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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