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4화 (14/485)
  • 14화.  5화. 럭키 (1).

    1.

    갓워즈에는 이용 제한 시간이 있다.

    그 제한 시간은 제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대단한 권력이 있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때문에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은 이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여러 방법을 했다.

    고민할 일이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일찌감치 로그아웃을 한 뒤에 휴식을 취하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간간이 간식을 섭취할 필요도 있었다.

    갓워즈는 최장 5시간 동안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만큼 몸 상태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법.

    주기적으로 로그아웃을 해서 몸의 피로를 풀고 영양분을 보충하는 게 더 오래 게임을 하는 비결이었다.

    물론 너무 자주 나오는 건 그다지 좋지 못한 징조였다.

    게임이 잘 풀린다면,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자주 나올 이유는 없지 않은가?

    “현우 형, 무슨 일 있어요?”

    이혁주가 휴게실에서 고민 가득한 표정으로 사탕을 물고 있는 정현우에게 질문을 던지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한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휙휙, 자신의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 표정으로 말했다.

    저리 가, 새끼야!

    그것은 연기 한 점 섞이지 않은 진심에서만 우러나올 수 있는 표정이었다.

    ‘빌어먹을.’

    그 정도로 지금 정현우의 마음 상태는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그 많은 레전더리 중에서 하필······.’

    레전더리 등급, 그 퀘스트를 확인했을 때 정현우는 생각했다.

    인생 역전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당장 직면한 문젯거리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분명 지금보다는 처지가 나아질 것이라고.

    ‘왜 하필!’

    그러나 그러한 정현우의 기대를 비웃듯 그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에서 나온 건 신수였다.

    물론 신수가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아니, 갓워즈 내에서 신수의 가치는 어떤 의미에서 레전더리 아이템이나 스킬보다 더 가치가 높았다.

    일단 효용성이 매우 높았다.

    이동 수단으로 뛰어난 것도 있었고, 전투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있었으며, 그 외의 부수적인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있었다.

    ‘다 좋은 거 아는데 거래가 안 되는 게 나오고 지랄이야!’

    더욱이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신수나 환수, 성수의 가치는 더더욱 높았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

    신수는 진짜 운이 좋거나 게임을 제대로 파고든 이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처럼 여겨졌다.

    ‘아, 미치겠네.’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게 문제였다.

    ‘난 당장 돈이 필요하다고······.’

    그에게 당장 필요한 건 솔직히 돈이었으니까.

    속물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당장 돈이 없으면 생활비를 떠나서 내일 게임을 할 돈조차 마땅치 않았다.

    ‘이렇게 눈에 띄는 건 오히려 독이고······.’

    더욱이 신수의 문제점은 앞서 말했듯이 돈으로 거래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부자들조차 쉬이 구할 수 없고, 당연히 플레이어들은 그것을 가진 자를 매우 시기했다.

    즉, 부자들에게조차 시기의 대상이었다.

    ‘잘못하면 사냥도 힘들어.’

    문제는 갓워즈에서 그러한 시기심은 대개 폭력으로 표출되고는 한다는 점.

    갓워즈는 그런 게임이었다.

    자기보다 빨리 달리는 놈은 다리를 뭉개버리고, 날아가는 놈은 날개를 찢어버리는 게임.

    그리고 그걸 주변에서는 보고 말리기는커녕 웃으며 즐기는 게임.

    ‘빌어먹을.’

    배경도, 쥐뿔도 없는 정현우에게 숨길 수 없는 신수는 어떤 의미에서 짐과 같았다.

    ‘아, 그러고 보니 제대로 확인도 못 했네.’

    때문에 신수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는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로그아웃을 했다.

    그 정도로 실망감이 컸고, 그 실망감은 지금도 여전히 정현우의 가슴을 옥죈 채 그를 푸념케 했다.

    우웅!

    그런 정현우의 푸념에 종지부를 찍은 건 다름 아니라 전화 한 통이었다.

    정현우가 주머니에서 접혀 있는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번호를 확인하고는 그것을 펼쳤다.

    “어, 형. 무슨 일이야.”

    형의 전화.

    - 삼촌!

    그러나 들려오는 건 조카의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 아빠, 아빠가······.

    “아빠가? 무슨 일이야?”

    - 아파, 쓰러졌어.

    그 순간 정현우는 더 이상 고민 따윈 하지 않았다.

    “씨발!”

    2.

    -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심장 기능이 약해지는 바람에 혈압이 내려갔을 뿐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나오는 의사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하기 그지없었다.

    - 혹여 문제가 있으시면 내원하셔서 정밀검진을 받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의사는 그대로 화면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이후 문자가 도착했다.

    [진료비 75,131원이 결제되었습니다.]

    그것을 확인한 정현우는 스마트폰을 접은 후에 손에 쥔 채 머리를 툭툭 쳤다.

    “현우야.”

    그때 침대, 비좁기 그지없는 집 안임에도 작다고 느껴지는 좁디좁은 침대 위에 누워있던 정태우가 정현우를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미안하다.”

    짤막한 그 말에 정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거, 몸 관리 좀 잘해. 난 또 엄청난 문제 터진 줄 알고 식겁해서 달려왔네.”

    퉁명스럽기 그지없는 말.

    그런 동생의 투덜거림에 침대에 누운 정태우는 무언가를 삼킨 후에 본인도 퉁명스럽게 말했다.

    “야, 형이 쓰러졌는데 좀 걱정하는 척이라고 해라?”

    “그런 걱정은 내가 다섯 살 때 형 아이스크림 뺏어 먹었다는 이유로 형 주먹에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이후 잊어버렸어.”

    “다섯 살? 그걸 아직도 기억해?”

    “네 살 때 형한테 게임 좀 시켜달라고 했다가 한 소리 듣고 엄마한테 고자질한 그날 밤 형한테 협박당한 것도 기억하는데?”

    “새끼······ 그런 좋은 기억력으로 공부해서 대학이나 가지.”

    형제끼리 흔히 내뱉는 말이 오고 갔다.

    자연스레 분위기가 풀렸다.

    “아빠······.”

    그러나 쓰러진 아빠의 옆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조카의 분위기는 여전히 암울했다.

    그러한 조카의 모습에 정현우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혜린아, 아이스크림 먹을래?”

    그리고는 조카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그러나 조카는 정현우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빠가 아픈데 자기 혼자 맛난 건 먹을 수 없어요, 그러한 눈빛을 보냈다.

    정현우는 그런 혜린이의 머리를 헝클듯 쓰다듬으며 이번에는 정태우를 향해 말했다.

    “형은 뭐 먹을래?”

    “항상 먹는 거.”

    “민트 초코?”

    “그래.”

    “진짜 입맛 특이하네.”

    “그래, 너무 특이해서 내가 사서 냉장고에 두면 네가 다 처먹었지. 그때 못 먹은 게 한이 남아서 그렇다.”

    정태우의 우스갯소리에 정현우가 콧방귀를 뀐 후에 정혜린의 머리를 몇 번 더 헝클고는 등을 돌리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사올게.”

    그 말과 함께 정현우가 집을 나섰다.

    3.

    “후우.”

    긴 한숨을 내뱉은 정현우가 길가에 있는 낡아빠진 벤치에 무너지듯 앉았다.

    그런 정현우의 두 손은 어느새 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큰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 상태에서 정현우가 가장 먼저 토해낸 감정은 안심이었다.

    ‘정말 다행이야.’

    형이 쓰러진 게 큰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안심.

    ‘젠장, 제대로 수술을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러한 감정은 곧바로 분노와 짜증 그리고 우려로 바뀌어 있었다.

    막연한 우려가 아니었다.

    정현우, 그의 형의 상태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

    애초에 사고 당시 정태우는 현대 의학의 발전 속에서도 살아남는 게 기적이라 할 정도로 부상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수술을 했고, 수술 이후에도 보이지 않을 뿐 온갖 장치를 몸에 달고 있었다.

    심장에도 장치 하나가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몸 곳곳에 짊어지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상태에 놓인 정태우의 몸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진다는 점이었다.

    ‘아니, 수술이 아니더라도 재활 운동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몸이란 게 움직여야 나아지는 법인데 정태우에게는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었으니까.

    ‘다 돈이 문제지······.’

    물론 그러한 모든 원인은 결국 돈이었다.

    분명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정현우가 마주한 문제점 중 상당수는 돈으로 개선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아니, 이제까지 정현우가 마주했던 대부분의 문제들은 돈으로 개선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정현우가 마주할 대부분의 문제들 역시 마찬가지.

    ‘아.’

    그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마주했을 때 정현우는 얼굴을 감싼 손을 뗐다.

    ‘신수 건은 일단 잊자. 어차피 후회한다고 해서 신수가 아이템이 될 것도 아니고, 거래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정현우가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나한테는 확실하게 돈을 벌 방법이 있어.’

    그리고 보다 확실하고, 분명하게 계획을 세웠다.

    ‘정보 그리고 아이템.’

    그토록 절실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정보 같은 경우는 지금 당장 파는 건 소탐대실이다. 어느 정도 캐릭터 능력이 검증되어야 제값을 받을 수 있으니까. 푼돈에 팔아치우는 건 의미가 없어. 받을 건 확실하게 제값을 받아야 해.’

    그러면서 최대한 냉철하게 계산기를 두드렸다.

    ‘하지만 아이템에는 그딴 게 없지.’

    그런 계산 속에서 정현우는 자신이 당장 해야 할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캐릭터 육성 그리고 아이템 확보.’

    그때 잠시 잊었던 신수의 존재가 정현우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 차라리 나온 거 뽕을 뽑자. 주변에서 덤벼드는 새끼가 있건 말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게임뿐이니까.’

    계산을 마친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정말 사냥뿐이야.’

    제아무리 처지가 빌어먹고, 심정이 썩어 문드러지더라도 결국 답은 갓워즈밖에 없다.

    그 사실을 머금은 정현우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이런 것은 그에게 일상과도 같았으니까.

    당연히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그러한 고민도 없었다.

    ‘그럼 일단 내 전력부터 확실하게 파악한다.’

    4.

    “형, 무슨 일이에요? 시간 다 끝나지 않았어요?”

    이혁주의 질문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캡슐 자리 남은 거 있어?”

    “지금 한 자리 남긴 했어요. 근데 시간 다 쓰지 않으셨어요? 오늘 시마이하셔야죠?”

    이어진 질문에 정현우는 짧게 대답했다.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 자리 좀 정리해줘.”

    말과 함께 정현우는 입고 있는 외투를 벗고, 게임에 접속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정현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확인했다.

    ‘30분 남았네.’

    그에게 남은 시간은 30분.

    물론 정확한 시간은 아니었다.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신체 상태에 따라 언제든 로그아웃이 될지 몰랐으니까.

    ‘파악할 건 세 가지.’

    때문에 정현우는 상황을 분명히 했다.

    ‘룬 효과, 신좌 보상, 신수의 정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개중에서 가장 먼저 파악할 건 신수의 정체다.’

    그리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무엇인지.

    “형! 다 됐어요!”

    그런 그에게 이혁주가 신호를 줬다.

    5.

    게임을 접속할 때마다 플레이어들은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속에서, 그 누구의 마중도 없이 게임을 시작하는 것은 텅 빈 세상에 홀로 던져지는 느낌이기에.

    미다스 역시 그런 감정을 때때로 느꼈다.

    왕!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왕왕!

    미다스의 등장에 지저분한 털북숭이 짐승 하나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미다스를 마주했다.

    ‘얘 늑대 맞아?’

    솔직히 모습도 그렇고, 하는 행동도 그렇고 어디를 봐도 늑대처럼 보이진 않았다.

    [이름 잃은 늑대]

    머리 위에 뜬 그 명칭,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그것이 아니었다면 미다스 본인도 털북숭이 개라고 생각했을 정도.

    ‘뭐, 생긴 건 아무래도 좋지.’

    물론 외형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신좌가 제일 중요하니까.’

    중요한 것은 이 신수가 어느 신좌의 힘을 이어받았는가, 그러한 사실뿐.

    플레이어와 같았다.

    ‘3티어 정도만 나와라.’

    1티어부터 5티어까지, 신수들의 신좌에도 등급이 존재했으며 그 등급에 따라 가치가 달라졌다.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그런 미다스에게 시스템이 알림을 보냈다.

    이름 잃은 늑대에게 이제는 새로운 이름을 주고 그러함으로써 새로운 삶을 주라는 의미.

    ‘이름은 뭐로 할까······.’

    여기서 미다스는 잠시 멈칫했다.

    막상 이름을 지으려고 하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멍멍이? 너무 좀 그렇지 않나? 그럼 좀 있어 보이는 이름으로 할까? 알렉산더? 에이브러햄? 개한테는 그런 이름은 좀 그렇네. 로또? 토토? 아니야, 그런 이름은 사행성 문제로 나중에 뭔가 태클 들어올지도 몰라.’

    그런 미다스 앞에서 새로운 이름을 기다리던 늑대가 길게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늑대임을 증명하려는 듯 하울링을 내뱉었다.

    ‘호우우?’

    마치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듯했다.

    ‘호우?’

    물론 그 대목에서 미다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호우는 아니지. 아무렴. 개 부를 때마다 호우호우 하는 건 너무 병신 같잖아? 그런 건 또라이나 할 짓이지.’

    그때 미다스의 머릿속에서 단어 하나가 명확하게 떠올랐다.

    “럭키.”

    개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미다스에게 있어 가장 간절한 단어.

    [이름 잃은 늑대가 새로운 이름과 함께 새로운 삶을 얻습니다.]

    그러한 이름을 얻게 된 늑대의 머리 위 이름이 바뀌었다.

    [럭키]

    그리고 그 이름 아래에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신수의 능력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럭키가 모시는 신의 신좌도 보이기 시작했다.

    “헉.”

    그것을 본 미다스가 순간 굳었다.

    “페, 펜······.”

    그 순간이었다.

    [심장 박동 수가 급격히 빨라집니다.]

    [강제 로그아웃이 실행됩니다.]

    미다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이 났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