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2화 (12/485)
  • 12화.  4화. ! (2)

    3.

    게임을 쉽게 하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잘하면 된다.

    무책임한 말 같지만 이보다 확실한 것도 없다. 게임을 잘 할 줄 알면 게임을 참 쉽게 할 수 있다.

    문제는 게임을 잘하는 이는 극히 소수라는 것.

    물론 그런 이들도 게임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템빨 그리고 스킬빨.

    적어도 갓워즈에서는 이 두 가지만 있다면 게임을 잘 못하는 플레이어도 게임을 쉽게 할 수 있다.

    ‘참 빌어먹을 게임이야.’

    하지만 이 역시 모두가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앞서 말한 두 가지를 위해서는 결국 주머니가 든든해야 했으니까.

    갓워즈의 경우에는 그냥 든든하다 못해 안에 든 것 때문에 주머니가 터질 수준이 되어야 했다.

    결국 주머니에 돈이 없는 이들은 게임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자체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게임을 하는 이라면 어렵더라도 그 과정을 즐기면 될 일.

    그러나 미다스의 경우는 달랐다.

    ‘이 게임 때문에 별의별 짓을 다 했지.’

    어떻게든 남들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내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그를 통해 돈을 벌어야 했던 미다스에게 자기만족 따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때문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기름 포션도 그때 나왔고.’

    그때 미다스가 만든 것이 바로 기름 포션이었다.

    어려운 개념은 아니었다.

    그냥 몸뚱이에 불을 질러봐야 생각보다 잘 타오르지 않는 법.

    ‘고블린 잡으려고 만들었지.’

    고블린 같이 머리털조차 없는 몬스터의 경우에는 공격 당한 부위는 화상을 입을지언정 몸에 불이 붙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그런 불길을 1초라도 더 붙게 하기 위한 방법은?

    여기서 기름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기름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 기름을 보관하고 동시에 표적에 뿌릴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의 존재.

    아쉽게도 갓워즈에 분무기나 물총 같은 것을 구하거나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거대한 용기에 기름을 채워둔 채 물을 따르듯 따르는 건 너무 불편한 일.

    ‘그때 빈 포션병을 떠올린 건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어.’

    거기서 미다스는 빈 포션병을 떠올렸다.

    값비싼 포션을 사용하고 나면 그냥 버리는 그 빈 포션병이라면 구하기도 쉽고 사용도 쉬우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구한 빈 포션병에 기름을 채웠다.

    ‘그게 인벤토리에 들어갈 줄이야.’

    결정적으로 아이템 취급을 받아 인벤토리에 저장이 되는 걸 확인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것이 알려지는 순간 화염계 마법사들에게 기름 포션은 없어서는 안 될 핫 아이템이 되었다.

    ‘특허만 낼 수 있었어도······.’

    그 사실을 제 스스로 알아낸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참으로 아쉬운 대목.

    ‘뭐, 지나간 이야기지.’

    허나, 그때의 아쉬움을 미다스는 지금 와서 곱씹지 않았다.

    ‘트럭에 치여서 회귀라도 하지 않는 이상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이야기.’

    과거는 제아무리 곱씹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미다스가 뒤가 아닌 앞을 바라보았다.

    끼이!

    그런 미다스의 눈앞에 고블린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노란색!’

    가슴 속에 노란 빛을 품은 고블린이.

    4.

    빠각!

    기름을 가득 채운 포션병이 고블린의 뒤통수와 충돌하며 앙칼진 소리를 내뱉었다.

    끽!

    곧바로 고블린의 입에서는 놀람 섞인 비명이 나왔다.

    놀란 고블린이 그대로 병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퍼엉!

    성인 남자의 주먹 크기의 불덩이가 그대로 고블린의 머리통을 단숨에 후려쳤다.

    끼이이!

    고블린이 괴성을 내지르며 불덩이에 맞은 얼굴을 손으로 쉴 새 없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화르르!

    그와 동시에 고블린의 뒤통수에 불이 붙었다.

    끼이끼이!

    고블린이 이제는 손을 바꿔 얼굴이 아닌 제 뒤통수를 손으로 털어내기 시작했다.

    빠각!

    그러자 이번에는 기름 포션병이 훤하게 드러난 고블린의 미간에 꽂히며 박살났다.

    고블린의 얼굴이 기름 범벅이 됐다.

    화르르!

    자연스레 뒤통수에 붙은 불길이 고블린의 얼굴로 이어지며 고블린의 머리통이 삽시간에 불덩이가 되었다.

    그러한 불덩이를 끄기 위해 고블린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 미다스가 등장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등장 앞에서 고블린은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일단 미다스를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끼이!

    더불어 고블린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놈의 두 손은 오로지 제 머리통에 달라붙은 불을 끄기 위해 동원되고 있었다.

    완벽할 정도의 무방비 상태.

    뻐억!

    그런 고블린의 몸뚱이를 향해 미다스의 몽둥이가 자비 없는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고블린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는 상황.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지.’

    달리 말하면 고블린을 완벽하게 잡을 수 있는 공략법이었다.

    그러한 공략법 앞에서 고블린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HP 일정 수준 아래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뿐.

    끼이!

    그렇게 HP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순간 고블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한 고블린의 도주에 미다스는 뒤쫓지 않았다.

    “파이어볼.”

    그는 그 자리에서 마법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 위에 자그마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마법진은 실타래 형태로 변하더니 이내 불덩이로 변했다.

    미다스는 그 불덩이를 가볍게 쥔 채 그대로 고블린을 향해 가볍게 캐치볼을 하듯이 자세를 잡았다.

    허나, 바로 던지진 않았다.

    미다스는 기다렸다.

    ‘10미터.’

    고블린과의 거리가 10미터, 그 이상이 되는 순간 불덩이를 던졌다.

    퍼엉!

    그렇게 손을 떠난 불덩이는 도망치는 고블린의 뒤통수에 정확하게 꽂혔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게 마무리를 짓는 순간.

    [고블린을 잡았습니다.]

    [핀포인트 제구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그리고 미다스의 오늘 목표가 완수되는 순간이었다.

    ‘오케이.’

    미다스는 곧바로 상황을 정리했다.

    ‘고블린 가죽 30장 다 모았고.’

    일단 아이템을 확인했다.

    “아이템 루팅.”

    고블린 시체에서 아이템 루팅을 마친 후에 인벤토리를 열었다.

    고블린 가죽 30장 그리고 고블린의 원한 7개가 눈에 들어왔다.

    문외한이 보기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결과물.

    그러나 갓워즈에서 고블린을 잡아본 플레이어라면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칠 만한 결과물이었다.

    고블린의 원한이 나올 확률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3.3퍼센트, 30마리 당 한 마리 꼴로 알려져 있었으니까.

    ‘말도 안 되는 비율이야.’

    그런데 미다스는 30마리를 잡으면서 무려 7개나 되는 고블린의 원한을 얻은 셈.

    ‘이 정도 페이스면 이번 달 생활비랑 게임비는 문제없겠어.’

    수익으로도 결코 적지 않았다.

    ‘오늘 집에 들어갈 때 혜린이 주게 아이스크림이나 사가야지.’

    귀여운 조카를 위한 간식거리를 기꺼이 사들고 집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

    ‘룬 보상은······.’

    물론 그보다 더 큰 것은 새로운 타이틀과 그에 따른 룬 보상이었다.

    [핀포인트 제구]

    - 타이틀 설명 : 투척 마법으로 표적의 머리를 정확하게 맞출 줄 아는 이에게 주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지력과 마력 +2

    마력과 지력 +2, 마법사 클래스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가치 있는 효과였다.

    아니, 충분한 정도가 아니었다.

    [미다스]

    - 레벨 : 3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10)/체력(5+10)/지력(11+12)/마력(7+12)

    - 잔여 스탯 : 4

    능력치창의 스탯을 확인한 미다스는 보고도 이 결과물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거 실화냐?’

    사실상 스탯 자체만 놓고 보면 제대로 된 아이템을 착용하지 않은 10레벨 플레이어와 비슷한 수준.

    이 구간에서 그 정도 차이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그게 타이틀 그리고 보상으로 주어지는 룬의 위력이었다.

    ‘그보다 이 타이틀 조건들······.’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이 정보를 파는 것 역시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었다.

    더욱이 이번 정보들 중에는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보다 훨씬 비싸게 팔릴 만한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상위 레벨의 플레이어들도 눈독을 들일만한 것들.

    ‘일단 킵이다.’

    물론 당장 팔 생각은 없었다.

    정보를 판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뿐더러,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온 미다스는 정보를 파는 대가로 얻는 것이 경쟁자들의 성장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동시에 굳이 급하게 팔아치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미친놈이 갑자기 이런 정보를 공짜로 풀지 않는 이상 제값은 언제든 받을 수 있는데 지금 염가에 팔아치울 이유는 없지.’

    이례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이 정보는 언제든 돈과 교환할 수 있는 화폐 역할을 해줄 수 있었으니까.

    당장 지금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는 셈.

    ‘문제는 이다음이네.’

    오히려 지금 당장 고민할 건 따로 있었다.

    ‘연계 퀘스트를 받아야 해.’

    미다스가 굳이 힘들게 30장이나 되는 고블린 가죽을 모은 건 다름 아닌 하이든으로부터 숨겨진 퀘스트를 받기 위함.

    받는 건 문제 될 게 없었다.

    ‘탐험가 길드랑 마찰 없이.’

    문제는 그 과정에서 하이든 옆에 달라붙은 탐험가 길드 소속 관리자를 상대로 상황을 잘 넘어가야 한다는 것.

    만약 의심을 받는다면 차후 골치 아픈 일이 생길지도 몰랐으니까.

    ‘뭐, 어려울 건 없지.’

    물론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마련해둔 상태였다.

    ‘고객은 왕이니까. 특히 진상 고객은 왕중왕이지.’

    5.

    서비스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관리다.

    제아무리 좋은 사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법.

    탐험가 길드, 그들이 NPC들마다 관리자들을 붙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수고하십니다.”

    미다스가 NPC하이든이 아닌 그 옆에 있는 관리자 욜, 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인사에 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퀘스트 받으러 오셨습니까?”

    “아뇨, 퀘스트 보상받으러 왔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는 퀘스트를 받을 무렵에 보여주었던 탐험가 길드의 확인증을 보여주었다.

    욜은 그 확인증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꽤 빨리 재료를 모아오셨군요.”

    확인증에 적힌 시간을 확인한 욜이 생각보다 이른 퀘스트 완료에 툭, 말을 던졌다.

    “실력이 제법 있으신 모양입니다.”

    “그럴 리가요.”

    그 사이 자연스레 짤막한 대화가 오고 갔다.

    “고블린 한 마리 잡으려다가 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요?”

    그 짤막한 대화에 욜은 바로 머릿속으로 그림을 완벽하게 그릴 수 있었다.

    ‘생초보.’

    눈앞의 플레이어는 갓워즈를 해본 적 없는 초보이며, 고블린 사냥에서 아주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았을 것이다.

    ‘포기하고 재료를 사온 모양이군.’

    자기 힘으로 아이템 재료를 모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경매장에서 재료를 사왔으리라고.

    “처음에는 게임 좀 즐기면서 익숙해지려고 직접 고블린 사냥해서 재료 모으려고 했는데 그러다간 게임오버 당할 거 같더라고요.”

    그러한 욜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미다스가 욜의 예상과 똑같은 대답을 꺼내줬다.

    욜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에 대한 미소.

    ‘조만간 호구가 되겠네.’

    그리고 눈앞의 인물이 갓워즈에 돈을 바치는 무수히 많은 호구 중 하나가 되리란 사실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대개 그랬다.

    ‘고블린도 못 잡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지.’

    욜이 탐험가 길드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관리자 노릇을 하면서 본 플레이어들 중에 고블린을 잡지 못해 정말 쓸모없는 재료 아이템을 비싼 값에 사와서 퀘스트를 공략하는 플레이어들은 대개 자기 힘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했다.

    그 후의 결과 역시 대개 뻔했다.

    ‘결국 우리 도움을 받는 수밖에.’

    RPG, 롤 플레잉 게임에서 한 사람 몫도 못하는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파티에서도 껴주지 않았고, 낀다고 해도 결국 비슷한 수준끼리 모인 수준 이하의 파티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 리 만무.

    결국 비싼 돈을 내고 탐험가 길드의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거나 탐험가 길드의 헬퍼를 고용해서 레벨을 올리고는 한다.

    그러한 부류들이 탐험가 길드가 승승장구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였다.

    ‘병신 새끼들이라니까.’

    갓워즈에 게임을 돈을 바치는 그들을 욜은 병신이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당연히 미다스를 바라보는 욜의 표정에는 자신보다 하등한 것을 보는 낌새가 깃들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기다리던 표정이었다.

    “그럼 퀘스트 보상 좀 받을게요.”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NPC하이든에게 말을 걸었다.

    “부탁하신 고블린 가죽입니다. 전부 가져왔습니다.”

    “오! 수고했네.”

    NPC하이든과 짧은 대화가 오고 갔다.

    욜은 그 과정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바라만 봤다.

    [하이든에게 고블린 가죽 30개를 주었습니다.]

    이윽고 시스템 알림이 들리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어? 뭐야?”

    갑작스러운 소란에 욜이 고개를 갸웃했고, 미다스는 그를 향해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왜 고블린 가죽을 다 가져가?”

    무언가 이상한 낌새에 욜이 그대로 굳어버리는 사이 NPC하이든이 먼저 움직였다.

    “자네의 능력이 대단하군.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나?”

    “예?”

    “고블린 중 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고블린의 원한을 가져다주게.”

    그 말에 미다스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아, 예.”

    [하이든의 부탁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곧바로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놀란 표정으로 욜을 보며 말했다.

    “어? 퀘스트 생겼네?”

    그 순간 욜의 표정이 굳었다.

    “퀘스트라고?”

    퀘스트의 발생 유무는 NPC와의 대화만으로도 눈치 챌 수 있는 법.

    그게 탐험가 길드의 관리자들이 NPC 옆에 붙는 이유였다.

    탐험가 길드 입장에서는 NPC는 상품이었으니까.

    즉, 지금 상황은 그런 NPC가 멋대로 상품을 돈을 내지 않은 고객에게 준 셈.

    만약 이게 의도된 것이라면 탐험가 길드 입장에서는 절도를 당한 것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경매장에서 고블린 가죽을 구매하려다가 잘못해서 30개를 구매했는데······.”

    그러나 의도치 않은 거라면?

    그럼 상황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얘가 갑자기 다 가져가네?”

    그래서 미다스는 기꺼이 바보 연기를 했다.

    돈을 내지 않으면 갓워즈란 게임을 조금도 플레이할 수 없는 무능력한 호구로, 퀘스트를 털어먹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바보로.

    “관리자님, 당신이 직접 봤잖아요? 나 아무 짓도 안했어요. 젠장! 고블린 가죽 20개가 그냥 날아갔잖아!”

    그 순간 미다스가 분위기를 바꾸었다.

    “아니, 이런 거 미리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돈 받고 퀘스트를 제공했으면 잘 말해줘야죠! 내 고블린 가죽 20개 어떻게 할 거예요!”

    오히려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미다스의 말이 아주 타당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탐험가 길드가 제대로 서비스를 설명해주지 않은 탓에 고블린 가죽 20장을 손해 본 상황 아닌가?

    무엇보다 그는 서비스를 돈을 주고 구매한 상황이었다.

    ‘탐험가 길드의 약점은 고객에게는 약하다는 거지.’

    그게 탐험가 길드의 약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방해하는 자들에게는 저승사자, 그 이상이지만 반대로 고객 앞에서는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답은 뻔하지.’

    물론 탐험가 길드는 이런 상황에 맞게 나름의 매뉴얼을 만들어두었다.

    “죄송합니다. 탐험가 길드가 모든 퀘스트를 아는 건 아닙니다. 더욱이 이번 일은 안타깝지만 고객님의 실수입니다.”

    문제는 당신 책임이니, 알아서 처리해라.

    “분명 거래 약관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미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어두었다.

    “약관에요?”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준수할 것, 그러지 못할 경우 모든 책임은 귀하에게 있습니다, 라고 분명 적혀 있습니다.”

    약관.

    그것을 언급하는 욜의 말에 미다스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 알고 있지.’

    그도 그런 약관이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젠장, 그러니까 보상이 안 된다는 겁니까?”

    “예.”

    “그럼 그냥 이 퀘스트를 알아서 해라?”

    “예.”

    “이 퀘스트를 깨든지 말든지 다 내 책임이니 탐험가 길드에 묻지 말고 혼자 알아서 해라?”

    “예.”

    앞서서 나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것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매우 사무적인 표정과 어조 속에서 나오는 욜의 대응에 미다스는 분노 가득한 표정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그러더니 이내 긴 한숨을 내뱉었다.

    “에휴, 일진이 왜 이러냐······.”

    그 푸념에 욜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좃될 뻔했네.’

    욜은 자신이 잘 처리한 덕분에 이 상황이 확실하게 마무리됐음을 파악했다.

    ‘호구 병신 새끼 때문에 시말서 쓸 뻔했어.’

    그와 동시에 미다스와 자신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쳤다.

    괜히 이 골치 아픈 놈과 더 이상 연관되고 싶지 않다, 대화도 하기 싫다, 그러니 말도 걸지 마라, 그러한 의미의 벽을.

    그 앞에서 미다스는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젠장, 내가 이 퀘스트 어떻게든 깨고 만다. 내 아까운 고블린 가죽 20장······.”

    그 투정과 함께 미다스는 퀘스트창을 파악했다.

    [하이든의 부탁]

    - 퀘스트 랭크 : 레어

    - 퀘스트 레벨 : 1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하이든이 당신의 능력을 높게 보고 특별한 부탁을 했습니다. 고블린의 원한 2개 구해오십시오.

    - 퀘스트 보상 : 30골드, 경험치, 호감도

    !고블린의 원한 7개를 모아올 시 ‘하이든의 연구(등급 : 유니크)’ 이벤트 발생.

    ‘응?’

    그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이내 욜을 향해 말했다.

    “저기 다시 물어보는데, 이 퀘스트는 깨든 말든 알아서 하면 되는 거 맞죠?”

    욜은 더 이상 미다스와 대화로 엮이는 것조차 싫다는 듯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가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깨줘야지.’

    매우 진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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