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1화 (11/485)

11화.  4화. ! (1)

1.

플레이어들이 비싼 돈을 내서 갓워즈를 하는 이유는 많았다.

현재까지 나온 제대로 된 가상현실게임이 갓워즈밖에 없다는 것부터, 이제는 사람의 가치가 갓워즈의 플레이 유무로 정해지고, 세상 모두가 갓워즈만을 떠벌린다는 것.

“갓워즈? 솔직히 스킬 쓰는 맛에 하는 거지.”

하지만 개중에서도 굳이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라면 대부분은 스킬을 꼽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이템은 좋은 거 들어봐야 몬스터 상대할 때나 체감이 되지만, 스킬은 다르지. 내가 마블이나 디씨 코믹스의 히어로가 되는 기분이라고.”

“고이다 못해 석유가 되어버린 인간들 천지이지만 그래도 레벨 올리고, 새로운 스킬 배워서 쓰는 맛에 들리면 안할 수가 없어. 까놓고 내 위에 누가 있든 알게 뭐야? 갓워즈 안에서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데.”

“현실에서는 아무리 지랄해도 하늘을 날 수 없지만, 갓워즈는 누구든 노력하면 하늘을 날 수 있지. 물론 무자본으로 하려면 엄청난 노오오력이 필요하겠지만.”

세상천지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무대 위에서 초능력과 같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건 인류의 오랜 로망이었으니까.

그게 사람들이 갓워즈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스킬이야말로 갓워즈의 꽃인 셈.

“그래서 스킬 카드가 좃나게 비싼 거야.”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한 스킬을 즉시 입수할 수 있는 스킬 카드의 가격은 매우 비쌌다.

정말 쓸모없어 보이는 스킬 카드, 대체 왜 이런 스킬 카드를 만들고 지랄이야?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것도 최소 수십만 원이었고, 정말 비싼 것은 액수를 듣는 순간 너 지금 장난해?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레전더리 등급 이상의 스킬 카드 같은 경우는 금액적인 부분으로는 흥정이 안 되기에 동급의 스킬 카드 혹은 아이템으로 물물교환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

“솔직히 스킬 카드를 구매해서 쓰는 건 돈이 썩어 넘치는 인간이나 가능한 짓이야.”

그런 이유로 스킬 카드를 직접 구매해서 쓰는 것은 무척 힘들었다.

다행히도 갓워즈에서는 스킬 카드를 구매하지 않고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결국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레벨업 구간마다 주는 스킬 카드로 스킬을 익히는 수밖에.”

갓워즈는 일정 레벨을 달성할 경우 혹은 특별한 타이틀을 확보하거나, 퀘스트를 공략했을 경우 자신이 모시는 신좌로부터 거래가 불가한 스킬 카드를 하나 받을 수 있었다.

“아주 좋은 시스템이지. 랜덤이란 것만 빼면 말이야.”

문제는 그것마저 운에 기대야 한다는 것.

“100장 중에 원하는 스킬이 나오기를 바라는 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것도 수능문제마냥 다섯 개 중 하나를 고르는 오지선다 수준이 아니라 무려 백 개나 되는 선택지 중 하나를 무작위로 골라야 했다.

“이러니 운빨좃망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잖아?”

운이 좋은 자들이 갓워즈에서는 그토록 대단한 존재로 대우받을 수 있는 이유였다.

그 사실에 미다스 역시 이제까지 무수히 많은 피를 보았다.

‘이 카드깡이 제일 싫었지.’

힘들게 레벨을 올려서 속칭 카드깡을 할 기회가 왔을 때마다 그는 신께 진심으로 기도했다.

제발 도움이 되는 스킬 좀 나와 달라고.

물론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해서 성과를 얻었던 적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간절하게 기도해야 했었으니까.’

그럼에도 언제나 기도했었다.

미다스, 그에게 기댈 구석이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미다스는 가장 밑바닥 인생에서 그러한 것 따위에 진심으로 기도를 해왔다.

‘빌어먹게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나날.

‘이제는 그런 빌어먹을 짓은 할 필요가 없지만.’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그는 이제 굳이 운을 바라며 원하는 것이 나오기를 기도할 필요가 없었다.

보였으니까.

100장의 카드, 그 뒷면 너머에 있는 스킬들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보였으니까.

‘자, 그럼 뭘 고를까?’

미다스가 할 일은 그중 하나를 고르는 것뿐.

고르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일단 노멀 등급은 배제하고.’

당장 아무런 색도 빛나지 않는 카드들은 무시했다.

‘진짜 뻥카 겁나게 섞네. 90장이 노멀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선택지는 10개로 줄어들었다.

‘유니크는 한 장도 없고.’

개중에서 유니크 등급 스킬 카드는 한 장도 없었다.

‘이 중에서 공격 마법은 세 개.’

그중에서도 당장 쓸모가 있는 공격 마법은 세 장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긴 고민은 없었다.

‘그 세 개 중에서 당장 내가 제대로 쓸 수 있는 건 파이어볼 뿐.’

파이어볼.

그 스킬 카드 외에 나머지 스킬들은 솔직히 말해서 미다스에게 의미가 없었다.

불의 마법사, 그게 미다스가 5년 넘게 갓워즈에서 해온 직업이었으니까.

‘차라리 잘 됐어.’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파이어볼이 나온 것은 그에게 나름 최고의 상황이었다.

‘굳이 새로운 거에 익숙해지려고 훈련을 할 필요도 없으니.’

파이어볼 스킬의 사용법에 대해서는 이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었으니까.

사고가 거기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손은 이미 파이어볼 스킬 카드를 향하고 있었다.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스킬 ‘파이어볼’을 습득했습니다.]

미다스, 그가 첫 번째 스킬을 손에 넣는 순간이었다.

‘아.’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전의 키우던 캐릭터가 파이어볼을 손에 넣기 위해 보내온 나날들이 떠올렸다.

‘그때 이거 얻으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었는데······.’

전에 키우던 캐릭터의 경우에는 파이어볼 스킬을 얻는 게 무척이나 어려웠다.

일단 그 무렵은 갓워즈가 막 서비스 될 무렵이라 돈으로 구매할 수도 없을 만큼 스킬 카드 매물이 말라있을 때였다.

더불어 카드깡으로 파이어볼 스킬을 얻은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

그러면서도 파이어볼은 매우 중요한 스킬로 인정받았기에 수요자들은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파이어볼 스킬 카드를 받을 수 있는 퀘스트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도움이 없었으면 못 얻었지.’

그마저도 주변 도움을 적잖게 받았었다.

‘전직 야구선수가 아니었으면 도움도 못 받았을 테고.’

전직 프로야구선수라는 타이틀이 나름 미다스를 투자하고, 도와줄 가치가 있는 플레이어로 만들어준 덕분이었다.

물론 그 후 미다스의 수준이 기대 이하라는 게 밝혀졌을 때 그들은 매몰차게 미다스를 떠났다.

정확히는 미다스는 그들을 쫓아가지 않았고, 그들은 미다스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 바닥이 다 그렇지 뭐.’

미다스가 그때 느꼈던 씁쓸함 감정을 곱씹으며 자신의 눈앞에 새로 배운 스킬의 정보창을 띄었다.

[파이어볼]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파이어볼을 소환할 수 있다.

질리도록 봤던 담백한 정보창이 보였다.

‘응?’

그리고 그 아래로 눈이 뻑뻑해질 정도로 까마득한 정보들이 보였다.

!표적과의 10미터 이상 거리에서 33회 연속 명중 시 타이틀 ‘던질 줄 아는 자’ 획득

!109회 연속 명중 시 타이틀 ‘조준할 줄 아는 자’ 획득

!10회 연속 표적의 머리 명중 시 타이틀 ‘핀포인트 제구’ 획득

!100회 연속 파이어볼로 몬스터에 마지막 일격을 넣을 시 타이틀 ‘파이어볼러’ 획득

‘타이틀 달성 조건!’

파이어볼 스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타이틀, 그 타이틀을 얻기 위한 조건들이었다.

너무나도 많아서 글자들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맙소사!’

그제야 미다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까지 보여?’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생각을 바꿨다.

‘이러면······ 계획 수정이다.’

계획을 바꿀 필요성을 느낀 미다스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로그아웃부터 하자.’

2.

삐이!

게이트 캡슐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정현우가 감았던 두 눈을 떴다.

먹먹했던 시야가 빠르게 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형!”

그런 시야 사이로 이혁주의 얼굴이 보였다.

“왜 이렇게 자주 나와요?”

그렇게 보게 된 이혁주의 표정에는 정현우를 향한 무언의 불만이 담겨 있었다.

그 사실에 정현우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야, 문제 생기면 나올 수도 있는 거지. 누군 좋아서 나오냐?”

“형, 문제는 없는 거죠?”

거듭된 이혁주의 재촉에 정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무슨 일 있어?”

“지금 어비스 길드가 투헤드 드래곤 레이드 중이잖아요!”

“오오오오오!”

이혁주가 그 말을 끝내는 순간 캡슐방 한 곳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강림의 노래 시작됐다!”

“어비스의 뮤즈 떴어!”

“이설 나왔다!”

그제야 정현우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맞아, 어비스 길드 레이드가 지금이지.’

어비스 길드.

갓워즈 10대 길드 중 하나.

그리고 갓워즈를 대표하는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모아 최고의 결과만을 만들어내는 갓워즈 최고의 길드.

감히 닿을 수 없는 하늘 위의 별, 그것도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이 있는 곳이었다.

“형, 저 방송 좀 볼게요. 알아서 정리하세요.”

이혁주가 이토록 간절한 말을 내뱉으며 자기 본분도 있고 휴게실로 달려가게 만들 정도로 절대적인 마력의 빛을 내뿜는 별들.

정현우의 시선 역시 자연스레 휴게실 안으로 향했다.

그 순간 화면에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긴 흑발 생머리의 동양인 여인이 들어왔다.

- 아아아······.

황금빛을 내뿜는 새하얀 천 옷을 입은 여인은 두 눈을 감은 채 그리고 두 손을 모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노래였다.

‘작년에 저 노래로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 됐었지. 판매량이 압도적이었으니까.’

더불어 작년, 2037년 기준으로 그해 가장 많이 팔린 노래이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 어비스 길드의 뮤즈인데 당연한 거겠지.’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어비스 길드, 그곳을 대표하는 가수의 노래가 인기가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

더군다나 그녀의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그녀가 노래를 하는 곳은 언제나 세상 모든 이들의 손을 땀에 절게 만드는 치열한 전장이었고, 노래를 하는 이유는 그 전장에서 승리를 위한 것이었다.

백중지세, 그 접전 속에서 반전을 꾀하고 역전을 꾀하기 위해 내놓는 승부수인 셈.

‘이설.’

때문에 언제나 수억 명, 많을 때는 10억 단위의 시청자를 불러 모으는 어비스 길드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 속에서 이설, 어비스의 뮤즈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은 하이트라이트와 같았다.

가장 빛나는 순간.

“여신 강림했다.”

“누구야? 헤라나 프레이 같은 거 나오면 골 때리는데?”

“니케다! 승리의 여신이다!”

“캬, 게임 셋이네!”

그리고 그 순간이 끝나면, 그때는 이제는 숨 쉴 틈 하나 없는 폭발적인 질주가 시작되고는 했다.

지금 화면 속의 상황도 그랬다.

이설, 그녀의 노래에 하늘에 구름이 끼고 그 구름이 갈라지며 날개 달린 천사 한 명이 창을 쥔 채 내려와 머리 두 개 달린 거대한 드래곤을 향해 그 창을 내던졌다.

- 크오오오!

드래곤은 괴성을 내질렀고, 그것을 본 어비스 길드원들의 후방 부대들이 움직였다.

“멀린이다!”

그 상황에서 화면은 이내 금발 머리칼에 하얀 피부를 가진 미남자를 줌인했다.

“대마도사 멀린!”

멀린.

갓워즈에서 두 번째로 대마도사 된 플레이어.

그리고 갓워즈에 존재하는 모든 대마도사 중에서 가장 드높은 곳에 위치한 플레이어.

더 나아가 갓워즈의 모든 마법사들의 정점에 존재하는 플레이어.

“자막이네?”

“새로운 스킬 공개라고?”

그런 멀린이 세상 무수히 많은 이목 앞에서 꺼낸 것은 이제껏 방송에서 보여준 것 없는 스킬이었다.

- 쿵!

멀린, 그가 손에 든 3미터 길이의 거대한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자 지진이 일어난 듯이 땅이 들썩였다.

그 들썩임과 함께 땅바닥의 모래들이 멀린의 머리 위로 떠오르더니 이내 마법진의 형태를 갖추었다.

지름 50미터짜리 거대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자막이 바뀌었다.

“플레임 드래곤?”

“우와!”

그 자막 등장과 함께 그 허공에 생성한 마법진에서 불꽃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드래곤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 크오오오!

등장한 플레임 드래곤은 그대로 투헤드 드래곤을 향해 용의 울음을 토해내며 달려들었다.

그 광경 앞에서 더 이상 감탄 어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침 삼키는 소리마저 삼킨 채 화면을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을 뿐.

‘대단하네.’

그러한 화면 속 광경에 미다스 역시 혀를 내둘렀다.

‘전술 따윈 없이 그저 스킬로 압도하는군. 페이즈고 패턴이고 나발이고 그냥 스킬빨로 무시해버리네.’

전술조차 없이 그저 강력하기 그지없는 스킬의 위력으로 보스 몬스터를 압도하는 그 광경은 장담컨대 갓워즈 내에서 어비스 길드를 포함한 극소수의 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광경이었다.

‘같은 게임을 하는데 다른 세상 이야기야.’

미다스, 그에게는 꿈을 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광경.

허나, 그 사실에 미다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뭐,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야지.’

자신 같이 쥐뿔도 없는 것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따로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방법이 무엇인지 미다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 기름하고 포션병 좀 구매해볼까?’

그렇게 미다스가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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