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3화. ? (3)
10.
갓워즈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 갓워즈를 잘하는 것만으로 대기업 임원조차 어이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을 돈을 벌 수 있게 됐을 때, 몇몇 사람들은 의문을 던졌다.
“과연 갓워즈에 도움이 되는 현실에서의 운동이나, 격투기가 있을까?”
“현실에서 어떤 운동을 해야 갓워즈를 플레이하는데 도움이 될까?”
그 질문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양궁이었다.
“활 좀 쏠 수 있는 원거리 딜러는 귀족이 아니라 왕족이다!”
갓워즈에서 궁수 클래스가는 핵심 데미지 딜러 역할 중 하나였다.
더불어 플레이어에게 높은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는 클래스이기도 했다.
활을 쏘는 행위는 그저 자기 깜냥만으로, 어설픈 숙련도로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갓워즈 초창기에 최고 몸값을 기록한 프로 플레이어들 중에는 양궁 메달리스트들이 꽤 많았다.
어쨌거나 양궁이 가장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양궁 다음으로 도움이 되는 운동은 뭘까?
의외로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야구였다.
“무언가를 던져서 맞추는 행위, 방망이를 들고 무언가를 때리는 행위를 가진 운동은 야구나 크리켓 정도밖에 없다.”
야구선수들의 방식은 생각보다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았다.
실제로 결과물도 좋았다.
마법사 클래스들 중에서는 야구 선수 출신이나 야구 경험이 있는 이들이 제법 많았고, 그들은 나름대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나름 프로 야구 선수까지 되었던 그의 재주는 게임 속에서 그를 그나마 게임으로 먹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미다스가 정말 보잘 것 없었다면 프로 자체가 될 수 없었으리란 점이었다.
그래도 나름 중학교, 고교 시절에는 팀에서 잘 나가던 선수였었다.
팀의 원투 펀치 선발투수였고, 타석에서는 4번 타자는 아니더라도 그 앞뒤를 책임지는 중심 타자였다.
고교 시절을 기준으로 한다면 통산 타율이 3할 3푼 1리에 홈런도 3개나 있었다.
즉, 미다스는 왕년에 방망이 좀 휘두를 줄 알았다.
빠악!
그러한 미다스의 스윙이 고블린의 눈두덩이를 정확하게 후려쳤다.
끽!
그 정확한 타격에 고블린이 비명만 내지른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간만에 손맛 좀 보네.’
그렇게 쓰러진 고블린을 앞에 둔 미다스는 곧바로 추가 공격을 하지 않았다.
‘타이밍 잡고.’
초보자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단시간 내에 보다 많은 데미지 딜링을 하려고 덤벼든다는 것이었다.
초보자들에게는 그게 상식이었다.
쓰러진 상대에게 마운트 포지션을 잡는 게 유리하다, 격투기 시합을 보면 쉼 없이 그러한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기서 주제넘게 비비기를 시도할 필요는 없지.’
그러나 그 마운트 포지션이란 것을 잡기 위해서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 위해서 격투기 선수가 하는 노력과 훈련의 양을 생각한다면 그걸 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감히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고블린은 사람과 다르다.
육체적 능력을 따라 신체적 조건이 다른 고블린을 상대로는 그래플링 좀 한다는 격투기 선수들조차 애를 먹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왔다.’
쓰러진 고블린이 일어나는 순간, 그 순간을 노리고 재차 공격을 하면 될 뿐.
빠악!
미다스의 두 번째 스윙이 다시 한 번 고블린을 그대로 후려쳤다.
정말 흠잡을 것 하나 없는, 모든 힘을 제대로 배트에 담아 표적을 때려내는 스윙이었다.
끼익!
그 완벽한 스윙에 고블린이 좀 더 섬뜩한 소리를 내뱉으며 바닥에 더 거세게 넘어졌다.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신호.
물론 미다스에게 그러한 고블린의 신호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HP가 쭉쭉 다는군.’
그의 눈에는 지금 고블린의 HP를 비롯해 모든 능력치 상태가 완벽하게 보였으니까.
그럼 그에 따른 공략법을 꺼내기만 하면 될 뿐.
‘모험은 없는 새끼들이나 하는 거지.’
서두를 이유는 없었고, 무리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예전의 나처럼 쥐뿔도 없는 새끼들이.’
무엇보다 미다스는 지금 이 순간을 나름 즐겼다.
그러한 미다스의 홈런 스윙이 네 번 정도 이루어졌을 때, 그때 고블린의 비명이 달라졌다.
끼이이이!
좀 더 긴, 이제는 독기가 품어진 비명이 나왔다.
그 비명과 함께 쓰러진 고블린이 곧바로 바닥을 네발로 기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주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오케이.’
그러나 미다스는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짱돌 하나를 더 꺼낸 후에 도망치는 고블린의 동선을 예측했다.
그리고 그대로 손에 들고 폼을 잡았다.
“후우!”
그 후 짧은 숨소리와 함께 돌을 던졌다.
빡!
그렇게 미다스가 던진 짱돌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 그대로 고블린의 뒤통수, 그 정확히 한가운데에 제대로 꽂혔다.
[고블린을 사냥했습니다.]
첫 사냥이 완료되는 순간.
그 사실에 미다스가 자신의 손가락을 가볍게 비볐다.
‘오늘 좀 긁히는 날인 모양이네.’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야구선수로 살면서 컨디션이 제일 좋았을 때의 날이 떠올랐다.
‘그래, 가끔 이런 날이 왔지.’
구속은 별볼일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운드에 서는 순간 타자를 잡을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 때의 느낌.
‘타자가 멈춘 것처럼 보일 때가.’
세상 모든 흐름이 느려지고, 오로지 자신의 사고와 감각만이 빨라지는 듯한 느낌.
조금 전 고블린을 상대할 때의 느낌이 그러했다.
‘오늘 느낌 좋다.’
정말 오랜만에 느낌이 좋았다.
그 느낌을 품은 채 미다스가 자신이 잡은 고블린 앞에 섰다.
거듭된 몽둥이질에 두개골을 비롯해 뼈가 부러지고, 눈이 터진 그 모습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러한 고블린의 처참한 몸뚱이에 미다스는 자신의 손바닥을 올려놓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아이템 루팅.”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2개 추가되었습니다.]
곧바로 아이템을 얻었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고, 미다스가 아이템 내용을 확인했다.
[고블린의 원한(레어)]
- 아이템 효과 : 아이템 제작 시에 고블린의 원한을 심어 보다 특별한 능력을 만들 수 있다.
고블린의 원한.
기본 아이템 제작 시에 넣을 경우 레어 등급 아이템으로 만들어주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그냥 레어 등급 아이템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10만 원짜리.’
더불어 나름 돈이 됐다.
구매력이 강한 플레이어들이 아낌없이 돈을 써서, 심지어 이혁주처럼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게임에 투자를 하는 갓워즈에서 보다 나은 아이템의 가치는 비싼 게 당연지사.
‘캡슐방 요금 벌었다.’
한 푼이 없는 미다스에게 있어서는 큰 소득이었다.
‘가만. 내가 아이템으로 돈 번 게 얼마 만이지?’
더불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득이었다.
‘마지막으로 득템한게······.’
프로 플레이어가 된 이후에 그는 노동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을 뿐, 그 외의 성과물에 대해서는 그 어떤 대가를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가 아무리 데미지 딜링을 끝내주게 해서 몬스터를 잡아도, 그 몬스터에서 나오는 아이템 따위는 그를 고용한 길드 혹은 게임 컴퍼니의 몫이었으니까.
그가 아이템에 손을 대는 건 쉽게 말하면 도둑질이고, 횡령이고, 강탈이었으니까.
‘득템, 진짜 오랜만이네.’
그 사실에 미다스는 잠시 멍해졌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을 두드리는 느낌에 모든 것이 먹먹해졌다.
끼이!
그 먹먹한 감성을 깨운 것은 고블린의 목소리였다.
끼이!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의 목소리에 미다스가 먹먹한 표정 대신 두 눈에 긴장감을 뿜어댔다.
‘아차!’
그제야 미다스는 깨달았다.
‘전투 중!’
지금 자신은 몬스터들의 위협이 곳곳에 존재하는 곳에서 홀몸으로 전투 중이라는 것을.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곧바로 숨을 죽인 채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등장한 고블린들을 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젠장, 주변에 다른 고블린은 없었는데 대체 어디서 갑자기······.’
그러면서 작은 의문을 품었다.
분명 주변 상황을 파악했는데 왜 갑자기 고블린이 두 마리나 등장한 것일까?
‘아.’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HP가 20퍼센트 밖에 남지 않은 고블린의 상태가 보다 확실하게 말해주었으니까.
‘도주 중이구나.’
놈들은 도망치고 있다는 것을.
‘주변에 플레이어는······ 없네?’
그리고 놈들은 도주에 성공했다는 것을.
갓워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간신히 다 잡은 몬스터가 도망치고, 그것을 쫓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결국 지붕 위 닭 보는 신세가 되는 건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갓워즈를 하는 플레이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역시.’
이 빌어먹을 게임!
‘이 게임은 쓰레기 게임이야.’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미다스의 손에는 짱돌이 쥐여 있었다.
11.
대부분의 게임이 그렇다.
남이 잡던 몬스터를 잡는 건 비매너다.
때문에 상처투성이가 된 채 도망치는 몬스터를 보면 플레이어들은 쉬이 손을 대지 못한다.
“상처 입은 몬스터는 건드리지 마. 그거 쫓던 플레이어들이랑 마주치면 개싸움 시작이니까.”
괜히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며, 그러한 것을 피하고자 하는 게 상식인들이었으니까.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굳이 추격자가 꼬리에 붙은 몬스터를 잡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허나, 이미 꼬리에 붙은 불을 뗀 몬스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법.
물론 보통은 그것을 구분하는 게 매우 힘들었다.
무엇보다 리스크가 컸다.
만약 그 몬스터가 탐험가 길드의 헬퍼가 고객을 위해 잡던 몬스터였다면?
골치 아픈 정도가 아니라 정신이 나갈 법한 일.
더욱이 플레이어들에게 상대방 플레이어의 소속을 그냥 눈으로만 보고 구분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다.
‘오케이, 추격자는 없다.’
하지만 몬스터만이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위치도 눈으로 볼 수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어렵지도 않은 일.
빠악!
미다스는 그렇게 자신에게 굴러온 호박을 향해 망설임 없이 짱돌을 던졌다.
[고블린을 사냥했습니다.]
10번째 고블린 사냥을 알리는 알림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 순간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미다스의 귀에 갓워즈의 모든 유저들이 가장 좋아하는 알림이 들려왔다.
‘왔다.’
그 알림에 미다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이 모시는 신께서 당신의 첫 성장에 주목합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의 첫 성장에 기회를 줍니다.]
처음 레벨업을 하는 순간, 2레벨이 되는 순간 모든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모시는 신으로부터 스킬 하나를 골라서 받을 수 있었다.
직접 고를 수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기회.
문제는 딱 하나였다.
[100장의 스킬 카드가 도착했습니다.]
뒷면이 보일 리 없는 100장의 카드, 그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것.
그러한 알림이 끝나기 무섭게 미다스의 눈앞으로 신용카드 크기의 카드 백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킬 카드 한 장을 선택하십시오.]
‘역시 운빨좃망겜이라니까.’
그리고 이어진 안내 알림에 미다스가 웃음을 머금었다.
비웃음이 아닌 함박웃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