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7화 (7/485)

7화.  2화. 이것도 보여? (3)

7.

갓워즈의 등장에 세상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반대로 공포를 느낀 이들도 있었다.

자신들의 아성이 갓워즈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리란 사실에 대한 공포였다.

“갓워즈의 등장으로 할리우드 스타들과 스포츠 스타들은 유성우가 될 것이다.”

개중에서도 스포츠 분야와 연예계 분야를 수놓던 무수히 많은 스타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공포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부와 명예 그리고 그 이상의 무언가마저 손에 쥐고 있었던 그들의 입지는 갓워즈란 이름 아래에 탄생한 별들 앞에서 화롯불처럼 하염없이 사그라졌다.

“반대로 더 많은 스타들이 등장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많은 이들이 갓워즈를 통해서 별이 되었다.

정말 별 볼 일 없는 주제에 일약 스타가 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아니, 오히려 현실에서의 온갖 종류의 제약에 얽매였던 이들이 갓워즈로 말미암아 제 재능을 빛냈다.

“갓워즈만 잘한다면 그 누구도 별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전쟁에서의 부상으로 반신불구였던 미국의 전쟁 영웅 하이튼 중사는 갓워즈를 통해서 그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하는 전승의 투사가 되었고, 할렘가에서 갱들의 칼에 목이 찔리는 바람에 목소리를 잃은 니첼은 갓워즈를 통해서 가장 아름다운 성가를 부르는 사제가 되었다.

현실이라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을 넘어 비참했을 운명의 소유자들은 갓워즈로 말미암아 부와 명예, 그것을 누리게 되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그러한 꿈을 품은 채,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은 채 갓워즈를 시작했다.

“씨발, 진짜 어렵네.”

“오크가 그렇게 셀 줄이야. 방송 보니까 오크는 그냥 쓰레기 치우듯이 잡던데.”

“와, 보는 거랑 하는 거는 전혀 다르구나.”

그리고 튜토리얼을 마치는 순간 그것이 정말 가당치도 않은 꿈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게 갓워즈에 튜토리얼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튜토리얼을 통해서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느끼게 해준다.

“젠장, 빌어먹을 게임이네.”

튜토리얼 과정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갓워즈란 게임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버러지와 같은지 알게 된다.

자신들이 영상으로 보던 그들의 들러리조차 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역시 다들 오네.”

“10분을 버티는 인간이 없네.”

“저 인간 오크랑 싸우던 인간 아니야?”

“저 인간이 가장 빨리 왔지.”

그러한 처지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 채 그 나물과 그 밥이 서로를 보듯이 쓴웃음을 짓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

물론 개중 눈썰미가 있는 몇 명은 이상한 것을 눈치 챘다.

“한 명 없네?”

“한 명?”

“막 도망치던 사람 하나 있었거든.”

그들 중에 아직 한 명이 오지 않았음을.

“안 죽었나?”

여전히 그 한 명이 튜토리얼을 플레이하고 있음을.

물론 거기까지였다.

“조만간 오겠지.”

그 이상 의문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애초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진짜 게임을 시작하자고!”

“갓워즈 시작이다!”

그들에게는 진짜 게임이 시작됐으니까.

미다스, 그는 그렇게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튜토리얼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8.

크어!

크아!

크르!

세 마리의 오크들, 그 우락부락하기 그지없는 괴물들이 거친 울음을 토해내며 그들이 자리 잡은 숲을, 나무와 나무가 만들어낸 사이 공간을 훑어보았다.

툭!

그때 부스럭거림 하나가 오크들의 귀를 건드렸다.

크아!

그 소리에 세 마리의 오크가 같은 소리를 내며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 순간이었다.

“후우!”

그 소리가 난 반대편 방향에 있던 미다스가 짧게 호흡하며 달리기 시작한 건.

간단한 방법이었다.

‘역시 돌 던지기는 언제나 유용하다니까.’

돌을 던져 그 소리로 몬스터들의 이목을 끈 후에 그 몬스터들이 소란을 내는 사이, 도망치는 건 누가 보더라도 어려울 것 없는 일이었으니까.

‘뭐, 잘 싸우는 놈들한테는 필요 없는 방법이지만.’

물론 갓워즈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들은 제 스스로를 사냥꾼이라고 생각하며, 마주하는 몬스터를 사냥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냥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돌을 던지는 짓까지 하는 건 웃기지도 않은 일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구차하게 게임을 할 바에는 게임을 접거나, 장렬한 전사를 택할 터.

‘이걸로 몇 번이나 살아남았지.’

허나, 미다스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구차하더라도, 비참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그 누구도 아닌 형과 조카를 위해서.

그 둘을 위해서 미다스는 살아남을 수 있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자신이 있었고, 그러한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두었다.

‘그동안 몬스터 어그로 피하는 방법은 이 악물고 습득했다.’

자연스레 미다스는 몬스터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어그로를 피하는 방법도 연구했다.

‘날 지켜줄 건 나밖에 없었으니까.’

잘나가는 마법사들에게는 언제나 가드맨이 붙으며, 마법사들은 그런 가드맨의 도움을 받는다.

영화 촬영으로 따지면 주연 배우 옆에 매니저와 보디가드가 붙어 다니는 셈.

반대로 말하면 그저 일용직 엑스트라에 불과한 미다스 같은 이에게 가드맨 같은 게 붙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다스는 결국 어떻게든 자력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도망치는 거 하나는 자신 있다고.’

강구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게 미다스의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좋아, 초록불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미다스가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어그로 끝!’

자신을 향한 오크들의 어그로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미다스는 그 순간 숨을 죽였다.

그 상태로 주변을 보았다.

보이는 시야는 좁았다.

나무 기둥과 수풀은 시야를 가렸고, 가뜩이나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빠끔히 내민 탓에 보이는 것은 적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그 나무 너머에서 반짝이는 초록불들이.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그 순간 미다스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59, 58.’

머릿속의 초침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 역시 미다스의 특기였다.

1분, 1초 단위로 이루어지는 긴박한 전투 속, 그 속에서 그 누구에게도 친절한 설명을 기대할 수 없는 미다스는 제 스스로 시간을 준수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4, 3, 2······.’

그러한 미다스의 카운트다운은 정확했다.

‘1.’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정확한 시간에 알림이 떴고, 그 알림이 뜨는 순간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할렐루야.”

자신에게 찾아온 기적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축하 인사가 나왔다.

크어!

크아!

오크들이 미다스에게 달려들었다.

“아차!”

그렇게 미다스의 튜토리얼이 끝났다.

9.

‘젠장.’

튜토리얼을 마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시작하는 시작의 마을.

그곳에 도착한 미다스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스스로를 자책했다.

‘영상 최악이네.’

자책의 이유는 다름 아니라 튜토리얼 내내 찍었던 플레이 영상.

‘마지막에 똥을 싸버렸어.’

미다스는 자신의 튜토리얼 과정 전부를, 1시간 11분짜리 영상을 저장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뭐, 그래도 증거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남은 건 판매처뿐인가?’

다름 아닌 자신이 얻은 튜토리얼 마스터 칭호 획득 방법이란 정보를 팔 때 쓰기 위한 증거를.

갓워즈에서는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되어버린 갓워즈에서 귀중한 정보를 뿌리는 것은 땅에 돈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무엇보다 갓워즈 내에서는 저작권이란 개념도, 특허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갓워즈의 정보는 갓워즈의 소유일 뿐, 그 외의 누군가 소유할 수 없는 법.

자신이 가진 정보가 유출되어서 타인의 손에 넘어갔다고 해서 권리를 주장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온갖 산업 스파이가 판을 치는 무대.

‘판매처만 잘 구하면 최소한 1백은 받을 수 있다.’

어쨌거나 본론으로 돌아오면 튜토리얼 마스터 칭호의 가치는 최소 1백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룬 가치만 보면 천만도 가능하지만······.’

사실 보상으로 보면 그 이상이었다.

[미다스]

- 레벨 : 1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근력(5+10)/체력(5+10)/지력(5+10)/마력(5+10)

모든 능력치 10포인트 증가, 이 룬의 효과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넘쳤다.

‘너무 입수 난이도가 높고, 튜토리얼 한정이니까.’

문제는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이 처음 캐릭터를 만드는 이들만이 얻을 수 있으며, 입수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가치가 넘쳐도 얻는 방법이 어렵다면, 사는 입장에서 비싼 값을 지불하긴 힘든 노릇.

‘이미 잘나가는 놈들은 필요 없지.’

특히 이미 잘 먹고 잘 사는 놈들, 게임 도중에 인사 한 번 하는 것만으로도 수백, 수천만 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기존 캐릭터를 버리고 새 캐릭터를 키울 가능성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이게 어디야.’

허나,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이러한 식으로 돈벌이를 해본 적 없는 미다스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었다.

‘삼촌이 혜린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사줄게. 형 몰래.’

적어도 조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미소 짓는 모습을 망설임 없이 볼 수 있을 터.

그 사실을 떠올린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당장은 힘들고 나중에.’

물론 미다스는 바보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이 강력한 정보를 푸는 것은 자신의 경쟁자에게 싼값에 떡을 먹여주는 것과 마찬가지.

‘일단 내 캐릭터 좀 육성한 후에 풀어야지.’

후발주자들이 경쟁자가 되지 않는 시점, 최소한 100레벨은 달성한 후에 판매를 고민할 생각이었다.

달리 말하면 지금 당장 판매처를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기만 할 뿐.

그 과정에서도 망설임은 없었다.

갓워즈 5년 차, 앞으로 어떻게 게임을 해야 하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자, 그럼······.’

갓워즈는 초반 게임 시작이 매우 어려운 게임이었다.

개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건 다름 아닌 퀘스트.

갓워즈의 퀘스트들은 모두가 시간 제한 그리고 가능 플레이어 제한이 존재했다.

쉽게 말하면 퀘스트가 일회용이었다.

다른 게임들처럼 NPC가 항시 같은 자리에 대기하며 똑같은 대사로 똑같은 퀘스트를 주는 게임이 아니라는 의미였고, 당연히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에게 그 의미는 엄청난 장벽으로 다가왔다.

‘일단 시작은 탐험가 길드의 도움을 받아야겠지.’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탐험가 길드였다.

초보자들에게 퀘스트 및 사냥터 정보를 모아서 제공한다, 그러한 명분 아래에 등장한 탐험가 길드는 어느 순간부터 갓워즈를 대표하는 10대 길드 중 한 곳이 되어 있었다.

‘돈 좀 들지만.’

물론 그 서비스는 유료였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도둑놈 새끼들이라니까.’

본래는 선착순으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자기들이 무력과 권력으로 독점한 후에 돈을 받고 파는 셈.

미다스의 말처럼 어떻게 보면 도둑놈들이었다.

그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이들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이는 극히 적었다.

‘강도들도 눈 깔고 다닐 정도로 센 도둑놈 새끼들.’

갓워즈 10대 길드.

그것이 가지는 무게감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었으니까.

특히 갓워즈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10대 길드는 감히 쳐다봐서도 안 되는 존재였다.

“어? NPC다? 쟤한테 말 걸면 퀘스트 받을 수 있지 않아?”

“야, 무시해.”

갓워즈를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만든 시작의 마을, 그 마을 곳곳에 자리 잡은 NPC들을 향해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이유였다.

“무시하라고?”

“탐험가 길드가 관리 중이야. 말 걸어서 퀘스트라도 발생하면 큰일 나.”

이미 탐험가 길드가 자리 잡은 곳의 NPC들은 탐험가 길드의 재산이 된 상태였으니까.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주변의 NPC들에게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똑같은 방향으로 무리를 지어 갔다.

미다스 역시 그 무리에 몸을 던졌다.

‘응?’

그런 미다스의 눈길이 어느 한 곳에 멈췄다.

‘물음표?’

그러한 미다스의 눈길을 끈 건 다름 아니라 노랗게 번쩍이고 있는 물음표였다.

‘퀘스트?’

필시 퀘스트임을 나타내는 신호일 터.

그 사실을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신에 한 가지만이 의문일 따름이었다.

‘근데 왜 강아지한테?’

그 물음표가 달린 게 죽어가는 강아지라는 것.

‘뭐지?’

놀라는 미다스에게 알림이 왔다.

[게임 플레이를 정리하십시오.]

‘아, 젠장! 시간 다 됐구나!’

이제 그에게 주어진 하루의 플레이 타임이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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