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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대마도사-6화 (6/485)

6화.  2화. 이것도 보여? (2)

4.

갓워즈에서는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몬스터를 남다른 능력으로 사냥하거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등 업적을 세울 경우 타이틀이 지급되며, 그러한 타이틀 보상으로 룬이 나온다.

그렇게 지급된 룬은 플레이어의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려준다.

갓워즈란 게임이 최상위 플레이어들, 가진 자와 있는 자들을 위한 게임이 된 결정적 이유였다.

이미 일찌감치 그러한 룬을 통해 동일 레벨 대비 훨씬 더 우월한 스펙을 이룩한 그들은 후발 주자들의 도전을 허락지 않았다.

더 나아가 최상위 플레이어들은 서로가 룬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교환하며 자신들의 아성을 더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그들만이 아는 은밀한 거래를 했다.

‘튜토리얼 마스터?’

그런데 지금 그 은밀한 것 중 하나가 민낯 그대로 미다스의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이런 게 있었어?’

튜토리얼 마스터.

나름 갓워즈를 평균 이상은 해왔던 미다스조차도 처음 듣는 타이틀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효과였다.

‘올스탯 룬? 그것도 10포인트씩?’

갓워즈에서 1레벨을 할 때마다 주어지는 보너스 포인트가 5포인트.

그것을 생각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메리트.

‘마법사 계열들한테 피지컬 쪽 포인트는 필수인데.’

더욱이 마법사 클래스들에게는 근력과 체력이 오히려 더 귀중했다.

레벨업으로 얻는 보너스 포인트로 지력과 마력을 올릴 수밖에 없는 마법사 클래스에게 이렇게 룬을 통해 얻는 체력과 근력은 생존력에 아주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는 했으니까.

물론 그만큼 얻는 조건도 빠듯했다.

‘그보다 71분 생존이라······.’

튜토리얼 모드에서 71분 동안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앞서 말했듯이 튜토리얼 모드는 플레이어가 게임 오버를 경험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죽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

실제로 악착 같이 살아남고자 해도 보통 수준의 플레이어들은 길어야 10여 분 남짓 버틸 뿐이었다.

71분 살아남는 게 쉽지 않은 일.

‘진짜 치사하네.’

더욱이 71분이란 숫자 자체도 악독했다.

‘한 시간이면 몰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언가 타이틀이 나올지도 모르는 기대감에 1시간 동안 살아남았다고 치자.

하지만 1시간으로는 아무런 보상도 나오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까워서 10분 더 하더라도 11분은 아니지.’

그 후에도 살아남은 게 아쉬워서 10분 더 살아남아도 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서 1분을 더 살아남아야 보상이 주어지는 셈.

이러한 보상이 있다는 걸 알면 모두가 오히려 악착 같이 덤벼들 일.

그러나 모른다면 아무도 시도조차 하지 않을 일이었다.

‘오케이.’

그렇기에 미다스는 준비했다.

‘한 번 해보자.’

그때 알림이 들렸다.

[벽이 무너집니다.]

그 알림과 함께 30명의 플레이어들을 가두고 있던 벽이 무너지고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빛 너머로 녹음이 우거진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필드가 등장하는 순간.

크어!

크아!

그리고 오크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5.

갓워즈가 세상 모든 인간의 가치를 나타내는 기준이 된 시대.

그러한 시대에서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희망이나 꿈, 목적을 품고 갓워즈를 하고자 했고, 그럴 때마다 그들은 항상 같은 말을 들었다.

“갓워즈, 그거 허벌나게 어렵다.”

“야, 하지 마. 돈만 날리는 거야.”

그 사실을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깨닫는 건 튜토리얼 모드였다.

[사망 시 튜토리얼이 종료됩니다.]

죽어야만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무대.

그 무대에서 플레이어들은 자기들보다 압도적인 스펙을 가진 괴물들로부터 죽지 않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씨발, 미치겠네!”

그리고 동시에 죽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란 걸 깨닫는다.

크어!

“저 괴물한테 맞아 죽으라고?”

오크.

신장은 180센티미터, 그러한 신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근육질의 괴물.

현대인에게는 퍽 익숙한 괴물이었다.

영화, 게임, 소설 등 무수히 많은 매체를 통해서 오크는 실존했던 공룡보다도 더 익숙했으니까.

그러나 그 익숙한 괴물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였다.

“젠장! 난 못 해!”

“나, 나도······.”

처음 그 사실을 경험하는 이들은 본능적으로 그 사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

초보자들은 그렇게 도망쳤다.

반대로 숙련자들은 달랐다.

“자 빨리 가자.”

“괜히 시간 낭비할 것도 없지.”

이미 이 게임을 경험해 보고, 게임 오버 역시 여러 번 경험한 이들은 망설임 없이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크어!

그리고 오크가 내지르는 주먹에 기꺼이 제 몸을 허용했다.

뻐억!

일부는 오히려 자신의 머리통을 그대로 오크의 내지르는 주먹에 정확하게 명중시키며 보다 깔끔한 게임 오버를 자처하는 이도 있었다.

“와, 제대로 머리 갖다 박았네.”

“실력이 상당한데?”

그 사실에 몇몇 이들이 감탄을 토했다.

그게 튜토리얼의 풍경이었다.

죽어야 떠날 수 있는 무대에서 숙련자들은 누구보다 빠른 죽음을 맞이했고, 초보자들은 도망치다가 결국 어쩔 수 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물론 이 차이는 어디까지나 숙련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일 따름이었다.

본래 가진 바의 재능 그리고 실력의 차이는 다른 식으로 나오고는 했다.

“어? 저 사람 봐! 오크랑 싸우려는 거 같은데?””

“튜토리얼 모드에서 오크랑 싸운다고?”

지금 등장한 오크 앞에서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자세를 잡고 전투를 준비하는 플레이어가 그러했다.

“저게 돼?”

그건 미친 짓이었다.

튜토리얼을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은 모두가 1레벨, 능력치 역시 없으며 스킬 역시 없다.

“저 오크는 20레벨 몬스터잖아?”

반면 그들 앞에 등장한 노멀 오크는 최소 2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잡을 수 있는 몬스터였다.

고양이와 늑대 정도, 야생의 짐승으로 따지자면 그 정도 차이가 있는 셈이었다.

그렇기에 실력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오늘 데뷔전을 치르겠습니다. 제 실력을 보여드리죠.”

달리 말하면 갓워즈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영상 찍나보네.”

“프로 플레이어 지망생인 모양이야.”

사람들의 이목이 오크 앞에 선 플레이어에 집중됐다.

‘이것 봐라?’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로 플레이어 지망생?’

갓워즈 플레이어로 먹고 사는 자들, 프로 플레이어 지망생의 등장에 미다스는 눈빛을 반짝였다.

‘하긴, 튜토리얼 모드에서 오크를 잡는 것만한 명함도 없지.’

갓워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재능이 뛰어나거나, 돈이 많거나, 운이 좋거나.

여기서 돈이나 운은 솔직히 따로 증명하거나 보여줄 수 있는 개념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재능을 보여주는 것.

그걸 위해 가장 제격인 무대가 튜토리얼 모드였다.

튜토리얼 모드에서 오크를 잡는 것을 영상으로 찍는다면, 길드나 컴퍼니에 넣을 입사서류에 덧붙일 훌륭한 명함이 될 터.

실제로도 튜토리얼 오크 사냥으로 유명 길드나, 컴퍼니에 입사한 플레이어는 적지만 존재했다.

기준도 있었다.

‘한 마리만 잡아도 어느 길드든 가입 가능, 두 마리 잡는 순간 길드에서 아이템 지원을 받고, 세 마리 잡으면 의식주까지 지원을 받지.’

튜토리얼 모드에서 오크를 몇 마리 잡느냐에 따라서 대우가 달랐다.

당장 세 마리를 잡을 수 있다면 어느 길드에서든 최고 유망주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다섯 마리 잡으면 그 즉시 데뷔전이고.’

그리고 만약 다섯 마리 이상을 잡는다면, 유망주가 아니라 워즈튜브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노출되는 채널을 가진 길드 그리고 게임 컴퍼니를 통해 데뷔할 수 있다.

연예인으로 따지면 하루아침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주조연급으로 출연할 수 있는 셈.

튜토리얼 모드에서 오크를 잡는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뭐, 쟤는 안 되겠지만.’

물론 달리 말하면 대부분은 시도만 할 뿐,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오크를 상대하는 건 현실에서 배우는 격투기나, 사람과의 대련과는 전혀 달랐으니까.

“으헙!”

미다스의 예상대로 호기롭게 오크 앞에 선 플레이어는 오크의 갑작스러운 돌진 그리고 그 돌진에서 나온 몸통 박치기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숨소리를 뱉었다.

그러한 플레이어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는 속으로 실소를 머금었다.

‘역시 오크 패턴도 모르는 놈이었네.’

앞서 말했듯이 몬스터는 인간하고 달랐다.

외형은 물론 전투 스타일까지!

그런 몬스터를 상대로는 그 몬스터에 맞는 방식을 써야 한다.

‘오크의 공격 기본 공격 패턴은 돌진이라고. 그런데 대뜸 앞에 서서 권투를 하겠다면 뭐 어쩌라고?’

예를 들어 오크의 경우에는 기본 공격 패턴이 돌진형이다.

애초에 오크의 너무나도 육중한 몸뚱이는 근접전에서 세밀한 전투를 불가능케 한다.

그래서 나온 게 돌진.

‘일단 상대방과 몸이 부딪치는 순간 다음 패턴으로 넘어간다고.’

때문에 오크의 모든 공격의 시작점은 충돌이다.

‘충돌 후에는 예측불가 개싸움.’

충돌이 시작되면 이후 오크는 무작위 공격을 한다.

그렇게 시작된 오크의 공격을 읽고 피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타고난 재능, 그 재능을 품은 본능을 통해 피하는 수밖에.

‘사실상 충돌하면 끝이다.’

달리 말하면 돌진 자체는 얼마든지 그 동선을 예상 그리고 예측할 수 있다.

1시간 그리고 11분.

그 긴 시간 동안 몇 마리가 있을지 모르는 이 숲속의 오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미다스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그뿐이었다.

‘최대한 피한다.’

오크의 돌진은 무조건 피한다!

그 일념을 품은 미다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과제는 하나였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오크가 날 파악하고 공격한다는 신호만 캐치할 수 있으면······.’

그 순간이었다.

‘응?’

미다스의 눈에 오크의 머리로 초록색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이 어느 순간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어?’

그 순간 오크가 미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6.

누군가 말했다.

“모든 게임에는 공략 방법이 존재한다.”

그 말은 갓워즈에도 통용되었다.

갓워즈에서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에게는 패턴이 존재했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상황에 따라 몬스터들의 페이즈는 달라지며, 그 페이즈마다 각기 다른 패턴이 존재하고, 그러한 패턴에도 몇 가지 변칙이 존재하지만······ 어쨌거나 단순하게 패턴이 존재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다시 말하면 갓워즈의 모든 몬스터는 패턴이 존재했으며 당연히 공략방법도 존재했다.

“물론 그게 네가 그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

어려운 이유는 간단했다.

갓워즈란 게임이 조작방법이 매우 어렵다는 것.

상식적으로 마우스와 키보드, 게임 패드를 통해 게임을 조작하는 것과 가상현실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게 같은 수준일 리 만무.

하물며 그저 상상 속에서만 보던 괴물들을 잡아야 한다면?

현실에서 쌓아온 경험이나 지식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셈.

“결국 타고난 놈만 잡는다.”

결국 재능을 타고나거나 혹은 그 재능을 대체할 다른 무언가, 컨트롤 따위는 가소롭게 만드는 강력한 아이템이나 스킬 따위를 가진 이들만이 결과를 남길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 그가 5년 동안 게임을 하면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족적을 남기지 못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미다스는 별 볼 일 없는 취급 속에서도 게임을 포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재능도, 돈도, 운도 없는 주제에 그들의 발끝에라도 닿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그런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오크의 체력 상태에 따른 페이즈는 총 3개.’

최대한 많은 몬스터들의 패턴을 어떻게든 분석하고, 연구하고, 그에 맞는 대응 방법을 만들어낸 후에 수 없이 곱씹으며 그러한 사실을 머릿속에 각인하는 것.

‘개중에서 체력 상태가 80퍼센트 이상일 때 나오는 1페이즈에서 오크의 공격 시작은 표적과의 거리가 3.3미터 이상일 경우 무조건 돌진이다.’

머릿속이 거듭된 각인에 너덜너덜해질 정도, 그 정도로 미다스는 노력해왔다.

‘돌진 시에 표적과의 거리가 3.3미터 이내가 될 경우에는 자세를 낮추지.’

특히 표적을 맞추는 게 가진 재주의 전부인 미다스는 몬스터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분석에 있어서는 솔직히 말해서 갓워즈 그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오크 군락 첫 공략하는 날 이 공략법 외우느라 코피가 터졌었지.’

참으로 비참한 투자였다.

결국 미다스가 무능력하다는 것을 그 무엇보다 확실하게 증명해준 투자.

그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투자.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그러나 지금 그 투자는 미다스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도움이 되고 있었다.

튜토리얼 시작 30분째, 미다스는 무려 네 마리나 되는 오크를 상대로 완벽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건 다름 아니라 오크들의 머리 위에 존재하는 신호등이었다.

본래대로라면 보일 리 없는 신호등, 그러한 신호등이 미다스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었다.

‘초록불은 어그로가 없는 상태.’

초록색일 때는 그 어떤 공격성도 보이지 않는 평화 상태로 인식 범위 안에만 접근하지 않으면 그 어떤 공격도 받지 않았다.

‘노란색은 공격 대상을 찾는 긴장 상태.’

노란색의 경우에는 공격 대상을 찾아 움직이는 상태로 그 인식 범위가 넓어졌다.

‘빨간색은 나를 공격 대상으로 봤다는 증거.’

마지막 빨간색은 말 그대로 공격 신호였다.

재미난 건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 뜬 수치는 HP 수치.’

미다스의 눈에는 오크의 패턴 상황은 물론 오크의 능력치까지 확인되고 있었다.

‘보유 아이템은 가죽 뿐.’

심지어 오크를 잡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루팅 아이템 목록까지 보이고 있었다.

몬스터의 실시간 정보가 미다스에게 전달되는 상황.

그리고 미다스 머릿속에는 그러한 정보에 알맞은 대응 방법이 가득 차 있었다.

때문에 미다스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다.’

오늘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어.’

미다스, 그의 기나긴 인생 속에서 처음으로 완벽한 확신을 가져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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