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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대마도사-5화 (5/485)

5화.  2화. 이것도 보여? (1)

1.

드래프트 전체 98순위, 그야말로 턱걸이나 다름없는 처지로 프로야구구단에 들어갔을 때 투수코치는 정현우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말했다.

“고교 시절 때야 고딩 애들 상대하니까 대충 해도 되겠지만, 프로는 다르다. 넌 여기서 최약체다. 프로에 있는 모든 선수들, 심지어 투수들조차 네 공을 상대로 홈런을 칠 수 있다.”

넌 프로의 세상에서 최약체라고.

“그런 네가 힘 대 힘으로 싸워봤자 답이 없다. 그러니까 살아남고 싶으면 머리를 써라. 남들보다 많이 연구하고, 분석하고 고민해라.”

그런 네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머리를 쓰는 수밖에 없다고.

“특히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물고 늘어져라. 네가 노릴 틈은 그것밖에 없을 테니까.”

그리고 무슨 변화나 조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라고.

물론 정현우는 그 첫 조언을 들었을 때 무시했다.

난 다르다!

프로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현우란 이름 세 글자로 메이저리그에라도 진출하겠다!

나름 그러한 각오를 품고 자신 있게, 가진 바를 발휘하여 공을 던졌다.

그 후의 결과는 모두가 예상한 바였다.

“거봐라, 내가 뭐랬어? 넌 프로에서 최약체라니까?”

1군도 아닌 2군 데뷔 무대에서 비오는 날 먼지 맞듯 처맞은 후에 2군 경기조차 못 뛰는 처지가 된 후에야 정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깨달았고, 그 후 정현우는 투수코치의 말을 신념으로 삼았다.

이상한 것이 있으면 지나치지 않고, 탐구하고 분석하고 조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착각이 아니다. 진짜 카드 정보가 보인다.’

감히 상상치도 못했던 사건 앞에서 정현우는 당황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거듭 캐릭터 생성 과정을 번복하면서 자신이 보는 것이 정확이 어떠한 것인지 가늠했다.

‘보이는 게 진짜라는 보장은 없지만.’

물론 보이는 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아직 몰랐다.

진짜 카드를 선택하고, 그것을 확인해야 알 수 있을 터.

‘진짜라면······.’

그렇다면 과연 진짜일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현우는 주도면밀하게 그다음도 고민했다.

‘몸에 문제가 생겼으니 의사와 상담해야 하나?’

어쨌거나 몸에 이상이 생겼으며, 이 이상 현상에 대해 정현우는 티끌만큼의 전문적 지식도 없는 상황.

자연히 논의 대상은 의사가 될 터.

‘상담하면 둘 중 하나다.’

그럼 정현우의 말을 들은 의사는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일 것이다.

‘내 담당의가 신경과에서 정신과가 되거나.’

하나는 정현우를 미친놈 취급하는 경우.

‘아니면 내 능력을 인정해주고 치료를 들어가는 경우.’

다른 하나는 정현우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

‘좋은 건 없네.’

둘 모두 좋을 건 없었다.

미친놈 취급을 받으면 앞으로 제대로 된 직장은 가질 수 없을 테고, 후자의 경우도 결국 실험 재료가 될 따름이다.

‘분명한 건 이 능력이 알려지는 순간 난 다시는 갓워즈를 하는 일이 없다.’

더 나아가 정현우의 능력이 알려지는 순간 갓워즈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정현우의 갓워즈 플레이를 법적으로 막고자 할 것이다.

갓워즈는 그런 게임이었다.

‘기존 플레이어들이 이런 능력을 가진 놈이 같이 게임 플레이를 하는 걸 용납할 리가 없지.’

이미 인류 문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스터 피스와도 같은 것.

무수히 많은 권력자들과 재력가들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아성을 쌓은 곳.

그러한 무대에 돌연변이가 나오는 걸 순순히 용납할 리는 없었다.

사례도 넘쳤다.

‘자기가 못 얻은 전설 직업이라고 묻지 마 PK도 당하는데.’

복권 당첨 확률을 가당치 않지만 언제나 당첨자는 나오는 법.

갓워즈의 시스템 중 하나인 랜덤 직업 선택, 대부분에게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지만 일부는 그 행운의 소유자가 되고는 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그 행운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자랑의 결과물은 대부분 참담했다.

얻기 힘든 직업을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유도 묻지 않는 PK를 당하다는 경우가 넘쳐났으며, 결국에는 그 캐릭터를 삭제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았다.

‘그걸 보고 즐기고.’

심지어 사람들은 그 과정을 보고 즐겼다.

누군가의 정말 가당치도 않은 방식의 타락과 추락을 팝콘을 먹기 위한 계기로 치부했다.

‘어차피 이래죽나 저래 죽나, 게임 할 거면 나만 알고 있으면 돼.’

그러한 세계에서 굳이 자신이 가지게 된 능력을 드러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이건 치트였다.

과연 이렇게 부정한 방식으로 이득을 취해도 되는 건가?

양심에 가책은 없는가?

그러한 질문을 받아 마땅할 정도의 치트.

그 질문에 정현우는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혜린아, 삼촌이 예쁜 옷 사줄 게.’

자신의 마음속에 그따위 양심 없다고.

‘자, 그럼 그 직업을 뽑으러 가볼까?’

2.

[네가 모실 신을 택하라. 그리하면 신이 네게 힘을 줄 것이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정현우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1천 장의 카드를 보았다.

모두가 똑같은 모양의 카드들.

그러나 정현우의 눈에는 달랐다.

‘색부터 다르군.’

일단 정현우의 눈에는 카드마다 색이 달랐다.

그 어떤 색도 없는 카드들 사이로는 노란 빛을 내는 카드가 섞여 있었으며, 개중에는 빨간 빛의 카드가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색이 없는 건 노멀, 노란 빛은 레어, 빨간 빛은 유니크.’

그러나 정현우의 시선은 이내 한 곳만을 향했다.

‘황금빛은 전설.’

전설의 황금 카드.

1천 장의 카드 중 오로지 단 한 장만이 정현우의 시선을 완벽하게 훔치고 있었다.

더욱이 그것은 그냥 한 장이 아니었다.

‘아, 대마도사!’

대마도사.

마법의 종주, 워드래곤을 섬기는 대가로 갓워즈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을 습득할 수 있는 직업.

현재까지 갓워즈에서 발견된 전설 등급 클래스는 총 9종류, 개중에서 정현우가 원하는 직업이었다.

‘드디어!’

캐릭터 생성 시도 열아홉 번 끝에 나온 직업이었다.

그 사실에 정현우는 저도 모르게 실소를 머금었다.

‘열아홉 번 만에 처음 나오다니.’

흔히 말한다, 수학자는 복권을 사지 않는다고.

일반인들도 복권 당첨 확률이 낮다는 것만 알 뿐, 그게 얼마나 낮은지 모르지만 수학자는 그게 정말 가당치 않을 정도로 낮다는 걸 알고 있는 탓이었다.

지금 정현우의 처지가 그러했다.

레전더리 클래스를 얻는 게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개쓰레기 게임이네.’

그러나 이렇게 확실하게 진면목을 보니 생각 이상이었다.

‘하긴, 그러니 그런 대우를 받는 거지.’

반대로 그렇기에 더더욱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정현우가 대마도사를 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대마도사 정도면 직업만으로 대우가 달라지지.’

갓워즈에서 데미지 딜링은 아주 특별한 경우, 정말 슈퍼 스타 급의 근접 딜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마법사나 궁사와 같은 원거리 딜러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그런 만큼 쓸 만한 마법사에 대한 대우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한 가지 속성의 마법만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런 이유로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불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몬스터를 사냥할 때 불속성 마법사는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속성 마법 습득 가능하니까.’

그러나 대마도사는 그러한 굴레가 없었다.

대마도사의 특성은 모든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

‘모든 콘텐츠에 출연시킬 수 있지.’

그것은 곧 그 전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핵심 사업, 콘텐츠 사업에 언제든 출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게 핵심이었다.

투자를 했는데 막상 중요한 촬영에서 쓸 수 없는 배우보다는 어느 영화든 가리지 않고 나올 수 있는 배우가 훨씬 귀중한 법.

인기도 훨씬 얻기 쉬웠다.

‘투자할 가치가 넘쳐.’

그런 만큼 투자를 할 가치도 컸다.

그게 아니더라도 희귀한 직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이슈거리가 될 만했다.

‘아즈모도 말했지.’

개중에서도 대마도사를 가장 인기 있게 만들어준 건 다름 아니라 최초의 대마도사 클래스를 얻은 플레이어, 아즈모였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자 중 한 명으로 개인적으로 10조 원이 넘는 자산을 가졌으며, 자신 스스로가 구단주로 있는 프로게이머로도 활동하던 그는 갓워즈가 등장하는 순간 대마도사 클래스를 얻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현금 투자, 속칭 현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려 10억 원이 넘는 도전 끝에 대마도사란 클래스를 얻는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전설 클래스 직업 몇 개를 더 얻었음에도 대마도사를 고르면서 말했다.

‘이 직업이야말로 내가 돈을 쓸 만한 직업이라고.’

대마도사 클래스만이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물론 그건 달리 말하면 아즈모조차도 돈을 쓴다는 개념을 떠올리게 만들 만큼 투자가 필요한 직업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돈 먹는 하마.’

그 사실에 이르렀을 정현우는 잠시 고민했다.

‘······딴 거 고를까?’

진지한 고민, 그러나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뭐, 아니면 새로 만들면 되지.’

짧은 고민 끝에 정현우가 그 카드를 집었다.

[워드래곤이 당신을 82번째 신도로 받아들입니다.]

[대마도사 클래스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고 동시에 상태창이 다시금 떴다.

[미다스]

- 레벨 : 1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체력(5)/지력(5)/마력(5)

달라진 상태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알림이 들렸다.

[그럼 이제 첫 번째 시험을 시작하겠다.]

‘튜토리얼이군.’

게임의 첫 페이지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3.

[시험의 무대가 열립니다.]

그 알림과 함께 정현우, 이제는 미다스가 된 그의 눈앞을 가득 채운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빛이 사라진 후에 벽으로 가로막힌 100평 남짓한 공간이 보였다.

“30명째.”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운 29명의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그뿐이었다.

그곳에 있는 이들은 미다스의 등장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 온 거지?”

“이제 튜토리얼 시작이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미다스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이제 튜토리얼이 시작된다는 것.

딱히 어려운 건 아니었다.

모든 게임이 그러하듯 갓워즈 역시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튜토리얼 단계가 있었다.

30명의 플레이어가 모이면, 그들에게 몬스터가 넘치는 무대를 제시하며, 그 안에서 플레이어는 사망 페널티 없이 몬스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젠장, 한 번 무조건 죽어야 본게임 시작이라니.”

“이 게임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여기서 말하는 경험이란 대개 죽음이었다.

갓워즈는 몬스터를 사냥함으로써 레벨을 올리는 RPG방식의 게임.

그러한 게임을 처음하는 이들이 가장 당황하는 경험은 다름 아니라 몬스터에게 살해당하는 경험일 테니까.

“자, 그럼 빨리 죽어보자고.”

“빨리 죽고 본게임 시작해야지.”

물론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일부는 이미 그 죽음을 수 없이 경험한 자였고, 그런 그들은 굳이 튜토리얼 단계에서 보다 긴 생존을 꾀할 생각이 없었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튜토리얼이 시작되는 순간 그냥 몬스터에게 제 몸뚱이를 내줄 속셈이었다.

[튜토리얼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퀘스트 창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튜토리얼에서 시간을 허비할 이유는 없지.’

잽싸게 죽은 후에 본 게임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응?’

분명 그럴 생각이었다.

[튜토리얼 퀘스트]

- 퀘스트 랭크 : 없음

- 퀘스트 정보 : 필드에서 등장하는 오크들을 상대로 생존하라.

!퀘스트 보상 : 71분 이상 생존 시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 지급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 +10) 지급

‘퀘스트 히든 보상도 볼 수 있는 거야?’

눈앞에 뜬 퀘스트 창, 그 안에 검은색 글씨로 보이는 문구를 보기 전까지는 분명 그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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