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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대마도사-2화 (2/485)
  • 2화.  1화. 운수 좋은 날 (1).

    1.

    2020년 무렵에 가상현실게임이란 단어는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가 되어 있었다.

    이윽고 2034년,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가상현실게임이 세상에 등장했다.

    갓워즈.

    신들의 전쟁이란 타이틀을 달고 등장한 게임은 사람들의 상상, 그 이상이었다.

    동시에 그 게임이 세상을 집어삼키는 속도 역시 사람들이 상상한 것, 그 이상이었다.

    2038년, 갓워즈에 등록된 플레이어의 숫자는 18억 명, 게임 플레이를 시청하는 시청자 숫자는 51억 명을 돌파했다.

    축구, 야구, 농구와 같은 스포츠는 물론, 오페라, 콘서트, 오케스트라와 같이 인류가 누리던 온갖 종류의 유흥들이 단 하나의 게임에 잡아먹히는 순간이었다.

    갓워즈의 시대가 시작됐다.

    그런 시대 속에서 갓워즈란 게임을 잘한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능력이자, 권력이었다.

    [프로 플레이어 연봉 3억 달러 탄생!]

    [투핸드, 역사상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프로가 되다!]

    게임을 잘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3천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이도 나왔다.

    [헤이즈 게임 컴퍼니, 코스닥 상장 시작]

    [헤이즈 게임 컴퍼니, 5일 연속 상한가!]

    [도깨비 길드, 나스닥 상장 추진?]

    심지어 갓워즈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을 모아두고 그들을 통해 수익을 얻는 기업, 일명 게임 컴퍼니들이나 갓워즈 길드들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으로 칭송 받았다.

    [갓워즈 최강의 길드 베타의 기업 가치는?]

    [베타 길드, 100억 달러를 주더라도 바꾸지 않는다!]

    바야흐로 게임 속 길드 하나의 가치가 수천억 원은 물론 조 단위가 넘는 시대.

    그만큼 많은 주역들이 등장했다.

    [갓워즈가 왕따였던 내 인생을 바꾸다!]

    [갓워즈, 방구석 외톨이였던 내가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신데렐라조차 부러워할 만큼 인생이 바뀐 이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화려한 주연 배우로 부와 명성 모두를 손에 넣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주연 배우가 됐다.

    “너무 하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생존율 30퍼 미만인 레이드에 투입하면서 일당으로 30만 원은 너무한 거 아니야? 게임오버 되면 80시간이 날아가는 거 알잖아?”

    그리고 그 주연 배우의 숫자보다 수천수만 배 많은 엑스트라가 탄생했다.

    - 싫으면 하지 말든가.

    “싫다는 게 아니라 보수 좀 올려달라는 거지. 100레벨 때도 30만 원, 200레벨일 때도 30만 원은 너무 하잖아?”

    정현우, 그가 바로 그 엑스트라였다.

    - 야, 시로코 길드에서 돈을 그것밖에 안 주는데 브로커인 나한테 뭐 어쩌라고?

    갓워즈 게임 플레이를 즐기는 51억 명의 시청자들이 가장 즐기는 건 다름 아닌 보스 몬스터 레이드.

    당연히 길드나 게임 컴퍼니들에게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가 주요 수입원이었고, 보다 많은 수익 창출을 위해 쉴 새 없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하고는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목적이 수익 창출이라는 점이었다.

    “젠장, 그렇게 굴려 먹을 거면 길드 가입이라도 시켜주든가. 시로코 길드에 자리 없어?”

    - 야, 지금 있는 자리도 없어지는 판이야. 괜히 시로코 길드 애들이 무리해서 레이드 뛰는 게 아니야.

    길드나 게임 컴퍼니들은 보다 나은 수익 창출을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집단을 운영해야 하는 법.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투입되는 수천 명, 때로는 만 단위가 넘어가는 플레이어들 모두를 항시 고용하는 건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필요할 때만 인력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 그냥 30만 원도 줄 때 받는 게 좋을 거야. 요즘 들어보니까 대형 길드들끼리 엑스트라 몸값 줄이려고 담합한다는 소문이 있어.

    “뭐?”

    일명 엑스트라들이었다.

    “아니, 돈도 허벌나게 버는 새끼들이 벼룩의 간을 줄이겠다고?”

    - 어쩌겠냐? 꼬우면 게임을 잘하든가.

    물론 처음부터 엑스트라를 꿈꾸고 이 바닥에 들어온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정현우도 마찬가지였다.

    “새끼, 팩트로 정강이 치네.”

    2034년, 갓워즈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정현우는 주연이 되기 위해 갓워즈에 모든 걸 걸었다.

    나름 자신도 있었다.

    ‘빌어먹을.’

    자신감의 근원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망쳤던 야구였다.

    가상현실, 말 그대로 온몸으로 가상의 육체를 컨트롤해야 하는 갓워즈 특성상 플레이어 간의 재능의 차이는 매우 컸다.

    마법사가 대표적이었다.

    갓워즈 내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 마법을 맞추는 것.

    다른 게임이라면 자동으로 타깃팅이 되지만 갓워즈에서 타깃팅이 되는 마법의 종류는 제약이 있었으며, 그 위력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결국 플레이어가 직접 표적에 마주쳐야 한다는 의미.

    심지어 그냥 맞추는 게 아니라 뛰고, 달리는 몬스터들을 맞추는 것은 소위 프로야구 선수들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 야, 그래도 너무 낙심하지 마. 응? 너도 한때는 잘나갔잖아?

    ‘그래, 처음에는 나름 잘 나갔지.’

    전직 프로야구 출신으로 구속은 느리지만 제구력은 좋다는 평가를 받던 정현우에게 그 사실은 천금 같은 기회로 다가왔다.

    더욱이 당시 부상으로 인한 기량 하락으로 프로 구단으로부터 방출 당한 정현우에게 그 기회의 가치는 천금, 그 이상이었다.

    실제로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좋았다.

    플레이어는 모래알보다 많지만, 그중에 제대로 마법을 맞출 줄 아는 마법사는 적은 상황 속에 정현우의 전직은 퍽 괜찮은 명함이 되어줬다.

    실력 좋은 플레이어들과 파티를 맺는 경우도 늘어났고, 랭커들하고 인연을 맺었다.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흐름이 나쁘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 그때 네 형네 사고만 아니었어도 지금 이렇게 까지는······.

    인생 최악의 사건만 아니었어도 분명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아무런 상관도 없어. 그냥 내가 좃도 없었던 것뿐이니까.”

    그러나 정현우는 그날이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이 모양 이 꼴인 이유는 그뿐이야. 재능도 없고, 돈도 없고, 운도 없어서 이런 것뿐이라고.”

    - 좃도 없고?

    “뒈질래?”

    그 순간 대화의 분위기가 바뀌었고, 그 둘은 본래 주제로 돌아왔다.

    - 그래서 한다는 거지?

    “해야지.”

    - 그런데 네 말처럼 이거 위험한데 괜찮겠어? 누가 보더라도 시로코 길드 애들이 무리하는 거니까.

    “레이드에 성공할 확률은 내 계산대로라면 30퍼 미만이야.”

    - 진짜 낮네.

    “하지만 내가 살아남을 확률은 80퍼센트 이상이지.”

    말을 한 정현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내 별명이 괜히 다이하드가 아니지.”

    그런 정현우에게 스마트폰 너머의 사내는 말했다.

    - 네 별명 바퀴벌레잖아?

    2.

    삑!

    짤막한 소리와 함께 침대 크기의 새하얀 캡슐의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180센티미터 신장, 전신 수영복을 입고 있어 분명하게 드러난 사내의 체격은 꽤 다부졌다.

    제법 제대로 운동 좀 해본 몸.

    그러한 사내가 머리에 쓰고 있던 헬멧을 벗었다.

    그때 어느새 다가온 청소복 입은 사내가 손에 든 사탕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현우 형, 일은 잘 됐어요?”

    캡슐룸의 아르바이트 직원인 이혁주의 질문에 정현우는 건네준 사탕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잘 되기는 뭐가 잘 돼? 결국 돈 30만 원에 목숨 걸고 고기방패 아르바이트나 하게 됐는데.”

    “그래서 어디에요?”

    “시로코 길드.”

    “시로코 길드면 그거? 푸른 등 사자 거북 레이드요?”

    “그렇지.”

    듣는 이조차 기분이 가라앉을 정도로 퉁명스럽기 그지없는 말투.

    그러나 이혁주는 정현우의 그 말에 오히려 눈빛을 초롱초롱 빛냈다.

    “형, 난 돈 내도 좋으니까 그런 레이드 참가라도 하고 싶어요.”

    그 간절함마저 보이는 이혁주의 그 눈빛에 정현우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정현우, 그는 분명 엑스트라였다.

    아니, 엑스트라만도 못했다.

    길드나 게임 컴퍼니가 그를 고용하는 건 한 번 쓰고 버리기 위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인간 땔감과 다를 바 없었다.

    “전 보스 레이드는커녕 일반 사냥도 헬퍼 고용하려고 알바로 번 돈 다 때려박는다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조차, 그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인간 땔감이 되는 것조차 꿈으로 삼는 이들이 이 세상에는 넘쳐나고 있었다.

    “진짜 형처럼 되는 건 이제 꿈도 안 꿔요. 게임하면서 돈이나 안 썼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15억 명의 플레이어들 중에 갓워즈 플레이만으로 삶을 이어가는 프로 플레이어의 숫자는 1,5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정현우에게 분명 재능이 없진 않다는 증거였다.

    ‘어설픈 재능만큼 비참한 것도 없지.’

    그러나 정현우는 그러한 재능이, 어설픈 재능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경험해봤으니까.

    ‘결국 어디든 타고난 놈들을 위한 무대이니까. 야구든, 게임이든.’

    그것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그래, 그렇게 말이라도 해주니 고맙다. 너도 꼭 열심히 렙업해서 성공해라.”

    물론 정현우는 굳이 이혁주의 눈빛에 침을 뱉지 않았다.

    굳이 그의 소망에 찬물을 뿌리지 않았다.

    “에이, 그게 가능하겠어요? 어차피 이 게임은 이미 선발주자들이 다 해먹을 텐데.”

    그가 그러지 않아도 이미 세상이 이혁주의 꿈을 찬물에 담가놓은 상태였으니까.

    “지금 시작한 애들은 로또 당첨금을 때려 박아도 랭커로 올라가지 못해요.”

    갓워즈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이제 5년째, 이미 갓워즈의 기득권층은 확고부동한 울타리를 만든 상황이었다.

    후발 주자들은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모든 부분에 걸쳐 완벽한 아성을 만드는 건 물론 담합을 통해 그 아성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왕국을 만든 상황이었다.

    정현우가 감히 새로운 시작을 꿈꾸지 못한 채 지금의 현실에 매달리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 지금 캐릭터 키우는 애들은 돈을 때려박아도 절대 위로 못 올라가지. 재능이 넘치더라도.”

    정현우가 5년에 걸쳐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자신의 캐릭터, 미다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당장 갓워즈는 직업을 얻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이프리트의 마법사를 고르는데 넣은 돈만 5백만 원 가까이 되는데.’

    갓워즈는 캐릭터를 생성하는 순간 직업이 정해진다.

    문제는 직업이 정해지는 방식이 랜덤이라는 것.

    갓워즈 플레이어는 캐릭터 생성 시 등장하는 1천 장의 카드 중 하나를 택하고, 그제야 직업이 정해졌다.

    그리고 그러한 직업에는 클래스마저 존재했다

    노멀 등급부터 레전드 등급까지.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 캐릭터를 새로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며 수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새로 시작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지.’

    그러한 사실을 떠올린 정현우가 이를 꽉 물었다.

    ‘그래, 지금은 이것뿐이야. 형이랑 우리 귀여운 혜린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건.’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였다.

    “3일 후에 다시 해야 하니까 예약 좀 해줘.”

    “예. 대신에 레이드 영상 저 주시는 거 잊지 마세요.”

    “그래, 워즈튜브에 올려봤자 조회수 10도 안 나올 영상 따윈 얼마든지 주겠다.”

    아그작!

    그 말과 함께 정현우가 먹고 있던 사탕을 씹어부셨다.

    그 후에 퍼지는 사탕 맛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야, 그런데 이 사탕 무슨 사탕이냐? 맛이 왜 이래?”

    “포도당 사탕이요.”

    “포도당?”

    “제가 예전에 본 겜판 소설 속 주인공이 뇌에 좋다고 포도당 사탕을 먹었거든요.”

    그 대답에 정현우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래서 그 소설 속 주인공은 어떻게 게임 지존이 됐냐? 무슨 히든 클래스라도 얻었어?”

    “트럭에 치여서 과거로 돌아간 다음에 네크로맨서로 솔플 했는데요?”

    이어진 그 설명에 정현우는 더 이상 대화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손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별 병신 같은 소설이 다 있네.”

    “그러니까 재미있죠. 아! 나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진짜 장기 팔아서라도 갓워즈 했을 텐데. 형도 그렇죠?”

    이혁주의 그 말에 정현우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내가 미쳤나? 난 과거로 돌아가는 순간 모든 돈 모아서 갓워즈 관련주에 몰빵하고 집에서 배나 긁으면서 잘 거다. 어차피 재능 없고, 돈 없고, 운 없는 새끼는 트럭에 치여서 과거로 가도 안 돼.”

    그 말을 끝으로 정현우가 캡슐룸을 나왔다.

    그렇게 나온 정현우가 긴 한숨을 내뱉자, 이내 입김이 그의 눈앞을 가렸다.

    한없이 솟아오른 빌딩이 가득한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요한 세상이 그를 반겼다.

    투둑, 투둑!

    그리고 내리는 빗방울이 그를 마중했다.

    “에이, 씨. 비네.”

    그 빗줄기에 정현우가 가지고 있던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쓰며 빗물로 발을 내밀었다.

    그 순간이었다.

    끼이이익!

    ‘응?’

    내리는 빗물 속에서 균형을 잃은 자율 주행 트럭 한 대가 그에게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한 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