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 닥터-941화 (941/1,303)

941화 미친놈들인가? (2)

“응?”

코치는 꽤 이름 있는 사람이었다.

그 스스로가 투어 프로 출신이기도 했고, 나름 KPGA에서는 성과도 냈던 사람이었다.

다만 PGA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세계 무대는 얘기가 달랐던 것.

때문에 빠른 포기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그는 곧 다른 재능 하나를 더 찾아냈다.

가르치는 것과 사람에 맞게 샷을 수정해 주는 능력이 그것이었다.

“뭐…… 뭡니까.”

그 재능이 최원준 선수의 인생을 바꿔 줬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사실 최원준 선수 또한 PGA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던 차에, 코치를 만난 이래 비거리가 세계 탑급으로 늘어나 버렸기 때문에 그랬다.

어렵기로 소문난 코스에서조차 심심치 않게 버디나 이글까지 노릴 수 있게 된 것은 온전히 코치의 공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도 본격적으로 시합을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 샷을 점검받고 있었는데, 돌연 이상한 사람 하나가 티샷 존으로 올라왔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디 아프지 않아요?”

게다가 이런 소리를…….

최원준은 목소리 듣자마자 옆에 서 있던 경호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아무리 골프복 멋들어지게 입으면 뭐 하나.

이건 좀…… 이상하잖아?

“저기, 아저씨. 나와요.”

“좋은 말로 할 때 갑시다, 네?”

물론 경호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었다.

체격도 건장한 데다가 몇몇은 생긴 것도 무섭게 생겼기 때문에 보통은 쫄아야 정상이었다.

“수, 수혁아. 가자.”

이현종이 그랬다.

유독 공권력 같은 힘에 약한 사람이지 않나.

전에는 없는 죄도 불겠다고 나선 사람이었다.

보통 당하기만 하는 신현태도 그럴 땐 ‘형은 일본이 강제 점령했을 때 태어났으면 100% 밀정이나 앞잡이 했을 거다’라고 놀릴 지경이었다.

발끈하지도 못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그랬을 거 같았거든.

야마모토 리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잠깐만요. 저는 코치님…… 맞죠? 저분하고 대화하고 있어요.”

“아냐, 수혁아. 대화라는 건 보통 상호 확인한 뒤에 하는 거야. 너처럼 그냥 말을 던져 놓고 대화라고 하면 안 돼.”

“아버님이세요?”

“네네. 애가 가끔 이럽니다, 네.”

“그럼 좀…….”

하여간 이현종은 수혁이 몸도 성치 않은데, 괜히 대회 구경을 왔다가 봉변이라도 당할까 두려워 즉시 달려들었다.

경호원도 다행이다 싶어서 말로 해결하려 하려는 찰나, 코치가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묘했다.

‘너 이 새끼 뭐 하냐’ 뭐 이런 얼굴은 아니었다.

놀란 얼굴이었다, 명백히.

“잠시…… 잠시만요.”

그에 그치지 않고, 끌려나가기 직전의 수혁을 불러 세웠다.

“혹시…… 태화 의료원 교수님 아닙니까?”

심지어 소속도 알아맞혔다.

‘잉……?’

뒤에서 X됐다 이제, 난 CJ 계열하고는 나가리다.

다시 말해서 연예인 치료는 이제 물 건너갔다고 여기고 있던 유민관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번지기 시작했다.

다행인가?

지금 그렇게 여겨도 되나 싶은 순간이었다.

“네, 태화 의료원 통합진료센터 부센터장 이수혁입니다.”

“네에?”

“이게 정말이에요?”

경호원들도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암만 봐도 좀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교수요?

그것도 부센터장이요?

그렇게 잠시 침묵이 뒤따랐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코치였다.

“아픈 건 사실입니다. 근데 그걸 어떻게…….”

몇 번인가 뉴스에 나기는 했더랬다.

하지만 지역 뉴스 정도가 다였다.

애초에 PGA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순간, 코치의 은퇴는 일반인들의 관심사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렸기에 그랬다.

게다가 그걸 수혁이 알까?

그럴 리가 없었다.

“보면 알죠. 방금 시범 보이실 때…… 아파서 못 올린 거 아닙니까?”

“아…… 네, 그렇습니다.”

“형 아파요? 아니, 그럼 나한테 말을 했어야죠!”

게다가 그 후로 티를 낸 적도 없었다.

단 한 번도.

심지어 맨날 붙어 다니는 최원준 선수조차 모를 정도였다.

왜냐?

백방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뛰었던 적도 있었지만, 소용이 없어서 그랬다.

게다가 중간에 최원준의 코치가 되면서 해외로 쏘다니다 보니, 치료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나마 미국에 갔을 땐 희망을 품고 좋다는 병원도 갔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거기서도 원인을 모른다고 하면서 치료도 하지 못했다.

“그게…….”

“이쪽인데.”

“아야.”

그러거나 말거나, 수혁은 앞으로 다가가선 코치의 등 뒤를 가리켰다.

코치는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검사를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움직이는 거 보면 알죠. 흐음…….”

[반대편도 짚어 보세요. 근육이 커서 좀 헷갈리는데 뼈가 얇습니다.]

‘그래?’

[네.]

‘오키.’

수혁은 바루다의 도움으로, 시진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정보를 얻어 낼 수 있지 않던가.

게다가 이러한 신체 검진에서도 다른 이들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응?”

코치는 잠시 움찔하긴 했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가만히 있었다.

덕분에 수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반대편도 만질 수 있었다.

나름 예민한 손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근육이 진짜 많아서 뭘 알아내는 게 어려웠다.

허나 바루다는 달랐다.

[좌우가 달라요. 우측 뼈가 더 얇습니다.]

‘갈비뼈 말하는 거지?’

[네. 뼈가 흡수된 모양인데…… 정확한 건 사진을 찍어 봐야 알 거 같습니다.]

‘흐음…… 대회 동안…… 없어도 되나?’

수혁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려니, 최원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형. 병원 가 봐.”

“응? 아니야. 이거…… 괜찮은데.”

“괜찮긴! 지금 검색해 보니까 교수님 엄청 유명한 사람인데! 괜히 이러시겠어?”

아마 신현태나 안대훈 등이 있었다면 괜히 그러시는 분이라고 했겠지만, 아쉽게도 이 자리에 같이 와 있는 사람은 이현종이었다.

“그렇죠. 괜히 그러시는 분이 아니지!”

오히려 동조하고 나섰다.

“아냐, 아냐. 우리 이 대회 중요해. 나 이거…… 아픈지 몇 년 됐어. 2년?”

“뭐……? 와…… 아니, 그걸 왜…….”

“일단 원준아. 마음 잡아. 알지? 골프는 멘탈이 절반이야. 내가 아픈 건 아픈 거고 지금은 대회만 생각하자. 어차피 태화로 가야 진단이 되든 말든 할 거 아니야. 그렇죠, 교수님?”

“네? 아뇨. 제주도에도 병원 많은데.”

“네?”

살짝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돌았지만, 코치는 강경했다.

“우선은 잘 칠 생각만 하자. 올라가야지. 우승도 한번 노려봄 직하잖아.”

“음…… 진짜로 괜찮아?”

“나 오래됐다니까? 그나마 교수님이 알아봐 줬으니…… 나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사실 이리저리 다녀 보긴 했어. 그런데 원인도 모르더라고.”

“하아…… 거참.”

최원준은 한숨을 쉬다가 이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선글라스를 낀 데가가 모자까지 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부셨다.

그럼에도 하늘을 보는 건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후우.”

코치의 말마따나 골프는 멘탈 싸움도 중요하지 않던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야 평소 기량대로 칠 수 있을 테니까.

‘형 말이…… 이렇게만 치면 우승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어.’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잘하느냐도 중요했지만.

하여간 이번 대회만큼은 최원준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알겠어, 가자.”

“교수님, 이따 가도 될까요?”

“물론이죠. 언제든지.”

그렇게 둘은 다시 연습 샷을 치러 갔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듣고 있던 유민관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식당 예약하라고 해서 해 놨는데……?’

그것도 예약 엄청 빡센 곳이라 아예 예약 표를 샀는데……?

거기에 더해 예약금도 냈는데……?

이 사람들이 대체 무슨 짓들이지?

뭐 이런 생각이 떠오를 때쯤, CJ 계열사 임원이 다가왔다.

말이 임원이지 현 E&M 회장의 오른팔이라 끗발이 장난이 아닌 양반이었다.

개인적으로 골프를 엄청 좋아해서, 이런 행사를 주도적으로 끌어 나가는 사람이기도 했고.

“어디서 데리고 오신 분들이야?”

그런 사람이 말을 걸어 오는데 어찌 딴생각을 이어 나갈 수 있을까.

“네? 아, 네. 태화…… 태화 의료원 분들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분’이라고 했다는 점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디서 온 새끼들이야?’라고 해도 할 말 없을 만한 분위기이지 않았나?

여기서 ‘분’이라니.

그야말로 분에 넘치는 말이라 할 수 있었다.

“강 코치…… 내가 원래 진짜 좋아했던 선수인데. 사실 아파서 은퇴하게 된 것도 있거든. 이젠 좀 치료가 되려나……?”

“네? 아…… 그건 모르겠습니다.”

“근데 자네는 칠성 사람 아니야? 어떻게 태화 교수들이랑 같이 있어?”

“아…… 사실은 이러저러해서.”

“어…… 그래? 실력이 대단한 사람들이네?”

다행히 대화는 꽤 호의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안심하기는 좀 이른 상황이었다.

골프도 좋아하지만, 진료는 정말 몸살 나게 좋아하는 양반이 바로 이현종 아닌가?

이미 눈이 완전히 돌아가 버렸다.

“어어. 그래, 현수야. 너 지금 제주도인가?”

“네? 아, 네. 선배. 제주도에 있죠.”

“제주대?”

“네네. 웬일이세요? 안 그래도 춘계 때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어어, 나 지금 제주도 왔는데. 한번 보자.”

“어…… 네, 좋죠. 미리 말씀해 주시지. 그럼 준비했을 텐데요.”

이현종이 여기저기 들이박는 사람이긴 하지만, 자기 사람에게는 따뜻한 도시 남자 아니던가.

무엇보다 제주대에 내려와 있던 후배는 심장내과 사람이었다.

제자라고 불릴 만한 연배는 아니었지만, 그 또한 이현종에게 모든 것을 배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때문에 엄청 순종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내가 갈게. 병원으로.”

“네……?”

“환자 하나 데리고 갈 거야.”

“응급이에요?”

“아니, 모르겠네? 한 5시간쯤 뒤에 가려고.”

“네에……?”

그럼에도 이게 대체 뭔 소린가 하고 있었다.

좀 이해가 안 가는 말이지 않나.

“아무튼, 간다?”

“어…… 네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물론 그럼에도 고개는 끄덕이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 거란 예상은 못 하고 있긴 했다.

최근 이현종이 예전보다도 더 이상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그랬다.

캉.

하여간, 곧 시합이 시작되었다.

수혁은 딱히 골프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일단 날씨 좋고, 잔디밭도 좋고.

사박거리는 소리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다들 잘 치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세가…… 골프 하는 사람들 중에 아픈 사람 많겠는데?’

[네. 완전 한쪽으로 쏠리는 운동이네요, 이거.]

‘하긴, 골프 치다가 갈비뼈가 부러져서 응급실로 오는 사람들도 좀 있긴 하지. 왜 그렇나 했더니…… 아휴.’

[선수들이니까 견디지, 일반인이면 부러지겠습니다.]

물론 의학적인 소견을 곁들여 보고 있어서 더했다.

점수는 뒷전이고 그냥 따라다니다 보니 경기가 끝났다.

표정을 보니 꽤 잘 친 듯한했지만, 오늘로 끝은 아닌 모양이었다.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지려는데, 수혁이나 이현종이 그렇게 둘 리가 있나.

“가시죠.”

“네? 지금요? 서울로 돌아가서 하는 거 아닙니까?”

“제주대 병원 섭외했어요.”

“네에?”

양측에서 팔짱을 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끝에는 유민관이 있었다.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고서였다.

“이게 맞아요?”

“맞으니까, 가. 난 이게 제일 신나.”

“아니…….”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