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 닥터-417화 (417/1,303)

417화 성과 보고 (1)

암포테리신 B(Amphotericin B)

부산에서 온 환자에게 들어간 약이었다.

본래 진균, 그러니까 곰팡이 균 감염을 위한 약인데 간혹 이렇게 편모충에게도 쓰이는 수가 있었다.

“좀 어때?”

“아, 좋아요. 지금 감염만 보면 퇴원해도 돼요.”

“에이즈 관리는?”

“그건 이제부터 장덕수 교수님이 맡아서 하기로 했는데……. 환자는 낫기만 하면 다시 브라질로 돌아갈 거라고 고집을 부리네요.”

수혁은 이현종의 말에 병실 쪽을 돌아보았다.

그래 봐야 지금 둘은 센터 내에 있는 게 아니었기에 보이는 건 암센터 2층 어딘가일 뿐이었다.

“죽을 텐데? 브라질은 보험도 안 되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별로 소용이 없어요. 죽는 건 안 무섭다고…….”

“아플 거라고 하지, 왜.”

“일단 설득 중에 있어요.”

에이즈, 그 병을 일으키는 HIV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인류는 공포에 떨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료계가 떨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이상적인, 그리고 인류 입장에서는 최악의 바이러스였기에 그랬다.

우선 이놈은 증상을 일으키기까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에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었다.

감염자가 폭증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백신도 없죠?]

‘변이가 빨라서 그러기가 어려워.’

거기에 백신도 없어서 감염의 전파를 차단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냥 그렇게 끝나면 좋았을 텐데, 이놈이 건드리는 건 면역 체계였다.

후천적 면역 결핍증을 일으킨다는 얘기였다.

오랜 시간이 걸린 후 나타나는 증상은 아주 무서웠다.

다행히 지금은 치료제가 나와 있긴 하지만 이 치료제라는 것도 완전하지는 않았다.

혈청을 토대로 한 치료제이기에 일단 너무 비쌌다.

연간 5천만 원 이상이 들어가니 말 다 한 셈 아닌가.

“그래, 잘 설득해 봐. 치료 안 하면 죽어.”

“네. 그렇게 해야죠.”

게다가 치료제라는 게 완치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경과를 막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해서 환자는 꾸준히 관리를 받아야만 했다.

그것도 아주 고가의.

그나마 대한민국의 보험 체계에서는 희귀병으로 분류되어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지만, 외국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이현종과 수혁 둘 다 브라질로 가겠다는 환자의 말에 질색을 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나저나 오늘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되긴 다들 놀라 자빠지지.”

“그럴까요?”

“그렇지. 꼴랑 2주 만에 벌써 한 달 목표치 채웠잖아.”

“그건 그렇죠.”

환자 수만 따지면 그렇긴 했다.

단지 신현태의 명으로 내과에서 밀어주고 있는 숫자 채우기 용 환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응급실 의뢰 및 전과까지 해도 그랬다.

문제는 돈에 있었다.

‘적자 아닌가?’

[아마 그럴 겁니다. 데이터가 완전치가 않아서 분석은 어렵지만, 적자예요.]

수혁도 사실 보험 수가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편이지만, 이현종보다는 나았다.

이현종은 무지하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 데 반해 수혁은 최소한의 신경을 쓰고 있었다.

“자, 들어가자.”

“아, 네.”

해서 이현종은 속이 아주 편했고, 수혁은 조금은 껄끄러운 마음과 함께 회의실 내부로 향했다.

안에는 원장단과 태화 생명 측 이사 몇 그리고 각 센터장과 부센터장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새로 만든 센터인 통합진료센터와 확장 이전한 건강검진센터 등 몇 가지 이슈가 있어서 열게 된 임시 회의인 만큼 각 과 과장들은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 수가 적지는 않았다.

[태화 의료원이 진짜 큰 병원이긴 하군요.]

‘그러니까. 저번에 자료 보니까 우리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 수가 4천 명이 넘더라.’

원체 거대한 집단이기에 그랬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레지던트와 펠로우만 해도 천 명이 넘어가지 않던가.

거기에 교수들은 또 얼마나 많고?

“자, 다 자리에 오셨으니 시작하겠습니다.”

생각을 이어 나가기 전 신현태가 입을 열었다.

아까 들어오는 수혁을 마주하고 있을 때만 해도 팔불출 삼촌 그 자체더니만, 지금은 그래도 표정 관리를 좀 하고 있었다.

나름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단 얘기였다.

“우선 검진센터 확장 이전 건입니다. 총 소요 자산은 건축비까지 해서 112억입니다. 예상보다 적었는데, 이는 원래 가지고 있던 설비를 이동하기만 한 것이 많아 신규 물품 구입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신현태는 그 표정을 유지한 채 서류에 적힌 것을 읽어 나갔다.

‘112억이 적다니. 이거 내과 주면…….’

속으로는 영 딴생각을 하고 있긴 했지만.

하여간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확실히 원장은 아무나 시켜 주는 게 아니었다.

흉내라도 잘 내는 사람에게 순번이 돌아왔다.

“그럼 장강면 센터장님. 이전 후 2주간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아, 네.”

장강명은 이런 회의가 익숙한지 미소까지 띤 채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곤 잠시 같이 배석해 있는 태화 생명 측 인사를 돌아보았다.

아마도 수혁과 끈이 닿은 김다현 바이오 사장의 인물들일 터였다.

그 말은 곧 병원을 최고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얘긴데, 그럼에도 역시 중요한 것은 당장의 성과일 터였다.

여기서 말하는 성과는 돈이었다.

“우선 우리 태화 의료원의 건강검진센터는 3년 연속 고객 만족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다만 그 대상이 단체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습니다.”

장강명의 말대로 태화 의료원의 건강검진센터는 유서가 깊은 만큼 상당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일단 회사 단위의 계약이니만큼 태화 계열사들은 다 여기서 받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 더해 협력사니 뭐니 주렁주렁 달고 오는 터라 계약이 수월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B to B 그러니까 회사 단위의 계약만 했는데, 이게 나중에는 단점이 되었다.

개인 검진은 아예 받지 못하다 보니 VIP 검진에서 오는 막대한 수익은 포기하게 되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 검진이 가능합니다. 미리 공지한 대로 예약을 받아서 2주간 진행했는데…… 이미 매일 서너 명 이상의 VVIP 검진이 있습니다.”

“오.”

VVIP 검진이라면 특실에서 하루 자면서 1박 2일간 검진 진행하는 걸 의미했다.

보통의 검진이 가성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건 그냥 할 만한 검사는 다 때려 박아 놓았다.

당연히 가격이 비싼 것들이 다량 들어가 있었는데 그걸 다 합치면 인당 천만 원을 호가할 지경이었다.

인당 천이라니.

보통 환자에게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의 200배가량 되었다.

그 말은 벌써 저것만 해도 매출이 2주간 어지간한 센터 전체를 후려칠 만큼 나왔다는 소리였다.

“그 외에 개인 검진 또한 예약을 통해 받고 있습니다. 상반기 동안 데이터 분석을 해서 선호도가 높은 검사를 상단에 올리는 등의 작업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좋군요. 저 속도면…… 으음.”

신현태는 일단 아연한 표정이 되었다.

돈을 너무 많이 들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생각보다도 훨씬 더 돈을 잘 벌자 쫄았다는 표현이 더 맞았다.

물론 검사 장비가 고가인 만큼 저 매출이 다 순이익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거의 하루 이틀이면 감염내과 매출이 나올 거 같았다.

‘나도 내시경 잡을 걸 그랬나.’

명성 높은 감염내과 의사가 순간 흔들릴 지경이었다.

“또 만족도도 아주 높아졌습니다. 아무래도 새로 지은 티가 나는 데다가, 인테리어도 고급스럽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죠. 처음 디자인 안을 냈을 땐 원장단이나 이사진에서도 걱정이 좀 있으셨던 걸로 아는데……. 다행히 고객들은 좋아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장강명의 말에 전 회의에 들어와 있던 이현종과 신현태는 장강명이 들고 왔던 안을 떠올렸다.

그때 나눴던 말도였다.

‘이건…… 너무 피부과 같은데?’

‘고객 고객 하더니만 진짜 고객처럼 생각하는 거 아닌가? 환자인데.’

둘 다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강명은 그런 둘을 향해 뭘 모르는 소리 한다는 얼굴로 차분히 설득을 해 나갔던 바 있었다.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건강검진 고객이 고객이 아니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환자는 아니지 않습니까? 돈 낸 만큼 서비스를 즐기고 싶은 분들이에요. 설비도 중요하지만 인테리어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물론 절대 실수 없는 완벽한 검진은 기본이고요.’

어차피 한배를 탄 몸이라 거기서 더 뭐라고 하진 않았어도 불만이 있었는데, 이렇게 지표로 보니 과연 장강명이 괜히 했던 소리는 아니구나 싶었다.

이미 태화는 3년 연속 만족도 1위를 했을 만큼 만족도가 높았는데, 거기서 더 오를 줄이야.

이쯤 되면 아선과 칠성에서도 새로 건물 올리지 않는 이상 절대로 검진 분야는 따라잡지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음.”

딱 그땐 누군가 입을 열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태화 생명 측 사람이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높은 남 사장이었다.

“아주 좋군요. 약간 무리해서 인테리어를 한 보람이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줄 쥐고 있는 사람이 명줄도 쥐고 있지 않은가.

장강명의 얼굴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실력과 인성과는 별개로 속물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이니만큼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너무 자신만만했나?’

속으로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으려니 남 사장이 말을 이었다.

“정보가 있어요. 칠성하고 아선 모두 센터 중축을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칠성은 신논현역에 지을 거래요. 지하 주차장 완비에…… 1층에서 6층까지는 몰, 그 위로 검진센터.”

“허…….”

멀티플렉스 상영관도 아니고 검진센터에 몰을 만들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도 그룹 차원에서 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지만 이미 들어간 돈이 있어서 당장은 어려울 겁니다. 최선을 다해 대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저쪽은 못 해도 천억 단위 대공사 중인데 우리는 가진 거 가지고 잘 해 보라니.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득의양양해 있던 장강명은 순식간에 인상을 쓴 채, 하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신현태는 둘의 대화를 잠시 바라보다가 수혁과 이현종을 돌아보았다.

제발 잘해라 응원하면서였다.

“그럼…… 다음은 신규 센터에 대한 건입니다. 총 100억이 배정되었고 그중 30억은 인건비 명목으로 남겨 둔 상황입니다.”

“네, 어…… 매출은.”

센터장 이현종은 그런 신현태를 마주한 채 말을 이었다.

“매출은.”

“매출은요?”

“대충 한 1억은 넘는 거 같은데.”

“허…….”

당연하게도 기대를 저버리면서였다.

대충이라니?

이 미친놈이?

원장 할 때도 저러더니 센터장이 돼서도 저래?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질 때쯤 수혁이 입을 열었다.

혹시 몰라 매출 전표를 들고 오길 잘했단 생각을 하면서였다.

전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중구난방이었지만, 바루다 덕에 순식간에 대강의 계산을 끝낼 수 있었다.

“매출은 1억2천520만 원가량 나왔습니다. 아직 센터 초기이기에 비용이 더 나와서 약 1천만 원가량 적자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쪽은 적자였다.

돈만 보고 지은 센터라면 문제가 있어도 보통 있는 게 아니란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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