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뜻밖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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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뜻밖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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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뜻밖의 재회
2023.04.20.
‘어두워…….’
안드레아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몇 번을 반복해도 눈앞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휘이이─
기분 나쁜 습기를 머금고 있는 바람이 불어왔다.
어젯밤 창문을 열고 잠들었던가. 안드레아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불어오는 바람은 이곳이 자신의 방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있었지만, 뿌옇게 안개가 낀 듯한 정신으로 그것을 깨닫기는 힘들었다.
눈이 점차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탁해져 있던 시야가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안드레아는 서서히 턱을 들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끝없이 펼쳐진 검은 천장…… 아니, 캄캄한 밤하늘이었다. 마치 칠흑으로 물든 천으로 하늘을 덮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안드레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이 마치 길을 안내해 주고 있는 듯했다.
그가 걷고 있는 곳은 백색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천장이 뻥 뚫려 있는 그곳은 두꺼운 기둥이 안쪽까지 쭉 이어져 있었는데, 정교하게 빚어진 수많은 조각상이 양옆에서 마치 저를 주시하고 있는 듯했다.
성? 아니, 차라리 신전이라 느껴질 정도로 고요하면서도 신비로운 공간. 인적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색이라곤 흑과 백, 단지 그뿐이었다. 마치 온 세상의 색이 사라진 듯한 기묘한 감각.
‘이곳은 도대체…….’
차게 식은 바닥을 밟으며 거대한 기둥 사이사이를 누비던 중, 안드레아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참방─
발밑에서 미약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알 수 없는 액체가 고여 있는 것이 보였다. 워낙 주변이 어두웠던 까닭에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이것은─.
‘……피?’
안드레아의 동공이 미약하게 흔들리는 순간, 짙은 구름 뒤에 숨어 있던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칠흑으로 물들어 있던 공간을 은은하게 내리쬐었다.
안드레아는 달빛에 이끌리듯 조금씩 시선을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했다.
“……요한?”
안드레아가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어딘가 멍하니 풀려 있던 그의 동공에 번쩍 빛이 되돌아왔다.
“요한? 요한!”
그곳을 향해 냅다 달린 안드레아는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이준을 흔들어 깨웠다. 그러나 차게 식은 이준은 미동조차 없었다.
창백한 안색. 굳은 손발. 그리고…… 뜯겨 나간 한쪽 팔을 발견한 순간, 그를 흔들던 안드레아의 손이 우뚝 멎었다.
쿠구구구…….
공간이 나지막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방을 감싸고 있던 백색 기둥이 휘청거리며 온전히 서 있을 수조차 없을 만큼 진동이 거세졌다.
챙, 채쟁…….
빛 한 줄기 머금고 있지 않았던 칠흑의 밤하늘에 희고 가느다란 선이 번졌다. 덩그러니 떠올라 있는 손톱 달을 중심으로 마치 얇은 유리창이 깨지는 것처럼 하늘이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바닥이 내려앉고 하늘이 무너진다.
바람은 멎고 어둠에 가려져 있던 시야가 서서히 핏빛으로 물든다.
재앙. 재앙의 시작이었다.
쿠웅─!
어디선가 거대한 물체가 쓰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 것 같기도 했다.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홱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안드레아는 보고야 말았다. 검게 물든 하늘 가운데 유유히 부유하고 있는 발광체를.
달? 아니다. 저것은─.
“어째, 서…….”
길고 넓은 소매를 가진 순백의 옷이 소리 없이 느릿하게 펄럭였다.
밤하늘을 등에 지고, 눈부신 황금 빛의 천체를 머리에 이고 있는 한 남자가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태초의 별. 백색 성의 주인이자 조디악의 우두머리, 데바였다.
“아직 모든 탑이 빛나지 않았는데…….”
안드레아가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현안에서 보았던 내용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현안은 남은 탑들이 모두 빛나게 되면 백색 성이 완성될 것이고, 재앙은 그때 비로소 시작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네가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장엄하리만큼 낮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 공간 전체로 울려 퍼졌다.
이럴 리 없다. 절대 이럴 리가 없어. 차게 식어 버린 이준을 끌어안은 안드레아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자 미약한 웃음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잔잔한 물결처럼 시작된 그 웃음은 곧 거대한 해일처럼 안드레아를 뒤덮었다.
“──어리석구나.”
번쩍!
돌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빛무리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던 안드레아는 다음 순간 튀어 오르듯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헉……!”
가슴팍을 쥐어뜯을 기세로 붙잡은 그는 마치 오래도록 숨을 참고 있었던 사람처럼 파리해진 안색으로 컥컥댔다.
그렇게 오래도록 격렬한 호흡을 이어 가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흐릿한 시선을 들어 주변을 확인했다.
하얀 시트로 뒤덮인 침대, 창가에 놓인 새장, 곁에 놓인 엔틱 나무 테이블, 미지근한 물이 담긴 유리 주전자…….
그가 머물고 있는 방이었다.
안드레아는 창밖으로 힐끗 시선을 돌렸다. 어둡다. 아직 아침이 밝아 오지도 않은 깊은 새벽이었다.
‘방금 그건, 꿈?’
안드레아는 멍하니 제 이마를 짚었다. 이마가 흥건히 젖어 있는 것이 손바닥 너머로 느껴졌다. 아직도 심장이 불길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손끝에는 차갑게 식은 이준의 체온이 남아 있는 듯했다.
잠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안드레아는 타는 목을 축이기 위해 테이블 위 주전자를 향해 더듬더듬 손을 뻗었다. 그런 그의 손가락에 닿은 것은 주전자가 아니라 휴대전화였다.
[착신 메시지 32건]
[착신 전화 17건]
그가 잠든 몇 시간 사이 많은 연락이 와 있었던 듯하다. 안드레아는 목을 축이는 것을 뒤로하고 휴대전화를 집었다.
톡, 하고 터치하여 액정을 밝힌 순간 그가 눈에 띄게 경직되었다.
화면 상단에 줄줄이 떠오르는 긴급 속보들.
[에펠탑 붕괴? 프랑스 파리 전역 봉쇄령. 佛 대통령, 세계 헌터 협회에 지원 요청]
[“유례없는 재앙” 국제 연합 긴장 증폭, ‘대응 1단계’ 긴급회의 개최해]
[스탠든 英 총리 “타국 지원 일제 취소해” 자국 문제로도 급급]
[日 오키나와 해역서 규모 7.9 지진. 제주도 사변과의 연관 가능성은?]
[재앙의 원인은 제주도? 전 세계 발칵, 관련한 실제 영상 누적 조회수 28억 뷰↑]
[오전 2시 기준 美 사망자 1만 명 돌파. 분노한 국민들, 헤드 헌터 2위 ‘엘리멘탈 마스터’ 비난 쇄도해]
[한국 헌터 협회장 고대윤氏 국내 헤드 헌터 긴급 소집해 “30년 전 악몽, 되풀이는 없을 것”]
“…….”
휴대전화 액정을 응시하던 안드레아의 숨이 점차 거칠게 변했다.
벌떡!
이윽고 그는 박차다시피 침대에서 벗어났다.
* * *
재앙이 시작되었다.
지구의 모든 탑이 빛나고 백색 탑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은하의, 인류의 오산이었다.
그저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듯 제주도의 상황을 인터넷상으로만 엿보고 있던 전 세계 네티즌들은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허둥댔고, 그들의 원망은 오롯이 헌터에게로 향했다.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전에 재앙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게 웬 봉변이냐]
[ㅅㅂ 협회장 인터뷰 봄? 진짜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긴급 소집 때렸다는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네용ㅠㅠ 이제는 협회도 정부도 믿기 힘들어요ㅠㅠ 친구가 이민 갈 때 따라갈걸 흑흑]
[뉴스 보셈;; 다른 나라도 똑같음]
[아니 그럼 제주도에 있는 우리집이랑 농장 다 어케되는거지?? 보상은 어디서 받아야 되냐고ㅜㅜㅜㅜㅜ]
[아직 국제기구 긴급회의도 8시간째 안 끝나고 있다는데 조금 더 기다려 봐야져……]
[첨에 제주도 난리났을 때 그냥 자연재해라고 떠들지 않았나?? 그럼 걍 국민을 기만한 거네 정부랑 협회랑 언론까지 짜고 맞춰서ㅋㅋㅋ]
[ㄱㅊ 우린 흑프 보유국이잔슴]
[ㅋㅋㅋㅋ 이와중에도 돈벌겟다고 너튜브에서 방송 처하고 있는 헌터도 있네 미친넘ㅋㅋㅋㅋㅋ]
[헌터들은 원래 그런 놈들임ㅋ 지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걍 돈 벌 수단이지 뭐ㅋㅋ]
[그만해~~ 이러다 우리 다 주거~~~~]
[댓글 쓰고 있을 시간에 마지막으로 가족들한테 전화나 해라 내일 당장 세상이 멸망할 수도 있으니까]
인터넷 커뮤니티가 혼돈과 불안으로 휩싸인 가운데, 협회의 긴급 소집령을 받은 은하는 곧장 오피스텔을 나섰다.
그런데.
“꺄아아악! 살려 주세요!”
“엄마아…… 으허엉, 엄마아…….”
“지하철!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대피해야 해!”
“비켜, X발! 내가 먼저야!”
바깥 풍경은 더 이상 은하가 기억하던 것과는 달랐다.
“시작이군.”
에단이 턱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해도 달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칠흑으로 뒤덮인 하늘.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짙은 피 냄새. 무너진 콘크리트 도로와 얽힌 전선. 하늘에서 쏟아지는 검은 비…….
몬스터의 습격이나 게이트의 출현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때와 같아.’
쿵.
은하의 심장이 요동쳤다.
‘30년 전, 그때와…….’
양산을 쥔 은하의 손이 희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잊고 싶었지만 한 번도 잊은 적 없던 그날의 기억이 해일처럼 몰아닥치던 와중,
“……배? 선배!”
시우가 은하의 어깨를 흔들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은하가 그를 쳐다보았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미 재앙은 시작됐어요.”
재앙……. 작은 중얼거림과 같이 멍한 기색이었던 은하의 홍채가 이윽고 원래의 빛을 되찾았다.
은하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시우의 말대로,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백색 성이 완성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데바의 짓인가? 어쩌면 전국, 아니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역대급 게이트가 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온전히 서 있을 수 없을 만큼 거센 진동이 땅에서 느껴진다. 버티지 못한 도로가 쩌적쩌적 갈라지고, 갈대처럼 흔들리던 가로등이 결국 쓰러져 근처 차량을 박살 냈다.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건물. 시야를 가리는 검은 비. 피로 물든 거리와 혼란에 빠진 시민들.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거, 건물 안에 우리 엄마가 있어요! 아저씨! 아줌마! 엄마를 구해 주세요!”
“비켜, 이 꼬맹이가……!”
“아, 아저씨! 엄마가, 우리 엄마가!”
“지금 그게 중요해! 내가 당장 뒤지게 생겼는데!”
꺄악! 꼬마가 성인 남성에 의해 밀쳐져 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쪽을 바라보고 있던 시우가 힐끗 은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떡하시겠습니까? 그리 물을 필요는 없었다. 시우는 은하가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알고 있었으니까.
“제가 서쪽을 맡겠습니다. 선배는 이곳과 동쪽을.”
은하의 까만 눈이 시우에게 닿았다.
“……확인.”
* * *
한편, 같은 시각 헌터 협회에서는─.
“흑염의 프린세스와 백랑은 아직인가?”
한국 헌터 협회장 고대윤은 초조한 기색으로 회의실 문을 응시했다. 그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두 인물은 아직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았다.
신경이 곤두선 대윤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기 위해 곁에 있던 비서가 최대한 차분히 입을 열었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쉽게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헤드 헌터인 두 사람이 말인가? 농담도.”
대윤은 한숨을 푹 내쉬고 테이블에 앉은 여러 면면을 둘러보았다.
괴도 강아연. 트릭스터 송민주. 불멸 길드 대표로 참석한 허재민. 그 외 한국 헌터계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몇몇 인사를 포함해 이곳에 출석한 헌터는 총 열다섯.
‘별수 없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언제까지고 흑염의 프린세스와 백랑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럼 전달 사항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하겠네.”
대윤이 입을 열면서 회의는 시작되었다. 제주도를 포함하여 현재 국내 각 지역의 상황, 사망자 및 실종자의 수, 타국의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전달한 그는 비로소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 당장 제주도로 가 주게.”
대윤은 눈앞에 모인 국내 최정상의 헌터들에게 그리 명령…… 아니, 부탁했다.
“이번 재앙의 원천은 높은 확률로 제주도─ 그곳에 나타난 백색 성일 테지. 다만 타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큰 지원을 바랄 수는 없는 상황이야. 최악의 경우, 우리끼리 어떻게든 막아 내야만 해.”
“거기 게이트가 출현했을 확률은?”
아연이 펜을 빙글빙글 돌리며 묻자 대윤이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게이트 관리국에서 현재까지 보고된 바로는 감지기에 잡힌 균열은 없어. 자정쯤, 제주도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주변 관측 기관도 모조리 철수했으니 보다 면밀히 조사할 방법도 이제는 없지.”
“우리더러 목숨을 걸고 가서 확인해 오라는 소리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 것을 알지 않나, 괴도.”
“미안한데 협회장 아저씨, 이번 일은 얼마를 줘도 부족할 것 같은데. 목숨은 돈으로도 살 수 없으니까.”
애초에 난 헤드 헌터도 아니고. 아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의 단호한 거절에 대윤은 입을 다물었다.
30년 전과 달리 헌터에게는 자신의 목숨을 우선시할 권리가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긴급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전국의 헌터 중, 자신이 그곳에 가겠노라 숭고한 뜻을 밝히는 자는 극소수였다.
누구를 탓하랴. 누구나 자신의 목숨이 소중한 건 당연한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앞장서서 제주도에 가야만 하는 긴박한 상황.
대윤은 착잡한 시선을 들어 눈앞에 모인 헌터 하나하나를 차례로 응시했다.
지금 이곳에 모인 헌터들은 하나하나가 귀중한 전력이었다. 대한민국 헌터계의 주축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전투력 혹은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
‘이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아래 헌터들 역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장군 없이는 부대가 결성되지 않는다. 어느 조직이든 선두에 나서 이끌 자가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또한 ‘장군’은 수많은 이들이 기꺼이 그 뒤를 따를 정도로 강하고 신임이 두터워야 하는 법.
일순 대윤의 얼굴에 결심의 빛이 드리웠다.
“모두의 말대로 이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임무가 되겠지.”
대윤은 힐끗 자신의 옆에 선 비서에게 눈짓을 보냈다. 비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회의실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히도, 조력의 뜻을 비친 자가 있다네. 여기 있는 모두가 잘 알고, 또한 신뢰해 마지않았던 인물이지.”
끼이익─
비서의 손에 의해 거대한 나무 문이 느릿하게 열렸다. 그곳에 모여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한데 모이는 순간, 나지막한 발소리가 뚜벅, 하고 정적을 걷었다.
“……!!”
모두가 굳은 얼굴로 문 쪽을 쳐다보고 있던 중, 누군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에 참석한 내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남자. 불멸 길드의 허재민이었다.
“혀─.”
찢어질 듯 커다래진 그의 두 눈 위로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