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239)화 (239/306)


#239. 이번에는 내가
2023.03.27.


하늘이 검게 물들고 산이 무너지며 땅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들이 딛고 선 지면은 마치 깨진 거울처럼 굵은 빗금을 그리며 쩌적쩌적 갈라지고 있었다.

우선은 행방을 알 수 없는 데바를 무작정 쫓기보다 이준과 가란 일행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몸을 옮기는 게 먼저였다.

높은 곳에서 주변 풍경을 재빠르게 확인한 은하는 날렵하게 아래로 하강하여 이준 앞에 탁, 착지했다.

“제주도가 두 개로 갈라지고 있어. 한라산은 침몰하는 동쪽을 향해 기울어졌고. 여기서 벗어나야 돼.”

“서쪽은 아직 안전할 거야. 우선 이자를 데리고 그쪽으로 가자.”

그리 말한 이준은 가란을 일으켜 세웠다. 이렇게 된 이상 정부나 협회의 눈을 피하는 건 이제 나중 문제였다.

“잠깐만, 백이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다른 용병들도 있어. 그들까지 데리고 이동하려면─.”

“허, 헌터다!”

그때, 어디선가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하와 이준의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다.

“그 드레스…… 설마, 흑염의 프린세스?”

“사, 살았어! 헤드 헌터 1위가 왔어! 마에스트로도 함께야!”

“여기에요, 여기!”

……일반인? 은하의 표정이 당혹스럽게 물들었다.

방금 전 지진으로 주변 나무나 바위 벽 따위가 무너지며 시야가 확 넓어지면서, 숨어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일반인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한라산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마자 정부와 협회는 제주도민들을 발 빠르게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다만 한라산 중턱부터 그 위까지는 아직 수색 작업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 과정에서 조난자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 모두가 마치 사막 한가운데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안도하고 기뻐하는 얼굴이었는데, 그 수가 서른은 족히 넘어 보였다. 대부분 등산복 차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한라산을 등반하다 그대로 조난되어 버린 듯했다.

“도와주세요, 우리 남편이…… 남편이 많이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요.”

한 중년의 여인이 은하에게 사정하며 매달렸다. 시선에 닿은 곳에는 나무에 기댄 채 끙끙 신음을 흘리는 여인의 남편이 보였다. 얼핏 보아도 상태가 심각했다.

다만 부상자는 한 명뿐만이 아니었다. 상처가 깊은 가란을 포함하여 아직 제대로 정신조차 차리지 못하고 있는 다른 용병들 역시 치료가 시급했다.

무너지는 산, 두 개로 갈라지고 있는 제주도.

은하의 턱을 따라 또르륵 식은땀이 흘렀다. 이 상황에서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데리고 무사히 탈출할 방법이 있을까?

“으아악! 사, 살려 줘!”

쿠구구구…….

또 한 번 큰 진동이 들이닥치더니 주변 나무가 우지끈 부러져 쓰러졌다.

겁에 질린 일반인들은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자리에 주저앉았다.

쓰러지는 나무야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은하는 퍼뜩 시선을 돌렸다. 연속된 지진으로 주변 절벽이 무너지면서 부서진 돌들이 우박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절벽에 박혀 있던 바위가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더니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바위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이쪽으로 굴러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닿는 건 시간문제였다.

은하의 까만 눈동자가 힐끔 하늘을 향했다. 데바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은하는 분한 듯 양산을 꾸욱 쥐었다.

“은하야.”

이준이 낮은 목소리로 은하를 불렀다. 어떻게 할지를 묻고 있는 것이었다.

“헌터님!”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괜찮습니다. 진정하세요, 모두.”

은하는 절박하게 외치는 일반인들을 향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정신만 똑바로 차린다면 다 함께 살아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잘 들으세요. 이제부터 빠르게 산을 내려갈 겁니다. 다친 곳이 없는 분들,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용병분들은 저쪽 부상자들을 부축해 주세요. 백이준, 이 사람을 부탁해.”

이준에게 가란을 맡긴 은하는 저쪽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굴러오는 바위를 향해 스르륵 손을 뻗었다.

“위험하니 조금 떨어져 계십시오.”

은하의 하얀 손바닥 위로 검은 빛 무리가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길을 트겠습니다.”

콰과과과광─!!

은하의 손에서 일직선으로 뻗어 나간 흑염은 바위를 강타했다.

이후 가장 선두에 선 은하는 사방에서 굴러오는 바위나 나무 따위를 부숴 안전로를 확보했고, 이준은 최후방에서 낙오자를 챙기거나 이리저리 튀는 파편들을 처리하며 그녀를 지원했다.

콰광!

콰과과광!

폭발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은하의 흑염은 거대한 바위를 단숨에 부수었고, 일행은 어떻게든 산을 절반 정도 내려올 수 있었다. 산 표면이 매끄럽게 변해 있었던 덕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끝이 없어.’

오른손은 여전히 정면을 향해 겨눈 채, 은하는 나머지 왼손으로 얼굴의 땀을 슥 닦아 냈다.

이제 시간이 많이 없다. 제주도의 동쪽과 서쪽이 완전히 분리되어 버리면 이 인원이 모두 바다를 건널 방법이 사라질 테니까.

‘얼마나 남았지?’

은하는 초조한 기색으로 눈길을 돌렸다.

저 아래로 바다가 가까워진 것이 보였다. 원래라면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풍경이었지만, 제주도가 두 개로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한라산 아래에 바닷물이 차오른 것이다.

은하의 눈매가 조금이나마 안도로 물들었다. 바다가 가까워졌다는 소리는 이제 더는 산을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콰과광!

눈앞에 굴러오는 바위를 또 한 번 박살 낸 은하는 힐끔 뒤를 확인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요.”

다행히 현재까지는 낙오자 없이 잘 따라오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끝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거듭된 능력 난사로 은하마저 마력이 점차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태였다.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이나 부상을 입은 용병들은 은하의 보폭에 맞추는 것조차 버거울 것이다.

데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 단순히 몸을 숨긴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상, 녹스에게 섣불리 지원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조금 전 하늘에서 속절없이 추락하는 헬기를 두 눈으로 보았으니까.

그러니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섬이 완전히 갈라지기 전에 서쪽으로 넘어가야 해.’

쿠구구구…….

지치지도 않고 또다시 굴러오는 거대한 바위를 향해 은하가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그런데.

쿵, 쿵, 쿵─

지면이 울릴 정도로 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일반인들은 몸을 움츠렸고 은하와 이준은 그쪽으로 홱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크르르…….

인간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한 괴물이 여럿 서 있었다.

은하는 저 괴물을 본 적이 있었다. 처음으로 갔었던 아스트의 네뷸러, 정확히는 그곳의 지하 미궁에서 말이다.

‘미노타우로스가 왜 여기에…….’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놈들의 수는 상당했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 거리가 있으니, 그 전에 서쪽으로 넘어간다면 불필요한 전투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은하는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려 앞을 확인했다.

그러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바다가…….”

은하의 잇새로 저도 모르게 허망한 목소리가 새어 나갔다.

그들이 위치한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의 동쪽과 서쪽이 거의 다 갈라졌고, 그 사이로 바닷물이 벌써 가득 차올라 있었던 것이다.

은하와 이준은 각성자인 데다 큰 부상도 입지 않았으니 이 정도 거리라면 헤엄을 쳐서라도 서쪽에 닿을 수야 있겠지만 나머지에게는 그마저도 무리일 터.

“여보…… 이제 됐어. 그냥 난 여기 두고 가.”

“그게 무슨 소리야? 두고 가라니!”

뒤에서 부부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 다리에 감각이 없어.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 발목까지 잡을 수는 없잖아.”

부상을 입은 중년 남성은 비교적 상처가 얕은 용병의 부축을 받고 일행을 따라오고 있었지만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내 상태는 내가 잘 알아. 어차피 돌아가도 난…… 살 수 없을 거야. 만에 하나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영영 불구로 살아야겠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일단은 살고 봐야지. 안 돼, 난 당신 두고 못 가.”

“고집부리지 말고. 여보, 하나라도 더 많이 살아야지. 어서 가.”

“안 돼! 우리 혜진이는 어떡해! 어떡하냐고!”

여인은 죽음을 결심한 제 남편을 붙들고 엉엉 울었다.

“허, 헌터님……!”

또 다른 곳에서 은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부상이 심각한 가란을 부축하고 있던 젊은 남성이었다.

“이, 이분 상태가 심각합니다. 어, 어떡하죠?”

가란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은하는 질끈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지금 이 모든 사람을 하나씩 들쳐 업고 헤엄을 쳐서 동쪽과 서쪽을 왔다 갔다 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헤엄칠 수 있는 사람만 데리고 바다를 건너는 것이겠지만, 절반 이상의 인원을 버리고 그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은하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손끝에 딱딱한 휴대전화가 닿았다. 시우나 다른 S급 헌터들에게 지원을 요청한다면?

‘……아니. 언제 올 줄 알고.’

지금 이곳은 경기도도 지방도 아닌 무려 제주도였다. 지금 당장 서울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적어도 2시간은 소요될 것이다.

게다가 언제 다시 데바가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르는데, 그때까지 가만히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앞에는 바다, 뒤에는 미노타우로스 군단. 진퇴양난에 처한 은하는 결국 판단을 내렸다.

‘역시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해야만 한다는 판단 말이다.

양산을 쥔 은하는 앞쪽 바다가 아닌 미노타우로스 쪽으로 휙 등을 돌렸다. 그러기를 무섭게, 이준이 은하의 어깨를 붙잡았다.

“차은하.”

“비록 추락하기는 했지만 아까 한라산 부근으로 헬기가 왔었어. 그렇다면 앞으로도 지원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야.”

은하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이준의 손을 살짝 내려 두며 덧붙였다.

“놈들이랑은 이전에도 붙어 본 적이 있거든. 조금 정도는 시간을 벌어 볼 수 있을 것 같아.”

“시간을 번다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닐 것 같은데. 지금 이대로라면 여기까지 바닷물이 차오르는 것도 금방일 테니까. 네가 저놈들과 싸우는 동안 여기 일반인 중 절반 이상은 물고기 밥이 되겠지.”

“그럼 어쩌자고? 너도 알겠지만 여기 사람들을 지키면서 전투하는 건 힘들어. 한두 명도 아니잖아. 다른 뾰족한 수라도 있어?”

“그래, 있어.”

“……뭐?”

은하가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이준은 그런 은하를 지나쳐 어디론가 걸어갔다.

“백이준?”

은하가 그의 등을 향해 멍한 목소리를 냈다.

이준은 은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뒷모습을 눈에 담는 순간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네가 이럴 줄 알았으니까 내가 여기까지 온 거야.”

나지막이 중얼거린 이준이 스르륵 장갑을 벗었다.

‘뭘 하려는 거지?’

은하가 아는 한, 이준이 항상 끼고 다니는 저 검은 장갑의 용도는 하나였다.

살다 보면 원치 않더라도 타인과 크고 작은 접촉을 하게 될 때가 있었다.

실제로 이준은 같은 방을 쓰던 동기를 잠결에 끌어안았던 적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이준의 페로몬에 취한 동기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이후 이준은 꼭 장갑을 끼고 다니게 되었다. 그렇다, 저 장갑은 그러한 상황에서의 불필요한 ‘매혹’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며, 이준의 검은 가죽 장갑에는 은하가 모르는 비밀이 한 가지 더 생겼다.

그것은 바로, 저 장갑이 힘을 제어하는 장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저 장갑을 쓰고 있지 않을 때, 이준의 고유 능력은 거의 최고치로 극대화된다는 소리였다.

이준은 무릎을 굽혀 장갑을 벗은 맨손으로 땅을 살짝 짚었다. 차가운 흙의 감촉이 피부에 닿는 순간, 그의 실루엣을 따라 선홍빛 기운이 물결치듯 일렁였다.

“와라.”

작게 명령하자 아스라이 춤을 추던 선홍빛 기운이 그의 길게 뻗은 손가락을 타고 땅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고오오…….

땅이 고요하게 울렸다.

산사태나 지진의 흔들림과는 전혀 다른 감각. 마치 땅이 선홍빛 기운과 공명하기라도 하듯, 땅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메아리치기라도 하듯, 나지막한 진동이 발끝을 통해 전달되었다.

은하는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번쩍 눈을 떴다.

“백이준, 너……!”

은하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있는 것일까, 이준이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곧이어 일이 끝났다는 듯 그가 땅에서 손을 떼어 내는 순간, 은하가 버럭 소리를 치며 그의 앞에 섰다.

“당장 멈춰.”

그가 하려는 짓이 무엇인지 깨달아 버린 것이다.

‘얼루어 스프레드(Allure Spread)’.

페로몬을 극대화시켜 일정 지역 내에 있는 생물들에게 동시에 상태 이상 ‘매혹’을 걸어 버리는, 대규모 스킬이었다.

다른 종류의 대규모 스킬이 그러하듯, 이러한 스킬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따랐다. 대표적으로는 대량의 마력 소모가 있었다.

‘얼마만큼의 마력을 소모하느냐는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에 하나 이 섬 전체를 대상으로 지정한다면? 소모하는 마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은하의 경우에도 이 산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흑염을 만들어 내려면 탈진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준의 경우 리스크는 거기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은하의 흑염은 따지고 보면 단순한 마력 방출에 불과했지만, 매혹과 같은 정신계열에 속하는 부류는 궤가 달랐다. 세밀한 제어가 필요한 데다 체력뿐만 아니라 강인한 정신력마저 요구될 테니까.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네 발을 여기에 묶을 셈이야?”

규모가 큰 정신계열 스킬은 사용한 술사가 일정 시간 동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홀딩 스킬(Holding Skill). 정확하게 말하자면, 능력을 쓰는 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쏴아아아─

바닷물이 크게 요동치는가 싶더니, 두 개로 갈라진 섬 사이로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이윽고 파도가 걷혔을 때, 은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하늘을 날던 하얀 새들이 수면 위에 앉아 날개를 펼쳐 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마치 칠석 견우직녀 전설에 나오는 까마귀 다리를 보는 것 같았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다.

엄청난 높이의 파도가 또 한 번 폭발하듯 첨벙 솟아오르더니 이번에는 뿔 나팔 소리를 닮은 고래 울음소리가 귓전에 울려 퍼졌다.

“……!”

은하의 눈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바닷속을 유영하고 있던 수많은 물고기, 심지어는 상어와 고래마저 한데 모여 길을 트고 있었다.

이준의 페로몬에 꾀인 생명체들이 주인의 바람대로 바다 위에 기다랗고 거대한 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말했잖아.”

굽혔던 무릎을 바로 세운 이준이 은하와 시선을 맞추었다.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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