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237)화 (236/306)


#237. 무너지는 제주도
2023.03.25.


일이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이준의 예상은 정확했다. 왜냐하면…….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겠지만, 이만 돌아가지 그래. 이 일은 우리가 먼저 받은 의뢰야.”

──그들은 공식 헌터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아니, 그것은 혐오 수준에 가까웠다.

맨몸으로 전장을 구르는 그들 눈에는 협회와 길드의 보호를 받으며 대중들의 찬사와 환호를 등에 업은 일반 헌터들이 그저 ‘엔터테이너’로만 보이는 것이다. 설령 상대가 S급 랭커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돌아가라고?”

그들의 삐딱한 태도에 은하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러나 눈앞의 용병 중 하나는 전혀 기죽지 않은 채 태연히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이쪽도 지저분한 밥그릇 싸움은 하고 싶지 않거든. 무슨 뜻인지 알지?”

“우리도 이곳에서 할 일이 있어.”

“할 일?”

은하의 말에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나머지 용병들도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낄낄거렸다.

“여기는 너희를 찍어 줄 카메라도 없는데? 어차피 협회가 준비한 밥 먹고 뜨끈한 바닥에 등이나 지지는 양반들이 뭘 하겠다고?”

웃음을 멈춘 남자는 은하를 위아래로 쓱 훑어보았다.

헤드 헌터 1위 흑염의 프린세스. TV나 인터넷에서 본 적이야 있다. 그녀의 검은 드레스와 요란한 양산을 눈에 담은 그가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직접 보니 더 형편없군.”

그 말에 반응한 것은 은하도, 이준도 아닌 그들 뒤에 서 있던 녹스였다.

“감히……!”

눈매를 날카롭게 세운 녹스가 울컥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준의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재빨리 주먹을 쥐었다 폈다. 분명 빈손이었을 텐데, 어느새 그의 손가락 사이사이에는 사탕 크기의 폭탄이 끼워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파리지옥처럼 생긴 괴상한 식물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은하와 이준, 녹스 세 사람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특히 길게 머리를 땋은 작은 키의 용병은 땅을 짚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땅 위에 부적처럼 생긴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저 부적이 무슨 장치인지, 언제 그려서 붙여 놓았는지, 어떤 행위에 반응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점은 없었다. 그러나.

‘빠르다.’

양산을 손에 거머쥔 은하는 꽤 놀란 눈빛으로 그들을 응시했다.

잠깐의 움직임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단련된 헌터인지 가늠이 될 수준이었다.

날카로운 전투의 조짐에 피부의 솜털이 곤두섰다. 그 가운데, 이준이 녹스를 저지하기라도 하듯 그녀 앞으로 스윽 손을 뻗었다.

“거기까지 해, 녹스.”

“보스…….”

녹스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이준을 응시했지만 곧 입을 다물고 한 걸음 물러났다.

이준은 가란을 포함한 여덟 명의 용병을 차례로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너희 밥그릇을 뺏을 생각은 없어. 우리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번 일에 대한 원인 조사니까.”

“우리더러 그 말을 믿으라는─.”

남자가 말을 끝맺기도 전이었다.

그들 주변을 둥그렇게 감싸고 있던 소환체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은하가 식물들에게로 힐끗 시선을 돌렸다.

‘페로몬이야.’

한참 발버둥을 치던 식물들은 결국 스스로 소환을 해제하고 바스스 사라졌다. 식물을 소환한 장본인조차 눈치채지 못한 사이, 식물들이 이준의 페로몬에 취한 것이었다.

바스러져 사라진 식물을 놀란 눈으로 응시하는 용병들에게, 이준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 싸우자는 게 아니라 제안을 하고 있는 거다. 너희가 알아서 한라산으로 향해서 조사를 해 온다면 굳이 우리까지 나설 필요는 없겠지.”

“……우리가 조사 결과를 그쪽에 넘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나 본데.”

“원하는 건 돈이잖아.”

이준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정부가 건넨 금액의 정확히 두 배를 쳐 주지.”

“……!”

그러자 남자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알기 쉬운 반응에 이준은 소리 내어 웃더니 덧붙였다.

“원한다면 선불도 가능해.”

용병들이 아무리 정식 헌터를 혐오한다고는 하지만, 마에스트로 같은 강력한 헌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수익이 있다는 것만은 인정했다.

즉 그는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닐 테다. 그 정도 돈을 지불할 재력이 충분히 있을 테니까.

“대신 조건이 있어. 첫째, 정부보다 우리 쪽에 먼저 정보를 건넬 것. 둘째, 해 질 녘 전에는 돌아올 것.”

이준의 말에 남자가 힐끗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적어도 반나절 이상 시간이 있다는 소리였다.

아직은 아슴푸레한 하늘을 확인한 남자는 풋, 하고 웃음을 흘렸다.

“두 시간이면 충분해.”

“자신감은 좋군. 기대하지.”

이준은 팔짱을 낀 채 턱을 들어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다만 만일 일에 실패하게 된다면.”

바람이 불어오며 미약하게 흩날리는 앞머리. 그 사이로 이준의 은회색 눈동자가 차게 가라앉았다.

“함부로 입을 놀린 것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될 거다.”

곡선을 그리고 있던 입꼬리는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준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었다. 하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고치고 빙글 몸을 돌렸다.

“돈만 확실히 준비해 놔.”

남자는 뒤쪽 동료들에게 힐긋 눈짓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그들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까도 느낀 것이지만, 오랜 헌터 생활을 해 온 은하조차 놀랄 만한 속도였다.

“그들의 무례에 대해서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용병들을 따라간 것이 아니었는지, 그곳에 남아 있던 가란이 은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산군에 몸을 담고 있는 제가 말하기도 이상하지만, 워낙에 협회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무법자 같은 녀석들이라서요. 각자의 이유로 정식 데뷔도 하지 못하고 그늘에서 활동하고 있는 처지다 보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반 헌터들, 특히 인기 있고 유명한 헌터들에게는 자격지심이 있는 겁니다.”

가란은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말문을 이었다.

“다소 거친 면은 있지만 그래도 실력 하나는 인정해 줄 만합니다. 헤드 헌터 2위 엘리멘탈 마스터가 최고 기록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저들 덕분이거든요. 산군에서도 이래저래 도움을 꽤 많이 받았고요.”

그들과 직접 맞붙은 것은 아니었지만, 움직임만 보아도 어느 정도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은하도 방금 전 그 용병들이 꽤 실력자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생각해 보면 정부와 협회에서 그들에게 비밀리에 이런 중대한 임무를 맡겼다는 것부터가 그 증거였다.

“그럼, 저도 무언가 알게 되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말끝을 흐린 가란은 은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 한번 다시 정식으로 산군에 방문하여 주십시오. 다들 헌터님을 뵙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를요?”

“예, 차은하 헌터님.”

빙긋 웃은 가란은 한복 자락을 휘릭 휘날리더니 눈앞에서 사라졌다. 은하는 아무도 남지 않은 빈 도로를 응시하며 의문이 담긴 눈빛으로 눈을 깜빡였다.

“그럼 우선 우리는 저들이 돌아올 동안 이 근방을 수색하도록 하자. 녹스, 넌 전용기로 돌아가. 다른 멤버들에게 긴급 연락이 오면 알려 줘.”

“예, 보스.”

이준의 명령을 받은 녹스는 전용기로 돌아갔고, 뻥 뚫린 도로 위에는 이준과 은하 두 사람만이 남았다.

“왜 그런 거야?”

은하가 이준을 향해 물었다. 왜 그들에게 한라산의 수색과 정찰을 맡겼느냐, 그리 묻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도 인정해 줄 만한 실력자니까. 손대지 않고 코를 풀 방법이 있다면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이준이 은하를 힐끗 바라보았다.

사실 이것으로 은하가 위기에 처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낮아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준이 바라던 바였다. 즉 용병들이 알아서 한라산을 알아보고 돌아오기만 한다면 조용히 은하를 데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갈 작정이었다.

그것만큼 좋은 결말이 또 있을까. 그러나 이준은 은하에게 거기까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직접 가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우선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자. 저들이 여기 있다는 건, 다른 용병이나 단체 역시 이 주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니까.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다는 건 너도 알고 있잖아.”

물론 녹스의 은닉 스킬을 사용하면 몸을 숨길 수야 있겠지만, 서울로 돌아가는 길 다시 한번 저 커다란 전용기를 은닉하려면 최대한 마력을 확보해 두는 편이 나을 테니까.

“대신 저들이 말한 두 시간이 지나면 그때는 직접 가 보고. 어때?”

은하도 이준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며 한라산을 응시하던 시선을 조용히 거두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한라산에 진입하고 싶었지만 이준의 의견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이후 녹스가 전용기를 지키는 동안, 은하와 이준은 각자의 구역을 맡아 주변을 수색하기로 했다.

‘특별한 구석은 없어.’

한창 정찰을 이어 가던 은하는 걸음을 멈추고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을 올려다보았다. 앞서 진입한 용병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라산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동쪽을 향해 서서히 깎여 가듯 무너지고 있었다. 무너져 내리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하루 이틀 사이에 아래 도심이 산사태에 잠길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정말 자연재해일까?’

현재까지 이렇다 싶은 조디악의 흔적이나 기척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루나의 경고가 은하의 가슴속 깊이 남아 있었다. 분명 데바와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아직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확신을 가지지도,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한 채 그렇게 정찰을 이어 가는 사이 어느덧 약속한 두 시간이 훌쩍 흘렀다.

애조로를 따라 전용기 근처로 돌아온 은하는 반대쪽 수색을 마치고 돌아온 이준을 만났다.

“뭔가 찾았어?”

은하의 물음에 이준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주변 인가는 대피가 끝났는지 텅 비어 있고, 몬스터나 게이트의 균열도 없었어. 은하 네 쪽은?”

“……이쪽도 마찬가지야.”

“결국 빈손이군.”

이준이 읊조리듯 중얼거렸다.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내리깐 채 가만히 입술을 매만지던 은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더 찾아봐도 이 주변에서 특별한 점은 발견되지 않을 것 같은데. 약속한 시간도 지났으니 우리도 슬슬 한라산에 직접 들어가 보는 게─.”

그런데 그때였다.

쿠구구구─

돌연 땅이 극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인가? 순간적으로 휘청이던 은하가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시야에 담긴 것은…….

“……!”

남쪽이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 한라산이었다.

하늘 위에 까만 점 같은 헬기들이 프로펠러를 휘저으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

‘산사태?’

아니, 단순히 산사태라고 하기에는 그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마치 산이 제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변모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천재지변이라고 할 수 있는 광경.

한라산 바로 아래 지면이 거대한 흙빛 파도에 덮여 가고 있었다. 무너진 산의 일부가 해일이 되어 주변을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해일이 이곳까지 닿기에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백이준.”

양산을 똑바로 쥔 은하가 결연한 목소리로 이준을 불렀다. 이준은 은하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쪽으로 움직이자. 여기서라면 관음사 코스가 가장 가깝겠지.”

“전속력을 낼 거야. 따라올 수 있겠어?”

은하가 물었다. 이준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물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신호 따위 필요 없었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땅을 걷어찬 그들은 목적지를 향해 날아들 듯 뛰어갔다.

일반 헌터보다도 신체 능력이 우수한 두 사람이 한라산 중턱까지 도착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나 산짐승 따위의 주변 생명체들을 페로몬으로 꾀어낸 이준은 그들의 눈과 귀를 이용하여 앞서 진입한 용병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이봐, 정신 차려.”

이준은 무너진 나무와 바위에 반쯤 짓눌린 남자에게 다가갔다.

용병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던, 폭탄을 다루던 남자였다. 그는 얼핏 봤을 때 죽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미동이 없었다.

“잠시 비켜.”

은하가 나지막이 입을 열자 이준이 남자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슈웅, 콰아앙─!

은하가 양산을 크게 휘둘러 단숨에 거대한 바위를 박살 냈다. 다소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가장 확실하게 방해물을 제거한 것이다.

놀란 이준이 멍하니 은하를 지켜보는 사이, 은하는 양산을 휘둘러 표면에 묻은 돌 파편을 후드득 떨친 뒤 그를 빠르게 지나쳤다.

바닥에 널브러진 남자를 향해 무릎을 굽힌 은하는 그의 코 아래에 검지를 가져다 대더니, 다음으로 가슴팍에 귀를 맞대어 심장 박동 소리를 확인했다.

그러기를 수 초, 은하는 남자의 가슴팍에 대고 있던 귀를 천천히 떼어 냈다.

“……죽었어.”

남자의 숨은 이미 멎어 있었다.

지금은 시체를 수거하는 것보다 혹시 모를 생존자들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은하와 이준은 다시 이동했다.

쿠구구구─

산 전체가 점차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무가 우지끈 부러지고 위태롭게 쌓여 있던 흙길이 판자처럼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남자와 함께 한라산에 진입했던 나머지 용병들도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분명 산에 진입한 것은 여덟이었는데, 그 외에도 파견된 용병이 있었는지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스무 명 남짓이었다.

“이렇게 수가 많았던가?”

“그들을 제외하고도 암암리에 의뢰를 받은 용병들이 또 있었던 거겠지.”

이준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말투로 주변에 널브러진 용병들을 훑어보았다.

대부분이 무너져 내린 나무 따위에 신체 반절 이상이 으스러져 있거나,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미동이 없었다.

“잠깐. 저 사람은…….”

그중 뾰족한 바위 파편에 복부가 뚫린 붉은 한복의 남자를 발견한 은하가 그쪽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산군의 가란이었다.

“괜찮아요? 말할 수 있겠어요?”

은하는 가란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 보았다. 가까스로 숨이 붙어 있었던 것인지 가란은 괴로운 신음을 흘리며 파르르 눈꺼풀을 떨었다.

“……망.”

초점이 흐릿한 눈을 한 그가 피에 젖은 입술을 느릿하게 달싹였다.

“도…… 망, 치세, 요…….”

도망치라고? 은하의 표정이 설핏 굳어 버린 그 순간이었다.

“은하야, 위!”

콰지지지직─!

무언가 단단한 것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린 바위가 그들을 감싸듯이 뒤덮었다.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던 순간, 은하의 시야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포착되었다.

그들이 있는 곳보다 조금 더 높은 곳. 두꺼운 구름으로 인해 까맣게 물든 하늘, 그 아래에 황금 빛에 에워싸인 한 남자가 긴 옷자락을 펄럭이며 공중을 부유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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