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214)화 (214/306)


#214. 망치 길드
2023.03.02.


탁, 탁, 탁…….

은하는 도마와 칼이 일정하게 부딪히는 소리에 스르륵 잠에서 깼다. 거실 쪽에서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났다.

탁상용의 작은 전자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오전 8시 13분.

‘매니저님이 오셨구나.’

그러고 보니 오늘 11시에 협회에서 인터뷰가 있다고 했었지. 그런 자리는 영 불편했지만 언제까지고 모든 일정을 취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재 흑염의 프린세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터 중 하나였다. 단순히 F급 컨셉 헌터였을 때와 지금은 주목도부터가 달랐으니까.

은하는 침대에서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자 앞치마 차림의 제휘가 뒤집개를 든 채 뒤돌았다.

“아, 헌터님, 일어나셨습니까? 이제 고등어만 구우면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네.”

욕실에서 대충 얼굴을 씻고 양치를 하고 나왔을 때쯤에는 식탁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넓은 식탁과 엄청난 가짓수의 반찬에 비해 밥그릇은 오직 두 공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이 이상했다.

에단이 함께 지낼 때에는 늘 수저와 식기가 세 쌍씩 올라와 있었는데 그것이 익숙해질 때쯤 다시 두 쌍으로 줄어 버렸다. 늘어났을 때보다 줄어든 것에 익숙해지는 일이 조금 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헌터님, 아르헨티나의 탑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젓가락으로 생선뼈를 바르던 제휘가 말문을 열었다.

“어떤 거요?”

“아르헨티나의 엘 찰텐 지역에 있던 탑이 봉쇄되었다고 합니다.”

……우뚝. 은하가 쥐고 있던 수저가 허공에서 멈추었다.

“아르헨티나 현지 시각으로 오후 4시경이었다고 합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12시간의 시차가 있으니 4시간 전, 그러니까 새벽 4시쯤이었죠.”

새벽 4시라면 은하가 한참 잠에 빠져 있을 때였다.

각성자가 수면이나 가사 상태 등의 이유로 바로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 시스템창은 자동으로 비활성화된다.

이후 허공을 두드려 상태창을 불러와야지만 뒤늦게 해당 시스템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휴대전화의 부재중 전화 기록처럼 말이다.

손가락으로 톡톡 허공을 두드려 상태창을 열자 간밤에 은하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푸른 시스템창이 기다렸다는 듯이 팝업되었다.

[별의 추락. 《???》에 의해 네뷸러 제11궁, 보병궁(寶甁宮)이 봉쇄됩니다.] -약 4시간 전

시스템창을 확인한 은하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제휘는 그 이유에 대해서 알 것 같았다.

“보시는 대로 봉쇄자의 이명이 표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 1월 말, 미국 몬태나주의 탑 때도 그랬듯 말입니다. 제휘가 덧붙였다.

“지금 아침부터 전 세계가 떠들썩합니다. 봉쇄자의 이명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니 단순히 시스템 오류라고 판단하기도 힘든 거겠죠. 헌터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제휘의 물음에도 은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식사하는 것도 잊었는지 새까만 눈은 오롯이 푸른 시스템창에, 정확하게는 《???》에 못 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

물증은 하나도 없었으나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탑을 닫은 자.

‘……에단.’

어쩌면 그건 에단일지도 모른다고.

흑염의 프린세스 일행의 탑 봉쇄.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지구 반대편에서 연속하여 봉쇄된 또 하나의 탑.

헌터계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그 이야기로 떠들썩해졌다. 아르헨티나 탑을 봉쇄한 《???》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 정체를 전 세계 사람들이 파헤치기 시작했지만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고 또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그사이 은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공식적으로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흑염의 프린세스를 어떻게든 데리고 가 보겠다고 국내외를 불문한 초대형 길드들이 실버문 매니지먼트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물론, 각종 언론사, 잡지사, 헌터 훈련소에서 끊임없이 연락이 쏟아졌다.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 각 국가에서 날아드는 이적에 대한 러브콜, 심지어 광고 모델 제의까지 들어왔다.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일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거절 및 보류를 하곤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케줄은 폭주했다.

처음에는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던 제휘는 결국 체력의 한계로 수많은 일정을 혼자 감당하지 못했고, 현재는 실버문 매니지먼트의 동료들에게까지 손을 빌리고 있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일은 줄어들긴커녕 점점 더 불어나고만 있었다.

오늘은 협회장과의 만남, 헌터계 주요 인사들과의 식사가 있었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밤 11시를 넘긴 때였다.

퇴근 전, 제휘는 오늘 오후 새롭게 추가된 일정을 전달했다.

“금요일에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 주(州)에서 헤드 헌터 12인의 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르헨티나라면…….”

“예, 이번에 탑이 닫힌 곳입니다. 한국에서는 꽤 거리가 먼 데다가 갑작스럽게 잡힌 일정이라 거절하려거든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제휘의 물음에 은하는 고민하는 듯 시선을 내리깔았다.

헤드 헌터 12인의 회담 참여에는 강제성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은하가 없던 기간 동안, 나머지 11인의 헌터가 모두 한자리에 모였던 적은 단 한 번뿐이었다고.

그러니 그곳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헤드 헌터들이라면 은하가 얻지 못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일전에 심안에게서 조디악에 관한 정보를 얻었던 것처럼 수확을 기대할 수 있었다.

‘어쩌면 아르헨티나에서 에단의 행방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고.’

혹시 그를 목격한 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게다가 저와 같이 ‘헤드 헌터’로 선별된 그들이 과연 어떤 자들일지 직접 만나 보고 싶기도 했다.

생각을 마친 은하는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갈게요.”

“예, 그렇다면 전용기를 준비해 두겠습니다. 출국은 내일 늦은 밤이나 모레가 좋을 것 같습니다만, 어디 보자…… 아, 내일은 서울 헌터 전문 대학에서 진행하는 헌터 꿈나무 프로그램 스피치가 예정되어 있네요. 음, 이건 따로 연락해서 취소하도록 하고. 다행히 목요일은 비어 있으니 출국에 큰 문제는 없겠군요.”

사각사각.

수첩과 펜을 꺼내 든 제휘는 빼곡한 일정표에 메모를 하거나 죽죽 빗금을 그었다.

“목요일에 출발하면 아마 빨라도 토요일이나 돼야 돌아오실 테니, 그사이 일정은 모조리 다 취소하거나 조율해 두겠습니다.”

“네.”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던 은하가, 돌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휙 시선을 들었다.

“……잠깐만요. 목요일 출발이요?”

“예. 회담이 금요일 오전이니 적어도 목요일 오전에는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도 빠듯할 겁니다. 전용기를 탄다고 해도 20시간은 족히 걸릴 테니까요.”

제휘의 말에 은하가 입을 다물었다. 사뭇 심각하게 좁아지는 미간에 제휘가 고개를 기울였다.

“왜 그러십니까? 목요일에 무슨 중요한 일정이라도……?”

“망치 길드에 방문할 예정이었어요.”

“망치 길드라고 하시면……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시우의 소개로 망치 길드의 마스터에게 골든 카드를 받으셨지. 그동안 겨를이 없어서 방문하지 못하고 계셨던 거군.

제휘는 소파 위에 가지런히 개어진 드레스와 그 곁의 양산을 향해 힐끔 시선을 던졌다. 이번에 탑에 진입하면서 원래 찢어져 있던 드레스가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린 것은 물론, 멀쩡하던 양산도 엿가락처럼 휘어져 버린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드레스와 양산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제휘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건 제게 맡겨 주십시오. 헌터님이 자리를 비우신 동안 제가 저것들을 들고 대신 망치 길드를 찾아가겠습니다.”

“매니저님께서요?”

은하는 선뜻 긍정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제휘는 믿을 만한 사람이다. 드레스와 양산을 맡기는 것이 걱정이 된다거나 우려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괜찮겠어요? 다른 일로도 충분히 바쁘실 텐데.”

현재 제휘의 안색만 봐도 눈 밑이 퀭하고 뺨이 핼쑥했다.

사실 은하 본인보다도 그 수많은 일정을 조율하고 처리하는 제휘가 더욱 고생하는 게 당연했다.

그뿐이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밤늦게까지 은하를 쫓아다니며 차에 태워 나르기까지 하는데. 내색하지 않아도 요 며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어휴, 바쁘긴요. 차 헌터님 덕분에 스타 매니저 소리도 듣고 요새 얼마나 살맛 나는데요. 게다가 헌터님께서 출국하시면 그동안은 저도 일정을 조율하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도 없을 테고요.”

“하지만…….”

“헌터님.”

말끝을 흐리는 은하 앞에서 제휘는 지금까지보다 조금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는 헌터님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헌터님은 저와 제 동생의 은인이시지 않습니까.”

“…….”

“밥을 차리고 빨래를 하는 것 외에 이제야 겨우 매니저다운 일을 하게 된걸요. 저는 요새 너무 즐겁고 보람찬 매일을 보내고 있어요.”

진심입니다. 제휘는 빙긋 웃으며 은하와 시선을 맞추었다.

“괜찮습니다. 그쪽 마스터도 제 얼굴을 알고 있는 데다 골든 카드도 있으니 문제 될 것도 없을 겁니다. 그런 얼굴 마시고 편히 다녀오십시오, 헌터님.”

돌아오실 때쯤에는 드레스와 양산을 멀쩡하게 복원해 두겠습니다! 호언장담하며 가슴팍을 팡팡 쳐 대는 제휘 앞에서 은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 * *

──라고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제휘의 생각처럼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수요일에서 목요일으로 넘어가는 새벽, 실버문에서 준비한 전용기를 타고 시우와 은하가 함께 아르헨티나로 출국한 그날 아침.

제휘는 은하에게 받은 골든 카드와 드레스, 양산을 챙겨 경기도 수원시로 향했다. 그곳에는 한국 최대 제작 길드라고 불리는 망치 길드의 본부가 있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인증 사진을 찍은 제휘는 메신저를 통해 은하에게 전송했다.

[나] [오전 9:03] (사진)

[나] [오전 9:03] 헌터님, 지금 막 망치 길드에 도착했습니다.

은하는 지금쯤 전용기를 타고 아르헨티나로 가고 있을 테니 답장은 오지 않을 테다. 그래도 이렇듯 세심한 보고는 매니저의 덕목 중 하나. 제휘는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나] [오전 9:04] 드레스와 양산은 책임지고 고쳐 둘 테니, 걱정 마시고 잘 다녀오세요!

[나] [오전 9:04] 울 헌터님 파이팅!!!

[나] [오전 9:04] (이모티콘)

……됐다. 제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휴대 전화를 집어넣고 다시 고개를 들어 망치 길드 본부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회색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은 여태 보았던 어떤 길드의 본부보다도 투박하고 단단해 보였다. 벽면에도 상단에도 장식은커녕 간판조차 달려 있지 않았다.

만일 입구 쪽에 망치 마크가 그려져 있지 않았더라면 그냥 커다란 창고구나 하고 지나칠 만한 외견이었다.

제휘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돌연 푸르고 반투명한 벽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입장 자격을 확인 중입니다. 골든 카드가 필요합니다.」

근처 스피커를 통해 기계음이 섞인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제휘는 곁에 놓인 카드 단말기에 미리 챙겨 온 골든 카드를 가져갔다.

삑.

「확인되었습니다.」

「망치 길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의뢰 접수 및 물품 수령은 3층입니다.」

위이이잉─

팬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눈앞을 가로막았던 푸른 막이 사라졌다. 고유 능력을 사용한 차단막과는 달리 과학적이다 못해 혁신적이기까지 한 장치였다.

‘이건 도대체 어떤 원리로 만든 거지?’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곧 3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투박한 외관과는 달리 건물 내부는 화려하고 깔끔했다. 입구의 출입 차단기뿐만 아니라 건물 곳곳에 최신 기술이 도입된 최첨단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헌터의 고유 능력과 현대 과학의 절묘한 조화. 홀린 듯 주변을 살피며 걷던 제휘는 안내 데스크 앞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회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베이지색 정장을 갖춰 입은 여인이 데스크에서 일어나 생긋 웃었다.

“의뢰를 맡기려고 하는데요.”

“아, 흑염의 프린세스 헌터님의 매니저분 되시죠?”

“예, 제가 바로 그분의 매니저가 맞습니다.”

제휘의 어깨가 절로 으쓱으쓱했다.

길드 마스터가 직접 골든 카드를 건넨 손님의 방문이었다. 비록 흑염의 프린세스 본인은 아니었으나 제휘의 예상대로 길드 본부 입장이나 수리 의뢰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제휘가 흑염의 프린세스의 매니저라는 것을 알아본 데스크 직원은 곧장 태블릿 PC를 두드렸다. 호출을 받고 나타난 것은 직원이나 길드원이 아닌 망치 길드의 길드장, 엔지니어 표의혁이었다.

“당신이 흑염의 프린세스의 매니저인가?”

“아……. 예, 그렇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인 제휘는 힐끔 그를 살펴보았다.

‘이 사람이 망치 길드의 주인?’

화려한 꽃무늬 남방. 태닝 한 피부에 알이 큰 선글라스까지. 화려하다 못해 요란한 인상에 비해 목소리는 묵직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백랑을 통해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 그녀는 백랑과 함께 아르헨티나로 갔다지?”

의혁은 안내 데스크 직원을 향해 눈짓했다.

“따로 수속은 필요 없어. 이 손님은 내가 바로 데려가지.”

그 후 그는 제휘를 데리고 길드 본부 5층으로 향했다.

다른 층에 비해서 조금 특별한 그곳은 엘리베이터로는 이동할 수 없고, 관계자만 이용 가능한 계단을 통해서만 갈 수 있다고 했다.

“길드원들이 많이 아쉬워하겠군. 흑염의 프린세스를 실물로 보고 싶어 하는 녀석들이 많았는데 말이야.”

“아, 혹시 몰라서 조금 챙겨 온 것이 있는데.”

제휘는 가방을 뒤적여 두툼한 종이 뭉치를 꺼냈다.

모든 종이에는 검은 펜으로 날렵하게 휘갈긴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은하의 사인이었다.

제휘가 그것을 내밀자 의혁은 “오!” 하며 그것을 받았다.

“센스가 있군. 귀한 것을 받았으니 답례로 수리비를 조금 할인해 주도록 하지.”

“아하하, 감사합니다.”

예스! 어제 헌터님을 들들 볶아 사인을 받아 두길 잘했지. 제휘는 내심 콧노래를 불렀다.

의혁은 5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제휘에게 망치 길드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었다. 사인 덕분인지 아까보다 말투가 조금 더 상냥해진 것 같기도 했다.

“망치 길드의 제작 헌터들에게는 레드, 옐로우, 오렌지, 그린이라는 일종의 급(級)이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높은 ‘레드’ 등급의 작업실이 5층에 모여 있거든.”

듣자 하니 그는 망치의 길드 마스터이긴 하지만 재료 수급 때문에 제작을 할 수는 없고, 발굴을 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맡기고 싶은 건 손에 들고 있는 그것들이지? 딱 봐도 보통 아이템은 아닌 것 같은데, 바로 5층으로 가는 게 시간 절약이 될 것 같아서.”

끼이익.

문을 열자 대장간 특유의 탄내와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캉, 캉, 캉. 금속이 부딪히는 청아하고도 날카로운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가운데 홀에는 ‘황금 화로’라고 불리는 거대한 화롯불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자유로이 일렁이고 있었다. 실내에 가득한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혀 주기 위해 곳곳에 환풍기 겸 냉각 기능을 하는 거대한 팬이 위이잉 돌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제작 길드 망치의 본부인가.’

제휘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