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212)화 (212/306)


#212. 골든 카드
2023.02.28.


은하 일행이 탑을 봉쇄한 지도 어느덧 열흘하고도 하루가 흘렀다.

시우, 이준과 네버랜드에 다녀온 뒤로 은하는 제휘를 통해 에단의 행방을 찾는 일 외에는 딱히 일정을 잡지 않았다. 제휘를 통해 에단의 행방을 알아보거나 드레스와 양산을 고쳐 줄 제작 길드를 수소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빴기 때문이다.

‘물론 두 쪽 다 수확은 없었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세계 헌터 기구에서 지정한 ‘격리 기간’이 해제되었다. 자연스레 당시 탑에 들어갔던 은하를 포함한 4인의 헌터 활동도 다시 인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격리 기간이 끝난 흑염의 프린세스의 첫 공식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장소는 강서구에 위치한 한국 헌터 협회 소유의 이벤트 홀. 오늘 이곳에서는 이번 탑 봉쇄를 기념하여 특별한 축하 연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예, 제가 흑염의 프린세스의 매니저 박제휘입니다.”

찰칵! 찰칵!

시끄러운 셔터음 중심에 우뚝 선 제휘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자세히 보면 그의 승모근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 제휘 뒤를 따르며, 눈을 찌르는 카메라 플래시에 살짝 미간을 좁힌 은하에게 한 기자가 불쑥 마이크를 내밀었다.

“이번 탑 봉쇄자가 흑염의 프린세스가 아닌 백랑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이 사실인가요?”

“마에스트로와의 관계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탑의 주인을 직접 만나셨습니까?”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우수수 쏟아지는 질문. 은하가 그에 뭐라 답하기도 전에 제휘가 냉큼 은하와 그들 사이를 막아섰다.

“질문은 자제해 주세요. 공식적인 기자 회견 이외에서는 그 어떤 답변도 하지 않을 겁니다. 사진 촬영만 부탁드릴게요. 어어! 거기, 사인은 안 됩니다!”

그러나 제휘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은하가 화려한 색상의 카펫을 밟고 이벤트 홀에 들어설 때까지 질문 세례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이벤트 홀에 들어서서도 마찬가지였다.

“아, 오셨습니까, 차 헌터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홀에 들어서자 한국 헌터 협회의 협회장 고대윤이 직접 인사를 나왔다. 그를 따라 검은 정장을 입은 협회 직원들이 우르르 달려와 은하의 호위를 도맡았다.

“오시는 길이 불편하시지는 않았습니까? 거기 자네, 뭐 하나? 얼른 앞장서지 않고! 아,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십시오, 차 헌터님.”

헤벌쭉 웃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가 다시 공손해졌다가, 대윤의 안면 근육은 참 바쁘게도 움직였다.

“오늘 연회는 이번 탑 봉쇄의 1등 공신인 흑염의 프린세스를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참, 듣자 하니 인터뷰를 불편해하신다고요. 원하신다면 저희 측에서 오늘 하루 인터뷰 일정은 취소해 두겠으니, 부디 오늘만큼은 헌터님께서 그저 편하게만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하하하, 별말씀을요.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는 건 저희 쪽인데요. 그런데…… 혹시 격리 기간 동안 연락받으신 건 없었습니까?”

“연락이라고 하시면?”

“흠흠. 왜, 있잖습니까. 저쪽 중국이라거나 러시아라거나……. 어디였지요? 아무튼 여기저기서 안부를 묻는다든지요.”

대윤은 싱글싱글 웃는 낯과는 달리 목소리를 한 톤 낮추며 힐끔힐끔 눈치를 보았다. 아마도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니 다른 눈과 귀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글쎄요, 딱히 매니저님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없어서요.”

“그렇군요.”

짧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지만 대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안심한 모양이다. 그는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헌터님, 저는 조금 이따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특별한 일정은 없으니 편안하게, 그저 파티처럼 여기시고 즐겨 주시면 됩니다.”

홀 중앙 연회장까지 은하를 직접 안내한 대윤은 협회 직원들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도 은하를 배려한 행동인 것 같았다.

은하는 이전에도 이런 비슷한 연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아마 S급들이 모두 모였던 자리였던 것 같고, 나머지 한 번은 백이준에게 초대장을 받았을 때였던가.

그런데 오늘 참여한 연회는 이전의 것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호화로웠다. 집채만 한 샹들리에와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국내 유명 악단은 물론, 입구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쭉 나열된 휘황찬란한 뷔페까지. 그건 협회가 직접 엄선하여 초빙한 서울 미슐랭 레스토랑 요리사들이 직접 준비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와……. 헌터님, 저기 좀 보십시오. 저기 저 사람, S그룹 회장이에요. 요즘 헌터 업계에 엄청 투자하고 있다더니 소문이 사실인가 봐요.”

“그래요?”

“저기 저 사람은 제2의 닥터 플랜트라고 유명했던 치유 헌터 ‘오데트(Odette)’네요. 곧 길드를 세울 거라던데, 오늘 이곳에 참여한 것도 어쩌면 그게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마도…….”

탑 봉쇄를 기념하여 열린 축하 연회답게 한국 헌터계 유명 인사들이 속속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흑염의 프린세스를 포함한 유명 헌터와, 헌터계를 지탱하는 큰손이 한곳에 모이는 자리이니 이 바닥에서 일하는 자라면 누구든 놓치고 싶지 않은 자리일 테다.

다만 최근 흑염의 프린세스 외국 이적설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몰라도, 오늘 이곳에 참석한 인사들은 모두 다 한국인 혹은 한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렇다면 S급 헌터인 민주나 아연이도 와 있을 법도 하지만,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참석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민주의 경우 ‘하얀 지붕 프로젝트’로 최근 정신없이 바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바였고, 아연은 워낙 귀찮은 일을 싫어하니 얼굴을 비추지 않은 것도 납득이 갔다. 어쩌면 단순히 늦잠을 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준은 한국 협회와 계약 중이긴 하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미국 국적이었기에 분위기상 참석을 거절했다고 들었다. 시우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고.

“헌터님, 여기요. 좋아하시는 걸로만 담아 왔습니다.”

그렇게 주변을 훑어보다 보니, 잠시 자리를 비웠던 제휘가 접시 위에 한가득 음식을 쌓아 돌아왔다.

“무얼 보고 계셨습니까?”

“그냥,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많구나 싶어서요.”

“그렇죠. 다들 눈도장을 찍는 게 목적일 겁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헤드 헌터 중에서도 1위이자 이번 탑 봉쇄를 이끌었던 리더 흑염의 프린세스와, 마찬가지로 헤드 헌터 3위이자 탑을 봉쇄했다고 알려진 백랑이라 할 수 있었다.

제휘는 포크를 들고 파스타 면을 둘둘 말며 이어 말했다.

“지금 한국 헌터계에서 가장 유명한 두 분과 한 공간에 있을 기회가 보통의 헌터들에게는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이 기회에 안면을 터 두고 싶겠죠. 저 사람들 좀 보세요. 지금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잖습니까.”

제휘는 저 멀리 떨어진 인파를 향해 눈짓했다. 그의 말대로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아닌 척하면서도 은하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쪽을 신경 쓰면서도 선뜻 다가와 인사를 건네지 못하는 것을 보면 둘 중 하나였다. 아직까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거나 혹은 그럴 만한 용기가 없거나.

그렇다고 해서 은하 쪽에서 먼저 그들에게 다가갈 이유는 없었다. 은하는 유명세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고, 고급 뷔페를 먹기 위함도 아니었다. 탑을 봉쇄한 것에 따르는 표면적이고 공식적인 일정일 뿐.

협회장의 배려로 오늘 하루 인터뷰나 공식적인 연설은 생략되었으니 더욱 은하가 할 일은 없었다. 그저 이곳에 얼굴을 비치는 것만으로도 사실 흑염의 프린세스로서 해야 할 일은 절반 이상 했다고 볼 수 있었다.

‘가만히 있다 보면 쓸데없는 접근이야 매니저님이 알아서 막아 줄 테니,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 돌아가면 되겠지.’

은하는 제휘가 가져온 접시 위로 포크를 가져갔다.

얼른 돌아가서 지난 며칠간처럼 드레스를 수선할 만한 제작 길드나 별개의 방법을 알아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예가임과의 전투로 드레스뿐만 아니라 양산까지 구부러져 버렸으니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탑을 닫아서 일시적으로 축제 분위기가 벌어졌다고는 하지만, 은하는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았다.

아직 고양이의 행방도 찾지 못했고 에단마저 사라졌다. 그것뿐인가.

예가임에게 쓸 만한 정보도 얻지 못한 채 탑이 봉쇄되었고, 주인을 잃었다고는 하나 남양주의 탑은 여전히 건재했으며, 세상에는 아직 수많은 탑이 남아 있었다. 아직도 다른 ‘조디악’이 남아 있다는 말이었다.

당장 다음 전투가 언제일지 예상도 할 수 없는 마당에 망가진 드레스와 양산을 가지고서는 죽도 밥도 되지 않겠지. 즉 하루라도 빨리 수리해야만 했다.

‘국내에서 좀처럼 수리처를 찾지 못한다면 외국도 고려해 보는 게 좋겠어.’

달그락 수저를 움직이며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이었다.

웅성웅성…….

돌연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힐끔힐끔 은하 쪽을 훔쳐보던 주변 시선이 웬일인지 대놓고 이쪽을 향하기 시작했다.

문득 은하의 테이블 위로 까만 그늘이 졌다. 나이프로 접시 위 빵을 썰고 있던 은하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선배, 여기 계셨군요.”

은하보다 조금 늦게 연회장에 도착한 백랑, 신시우였다. 그를 바라본 은하의 눈이 조금 커졌다.

“신시우?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어.”

“그래요? 좀, 이상합니까?”

시우가 멋쩍은 얼굴로 넥타이를 만지작거렸다.

“아니, 그렇지는 않아.”

은하의 대답에 시우가 안심한 듯한 얼굴을 했다. 숨이 막히는 듯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던 손이 그제야 아래로 툭 내려갔다.

한편 은하가 지금 시우의 모습을 낯설게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평소에는 티셔츠나 헐렁한 니트, 후드티 따위를 즐겨 입는 그가 오늘은 격식을 맞춰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은하 역시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시우는 성인 남성 중에서도 유달리 키가 큰 편이었다. 거기에 검은 슈트까지 위아래로 빼입으니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헌터가 아니라 모델로 착각할 정도의 비주얼이었다.

괜히 인터넷 커뮤니티에 ‘백랑 헌터 BJ 데뷔 염원 968일 차’ 따위의 글이 도배되는 것이 아니었다.

은하는 낯설면서도 새로운 시우의 차림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검은색이 잘 어울리네.”

“검은색, 말인가요?”

“음, 아니. 아주 새까만 것보다는 지금 입은 것처럼…… 살짝 밝은 정도.”

“차콜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차콜.”

은하가 기억났다는 듯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는 그 순간 제자리에 못이라도 박힌 듯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기분 탓이 아니라면 요즘 선배가 자주 웃어 주는 것 같다. 아니, 이건 결코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참고하겠습니다.”

작게 중얼거린 시우는 황급히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그 와중에도 사각사각, 그의 머릿속 깊숙이 ‘차콜’이라는 단어를 새겨 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굳이 참고까지야…….”

은하가 의아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는 순간이었다.

“흠흠.”

조금 걸쭉한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은하는 그제야 시우 뒤에 누군가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아, 그러고 보니 선배. 소개해 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시우 역시 자신이 누구를 데리고 왔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모양인지 뒤늦게야 살짝 몸을 비켜섰다. 그러자 시우에게 가려져 있던 남자가 성큼 은하에게 다가왔다.

“만나게 돼서 영광이야, 흑염의 프린세스. 나는 ‘엔지니어’라는 이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표의혁이라고 한다.”

남자는 거꾸로 쓰고 있던 스냅백을 벗더니 은하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대뜸 반말로 건네진 인사였지만 말투만큼 인사하는 태도까지 건방지지는 않았다.

은하가 그를 보고 묘한 얼굴을 한 까닭은 달리 있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시우와 은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격식을 차린 차림새를 하고 있었는데 이자는 달랐다.

머리에 쓰고 있던 스냅백은 둘째 치고, 하와이나 그 어딘가 남국에서 구매해 온 듯 커다란 꽃무늬가 수놓인 반팔 남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뿐이랴. 단추를 다 풀어 헤친 탓에 햇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복부가 훤히 보였다.

게다가 저…… 실내인데도 불구하고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만 선글라스는 도대체 왜 끼고 있는 걸까. 알 수 없는 남자다.

주변 사람들이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까닭은 비단 은하와 시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이 남자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차림새도 한몫했겠지.

모호한 시선으로 의혁을 응시하고 있자, 시우가 은하를 향해 소곤소곤 말을 전했다.

“선배, 이자는 망치 길드의 길드 마스터입니다.”

망치 길드? 의혁을 바라보는 은하의 시선이 조금 변했다. 망치 길드라면 분명 한국 최대의 제작 길드로 유명한 그곳이 틀림없었다.

“선배, 드레스와 양산을 수리할 만한 곳을 찾고 계셨지 않습니까. 이자와는 이전에 개인적인 일로 안면을 튼 적이 있어서요.”

사실은 전 늑대 길드장이자 그의 부친인 신귀훈이 시우를 시험하기 위해 데려온 자였지만 굳이 은하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전할 필요는 없겠지.

“선배가 괜찮은 제작 길드를 구하고 있다고 했더니 이쪽에서 먼저 선뜻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시우가 덧붙였다.

은하는 아연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제작 길드야 한국에도 있지 않아?’

‘있긴 하죠.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망치’인데…….’

그때 분명 망치 길드에 의뢰를 맡기기 위해서는 따로 골든 카드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의뢰 한번 맡기기도 힘들다고 유명한 망치 길드. 그곳의 길드 마스터가 지금 눈앞의 이 괴짜 같은 남자라고?

물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은하가 가지고 있던 제작 헌터의 이미지와 눈앞의 남자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은하의 모호한 시선을 느낀 걸까. 화려한 꽃무늬 남방의 남자, 의혁이 까무잡잡한 피부와 상반되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리고 다른 설명 따위 필요 없다는 듯 남방 앞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고치고 싶은 게 뭐지? 뭐가 됐든 가져와.”

착.

의혁의 손가락 사이에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한 장의 카드. 그곳에는 영어 대문자로 ‘HAMMER VIP’라고 적혀 있었다.

“당신 같은 영웅의 의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거든. 우리 길드엔 쓸 만한 녀석들이 많으니 도움이 될 거다.”

그리 말한 의혁이 은하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얼떨떨한 기색으로 그것을 건네받은 은하의 귓가에 아연과의 대화가 또 한 번 스친다.

‘그 골든 카드는 어떻게 얻는데?’

‘방법은 두 가지예요. 망치 길드 제작자에게 직접 받거나 매년 열리는 헌터 옥션에서 구매하거나.’

손에 들린 작은 카드가 샹들리에 불빛을 받아 진짜 황금처럼 반짝였다. 한눈에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골든 카드.’

이것이 바로 그 귀하다는 망치 길드의 VIP 카드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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