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206)화 (206/306)


#206. 병문안
2023.02.22.


[헤드 헌터 1위 흑염의 프린세스 남양주시 탑 봉쇄, 사상자 0명? 이례적인 성공]

[중국 황룡 길드의 차오스(QiáoShí) 실버문 매니지먼트 방문, 목표는 흑염의 프린세스?]

[韓 헌터 협회장, “흑염의 프린세스는 한국의 자랑이자 보배”]

[탑 봉쇄자는 흑염의 프린세스가 아닌 백랑? 늑대 길드에 인터뷰 요청 쇄도]

[흑염의 프린세스와 백랑은 사실 친밀한 관계? 지난 쇼핑센터 파파라치컷 재조명]

[내용] 아니, 제대로 된 공략대도 없이 탑에 들어갔나 싶더니 봉쇄자가 흑프가 아니라 백랑이라고???

그냥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은 건지 진짜 백랑이 탑을 닫은건지 알 방법이 없네;;;

[댓글] 3,240

┖>□□: 처음부터 공략대에 백랑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소문도 있음. 친구 사촌 형이 늑대 길드에 사무직으로 일하는데 백랑이 흑프 탑 진입 일주일 전부터 중요한 일정 미리 다 정리하고 있었다던데ㅇㅇ

┖>□□: 옛날에 흑프가 늑대에 계약 용병이엿자나 그때부터 둘이 뭔가 있었던거 아님?

┖>□□: ㄴㄴ 흑프전남친은 마에스트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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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몰랑 봉쇄자가누구인게 머가중요해 어쨌든 이번에도 한국이 탑 닫았어(박수)(박수)(박수)(박수)

┖>□□: 기록갱신하고 돌아올줄 알았더니 아예 탑을 닫아버리고 나오신 흑프누님;;ㄷㄷ

┖>□□: 흑프에다가 마에스트로랑 트릭스터까지 간 거면 공략대고 뭐고 사실상 끝이었는데, 거기에 백랑까지 더해졌으니 탑이 버티겠냐고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

┖>□□: 여보세요 거기 협회져? 탑 5차 탐색 취소하려고 전화드렷는데여ㅇㅅaㅇ

┖>□□: 이시각 괴도 <움짤.jpg> “녜? 실업이여??”

┖>□□: 5차탐색 예정되어있던 헌터들 강제 실업ㅎㅎ

┖>□□: 탑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 미친ㅠㅠㅠㅠㅠ 남양주 탑 닫혓으니까 드뎌 우리집 들어갈수잇는거냐고ㅠㅠㅠㅠ 청약되자마자 위험구역 지정되가지고 실제로 집 보지도못하고 월세방 살고 있는데…… 하 너무좋다ㅠㅠㅠㅠㅠ 백랑인지 흑프인지는 몰라도 걍 고마워 ㅠㅠㅠㅠ고맙다고 스바ㅠㅠㅠ

┖>□□: 윗댓님;; 봉쇄자가 네뷸러를 닫아도 탑 건물 자체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남양주는 계속 위험구역이에요. 얼마 전에 닫힌 미국 몬태나주에도 여전히 탑이 남아 있잖아요? 실질적으로 탑을 지키고 있던 적이 사라졌다 뿐이지, 그 안에 자원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헌터들은 계속 탑에 출입할 겁니다. 님 집이 돌아올려면 전세계의 11개 탑이 다 닫혀야 돼요.

-더보기-

[내용] <현시각 인천공항.jpg>

외국 방송사들 울 행님들 인터뷰 함 하겠다고 지금 벌떼처럼 몰려오는 중;;

이놈들 하라는 출국은 안하고 아직까지 바글바글한거 어지럽네ㅋㅋㅋㅋㅋㅋㅋ 돈은 충분히 챙겨왓냐?

[댓글] 1,198

┖>□□: 응~ 너네한테 안가~ 돌아가~

┖>□□: 형 공항 잠시 닫자

┖>□□: 저사람들 흑프 보러 온게 아니라 백랑이 탑 봉쇄자라는 소문 듣고 새롭게 찾아온거 아님?ㅋㅋㅋㅋㅋㅋ

┖>□□: 백랑이 닫은거 아니고 흑프가 닫은거임

┖>□□: 뭔개솔ㅋㅋ 전세계 각성자들 시스템창에 봉쇄자 백랑이라고 떴다는구만

┖>□□: 너야말로 무슨 개소리냐? 첨부터 이번 탑 진입 책임자는 흑프였으니 시스템창이 뭐라 하든 최대 공헌자는 흑프가 맞지. 흑프가 다 잡아둔 거에 숟가락만 올려서 막타친건지 알수가 있나.

┖>□□: 아니 말이 안통하네;; 막타를 쳤든 선빵을 쳤든 어쨌든 봉쇄자는 백랑이라고 나왔다자나ㅡㅡ

┖>□□: 조만간 공식 발표 뜨겠죠. 기다려봅시다.

┖>□□: 울언니 이제 한국에 탑없다고 외국가면 어떠케 아직 팬싸 한번 못가봤는데…… 갈땐 가더라도 예능이든 다큐든 괜찮으니까 방송 한번만 더 찍고 가주면 안되나ㅠㅠㅠ힝

┖>□□: 흑염의 프린세스는 절대 외국 안갈 듯. 애초에 1세대 헌터는 애국심부터가 남다른데. 1세대 헌터 중에 한국 버리고 외국으로 나른 헌터는 지금까지 마에스트로 밖에 없었잖아? 심지어 그 마에스트로까지 지금은 다시 한국 돌아왔고.

┖>□□: 여친보러 온 거지~~

┖>□□: 난 그 소문 안믿음ㅋㅋㅋㅋ 마에스트로 옛날에 미국에서 인터뷰한 영상 찾아보면 첫사랑 따로 있다고 했고 오래 전에 사고로 죽었다고 했는데? 자긴 연애 생각도 결혼 생각도 전혀 없다고 공식적으로 말했음ㅇㅇ 궁금하면 영상 찾아보셈

┖>□□: 정부도 고대유니유니 협회장도 흑프 진가를 알아봤는데 웬만해선 외국 안보내겠지ㅋㅋ 저정도 거물급 헌터가 이 작은 나라에 언제 또 나올지 모르는거고, 탑이 사라졌다해도 게이트는 계속 생길텐데? 설마 눈뜨고 코베이겟음?

┖>□□: 내가 흑염의 프린세스였으면 그냥 생각할 것도 없이 한국 바로 버릴듯? 1세대 헌터로 지독한 세월 다 겪은 다음에 죽다 살아나서 이제 겨우 헤드 헌터 1위 찍고 인생 역전하려는데, 뭐가 아쉬워서 이 코딱지만한 나라에 붙어있겠음ㅋㅋㅋㅋㅋ

┖>□□: 쟤네도 저게 직업임 연봉 높게 부르는데 가는게 맞지

┖>□□: 흑프 한국 뜨면 나도 같이 뜬다

┖>□□: 안녕하세요? 저는 한샘초등학교 4학년인데요ㅎㅎ 흑염의 프린세스 누나를 어디가면 만날수있어요? 제발 알려주세요!

은하 일행이 남양주시에 위치한 탑을 봉쇄한 이후 이틀이 흘렀다.

사람들의 반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헌터계에 종사하든 그렇지 않든, 국내외를 막론한 모든 이들이 그들의 업적에 주목했다.

탑 등장 후 개정된 국제 헌터법에 따르면, 탑에 진입한 헌터들은 최소 열흘 이상 활동을 중지하고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지친 헌터를 위한 상냥한 법안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다.

“미지의 영역인 탑에서 어떠한 바이러스를 얻고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그동안 격리하면서 정밀 검진을 받길 권유하는 일이죠. 맞아요, 어제 그 사람들이요.”

질병관리청이 워낙 깐깐하게 굴어서요. 부드럽게 핸들을 돌린 제휘는 그리 덧붙였다.

어제 흰 가운을 입은 이들이 각종 장치들을 가지고 은하를 찾아왔는데 그것이 바로 제휘가 말하는 ‘정밀 검진’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병균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뭐 만일의 경우를 방지하는 거니 사실 나쁠 건 없죠. 이 기회에 쉴 수도 있으니까요.”

“…….”

조수석에 앉은 은하는 보아하니 그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것 같았지만, 제휘는 열심히 설명을 보충했다.

“꽤 쓸모 있는 기간이기도 해요. 그동안 협회와 정부는 수확물을 어떤 식으로 배분할 것인지도 정하거든요. 막강한 언론사가 취재를 독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한편, 무표정으로 휴대전화 액정을 슥슥 내려가던 은하가 우뚝 손가락을 멈추었다.

[대한민국 군단 길드, 경기도 화성시에 새로운 난민수용소 ‘하얀 지붕’ 설립 예정]

[트릭스터, 길드 자금 100억 원 기부 “‘하얀 지붕’은 집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작지만 따듯한 터전이 될 것. 출신은 중요하지 않아”]

[유나세프 한국위원회 “어리지만 용감하고 선한 트릭스터야말로 차세대를 이끌어 갈 진정한 리더” 극찬]

무사히 탑을 빠져나온 민주는 마을 사람들을 위한 난민수용소를 설립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지킬 생각이겠지.

‘그러고 보니 목의 흉터가 완전히 사라졌는지도 아직 물어보지 못했네.’

탑에서 나온 이후 겨를이 없었으니까. 지금이라도 연락해 볼까? 한창 바쁠 테니 며칠 이따 연락하는 것이 나으려나.

그런 고민 아닌 고민을 하던 찰나, 휴대전화가 부르르 진동하더니 메시지가 떠올랐다.

[백이준] [오전 10:11] 일어났어?

백이준이었다.

이틀 전 시우와 함께 탑에서 빠져나왔을 때 민주와 이준, 마을 사람들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은하와 시우, 그리고 민주와 이준은 각각 탈출 시간이 달랐다고 한다. 탑 내부에서 흐른 시간으로 따지자면 고작 30분 정도로 미미했으나, 바깥에서는 무려 3시간 이상 차이가 났다고.

은하와 시우보다 3시간 먼저 탑에서 빠져나온 민주와 이준은, 아까 제휘가 이야기했던 ‘탑 등장 후 개정된 국제 헌터법’에 의거하여 먼저 자리를 떴다고 한다.

즉 탑을 봉쇄하고 나온 이후, 은하는 민주와 이준을 만나지 못한 상태였다. 이렇듯 전화나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정도였다.

[백이준] [오전 10:13] 오늘 저녁에 잠시 만날 수 있을까? 내가 그쪽으로 갈게.

아직 답장을 하기 전이었지만 수신 여부를 알리는 읽음 표시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는지, 이어서 또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은하는 잠시 고개를 들어 자동차 창문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근처 파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 S병원 ↗ 약 2km>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손가락을 움직여 이준에게 답장을 보냈다.

[나] [오후 10:13] 오늘은 힘들 것 같아

[백이준] [오전 10:14] dhㅐ?

“…….”

액정을 살피던 은하가 살짝 눈썹을 모았다. 저건 무슨 말이지? 사실 단순한 오타일 뿐이었지만 은하는 그것을 몰랐다.

이준은 곧바로 메시지 내용을 정정했다.

[백이준] [오전 10:14] 왜? 어디 안 좋아?

[백이준] [오전 10:14] 미안. 위에 메시지는 실수로 잘못 친 거야.

[나] [오전 10:14] 그런 건 아니고 볼일이 좀 있어서 그래

[백이준] [오전 10:14] 잠시 전화 가능해?

[나] [오전 10:15] 아니, 지금은 매니저님이랑 같이 있어서.

은하가 딱 잘라 거절하자 당황한 모양인지 금방금방 돌아오던 대답이 뚝 끊겼다. 영상 통화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액정 너머로 시무룩해진 그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잠시 고민하던 은하는 이내 다시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메시지를 보냈다.

[나] [오전 10:17] 저녁 늦게라면 잠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따 다시 연락 줄게.

그리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제휘를 향해 힐끔 시선을 옮겼다.

“어쨌든 지금 협회는 차 헌터님 눈치만 보고 있다니까요. 뉴스만 봐도 지금 헌터님을 모시고 가려는 단체가 수두룩한데 그럴 만도 하죠. 마음 같아서는 그놈들한테 그냥─.”

제휘는 아직까지도 주절주절 이야기를 이어 가고 있었다. 그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은하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매니저님.”

“예.”

“에단은 어떻게 됐나요?”

은하의 물음에 제휘가 “아…….” 하며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분명 함께 탑에 진입했던 에단. 그가 사라졌다.

하늘로 솟은 것인지 땅으로 꺼진 것인지 모르겠다. 탑을 닫고 나왔을 때에도 그는 그곳에 없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에단이니,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했다거나 탑이 두려워 줄행랑을 쳤을 리는 없다. 차라리 지난번처럼 가출했다든가 탑에 진입하던 도중 모종의 현상으로 은하와 떨어지게 되었다는 편이 더 신빙성이 있으리라.

“늑대 길드와 실버문 매니지먼트 요원들에게 은밀하게 수색을 지시해 두긴 했습니다만, 현재까지는 수확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군요.”

“아직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걸요. 조금 더 찾아보면 분명 조그만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수색을 도울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헌터님.”

“걱정, 이요?”

은하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눈빛에 살짝 묘한 빛이 감돈다. 제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걱정하고 계신 거잖아요. 솜사…… 아니, 그 에단이라는 사람을요.”

“…….”

스스로 인지하고 있던 건 아니었지만, 제휘의 말을 듣고 보니 지금 자신의 마음속에 깃든 이 감정이 ‘걱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생각보다 에단과 정이 들었던 거야. 그제야 그것을 자각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에단과 만난 이후로 거의 매일을 붙어 있었으니 허전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들 수밖에.

“헌터님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알아요. 탑에서 나온 이후 쭉 얼굴색이 어두우신걸요.”

제휘의 말에 은하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힐끗 확인했다. 평소에도 워낙 표정이랄 게 없는 얼굴이라 딱히 어두운지 밝은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그저 무표정처럼만 보이는데 제휘의 눈에는 아닌가 보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탑에서 나온 이후, 은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대표적인 이유로는 에단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있겠지만 비단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은하는 예가임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싸웠다면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네게 선택지를 주는 것이 좋겠구나. 우리와 함께하겠는가, 혹은 이자들을 버리겠는가.’

조디악이 인질로 협박을 한 나머지 은하는 당황하고 말았다. 만일 그때 시우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인질이 모두 죽고, 은하는 그를 쓰러트리지 못하는…… 그런 최악의 결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결국 그를 쓰러트리며 탑을 닫은 것은 은하가 아니라 시우였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조디악을 상대하며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던 데다 마을 주민들을 모두 데리고 탈출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대성공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시우가 크게 다쳤다. 일반인보다 회복력이 뛰어난 헌터의 경우 웬만한 상처로는 수술은커녕 입원을 하는 일이 없었다. 특히 랭크가 높을수록 더 그랬다.

그런데 S급 헌터인 백랑이 이번 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됐으니, 그가 얼마나 큰 부상을 입었는지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만일 그때 은하가 당황하지 않고 예가임과의 전투를 이어 갔더라면, 그리고 승리했더라면 시우는 다치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제휘는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다.

“도착했습니다, 헌터님.”

그는 쪼르르 차에서 내려 뒷좌석에 두었던 꽃다발을 꺼낸 뒤, 조수석의 문을 열어 은하를 에스코트해 주었다.

<서울 S병원>

C 병동에 들어선 두 사람은 목적지인 13층에 도착했다.

“그럼 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휘는 은하에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매니저님은 같이 들어가시지 않고요?”

“네, 대표님께서는 시끄러운 걸 싫어하시니까요. 어차피 들어가 봤자 저는 쫓겨날걸요.”

제휘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그 말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소리였다.

설마하니 진짜 그를 쫓아내기야 하겠냐마는, 어쨌든 시우라면 은하와 단둘이 있고 싶어 할 것이 분명했다.

실버문에 입사하고 벌써 몇 년인데. 대표님이 도련님이었을 시절부터 모셔 온 제휘이다 보니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나오기 전에 연락 주시면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 저는 이 옆 병동에 잠시 다녀올게요. 대학 동기가 이번에 인턴으로 여기 들어온 모양이라 얼굴도 볼 겸 커피나 한잔하고 있겠습니다.”

제휘가 자리를 떠나고, 꽃다발을 떠안은 은하는 병실 문 앞에 섰다.

<1301호 환자명 : 신시우>

“…….”

문 옆에 걸린 이름표를 확인한 은하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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