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196)화 (196/306)


#196. 진입
2023.02.12.


[내용] 방금 뜬 속보 ㄷㄷ 내일 흑프 남양주시 탑 진입한다는데?

https://www.hunternews.co.kr/view/2035?input=3851m 여기 링크 확인 ㄱㄱ

[댓글] 577

┖>□□: 공략대도 없이 탑에 들어간다고? ㄷㄷㄷㄷ 랭킹 1위 클라쓰 지린다;;

┖>□□: 5차 탐색까지 아직 많이 남지 않았나 싶어서 방금 달력보고 왔는데… 실환가ㅋㅋ

┖>□□: 왜 굳이 날짜 무시하고 이렇게 빨리 들어가는거……?

┖>□□: 실력 함 보여주겠다는 거지 ㅇㅇ

┖>□□: 오늘 기록 갱신하겠네요.

┖>□□: 아니 잠만;; 마에스트로도 같이 간다는데? 3년 동안 활동 한번 안하더니 갑자기 왜?

┖>□□: 둘 다 1세대 헌터잖아. 둘이 옛날에 사겼다는 소문 있던데 진짠가 봄ㅋㅋ

┖>□□: 그 소문이 여기서 왜 나오나요?

┖>□□: 앗싸!! 오늘만을 기다렸다구~ 대한민국 공식 탑 기록 갱신 가즈ㅇㅏㅏㅏ₍₍ (ง ˙ω˙)ว ⁾⁾

[내용] <현시각 인천공항.jpg>

외국 방송사들 실시간으로 입국중ㄷㄷ 지금 인천공항 와보면 여기가 존에프케네디 국제공항인지 구별이 안간다;;

┖>□□: 와 사람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저게 다 흑프 탑 진입 현장 취재하러 모인 거임?

┖>□□: 하긴 역사적인 순간이기는 하지

┖>□□: 근데 어차피 탑 반경 5km 이상으로는 일반인들 못 들어가지 않나요? 봉쇄령 때문에

┖>□□: 공략대도 없이 저렇게 소수로 탑에 들어 갔다가 만일 기록 갈아치우고 나오면 ㄹㅇ 레전드겠는데

┖>□□: 흑프가 지금 탑에 들어간다는 소리는 즉 5차 탐색 때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소린가?? 이번 5차 탐색 공략대장이 누구였지?

┖>□□: 괴도ㅇㅇ

┖>□□: 흑프랑 괴도랑 사이 안 좋나 봄

[내용] 헌터계 쪽 종사하는 친구 얘기 들어보니까 오늘 내한한 외국 취재진들 중에 흑프 스카웃해서 가려는 놈들도 섞여있는거 같더라고요.

┖>□□: 응 절대 안 돼~

┖>□□: 지금 중국 황룡 길드에서도 사람 나왔더라 ㅋㅋㅋㅋ 얼마 부를까

┖>□□: 황룡이면 최소 천억부터 시작할 듯

┖>□□: 러시아 차르 길드는 길드장이 직접 왔다던데요?

┖>□□: 차르VS황룡 팝콘 각へ( ̄∇ ̄へ)

┖>□□: 지들끼리 배틀 붙어봤자 어차피 폴리스라인 넘지도 못할건데 뭔 소용ㅋㅋㅋㅋ

┖>□□: F급 컨셉 헌터일 때는 신경도 안쓰더니 헤드 헌터 랭킹 1위 되니까 개떼처럼 달려드는 꼬라지 ㅋㅋㅋㅋㅋ 외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가 없네

┖>□□: 우리 흑프 언냐는 대한민국 1세대 헌터라구!! 아무데도 안가!! 영원히 우리랑 함께야!!!!!!!! 가려면 날 밟고가!!!!!!

흑염의 프린세스 탑 진입 소식은 전국, 전 세계로 퍼졌다.

가히 역사적이라 할 만한 랭킹 1위가 처음으로 탑에 진입하는 광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경기도 남양주시 탑 일대에는 국내외를 불문한 각종 방송국 및 신문사가 모여들었다.

3년 전부터 잠적하다시피 활동을 중지했던 마에스트로가 그동안 불거졌던 은퇴설을 격파하듯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도 그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게다가 은하 곁에는 마에스트로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엄청난 외모의 남자까지 함께였다.

기자들은 그들이 어떠한 경위로 흑염의 프린세스와 소수 파티를 꾸리게 되었는지, 그 부분을 인터뷰하기 위해 오래도록 틈을 노렸다. 그러나 흑염의 프린세스는 그럴 시간 따위 없다는 듯 아주 짧은 기회도 주지 않고 취재진을 지나쳐 탑으로 향했다.

만일 탑 반경 5km 일반인 진입 금지령이 따로 없었더라면 취재진들은 탑 입구까지 은하를 쫓아갔을 것이다.

‘설마 여기까지 따라오지는 않았겠지?’

은하는 힐끔 뒤쪽을 바라봤다. 다행히 쫓아오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휴대전화를 꺼냈다.

일반인 진입 금지령으로 들어오자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었다. 탑의 영향이었다. 은하는 마지막으로 메시지함을 확인했다.

[요니♥] [오전 5:13] 언니ㅠㅠㅠㅠㅠㅠ 탑 들어간다는 거 진짜예요????ㅠㅠㅠㅠㅠㅠ

[요니♥] [오전 5:13] (이모티콘)

[요니♥] [오전 5:13] (이모티콘)

[요니♥] [오전 5:13] (이모티콘)

3일 전부터 아연은 새벽, 오전, 오후, 심야 할 것 없이 은하에게 끊임없이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를 남겼다. 뉴스를 통해 흑염의 프린세스가 탑에 진입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은하가 아는 아연이라면 기를 쓰고 그녀를 따라오려고 했겠지만, 그녀는 5차 탐색의 주요 멤버로 선정되어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그 5차 탐색 일정을 취소해야만 하는데, 선금으로 받은 돈이 상당해서 그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던 모양.

은하는 괜히 아연에게 답장했다가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될까 봐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그건 반쯤 거짓말이고 그동안 정신이 없어서 답장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짧게나마 메시지를 보내 두는 것이 좋을까 생각했지만,

[나] [오전 8:58] 미안. 이제 봤네.

…….

[메시지를 전송할 수 없습니다.]

역시 휴대전화가 먹통이라 메시지가 가지 않았다.

“은하, 안 와?”

걸음을 멈춘 은하를 향해 에단이 물었다.

“아까 그 피라미 떼가 거슬리는 건가?”

“아냐, 가자.”

혹여 무슨 사고라도 칠까, 은하는 얼른 휴대전화를 집어넣고 에단의 등을 떠밀었다. 그런 은하를 보며 에단이 슬며시 눈을 흘겼다.

“방금 너, 내가 무슨 짓 할 거라고 생각한 거지? 말했잖아. 난 약속은 지킨다고.”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등 뒤에서 은하와 에단의 시시콜콜한 대화 소리가 들리자, 가장 선두를 걸어가던 이준이 힐끔 그들을 뒤돌아보았다.

‘에단이라고 했던가.’

은하에게 이야기는 들었지만 여전히 저 남자는 국적 불명에 소속 불명이었다. 원래라면 탑 진입 허가를 받지 못할 터였다.

그럼에도 그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오롯이 랭킹 1위 흑염의 프린세스의 권력 및 권한하에 이뤄진 일이었다.

‘강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딱히 전투를 하는 모습을 본 건 아니었지만, 풍기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만은 느껴졌다. 저 에단이라는 남자에게는 강자 특유의 여유와 분위기가 있었다.

“…….”

“…….”

문득 이준과 에단의 시선이 마주쳤다.

기분 탓일까. 에단의 눈이 희미하게 휘어진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미소에 약간의 도발이 섞여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은하, 나 앞머리가 자꾸 눈을 찌르는데.”

“여기 머리 방울. 가져왔으니 묶어.”

“나 그런 거 잘 못하는 거 알잖아.”

묶어 줘. 에단이 은하에게 자신의 머리를 슬쩍 내밀었다. 은하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도 손목에 끼고 있던 머리 방울을 꺼내 그의 머리를 묶어 주었다.

“됐어?”

“응.”

“어때?”

에단의 물음에 은하는 “어떻긴…….” 하고 말끝을 흐렸다. 그 순간 에단의 새빨간 눈이 힐끔 이준에게 향한 것을 보건대, 딱히 은하의 대답을 기다린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준은 “하.” 하고 작게 헛웃음을 뱉었다.

뭘 기대하는 건지는 몰라도 그를 만족시킬 만한 반응을 해 줄 생각은 없었다. 저런 유치한 도발에 길길이 날뛸 정도로 어리고 단순하지도 않았다. 그럴 시기는 이미 지났으니까.

─다만 대놓고 걸어오는 싸움을 무시할 정도로 무던하지도 않았다.

이준은 몇 걸음 걷는 척하다가 힐끔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탑이 가까워질수록 길이 무너져 있었다. 산산조각 난 콘크리트 사이로 모래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어서 걸을 때마다 푹푹 발이 빠졌다.

이준이 힐끗 고개를 돌려 은하를 바라보았다.

“은하야, 구두 굽이 불편하면 신발 벗어 줄까?”

아니면 업어 줄까. 이준이 은하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그가 그런 농담도 할 줄 안다는 것이 우스워서, 은하는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을 흘렸다.

“농담은.”

“농담 아닌데.”

한편 은하 곁에 우두커니 서 있던 에단의 얼굴에는 희미한 실금이 번졌다.

이준과 에단이 은하를 사이에 두고 소리 없는 도발을 몇 번이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가운데, 어느새 탑이 코앞까지 가까워져 있었다.

하늘을 뚫을 기세로 높아 보였던 탑은, 이렇게 가까이 와서 보니 턱을 끝까지 들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저 새카맣게만 보였던 탑 표면은 별 가루를 뿌려 놓은 듯 은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탑 입구는 단단하고 거대한 문으로 봉쇄되어 있었는데, 문에는 문자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문양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문 높이만 하여도 일반 아파트 5층 정도는 되어 보였다.

가까이서 탑의 외견을 응시하고 있던 도중, 은하는 입구 부근에서 작은 그림자를 발견했다.

‘기자인가?’

그럴 리 없었다. 기자를 포함한 민간인들은 여기까지 올 수 없으니까. 그럼 헌터?

하지만 오늘 탑 진입에는 이준과 에단을 제외한 그 어떤 동행인도 계획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리 베테랑 헌터라고 해도 S급 헌터이거나 헤드 헌터 12인이 아닌 이상, 단독으로 탑에 출입할 권한은 없을 텐데.

“누군가 있군.”

마찬가지로 입구 근처 그림자를 발견한 이준이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걸까, 저 멀리 보이던 작은 머리통이 이쪽으로 휙 향했다.

어쩐지 낯익은 실루엣이다 싶은 순간, 작은 그림자가 은하를 향해 도도도 달려왔다.

“누나, 안녕.”

귤색 머리카락의 키가 작은 소년. 트릭스터 송민주였다. 은하는 예상치 못한 민주의 등장에 조금 놀란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민주, 네가 왜 여기에…….”

“왜긴요.”

철컥. 민주는 장난감처럼 생긴 바주카를 어깨에 동여매며 씩 웃었다.

“저도 같이 들어가려고요.”

그 말에 대꾸한 것은 은하가 아닌 이준 쪽이었다.

“트릭스터, 그날 안드레아를 통해 충분히 전해 들었을 텐데.”

안드레아의 예언에 대해서는 이후 이준도 듣게 되었다. 즉, 지금 이준은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도 기어코 여기까지 무기를 장전하고 나온 민주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한편 민주에 관한 예언을 전해 듣지 못한 은하는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잘 따라갈 수 없었다. 무표정으로 두 사람 사이에서 눈만 깜빡이는데, 민주는 그런 것 따위 하나도 상관없다는 듯 말간 미소를 지었다.

“어. 들었어. 그런데 궁금하잖아. 도대체 여기 얼마나 대단한 게 있는지.”

그리고……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고. 그리 중얼거린 민주는 바주카를 들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살짝 짚었다. 일순 그의 표정이 조금 굳는 듯 보였지만 맑은 날 가랑비처럼 금방 갠 얼굴로 웃었다.

“아저씨한테만 누나를 맡기는 것도 신경 쓰이거든. 누나, 괜찮죠?”

“…….”

은하는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길이 민주 목덜미로 향한다. 은하의 예상대로, 민주의 흉터가 로제처럼 조디악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이번 탑 진입의 최종 목적은, 가능성을 떠나 어디까지고 ‘조디악을 만나는 것’이었다. 과연 조디악과의 접촉이 민주에게 아무런 영향도 없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민주는 평범한 청소년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몇 없는 S급 헌터이자 한 길드를 이끄는 수장. 여기 있는 은하와 이준처럼, 그에게도 공략대를 구성하지 않고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탑에 진입할 권한이 있었다.

즉 여기서 은하가 반대한다고 해도, 민주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탑에 들어올 수 있었다. 또한 은하가 아는 민주라면, 몰래 그들을 따라오거나 이후 혼자서라도 탑에 들어갈 것이다.

어차피 그럴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동행하는 편이 낫다.

“그래.”

“……!”

생각을 마친 은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주의 얼굴은 환해진 반면, 이준은 조금 놀란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애초부터 민주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없던 에단은 무반응이었다.

“대신 약속해. 안에서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탑에 진입하게 되면, 그곳에서 나올 때까지는 내 뜻에 따라야 해. 무슨 뜻인지 알지?”

“네, 누나!”

그렇게 은하를 포함한 네 사람은 여차여차하여 탑 입구에 나란히 섰다.

촬영이 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드론 카메라가 치지직 소리를 내며 상공을 맴도는 가운데, 선두로 선 은하가 거대한 문에 손바닥을 가져갔다.

[네뷸러 진입자의 프로필을 확인 중입니다.]

[진입 자격이 인정되었습니다. 글로벌 랭킹 1위 ‘흑염의 프린세스’ 외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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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하셨습니다. 네뷸러에 입장합니다.]

기이익─

곧 그들을 반기듯 탑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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