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189)화 (191/306)


#189. 검은 불꽃의 방식
2023.02.05.


1997년 9월, 세상이 바뀌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급변이었다. 많은 피가 지구를 뒤덮었으나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다. 시간이 흐르며 세계는 새로운 장르에 적응했다. 특히 ‘각성자’의 경우 그 적응력이 일반인보다 빨랐다.

그들이 가진 고유 능력은 인간의 신체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각성자들은 새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 전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부와 명예를 얻었다.

이름 없는 작은 마을에 누군가 각성을 했다고 하면 그 마을 입구에 대문짝만 한 플래카드가 붙었다. 그 정도로 각성자는 누구나 선망하고 동경하는, 그야말로 인생 역전의 발판이었다.

12살이었던 유엘에게도 각성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의 인생 역시 ‘역전’되었다. 조금은 다른 의미로 말이다.

‘들었어? 저 아이래.’
‘각성하자마자 부모를 죽였다는 그……?’
‘에구, 쯧쯧. 제 엄마는 알았을까. 아들 손에 그렇게 죽게 될지……. 하늘도 참 무정하시지, 안타까운 일이야.’
‘저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을 가졌으면 국가에서 관리를 하든 감금을 해든 해야지. 데려가지 않고 뭐 하는 건지.’
‘쉿, 조용히 해. 아직 어린 아이잖아.’
‘혹시 아느냐고. 저 꼬마가 또 폭주해서 이 마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면 어째? 무서워서 밤에 잠도 편히 못 자겠다니까.’

어느 보육 시설에도 가지 못하고 마을에 얹혀사는 신세가 된 아이에게 쏟아진 질타의 시선.

유엘은 그걸 감당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건 벌이었으니까.

우연한 계기로 각성을 하게 된 날.

‘어, 엄마……!’

‘유엘…… 내 아가, 엄마, 는, 괜찮…… 아…….’

──제 손으로 모친을 해친 벌.

* * *

“이봐, 아직 멀었어?”

“이상하네. 분명 이 근처였던 것 같은데…….”

동백나무 골짜기에 들어온 마을 사람들은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밤이 깊었던 탓일까, 왔던 길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다니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미리 챙겨 온 횃불은 거의 다 탔고, 대신 꺼낸 낡은 손전등도 아까부터 깜빡깜빡 말썽이었다.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밤길을 오로지 달빛에만 의존하여 걷는 것도 벌써 수십 분째였다.

“설마 이것도 도깨비짓인가?”

“이 사람아, 이 시대에 도깨비 같은 게 어디 있어? 그냥 밤눈이 어두워서 잠깐 길을 잃은 거지.”

“어이쿠, 놀래라. 아, 왜 소리를 질러, 지르긴!”

“짜증 안 나게 생겼어! 간만에 집에서 좀 쉬나 했더니만, 굳이 연장까지 챙겨 와서 멀쩡한 집을 허물게 된 것도 다 자네처럼 호들갑 떠는 사람들 때문이잖아, 쯧쯧.”

“아니, 그럼 그 집을 그냥 두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마음먹었을 때 행해야지. 그런 꺼림칙한 장소를 마을 근처에 두었다가 좋을 일이야 있겠어?”

“아, 그래서 왔잖아.”

그렇게 또 몇 분을 더 걸었을까.

선두를 걷던 귤나무 댁 김 영감이 멈칫 걸음을 세웠다.

“음? 저기 누군가 서 있는데.”

붉은 물감을 흩뿌린 듯 빨간 옷을 입은 나무 사이, 호리호리한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둥글게 부푼 치맛자락과 검고 긴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여자?’

김 영감이 눈을 가늘게 떴다. 달빛을 등지고 선 그 그림자는 분명 여인의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둥글고 검은 양산을 쓴, 새까만 드레스 차림의 여자였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어깨 부분이 찢어진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사뭇 으스스했다.

“저, 저 사람은…….”

누군가 벙긋벙긋 입을 열었다. 두부집 차남 택길이었다.

“아는 사람이야?”

“어, 얼굴은 확실하지 않은데…… 저 드레스랑 양산은 틀림없어요.”

택길이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아무리 깡촌이라 해도, 검은 드레스를 입고 검은 양산을 든 헌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충분히 닿았다.

“저 사람, 랭킹 1위 흑염의 프린세스예요!”

웅성웅성…….

택길의 외침에 저 멀리 앞서가던 사람들 역시 이쪽으로 돌아와 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진짜 흑염의 프린세스라고? 그 헤드 헌터 중 하나인?”

“아니, 그런 대단한 헌터 양반이 왜 이런 시골에……? 주변에 게이트라도 터졌나?”

그사이 서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흑염의 프린세스, 은하는 점차 그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이윽고 그녀가 가장 선두의 김 영감 앞에 섰을 때.

“흐, 흑염의 프린세스…….”

“안녕하세요.”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뒤에 서 있던 마을 사람들이 “우와아!” 하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유명 헌터는커녕 삼류 배우조차 보기 힘든 이 시골에서 랭킹 1위인 그녀의 등장은 그만큼 기적적인 일이었으니.

“이곳에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은하는 차분하게, 그러나 최대한 상냥한 어투로 물었다.

여기 볼일이 있냐니? 그건 마을 사람들이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엄청난 유명인을 이런 깊은 산골짜기에서 조우한 시골 청년들은 허둥지둥하기 바빠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 젊은이들을 뒤로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김 영감이 대표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근처에 도깨비 집이 있어서 말이요.”

그동안 마을에 어떤 흉흉한 소문이 돌았고 실제로는 이러이러한 일을 겪은 자들이 있으며,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이김에 그 집을 허물어 버리려고 한다. 그런 내용이었다.

은하는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산군을 대신하여, 흑염의 프린세스 차림을 하고 주민들 앞에 선 것까지는 좋았다. 원래는 이 주변에 위험한 게이트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핑계를 대며 그들을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연장을 챙긴 주제에 어두운 길에서 발발 떨고 있는 그들을 보자니, 괜히 더 겁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헌터님이 여기까지 오신 것을 보아하니 그 집은 도깨비집이 아니라 몬스터의 소굴이었나 봅니다.”

김 영감은 이제야 아귀가 맞아떨어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니고서는 이런 거물급 헌터가 이런 촌구석을 방문할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 그럼 어떡하죠?”

주민 중 한 청년이 불안한 얼굴을 했다.

“괘, 괜찮아, 헌터님이 계시잖아. 괜찮을 거야.”

“혹시 게이트가 등장한 거라면 다른 헌터들은? 우리 마을도 쑥대밭 되는 거 아니야?”

“일단 마을로 돌아가서 가족들을 대피시키는 게……!”

주민들은 벌써부터 동요하는 눈치였다. 이 상황에서 은하가 게이트가 출현한 게 맞다고 고개라도 끄덕이면, 그들은 정말 겁에 질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짧은 사이 부지런히 머리를 굴리던 차에, 번뜩 제휘의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오늘 수여식이 끝나면 비로소 사람들이 헌터님을 ‘F급 컨셉 헌터 흑염의 프린세스’가 아니라 ‘글로벌 랭킹 1위 흑염의 프린세스’로 보게 될 거라고요.’

이전과는 평판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부와 명예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던 제휘.

‘그래, 그거다.’

은하는 고개를 들어 주민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선망 어린 눈빛. 신뢰와 의지가 섞인 그 눈빛을 향해, 은하가 입술을 달싹였다.

“사실은…….”

슬쩍 말문을 열었을 뿐인데 주민들의 시선이 온통 그녀에게로 쏠렸다. 모두가 귀를 쫑긋 세우고 은하의 말에 집중했다.

“그 집에는 제 오랜 친구가 살고 있는데, 몸이 조금 불편해서 집 밖으로는 잘 나갈 수 없어서요.”

“네? 친구분…… 이요?”

“혹시 모를 괴한이나 산짐승을 우려해 주변에 가볍게 결계를 쳐 두었는데 그 탓에 괜한 오해를 산 모양이네요.”

결계? 꽤 생소한 단어지만 워낙에 영화 같은 초능력을 사용하는 헌터들이었다. 주변에 무슨 짓을 해 두었든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 그럼 그 집에 도깨비가 산다는 건…….”

“고유 능력을 사용하는 헌터를 처음 본 일반인들은 가끔 그런 식으로 착각하고는 하죠.”

은하는 그들이 또 다른 의심을 품기 전에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이곳은 풍경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아 친구가 요양하기 무척 좋은 곳입니다.”

또각.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선 은하가 비로소 쐐기를 박았다.

“부디 오해를 거두고 다른 주민들에게 잘 전달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

은하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끔뻑끔뻑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흑염의 프린세스. 현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터 중 하나.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연장을 손에 들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것들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다행이다.’

은하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일 그녀가 F급 컨셉 헌터인 채였다면 이런 방법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을 테니까. 자신이 랭킹 1위가 되었다는 것을 이런 데서 처음 실감하게 될 줄이야.

“감사합니다.”

은하는 주민들에게 짧게 인사를 건넸다.

팟! 팟! 팟!

다음 순간, 주변에 까만 불꽃이 반딧불처럼 피어났다. 그 불꽃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지는 않았다. 달빛처럼 은은하게 발밑을 비출 뿐이었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길이 어두우니 돌아가시는 동안 발밑 조심하시길.”

어두컴컴하던 발밑이 불꽃으로 어슴푸레 밝혀지며, 차갑게 식어 있던 공기도 온화하게 물들었다.

“와아…….”

누군가 자그마한 탄성을 흘렸다.

하늘에 뜬 둥근 달. 밤바람을 타고 부서지는 붉은 꽃잎. 그 사이사이를 빼곡하게 채운, 동그랗고 따스한 불빛들. 마법처럼 아름답고 경이로운 풍경을, 모두가 넋을 잃고 올려다보았다.

비로소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고.

“괜한 짓을 했나요?”

그곳에 홀로 남은 은하는 양산을 손에 쥔 채 허공을 향해 입을 열었다.

바스락─

주변에 핀 동백나무 잎사귀가 희미하게 흔들리며, 몸을 숨기고 있던 유엘이 나타났다.

“……아닙니다.”

그 뒤로 여기까지 쫓아온 듯 보이는 시우도 함께였다.

“……불꽃을, 저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군요.”

점이 되어 멀어지는 마을 사람들의 무리. 그리고 그들을 감싸는 반딧불과 같은 불꽃들을 보며, 유엘이 중얼거렸다.

은하가 시선을 돌려 유엘의 옆얼굴을 응시했다.

“힘이란 꼭 다른 존재를 해하는 일에만 쓰이는 건 아니니까요.”

“…….”

유엘이 스르륵, 은하를 쳐다보았다. 검은 천으로 가린 눈이 어떤 빛을 띠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그가 조금 놀란 얼굴인 듯해 보였다.

“당신도 그렇잖아요.”

“무슨…….”

“그 힘으로 탑을 닫았고,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으니까.”

은하는 유엘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숨을 필요 없어요.”

──당신도, 그리고 나도.

새까맣고 깊은 그녀의 눈은 유엘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듯했다.

솨아아, 붉은 꽃잎을 가득 품은 밤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유엘은 굳은 듯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늦은 밤, 은하와 시우가 서울로 돌아가고 몇 시간 뒤. 동백나무 골짜기 너머로 숨었던 해가 다시 빼꼼 고개를 내밀 무렵이었다.

평소와 같이 고요한 아침을 맞이한 줄로만 알았던 푸른 기와집에 작은 소동이 일었다.

“수, 수령님.”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도 않은 이른 시각, 가란은 허둥지둥 대며 유엘을 대문 바깥까지 데리고 나갔다.

코끝에 진한 약초 향기와 한방 약재 냄새가 닿았다. 그 밖에도 사골을 푹 고운 듯한 구수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유엘은 보지 못했지만 개중에는 보자기에 둘둘 싸인 녹용이나 직접 담근 듯한 뱀술, 꿀단지 따위도 놓여 있었다.

“청소를 하려고 나갔더니, 웬 약재들이 한가득 쌓여 있지 뭡니까.”

이것 좀 보십시오. 가란은 흰 종이로 곱게 포장된 한약을 들어 유엘에게 내밀었다.

“여기 글씨도 적혀 있네요. 어디 보자, 완치하세요…… 라고.”

“…….”

유엘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닫혔다.

문득 어제 이곳을 방문한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재생되었다.

‘사실 그 집에는 제 오랜 친구가 살고 있는데, 몸이 조금 불편해서 집 밖으로는 잘 나갈 수 없어서요.’

아무래도 그녀의 말을 들은 마을 주민들이 꼭두새벽부터 몸에 좋은 보신용 약재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여기까지 날라 둔 것 같았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주변도 깨끗합니다. 청소할 필요가 없겠는데요?”

가란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활기찼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손바닥을 쥐었다 펴며 몇 번이고 물건의 감촉을 확인하던 유엘이 이윽고 가란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가란, 의영을 깨워라.”

기와집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듯 등을 돌리며, 그가 덧붙였다.

“오랜만에 사냥을 나가자.”

“사냥이요? 수련을 미루고요?”

“그래. 들짐승이라도 잡아 고기를 나눠 주는 게 좋겠다.”

“누구에게 말입니까?”

“주민들에게.”

대문 문지방을 넘던 유엘이 걸음을 멈추었다.

“……보답은 해야 하지 않겠어.”

기분 좋은 새벽바람이 불어오며, 그의 눈을 가린 검은 천 매듭이 부드럽게 휘날렸다.

유엘은 고개를 돌려 대문 너머, 오른쪽 저편을 멍하니 응시했다. 간밤에 은하와 시우가 돌아갔던 바로 그 방향이었다.

* * *

한편, 그 시각 은하의 오피스텔.

“…….”

에단은 서서히 눈을 떴다. 아직은 잠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지 조금 탁한 기색의 붉은 눈동자가 멍하니 깜빡인다.

“은하……?”

스르륵 고개를 돌려 문 쪽을 쳐다보았다. 조용하다. 빨리 돌아오겠다더니, 하루가 지났는데도 은하는 아직 귀가하지 않은 듯했다.

문득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아침 8시. 그렇다면 점심이 되기 전에는 돌아올까.

습관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리려다가, 문득 손끝에 딱딱하고 차가운 것이 닿았다. 체리 모양의 머리 방울이었다.

창문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슬쩍 확인했다. 처음 은하가 묶어 줬을 때보다 조금은 흐트러져 있었다.

‘이렇게, 였던가.’

서투른 손길로 그것을 대충 정리하던 중, 에단의 붉은 눈에 반짝이는 작은 생명체가 들어왔다.

창가에 앉아 조그만 날개를 팔랑이는 나비 한 마리.

“…….”

물끄러미 시선을 떨구어 나비를 응시하던 에단이 그것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나비는 반짝이는 가루를 소소하게 흩뿌리며 에단의 손바닥 위로 부드럽게 안착했다.

“놀러 왔나 보네.”

에단의 붉은 눈이 가늘게 휘는 순간,

“곤충 새끼가.”

콰직─

강하게 움켜쥔 주먹이 작은 나비를 단숨에 으스러트려 버렸다. 손아귀에 남은 것은 납작해진 나비의 사체 대신, 보랏빛을 띠는 기묘한 가루였다.

에단은 더러워진 자신의 손을 빤히 응시하다가 다시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꿈쩍도 하지 않는 문을 하염없이 응시하던 에단은 이내 침대에 다시 몸을 뉘고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은하는 언제 돌아오려나.”

작게 중얼거린 그는 스르륵 눈을 감았다. 고요한 정적이 돌아온 방 안. 곧 고른 에단의 숨소리가 적막 위에 더해졌다.

하얀 침대 시트 위에는 나비의 유일한 흔적인 보랏빛 가루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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