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99 흑염의 프린세스 (1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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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99 흑염의 프린세스 (1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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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텅 빈 손님방
2023.01.14.
다음 날.
은하의 식사를 챙겨 주기 위해 제휘가 오피스텔을 방문했다.
현관에 들어선 제휘는 곧장 밥을 차리기 시작했고, 은하는 기다리는 동안 에단의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리 방문을 두드려도 에단은 문을 열어 주기는커녕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아직도 마음이 상해 있는 모양이었다.
결국 은하는 억지로 문을 여는 것보다는, 이후에 식사를 따로 챙겨 주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매니저님은 에단을 불편해하는 눈치기도 하고.’
식사 준비가 끝난 뒤, 은하는 혼자 식탁에 앉았다.
“그…… 투숙객께서는요?”
주걱으로 밥솥을 휘젓고 있던 제휘가 물었다. 투숙객. 상당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단어였지만 제휘는 이렇듯 에단에게 ‘손님’이라거나 ‘친구’라는 호칭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밥 생각이 없나 봐요. 이후에 따로 제가 방 앞에 가져다 놓으려고요.”
“아, 그렇군요.”
제휘는 식탁에 꺼내 둔 세 개의 밥공기 중 하나를 치웠다.
“그런데 그분은 언제까지 이곳에 머무르실 예정이랍니까?”
“글쎄요.”
“글쎄요, 라니……. 설마 계속 여기서 함께 사시려고요?”
밥을 담다 말고 제휘가 펄쩍 뛰었다. 뭘 그렇게 놀라는지 모르겠다.
“마땅히 갈 곳이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걸 왜 헌터님께서…….”
제휘가 말끝을 흐렸다.
눈치를 보아 헌터님과 그 남자는 원래부터 알던 사이는 아닌 듯했다. 3년 전 헌터님께서 저자를 데리고 온 적이 없기도 했고.
그렇다면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라는 건데……. 아무리 우리 헌터님께서 정의로운 분이라고는 해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을 기한도 없이 먹여 주고 재워 주겠다는 건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연인이 아닌 이상에야 이상한 일이잖아. 아니, 잠깐만. 설마……?’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섬뜩한 생각에 제휘가 도리질을 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은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제가 책임을 져야 해서요.”
……네?
제휘의 턱이 뼈가 빠지기라도 한 듯 스르륵 아래로 추락했다.
이후 식사를 시작한 두 사람은 이렇다 할 대화가 없었다.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오는 가운데, 제휘는 ‘책임? 책임이라뇨. 저기 잠깐만요, 책임이라니요?!’ 하고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은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괴담 말이에요.”
“네?!”
방심하고 있던 제휘가 어깨를 흠칫 떨었다.
오늘따라 여러 번 놀란다. 생각해 보면 3년 전에도 헌터님을 모시면서 이런 일이 많았던 것 같긴 했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헌터님께서 방금 괴담이라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눈알을 도르륵 굴리는 제휘 앞에서 은하가 수저를 내려 두었다.
“매니저님은 흑염의 프린세스를 실제로 본 적이 없으신가요?”
“저는 매일 보지요.”
제휘가 능청스레 답하자 은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커흠, 실제로 본 적은 저도 없네요.”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한 제휘는 그제야 헛기침을 하며 작게 답했다. 그러고는 슬쩍 은하의 눈치를 보았다.
“헌터님, 괴담에 대해 신경이 쓰이시나 봐요.”
“아무래도요.”
은하가 답했다.
제휘는 은하 앞에서 괴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뉴스나 인터넷에서 잊을 만하면 흑염의 프린세스 괴담에 대해 떠들어 대고 있으니, 언젠가는 헌터님 귀에도 들어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은하가 괴담 얘기를 꺼내면 이렇게 답해야지 정해 둔 내용도 있었다.
“그런 것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저도 어렸을 땐 그런 걸 믿었죠.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랬을 겁니다. 많잖아요? 학교 터가 옛 공동묘지였다는 것부터…… 과학실의 인체 표본이 밤에만 움직인다거나, 방과 후 교실에 하교하지 않고 새벽까지 남아 있는 학생이 있다거나요.”
제휘는 은하의 밥그릇 앞으로 갓 사 온 오징어 젓갈을 밀어 주며 걱정 말라는 듯 빙긋 웃었다.
“그런데요, 그런 건 다 미신이더라고요.”
은하는 먹음직스러운 오징어 젓갈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다만 다른 생각을 하는 듯 여전히 수저를 쥘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참을 침묵하던 은하가 이윽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연이와 민주가 흑염의 프린세스를 봤다더군요.”
반찬을 나르던 제휘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우뚝 멈추었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저랑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저는─.”
은하의 까만 눈이 식탁 너머 소파에 닿았다. 소파 팔걸이에 널브러지듯 걸린 검은 드레스.
“한국에 돌아온 후 단 한 번도 드레스를 입은 적이 없죠. 외출 시는 물론이고 집에서조차.”
“…….”
“매니저님이 제 귀환에 대해 당분간 숨기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신 것도, 혹시 괴담과 관련이 있나요?”
시선을 든 은하가 제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제휘는 스르륵 손을 내려 식탁 위에 젓가락을 두었다.
“……최근 흑염의 프린세스 관련 괴담이 극성인 건 사실입니다.”
조심스럽게 입을 연 그는 은하를 바라보지 않고 식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문을 이어 갔다.
“하지만 그건 그만큼 흑염의 프린세스, 그러니까 헌터님께서 유명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헌터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별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요.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흑염의 프린세스 드레스와 양산을 간편히 살 수 있는 시대인걸요. 분명 누군가가 장난친 걸 겁니다. 뭐 팬심일 수도 있겠지만요.”
남해안 언노운 게이트 사건 이후, 세계 헌터 기구는 흑염의 프린세스에게 헌터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로프티’라는 칭호를 정식으로 수여했다.
대한민국 헌터 역사상 최초의 로프티 헌터, 흑염의 프린세스. 그 특별한 칭호, 괴상한 이명 그리고 독보적인 복장 탓에 흑염의 프린세스는 전 세계적으로 꽤 유명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흑염의 프린세스를 코스프레 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듣자 하니 외국 어디에선가는 ‘홍염의 프린세스’라는 헌터가 데뷔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였다.
특히 작년 10월 31일 핼러윈 데이가 절정이었다. 이태원에서 찍힌 ‘흑염의 프린세스 단체샷’은 지금까지도 종종 인터넷상에서 회자될 정도로 화제였었지.
“헌터님, 몬태나주에서 몬스터를 제압했다 하셨죠? 주변에 목격자도 꽤 있었다고요.”
“네.”
“그런데 아직 사람들은 ‘진짜 흑염의 프린세스’가 귀환했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요. 헌터님이 찍힌 동영상이 너튜브에 올라와 있고 그걸 본 사람이 꽤 있는데도 말입니다. 왜일까요?”
“…….”
“그 정도로 현대에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양산을 휘두르는 존재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그에 따라 괴담도 이전보다 더 입에 오르락내리락하게 된 거고요.”
정말 그런 걸까. 은하는 제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시 수저를 든 제휘는 그런 은하를 끝까지 안심시켰다.
“곧 헌터님께서 귀환하신 것이 세간에 알려지면, 괴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질 겁니다.”
자, 어서 드세요. 제휘는 손을 뻗어 은하에게 직접 수저를 쥐여 주었다.
* * *
그날 밤.
침대에 걸터앉은 은하는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 둔 채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렸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흑염의 프린세스’라고 검색하니 관련 기사나 게시글, 영상이 주르륵 펼쳐졌다. 은하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최상단에 있는 흑염의 프린세스 간단 프로필이었다.
<흑염의 프린세스>
· 헌터 등록일 : 2031년 5월 19일
· 등급 : F급
· 소속 : 없음 (前 ‘늑대’ 길드 계약 용병)
· 대한민국 최초의 로프티 헌터 ▷관련 링크
· 사망 추정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프로필이다 보니 출생지나 생년월일 따위의 자세한 개인 정보나 고유 능력, 계약 신수 등의 정보는 게재되어 있지 않았다.
그 간단한 프로필에서 은하가 주목한 것은 F급이라는 굴욕적인 랭크가 아니었다. 바로 ‘사망 추정’이라는 단어였다.
그것이 딱히 기분이 나쁘다거나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 번의 삶에서 두 번이나 사망하게 되다니.’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은하는 마른 웃음을 흘리며 마우스 휠을 내렸다. 아래로 또 아래로 움직이던 손가락이 어느 순간 멈추었다.
[?] 대한민국 소속 헌터 ‘흑염의 프린세스’에 대한 검색 결과입니다. 괴담 ‘흑염의 프린세스’에 대해 알아보시려면 ▶Click
딸깍.
은하의 까만 눈에 노트북 화면의 파란 불빛이 은은하게 반사되었다. 액정 속에는 괴담에 관련된 자료들이 수없이 쏟아졌다.
은하는 손이 가는 대로 한 게시글을 클릭했다.
[제목] 실화) 어제 겪었던 소름돋는일
[작성자]□□(121.394)│2035.1.3 PM 6:04│[조회] 1,331│[추천] 97
2035년 1월 3일.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은 글이었다. 날짜를 확인한 은하가 마우스 휠을 내려 내용을 주르륵 읽어 갔다.
[내용] 새벽 1시 넘어서였을거임. 여친이랑 술 한잔하고 집가는데 누가 자꾸 따라오는 것 같더라고? 뒤돌아 봤는데 가로등 아래 얇고 긴 그림자가 보였음. 근데 그런 느낌 혹시 아냐? 딱 봐도 뭔가 사람이 아닌거 같은??
그리고 그런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음 X발…
그때 그냥 못본 척 갔어야 햇는데 술도 취해 있어서 세상 무서울 게 없었던 이 등신이 꼴에 귀신 잡는 해병대 나왔다고 당당하게 가로등 아래로 갔다.
근데 거기서 검은 드레스 입은 여자가 뒤돌아서서 손톱으로 가로등 표면을 드륵드륵 긁으면서 서 있는 것임.
순간 너무 놀라서 몸이 안 움직여졌음.
그냥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는데 그게 갑자기 목을 삐걱삐걱 이쪽으로 돌림. 다시 한번 말하는데 모가지만 돌림. 말이 되냐? 몸은 그대로고 목만 180도로 돌아갔다고;;;
본인 키 170 후반에 몸무게 90 초반 매우 건장한 남자임. 근데 그거랑 눈마주치는 순간 걍 뒤도 안 돌아보고 ㅈㄴ 뛰어서 도망침;
그땐 무서워서 아무 생각 못했는데 집에 와서 팬티 빨면서 생각해보니까 그거 아니냐? 헌터들 사이에 유명한 흑프 괴담;
진짜 너네 밤길 조심해라.
형 심장마비로 뒤질 뻔 했다.
[댓글] 13
┖>□□: 헐 개무서워
┖>□□: 응~ 주작~
┖>□□: 아직도 괴담 흑프 얘기로 어그로 끄는 놈이 있네?
┖>□□: 기분 나쁘면 미안한데 혹시 며칠 전에 샤워하다가 화장실 천장에서 흑프 봣다고 글 싸지른 것도 형이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옛다 관심
┖>□□: 그래서 사진은?
┖>□□: 요즘 흑프 괴담 많이 올라오네; 이 정도면 단체로 미쳤거나 괴담이 진짜거나 둘중 하나 아니냐 ㄷㄷ
┖>□□: 혹시 양산에 눈도 뽑힘?
┖>□□: 형 걱정 ㄴㄴ 미국 몬태나주에 흑프 나타났다던데? 국적 바꿨나봐 안 무서워해도 댈 듯ㅇㅇ
┖>□□: 귀신도 국적이 있음?ㅋㅋㅋㅋㅋㅋ
┖>□□: 말 걸어보지 그랬어
┖>□□: 사실 나도 며칠 전에 집근처 쇼핑센터에서 흑프랑 똑같은 얼굴한 사람 본 적 있음; 드레스 입고 있지도 않았고 마스크 끼고 있어서 긴가민가했는데 특유의 분위기? 같은 게 진짜 개똑같더라…….
┖>□□: 난 왜 한번도 못 봤냐
그 외에도 흑염의 프린세스를 목격했다는 글이 종종 보였다. 다만 그중에 과연 실화가 몇 개나 되는지는 알 방법이 없었다.
은하는 결국 노트북을 닫았다.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흑염의 프린세스라…….’
검은 드레스에 검은 양산을 들고 있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얼굴까지 닮을 수가 있는 거지? 민주와 아연이 헷갈릴 정도였으면 조금 닮은 정도가 아닐 텐데.
‘과연 우연일까.’
우연이라기에는 굉장히 찝찝한 점이 많았다.
생각에 깊이 잠긴 은하는 덮어 버린 노트북 뚜껑 위를 손가락으로 톡, 톡, 두들겼다.
어쩌면 제휘의 말대로 신경을 끄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고민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단서가 매우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까.
‘일단 보류.’
은하는 결국 노트북을 저 멀리 치워 버렸다. 생각을 많이 했더니 피곤했다. 그대로 침대에 누우려다가 문득 시야 구석에서 새빨간 목도리를 발견했다.
‘이 목도리…… 분명 계산하셨을 텐데요?’
의아한 빛을 띠던 점원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그리고 훔치지 않았다고 하던 에단의 목소리 역시도.
침대에 반쯤 걸친 상태로 뚫어져라 목도리를 응시하던 은하는 서서히 몸을 일으켜 에단이 있는 손님방으로 향했다.
방문 앞에는 차게 식은 식사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은하가 제휘에게 챙겨 달라 부탁한 것이었는데, 에단은 입에 대기는커녕 가져가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먹을 것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주제에 객기를 부리는 건지 그도 아니면 그만큼 마음이 상한 건지. 은하는 에단이 슬슬 신경 쓰였다.
이미 마음이 상해 버린 상대방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그것은 은하에게 상당히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만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 은하는 에단에게 사과해야만 했다. 오해해서, 도둑 취급을 해서 미안하다고 말이다.
은하는 문을 두드리려다가 이내 멈추고는 손에 들고 있던 목도리를 목에 칭칭 감았다.
그러고 나서야 똑똑, 작게 문을 두드렸다.
“에단,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는 이야기조차 하고 싶지 않은 걸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은하의 미간이 흐릿하게 좁혀졌다.
우선 돌아가서 에단이 대화할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데다, 한 지붕 아래 머무는 이상 계속 이렇게 서먹하게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민하던 은하는 조심스레 입술을 달싹였다.
“미안해. 목도리는 내가 오해했어.”
불이 꺼진 거실, 나지막한 그녀의 목소리가 차분히 깔렸다.
“네가 돈이 없을 거라고 단정한 내 잘못이야. 정말 미안.”
…….
여전히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은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목도리, 하고 왔는데 봐 줄래?”
…….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그 속에서 은하가 스르륵 고개를 들었다. 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 희미한 의문이 깃든다.
이상했다.
기이할 정도로 주변이 조용했던 것이다.
은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문고리를 돌렸다. 잠겨 있을 줄로만 알았던 문이 너무도 쉽게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에단?”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