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139)화 (139/306)


#139. 대를 위한 소
2022.12.17.


로제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선 시우는 허공을 향해 천천히 손짓했다.

투두둑─

송곳보다 뾰족한 고드름이 공중에 생성되었다. 빙그르르 돌아간 그것이 이윽고 로제를 향해 겨눠졌다. 시우의 눈빛은 그것보다 더 날카롭고 차가웠다.

은하가 시선을 들어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은하는 짧게 답했다.

“아니.”

시우를 멈추게 하는 데에는 단지 그 한 마디만으로도 충분했다. 로제를 겨누고 있던 고드름은 소리 없이 스르륵 녹아 공기 중에 사라졌다.

은하는 다시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몸을 질질 끌며 이동한 로제는 벌써 저만큼이나 멀어져 있었다. 맘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 몸에 안간힘을 주며 발악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뒷모습은 처절하리만큼 집요했다.

은하는 그녀가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것은 불과 몇십 분 전의 일이었다. ‘순환의 줄기’에서 시스템 방벽을 부순 은하는 펜던트의 추적 기능을 이용하여 시우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가 있는 곳이 곧 ‘선택의 천칭’을 파훼하고 이동한 공간일 테니 말이다.

그렇게 통로를 뚫고 이동하던 중, 고양이는 이 언노운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일부 설명해 주었다.

[신수 ‘어둠을 방랑하는 고양이’가 아까 인벤토리에 챙긴 ‘넘치는 생명의 과실’이 바로 이 언노운 게이트의 심장, 즉 원천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은하가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걸 파괴하면 이 게이트는 닫힌다는 소리야?’

[신수 ‘어둠을 방랑하는 고양이’가 고개를 젓습니다. ‘넘치는 생명의 과실’은 그것 하나뿐이 아니라며, 이미 이 게이트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립니다.]

아마도 로제는 고양이가 말했던 숨겨진 다른 과실들을 찾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에게는 이 황금빛 과실이 게이트 핵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것들을 다 파괴하면?’

은하는 고양이와의 대화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숨겨져 있는 과실을 찾아내 모조리 파괴하면 이 게이트를 닫을 수 있는지, 그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고양이에게서 되돌아온 답은, 은하가 기대했던 종류가 아니었다.

[양분이 존재하는 이상 과실은 얼마든지 다시 맺힐 거라고 경고합니다.]

[그것을 막을 방법은 단 하나.]

“…….”

고양이의 대화를 떠올린 은하는 저도 모르게 양산을 쥔 손에 꾹 힘을 주었다.

[누군가 이곳에 남아 잔여 양분이 동날 때까지 파괴를 이어 가는 것.]

쿠구구구─.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산사태라도 일어난 듯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웅……!

천장에서 바위가 떨어지고 뿌리가 살아 있는 미꾸라지처럼 요동쳤다. 은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확인했다.

지형이 변화하고 있었다.

즉 지금 이 현상은, 단순히 게이트가 무너지고 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뿌리와 줄기가 균열을 메꾸고 있어.”

은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게이트를 리셋하려는 거야. 이 거목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려는 거지. 내 예상대로라면, 그 틈을 타서 일시적으로 출입구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 나가려면 지금뿐이야.”

시우 역시 필드의 변화를 응시하고 있었기에 대충 짐작했던 바였다.

“그럼 서두르죠.”

시우는 잠시 벗고 있던 후드를 뒤집어쓰며 말했다.

저 너머로 사라진 닥터 플랜트가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구할 의무 따위 어디에도 없을뿐더러, 뒤를 쫓는다고 해서 더 이상 알아낼 정보가 있을 거라는 보장 역시 없었다.

언제나 생존이 최우선. 닥터 플랜트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게이트를 탈출한 이후에라도 충분히 가능했다.

“제가 길을 뚫겠습니다.”

제천대성과 마에스트로는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괴도와 부대원들은 아마 뿌리 부근에 모여 있을 것이다. 그들과의 합류가 먼저였다.

시우는 무너진 내벽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슈와아아!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새하얀 냉기가 모여들었다. 그것은 곧 칼날이 되어 무너져 내린 내벽을 날카롭게 겨누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선배?”

슈르륵…….

시우가 천천히 뒤로 돌았다. 그의 주변에 서리처럼 내려앉았던 냉기가 일순 가라앉았다.

시우의 뒤에 선 은하는 제자리에서 가만히 시우를 응시할 뿐, 그곳에서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잘 들어, 신시우.”

은하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차분히 입술만을 달싹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과실이 한층 더 눈부신 황금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은하는 그 과실을 응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게이트를 유지하고 있는 건 바로 이 과실이야. 이게 핵인 셈이지. 그러니까 이 거대한 나무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이걸 파괴해야만 해. 문제는…….”

말끝을 흐린 은하가 고개를 들어 무너지는 천정을 응시했다.

“핵이 이것 하나뿐이 아니란 소리야.”

그 옆얼굴을 응시하던 시우는 불현듯 눈치챘다.

그녀는, 선배는 혹시.

“선배, 설마─.”

“내가 남겠어.”

은하가 그의 말꼬리를 잘라 냈다.

남겠다니? 이 쓰러져 가는 게이트에 홀로 남겠다는 소리인가? 시우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남아서 게이트 곳곳에 숨겨져 있는 과실을 모두 파괴할게. 그럼 이 게이트를 소멸시킬 수 있을 거야. 적어도 폭주하지 않도록 봉쇄하는 것은 가능하겠지.”

은하는 이미 모든 결심을 마친 듯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우는, 곧 입을 열었다.

“안 됩니다. 선배를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어요.”

은하의 시선이 시우에게 닿았다. 마치 시우가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다는 듯한 얼굴로 은하가 말했다.

“누군가 남아서 핵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이곳을 마저 파괴하지 않으면 이 게이트는 언젠가 다시 열릴 거야. 어쩌면 폭주할지도 몰라. 그러면 그때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겠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입니다.”

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혼자 이곳에 남으면, 선배는 죽을 겁니다.”

그러나 그의 경고에도 은하는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죽음. 그녀에게 있어서 그것은 결정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듯, 그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뜨며 이렇게 말했다.

“이미 30년 전에 죽은 목숨이야.”

“…….”

반듯했던 시우의 미간이 흐릿하게 좁혀졌다. 그 순간, 어째선지 답답한 기분이 든 까닭이었다.

은하는 늘 자신의 선택에 있어 망설임이 없었고, 시우는 그녀의 그런 점을 존중하고 또 존경했다. 현대 헌터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1세대 헌터. 그녀의 가치관과 행동관은 늑대 우리 속에 갇혀 있던 시우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저 담담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울컥 이상한 기분이 치밀어 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쩌적쩌적…….

그들이 딛고 있는 땅 위로 굵은 금이 번져 가기 시작했다.

시우는 조금 언성을 높여 다시 말했다.

“선배가 언노운 게이트에서 살아남아 현대로 돌아왔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시우가 시선을 들어 은하를 바라보았다. 푸른 시선과 검은 시선이 정면에서 부딪혔다.

시우는 억눌린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번에는, 바깥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다시는요.”

“상관없어.”

후드득…… 쾅!

무너져 천장이 바로 옆으로 떨어졌다. 자욱하게 번져 가는 흙먼지 속, 은하가 희미하게 웃었다.

“내게 어차피 돌아갈 장소 따위 없으니까.”

……돌아갈 장소 따위 없다고? 그 말에 시우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닫았다.

‘대표님, 이번 남해안 게이트 작전에 이 헌터님과 함께 참여하시는 거지요?’

문득 그의 귓가에 제휘의 목소리가 재생되었다. 남해안 게이트 집합 명령이 떨어져 실버문 매니지먼트 본사를 나서기 직전의 일이었다.

‘이 헌터님께 말을 좀 전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무슨 말? 네가 직접 전하면 되잖아.’

‘그게……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요. 분명 제가 또 잔소리를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휘는 조금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

그런 제휘를 바라보던 시우는 후드를 뒤집어쓰며 툭 던지듯 말했다.

‘……전할 말이 뭔데.’

‘꼭 무사히 돌아와 달라고 전해 주십시오. 무, 물론 그분의 일이니 별일 없을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요.’

제휘의 말에 시우는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제휘는 웃고 있었지만 그가 꼭 쥔 주먹은 슬며시 떨리고 있었다.

‘대표님께서도 아시잖습니까. 그분께서는…… 필요하다 생각되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시는, 그런 분이시니까.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고 무사히 돌아와 달라고 전해 주세요. 기다리고 있겠다고.’

제휘는 손을 흔들며 끝까지 시우에게 당부했다.

‘갓 지은 흰 밥에, 헌터님께서 좋아하시는 것만으로 오첩반상을 차려 두겠다고요.’

……아. 시우의 입술이 희미하게 벌어졌다.

조금 알 것 같았다. 지금 그의 가슴을 꽉 누른 듯한 답답한 기분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태도 때문이었다.

게이트가 폭주할 것을 신경 쓰고, 다른 사람들이 이곳을 탈출하지 못할 것을 염려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신경 쓰지 않는 저 무신경한 태도.

돌아갈 곳 따위 없고, 자신을 기다릴 사람 따위 없을 거라고 단정 짓는 저 말투.

그것이 시우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배,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시우가 중얼거리듯 입술을 달싹였다.

은하의 시선이 제게 닿는 것이 느껴졌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은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것이 훈련생 시절부터 내가 들어 왔던 ‘지침’이야.”

그리고 시선을 들어 시우를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이, 망설임 없이.

“내게는 이게 옳은 일이야, 신시우.”

콰드득…….

내벽의 균열을 막아 내기 위해 굵은 나무뿌리가 살아 있는 문어 다리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돌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마주 선 두 사람 뒤로 여신상의 일부로 짐작되는 바위가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렇습니까.”

시우가 중얼거리듯 대꾸했다. 짧게 떨어져 내렸던 푸른 시선은, 이내 다시 올라와 은하를 붙잡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선배와 함께 이곳에 남겠습니다.”

이번에는 은하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그러나 아주 미세한 변화일 뿐이었다.

“……그래?”

짧게 입술을 달싹인 은하는 쥐고 있던 황금빛 과실을 시우에게 슥 내밀었다.

“그렇다면 이걸 부술 수 있겠어?”

시우는 눈앞에 내밀어진 과실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은하는 그런 그의 반응을 바라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게 이 게이트를 탈출하고 봉쇄하는 일이야. 난 누구보다 이 과실을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고.”

은하의 새까만 시선이 시우에게 닿았다.

“네게도 그게 가능해?”

“…….”

은하의 물음에 시우는 그녀가 내민 과실을 손에 들었다.

파드드득…….

시우의 손아귀에서 피어난 새하얀 얼음이 황금빛 과실을 휘감았다. 일순 얼어붙었던 과실은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슈르르륵…….

얼음을 깨부순 과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시우의 표정이 묘해졌다. 어째서지? 위력이 부족했던 건가? 이 정도 크기의 과실을 얼려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시우는 몇 번이고 더 과실을 깨기 위해 얼음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아무리 시도해 보아도 결국 과실은 원상태로 돌아왔다. 과실을 파괴하는 것보다 과실이 재생하는 것이 더 빨랐던 까닭이다.

시우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얼음을 만들어 냈다.

“소용없어.”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은하가 말했다.

“네가 약한 게 아니야.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생명력이 넘치는 이 과실을 파괴할 수 없을 테니까.”

시우를 저지한 은하는 손바닥 위 과실을 향해 시선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내 능력이라면 가능하다.’

심지어 다른 헌터보다 훨씬 수월하게.

과실은 목속성과 성속성, 그리고 은하는 화속성과 암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상성으로 따져 보아도 그녀 이상으로 효과적인 속성을 가진 헌터는 여기에 없을 것이다.

까드드득─

내벽을 감싼 나무뿌리가 점차 굵기를 더해 가고 있었다.

“…….”

제자리에 가만히 선 시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움직이지 않을 뿐이었다. 때문에 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결코 알 수 없었다.

시우의 정수리를 가만히 응시하던 은하는 휙 등을 돌렸다.

“넌 대원들과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

뒷일은 내게 맡기고. 그 말을 남긴 은하는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시우의 손에 있는 과실을 굳이 회수하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으니까.

어차피 은하는 이 게이트 전체를 불태워 버릴 요량이었다. 과실을 일일이 찾아내는 것보다 그편이 더 빠르고 효과적일 테니까.

‘역시 내가 해야 해.’

그것은 그녀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또각─

게이트 내부를 향해 걷기 시작하는 은하에게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아가고 있을 때였다.

파직, 파지직…… 채애애앵─!

돌연 등 뒤에서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

걸음을 멈춘 은하가 뒤돌아선 순간,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크게 확장되었다.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져 내리는 그것은 꽁꽁 얼어 버린─.

‘과실.’

은하가 조금 멍한 눈빛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바닥에 빙수처럼 쌓인 그것은 분명 과실이었다. 시우가 과실을 꽁꽁 얼려 그대로 깨부숴 버린 것이었다.

바닥 위 얼어 버린 과실의 파편을 응시하던 은하가 다시 느릿하게 시선을 들어 올렸다.

고오오…….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듯한 백발. 그 아래 푸른 눈동자가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봐요, 할 수 있잖아요.”

주륵─

시우의 코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내렸다. 꾹 쥐고 있는 주먹은 파르르 떨렸다.

은하는 눈치챘다. 저것은 과도한 마력 개방에 따른 여파였다.

헌터라고 해서 누구나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의 마력을 개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헌터 본인이 지닌 것과 별개로 신수가 부여하는 마력은 방대하지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힘이었다. 마력에 짓눌려 혈관이 팽창하다 죽을 수도 있는 무모한 짓이었다.

이것은 그가 S급이며 신수의 화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너, 지금…….”

“깼습니다, 과실.”

시우는 흐르는 코피를 거칠게 닦아 냈다.

“그러니까…….”

비틀─

그리고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천천히 은하에게 다가왔다.

이윽고 은하의 눈앞에 선 시우는 새하얗게 물들어 버린 머리카락 아래, 푸른 눈동자를 스르륵 들어 올렸다.

마력 개방의 직후인 탓일까. 서늘한 냉기를 풍기고 있음에도 처연하리만큼 힘이 빠진 목소리로 시우가 말했다.

“나도 데려가 줘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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