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127)화 (127/306)


#127. 제1막 종료
2022.12.05.


“뭐야, 여기…….”

마법진을 통해 ‘태동의 뿌리’로 이동한 아연은 제자리에서 멍하니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곳은 굵은 뿌리로 감싸인, 축축한 흙과 날벌레들이 가득한 ‘바깥’과는 영 딴판이었다.

이슬을 머금은 싱그러운 잔디밭 위로 샛노란 민들레가 가득 피어 있었다. 꽃향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에 잔디 위 민들레 씨앗이 새하얗게 흩날렸다.

아연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하늘…….’

푸르른 하늘에서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동화 속 풍경을 그대로 옮긴 듯 아름다운 풍경에, 아연은 순간 자신이 지구 반대편 알프스 어딘가의 들판에 떨어졌다고 착각할 뻔했다.

[Lv.??? ‘경계의 파수꾼’이 침입자를 인식합니다.]

─만일 눈앞에 놈이 없었더라면 말이다.

푸르게 빛나는 안광이 정확히 아연 쪽을 향하고 있었다.

나뭇가지처럼 뻗은 커다란 뿔. 순록 모습을 한 거대한 몬스터였다.

신기한 점은 뿔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유리 혹은 수정(水晶)으로 만들어진 듯 투명하단 것이었다.

놈의 투명한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근육이나 혈관, 내장 따위가 아니었다. 촘촘하게 박힌 별처럼 빛나는 점들, 그리고 그 별을 잇는 선들이었다. 마치 별자리를 보는 듯했다.

위협적이고 끔찍하다기보다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외형.

아연은 지금까지 이런 모습의 몬스터를 본 적이 없었다. 눈앞의 적은 단순히 몬스터라기보다는 차라리 신화나 전설 속에 나오는 성스러운 존재처럼 느껴졌다.

‘특히 저 뿔은 잘라서 갖다 팔면 꽤 값이 나가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시던 중,

[Lv.??? ‘경계의 파수꾼’이 당신의 자격을 시험합니다.]

놈이 단단한 발굽으로 힘껏 땅을 내리찍었다.

‘온다.’

스릉─

놈의 신비한 외형에 잠시 넋이 나가 있던 아연은 곧장 단검을 바로잡고 전투태세를 잡았다.

“…….”

그리고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피부 표면이 따끔따끔했다. 조금만 집중해서 보면 주변 공기가 은은한 보랏빛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옅은 독 안개.

아연은 확신했다. 재민의 ‘중독’은 이로 인한 것이 틀림없다고.

다만 독에 강한 내성을 가진 아연에게 그런 것 따위,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휘익!

독 안개를 힘껏 가른 아연이 제자리에서 높이 도약했다.

그리고 공중의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하자마자,

[액티브 ▶ ‘교묘한 속임수’.]

[3초간 ‘은신’ 상태가 적용됩니다. 타격을 받을 시 해제됩니다.]

연기처럼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촤아아악!

[패시브 ▶ ‘그림자 베기’ 활성화. 적의 시야 밖에서 첫 공격에 성공할 경우 100% 치명타를 가합니다.]

[급소 적중 시 일정 확률로 ‘일격 필살’ 효과가 적용됩니다.]

툭.

‘경계의 파수꾼’의 거대한 뿔이 깔끔하게 절단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쳇.”

슈우욱.

은신 상태에서 벗어난 아연이 짧게 혀를 찼다.

급소를 공격하지 못했다. 목을 찌르기 직전 놈이 가까스로 회피한 것이다.

감이 좋은 녀석이다. 은신 상태인 아연의 기척을 그 짧은 찰나에 읽어 낸 것을 보면 말이다.

하긴, 쉬운 상대였다면 재민이 그 꼴이 되어 돌아오지는 않았겠지.

첫 공격에 실패했으니 이제 ‘그림자 베기’ 효과는 사라졌다. 그건 꽤 뼈아픈 전개였지만 상관없다. 방금 공격으로 쓰러트리지는 못했을지언정, 놈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테니까.

즉, 다음 공격 때 끝장을 내면 될 일.

[Lv.??? ‘경계의 파수꾼’의 체력이 일정 수치 이상 감소되었습니다.]

이것 봐. 아연이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순간이었다.

스스스스…….

“……?”

필드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차갑게 식은 바람이 뺨을 스친다. 봄처럼 따스하던 공기가 삽시간에 무겁게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타앗!

아연이 놈과 거리를 벌린 순간,

‘뭐야.’

휘오오오오…….

잔디에 깔려 있던 민들레 씨앗이 바람에 휘날리기 시작했다. 희고 작은 씨앗들이 은은하게 빛나며 필드 전체를 감쌌다.

[Lv.??? ‘경계의 파수꾼’이 기이한 울음소리를 냅니다.]

─본능이 말해 주고 있었다.

‘뭔가 위험한 스멜.’

휙!

당장은 쓸모가 없는 단검을 공중으로 가볍게 던지자, 빈 손바닥 위에 단검 대신 검은 표창이 여럿 생겨났다.

파바바밧!

아연의 손아귀로부터 흩어진 검은 표창은 공기 중에 부유한 민들레 씨앗을 쫓아냈다.

하지만 늦은 모양이다.

[Lv.??? ‘경계의 파수꾼’의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번쩍!

절단되었던 놈의 뿔이 감쪽같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마치 한 번도 잘린 적이 없다는 듯 말끔하게 말이다.

‘회복?’

아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회복의 원리가 무엇이지? 일격에 죽이지 않으면 무한으로 회복한다든가? 아니면 방금 전 그 민들레 씨앗과 관련이 있나?

‘뭐가 됐든 상관없어.’

쉬이이익!

잔디 위에 드리워진 아연의 그림자가 단숨에 길게 뻗어 나간다.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유연하고, 재빠르게.

턱!

아연의 그림자가 ‘경계의 파수꾼’의 그림자에 닿은 그 순간, 놈은 무언가에 속박되기라도 한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원리라든가 그런 건 모르겠고…….’

[액티브 ▶ 실루엣 트랩(Silhouette Trap).]

한 방에 죽이는 편이 빠르겠다는 건 잘 알겠다.

* * *

은하는 지원대가 있는 남쪽에 도착했다.

‘지금 지원대 난리 났거든요? 벌레 놈들이 성장해서 웬만한 에프킬라로는 턱도 없음. 완전 초 비상사태라고요.’

문득 발걸음을 멈춘 은하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건…….’

아연의 말대로였다.

은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지원대는 거의 초토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닥터 플랜트의 치료 부대가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전멸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제자리에서 숨을 헐떡이며 멀건 토를 게워 내는 사람도 있고, 거대한 독침이 옆구리에 박힌 상태로 생흡충을 상대하고 있는 자도, 이미 정신을 잃고 치료 헌터에게 맡겨진 자도 보였다.

그들 중 누군가가 외쳤다.

“리, 리더!”

그것이 방아쇠였다.

“리더가 오셨다!”

“이제 살았어!”

검은 드레스를 입은 헌터.

은하를 발견한 부대원들이 일제히 환호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그저 그녀의 복귀만이 승전보라는 듯이.

“리더…….”

스르륵.

긴 천이 바닥을 끄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샤인 J. 복계산에서 함께 자격시험을 치렀던 B급 헌터로, 건슬링어와의 파티 플레이로 무사히 시험을 통과하여 이곳 남해안 게이트 토벌 작전에 참여하게 된 인물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몬스터의 레벨이 상승하더니 개체 수도 급증해 버렸어요.”

“그런 것 같네요.”

짧게 답한 은하가 주변을 널리 훑어보았다.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변화. 아마도 그것은, 태동의 뿌리에서 재민이 ‘실패’하고 돌아온 영향일 가능성이 높았다.

다음 타자로 들어간 아연마저 실패하고 돌아온다면…….

‘아마 놈들은 또 한 번 성장할 거야.’

30레벨에서 40레벨으로, 40레벨에서 50레벨으로…… 혹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지원대에 속한 대부분의 헌터는 높은 전투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약 60명의 인원 중 30레벨 이상의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헌터는 10명조차 되지 않는 상황.

다시 말해 나머지 50명 정도는 고작해야 목숨으로 피해를 막는 총알받이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 증거로, 단 한 번도 전투를 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생흡충의 수는 줄어들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늘어나고만 있었다.

게다가…….

“전투를 지속할수록 기력 소모가 심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전투가 길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지팡이를 꼬옥 쥔 샤인 J의 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놈들이 기력을 흡수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B급 헌터인 만큼, 지원대의 여타 헌터보다 경험이 많은 그녀였다. 그러니 이 범상치 않은 피로도의 원인에 대해 빨리 눈치챌 수 있었던 것.

“으, 으윽…….”

“조금만 참으세요. 금방 회복시켜 드릴 테니…….”

“여기! 여기도 전투 불능이야!”

“인원이 부족하다. 치료 부대에 가서 인원 보충을 요청해!”

“안 돼. 그쪽도 지금 손이 없어. 지금 이게 전부라고.”

직접 마주한 상황은 아연에게 전해 들은 것보다 더욱 열세에 놓여 있었다.

샤인 J의 말대로 생흡충이 헌터의 기력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라면 싸움이 길어지는 일은 위험하다. 치유 헌터가 뒤에서 스킬로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테니.

이 전투는 생흡충이 기력을 흡수하는 것이 빠른가, 헌터가 생흡충을 쓰러트리는 것이 빠른가, 그것이 관건이었다.

‘될 리가 없잖아.’

샤인 J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한 마리라면 모를까, 레벨 30 이상의 몬스터를 쉬지 않고 수십 마리씩 사냥하는 일은 B급 헌터인 그녀에게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놈들의 레벨이 또 한 번 성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기까지 했다.

“리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리더라면…….

복계산의 던전화를 막아 낸 흑염의 프린세스, 그녀라면 이번에도 어떻게든 그들을 승리로 이끌어 줄지도 몰랐다. 샤인 J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은하에게서 돌아온 말은, 어떠한 작전도 공략법도 아니었다.

“우선 치유 헌터에게 가서 치료하세요.”

“……네?”

“왼쪽 팔.”

은하의 시선이 샤인 J의 왼쪽 팔에 닿았다. 그러자 샤인 J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팔을 스리슬쩍 감쌌다.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 ‘정령의 축복이 깃든 로브’에는 붉은 혈흔이 묻어 있었다. 10분 전 입은 부상으로 인한 자국이었다. 그마저도 매우 희미했지만 리더는 처음부터 눈치챈 듯했다.

샤인 J는 태연을 가장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이건 괜찮─.”

아니, 달싹이려고 했다.

툭.

새하얗고 단단한 손이 샤인 J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잘 버텨 주었습니다.”

아…….

어째서일까. 그 순간 샤인 J는 할 말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제자리에 서서 그저 멍하니 은하를, 자신들의 리더를 응시했다.

“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에 부대원들에게 전하세요. 이제부터는 무리하지 말고 레벨 30 이하의 몬스터만 처리하라고.”

은하는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또각, 또각…….

청명한 구두 굽 소리가 완전히 멀어지기 전에, 샤인 J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그, 그럼 30 이상의 몬스터는…….”

불안이 섞인 그녀의 목소리에, 은하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건드릴 필요 없습니다.”

힐끗.

짧게 스친 검은 시선.

그리고 그만큼 짧은 한마디.

“내가 왔으니까.”

휘리릭!

은하는 검은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 * *

[??????????????]

[뭐임 저거?????? 박쥐……????]

[클로즈업! 클로즈업!]

[잠만;;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거짘ㅋㅋㅋㅋ]

[소문듣고 왔습니다.]

[ㅇㅇ? 시청자수 20만명 실화?]

휴대전화 속 채팅창이 미친 속도로 갱신되고 있었다. 그러나 남혁은 그것을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대, 대박…….’

남혁은 얼이 빠진 얼굴로 머리 위의 검은 그림자를 쫓았다.

흑염의 프린세스.

남혁이 속한 지원대의 리더였다.

팟! 팟! 팟!

눈으로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력.

그녀의 그림자에 잠시라도 닿았던 생흡충은 머리가 찌그러진 채 후드득 땅에 떨어졌다.

남혁의 눈에는 흑염의 프린세스가 생흡충을 상대로 어떠한 특수 스킬을 사용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손에 쥔 양산으로 머리통을 박살 낼 뿐.

[Lv.42 ‘뿌리 생흡충(生吸蟲)’이 궁지에 몰렸습니다! 스킬 ▶ 독침 쏘기]

이따금씩 섞여 있는 레벨 40급인 몬스터의 경우 일격에는 쓰러지지는 않았다. 딴에는 체력과 방어력이 조금이나마 더 높기 때문이었다.

─물론 은하는 단 한 마리도 놓치지 않았다.

[장착 아이템 ‘가시 구두’ 효과 활성화.]

언노운 게이트에서 획득한 유물 아이템 중 은하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역시 ‘우아한 양산’이었다.

그러나 사실 ‘가시 구두’도 양산에 못지않게 괜찮은 쓰임새가 있었다. 장착 시 민첩성이 대폭 향상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또 하나.

[‘가시 구두’에 닿은 적에 한하여, 적의 체력이 최대치의 10% 이하인 경우 즉시 처형합니다.]

촤아아악!

생흡충의 몸체에 난 상처로부터 가시 돋친 검은 넝쿨이 터질 듯이 피어났다.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놈을 속박한 넝쿨. 날카로운 가시는 놈의 몸체에 무수한 구멍을 뚫어 버렸고,

툭…….

결국에 놈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바닥에 추락하였다.

은하는 생흡충의 시체를 확인하지도 않고 다음 표적을 향해 날렵하게 도약했다.

[이거 언노운 게이트라며?? S급들 다 모였다며????? 저 여자도 S급임????]

[한국 S급 중에 저런 헌터가 어딨냐고ㅋㅋ]

[아니 걔잖아 흑염룡ㅇㅇ 티비에서 봣는디]

[흑염의 프린세스였나??? F급 아니였오??]

[뭐야 누나가 왜 거깄어요]

[ㅋㅋㅋㅋㅋㅋ난 첨부터 알고있었음 쟤가 f급이엇으면 애초에 어케 늑대 들어갔겠냐고 아ㅋㅋ]

[난 첨보는데 딱봐도 걍 ㅈㄴ 쎈거같은데;;;]

[흑프 당신은 도덕책……. 혼자서 몇 마리를 잡는거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Who is she??]

[아ㅋㅋ 모르겠고ㅋㅋ 화면 좀 잘잡아봐라 안보인다 혀기놈아]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시청자수 오르는거 실화냐ㅋㅋㅋㅋ 백만명 돌파하는거 아니냐?]

주변에 생흡충의 시체가 쌓여 갈수록 채팅창의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남혁이 방송을 켠 지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분일초가 다르게 불어나던 시청자 수는 벌써 26만 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헌터 BJ 활동을 시작하고 처음 보는 엄청난 수에 심장이 마구 뛰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점점 늘어나는 몬스터 숫자에 방송이고 나발이고 일단 살고 보자는 심정이었는데…….

‘안 끄길 잘했어.’

이런 ‘꿀’을 놓칠 수야 없지.

남혁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 카메라 렌즈를 바깥으로 돌리고 고레벨 생흡충들을 쓸어 버리는 저 검은 그림자를 열심히 쫓았다.

이윽고.

“리더!”

“리더어어어!”

탓.

검은 구두가 가벼운 소리를 내며 땅에…… 아니, 산처럼 높게 쌓인 생흡충의 시체 더미 위에 닿았다.

“…….”

양산 표면을 따라 진득한 보랏빛 혈액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단 3분.

헌터 하나가 남쪽 지역에 포진해 있던 30레벨 이상 생흡충 전체를 몰살하는 데에 걸린 시간이었다.

휘릭, 탁!

양산을 가볍게 휘둘러 혈액을 털어 낸 은하가 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띠링!

[경계의 파수꾼이 ‘괴도’에 의해 쓰러졌습니다!]

[생명의 가호 효과가 해제됩니다.]

[태동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던 통로가 활성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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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게이트 전투의 제1막이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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