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95)화 (95/306)

#95

다섯이라니. 거대 게이트가 다섯 군데 출현한다는 말인가?

만일 그 다섯 군데의 게이트가 전부 다 언노운 게이트라면─.

꿀꺽, 목젖이 상하로 크게 움직였다. 유환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는 협회에 전달했나?”

“아직. 이건 내 ‘추측’일 뿐이니까. 너도 알다시피 한국 협회는 ‘추측’ 따위에 움직이지 않아.”

쓰게 웃은 로제가 느슨해진 머리끈을 풀었다. 보랏빛 머리카락이 사르륵 어깨선을 타고 떨어졌다. 머리끈을 입에 문 채, 그녀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그러모았다.

“고대윤. 아주 신중한 사람이지.”

이윽고 머리를 높게 틀어 올려 묶은 로제가 손을 무릎에 올려 두었다. 잠깐의 침묵. 삐져나온 잔머리를 귀 뒤로 넘긴 그녀가 다시금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난, 협회와는 별개로 준비를 하려고 해.”

“내가 도와줄 것이 있나?”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유환.”

로제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무테 안경 너머 상냥하게 휘어지는 와인색 눈동자. 그것은 유환의 약점 중 하나였다.

“협회가 암속성과 화속성 헌터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는 너도 들었겠지? GIA의 예언에 따르면 남해안 거대 게이트는 암속성과 화속성에 취약할 거라나 봐.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S급 중에 암속성 계열 스킬을 가진 건 괴도뿐이야.”

괴도 강아연. 아마 협회의 소집령이고 나발이고 깡그리 무시할 것이 분명했다.

돈이 될 만한 일이라면 나타나겠지만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을 지키는, 그러한 명예 또는 의무 따위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화속성은…….”

“꼬맹인가.”

준환의 중얼거림에 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폭발물, 그리고 화기(火器). 트릭스터의 특성이나 스킬은 주로 그런 것과 연관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그의 주 무기인 바주카라든지, 폭죽놀이랍시고 터뜨리는 ‘피융 미사일’ 따위가 화속성이었다.

하지만 트릭스터는 지난번 포항 언노운 게이트 때의 부상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 많이 호전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곧 있을 남해안 게이트 때 전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

괴도와 트릭스터를 제외하고서는, S급 중 화속성과 암속성 계열 헌터는 없었다. 여기 있는 로제만 하더라도 목(木), 유환은 토(土).

‘……잠깐.’

생각에 잠겨 있던 유환이 돌연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암속성과 화속성. 검은 불. 흑염.

‘불멸에 들어오지 않겠나?’

‘……계약 기간이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