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88)화 (88/306)

#88

눈을 떴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더듬더듬 베개 주변을 만지자 손에 딱딱한 휴대전화의 감촉이 닿았다.

오전 11시 반.

꽤 늦게까지 잤다. 휴대전화 액정 시계를 확인한 은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바닥에는 어제 파티에 입고 갔던 드레스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제휘가 본다면 또 잔소리를 할 것이다. 은하는 침대에서 일어나 뱀의 허물처럼 벗어 던진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주웠다.

대충 방을 치운 다음 거실로 나오자 환한 햇살이 거실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차가운 물을 잔에 따른 은하는 그것을 들고 거실 소파에 털썩 걸터앉았다.

‘예전과는 달리 현대에는 헌터가 차고 넘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헌터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지?’

‘난 있잖아. 너 같은 사람이 헌터라는 사실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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