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77)화 (77/306)

#77

때는 2031년 9월 10일. 헌터 옥션이 열리는 당일 새벽이었다.

수많은 NEVER 블로그 헌터 옥션 후기를 샅샅이 살피며 미리 사전 조사를 끝낸 은하는, 한 블로거의 조언대로 새벽 3시부터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인증 배지 발급에 꼬박 하루를 버릴 거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받았던 것이다.

다행히 정오가 되기 전에 배지를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다음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는데.

“칩 좀 바꾸려고요.”

바로 매서운 자본주의였다.

조금 전, 은하는 입장하자마자 환전소를 찾았다.

“환영합니다. 얼마나 환전해 드릴까요?”

안내원의 상냥한 접대용 미소 앞에서 은하는 잠시 고민했다. 철저한 예습 덕분에 경매에 칩이 필요하다는 것도, 환전소에서 코인이나 현금, 심지어는 신용카드로 칩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정작 어느 정도를 가지고 있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까 앞사람이 칩 몇천 장을 환전하는 것을 보았으니까…… 유물 아이템 정도를 낙찰하려면 넉넉한 편이 좋겠지.

생각을 마친 은하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1만 장이요.”

듣기로는 칩으로 환전하는 것에는 상당한 수수료가 따른다고 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기롭게 말한 은하와는 달리, 조금 난처한 기색으로 은하의 행색을 훑은 안내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음, 죄송하지만 배지를 잠시 볼 수 있을까요?”

은하는 아침에 발급받은 배지를 안내원에게 내밀었다. 배지 색상은 흰색. C급 이하 헌터라는 표시였다.

“확인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흰색 배지로 환전 가능한 칩은 최대 1천 5백 장입니다.”

“1천 5백 장이요?”

“네, 그렇습니다.”

덜컥 굳어 버린 은하 앞에서 안내원이 생긋 웃었다.

“최대치로 교환 원하신다면 그렇게 도와드리겠습니다. 혹, 더 많은 칩이 필요하시다면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되기 전까지 플리마켓에서 타 헌터들에게 아이템을 판매해 직접 칩을 버실 수 있답니다. 매대 대여소 위치 안내도 함께 도와드릴까요?”

“…….”

안내소를 나온 은하는 우두커니 제자리에 섰다. 세상에, 랭크별로 환전할 수 있는 칩의 개수까지 다를 줄이야.

현대에서 헌터의 랭크가 이토록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팔 만한 아이템이 있었던가.’

우선 확인부터 해 보자.

가볍게 허공을 두드리자 공중에 활성화되는 몇 개의 아이콘. 그중 가장 오른쪽 하단에 위치한 가방 아이콘을 머뭇머뭇 터치해 보았다.

띠링.

인벤토리를 불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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