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들어서 특별히 군대리아로 준비해 봤습니다.”
어느새 곁에 다가온 준환이 조금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었다.
“그대로 햄버거를 만들어 드셔도 좋지만요, 이렇게 우유를 식판에 붓고 딸기잼을 빵에 바른 다음 찢어서 말아 드셔도 존맛이에요.”
길드원 중 하나가 앞서 시범을 보였다.
은하는 다시 한번 식탁으로 시선을 돌렸다.
간소한 햄버거 재료가 담긴 식판 외에도 건빵이나 커피 믹스 등 은하가 옛날을 추억할 수 있는 먹거리들이 가득했다.
“……늘 이렇게 먹어?”
“되도록요. 아무래도 이쪽이 느낌이 살잖아요.”
직접 만든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 문 민주가 씨익 웃었다. 뒤이어 저 멀리 앞치마를 둘러맨 길드원 하나가 손을 붕붕 흔들었다.
“부족하면 말씀하세요. 원래 인당 패티는 두 장씩인데 유라 씨에게는 특별히 다섯 장까지 리필해 드릴게요.”
“뭐어? 그런 게 어딨어?”
가만있던 준환이 돌연 동료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은하를 대할 때와는 상반되는 태도였다. 어쩌면 저게 진짜 모습일지도 몰랐다.
“당연하지. 이분이 어디 그냥 F급 컨셉 헌터신가? 무려 부산 자갈치시장─.”
“야.”
챙!
수저가 식탁 유리에 날카롭게 부딪혔다.
순식간에 찾아온 정적. 그 속에서 민주가 스르륵 고개를 들었다.
“형, 밥 먹는데 쓸데없는 이야긴 하지 말자.”
생긋.
미소 한 번을 마지막으로 다시 수저를 쥐는 민주. 이후에도 한 번 가라앉은 분위기는 쉽사리 재생되지 않았다.
“…….”
힐끔, 은하가 민주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민주가 배시시 웃었다. 엄지를 살짝 들어 올리기도 했다. 그것이 무슨 신호인지는 은하는 잘 몰랐다.
“그, 그냥 이렇게 된 거 오늘은 무한 리필로 가는 게 어때?”
길드원 중 하나가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평소보다 높은 톤으로 입을 열었다.
그제야 얼어붙어 있던 공기가 조금이나마 누그러졌다.
“무우하안리이피일? 절대 안 돼. 마스터가 이번 주에 주문한 피규어만 해도 42개야. 아껴야 돼. 불만 있으면 네가 취사 담당 하든가.”
“야. 난 군수 담당인 거 몰라? 너 이렇게 나오면 다음 주부터 맛다시 안 챙겨 준다.”
“뭐라고? 치사하게 그런 걸로!”
아웅다웅 떠들어 대는 그들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말다툼 끝에 서로의 멱살을 잡거나 헤드록을 걸기도 했다. 종국에 이르러서는 준환마저 합세하여 난장판을 벌였다.
“저기, 말리는 게 좋지 않아?”
가만히 지켜보던 은하가 살짝 입을 열었다. 우물우물 음식을 씹어 삼키던 민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그냥 노는 건데.”
“노는 거라고?”
“네. 늘 있는 일이니까요, 뭐.”
민주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곁에서 조용히 고기를 썰던 다른 길드원 하나가 맞장구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적응되지 않으시겠지만 저희 패밀리가 원래 이렇거든요.”
“패밀리, 요?”
낯선 단어에 은하가 반응하자 길드원, 수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네. 가족이요. 저희는 서로를 패밀리라 부른답니다.”
“왜 굳이 영어로.”
은하가 중얼거리자 수현은 힐끔 민주를 바라보더니, 은하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쑥스러워하시니까요.”
“…….”
“어차피 똑같은 말인데. 그렇죠?”
소리 없이 웃는 수현. 그녀의 어깨 너머, 아직도 아웅다웅 다투고 있는 준환과 그 동료들이 보인다.
‘은하야, 공대장 된 거 축하해!’
‘역시 네가 될 줄 알았어.’
‘은하가 공대장 위임받는데 이준이 녀석, 눈이 아주 그냥 새빨갛더라.’
‘내, 내가 언제……!’
‘휘유~ 청춘이다, 청춘! 전장에서 피어나는 사랑!’
‘그만하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