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사부!”
성윤이 크게 소리쳤다. 어찌나 목청이 컸던지, 바로 옆에 서 있던 제휘가 펄쩍 뛸 정도였다.
유환과 은하를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일순 성윤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재민이 터벅터벅 걸어와 그의 앞에 떡하니 섰다.
“관둬, 도성윤. 이제 막 재밌어지려고 하는데 결투에 찬물을 끼얹을 셈이야?”
“제정신이야? 지금 사부 상태를 보고도 결투 소리가 나오나?”
유환은 ‘긴고아’를 해제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불멸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재민은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재민은 불멸 길드의 2인자, 그리고 성윤은 3인자였다. 다만 그 서열은 길드 가입순일 뿐 두 사람 간의 전투력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실력자인 성윤이 늑대 출신의 계약직 헌터, 그것도 F급이라고 알려진 헌터에게 구조를 받았다? 어불성설이다. 뿐만이 아니다.
‘어차피 그녀는 F급 따위가 아니잖아.’
유환은 분명 그리 말했다. 재민은 진실이 무엇인지 두 눈으로 확인해 볼 심산이었다.
“다시 한번 경고하지. 관둬. 결투를 방해할 생각이라면 아무리 너라도 베겠다.”
스스슷-
재민의 어깨 위로 붉은 칼날이 위협스레 떠올랐다. ‘칼날 구현’. 성윤도 잘 아는, 재민의 고유 능력이다.
자신에게 향하는 칼날을 응시하던 성윤이 아랫입술을 짓이기며 말했다.
“생명의 은인이 얻어터지는 모습을 잠자코 보고 있으란 소린가?”
“저 여자가 너희들을 구조했다며? 그게 사실이라면 적어도 한주먹에 나가떨어지진 않겠지.”
“허재민, 너……!”
스릉. 붉은 칼날이 천천히 성윤을 향했다.
“도성윤. 이 이상 사부를 실망시키지 마라.”
칼날보다 서늘한 음성. 재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길드원들도 늑대를 옹호하는 성윤을 나무라듯 바라보고 있었다. 화살처럼 제게 꽂히는 시선 속에서, 성윤은 결국 그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분한 듯 주먹을 말아 쥐는 성윤 곁에 옅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괜찮습니다.”
성윤이 고개를 들었다. 넉살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는 분명 은하 뒤에 찰싹 붙어 있던 정장의 남자였다.
“당신은─.”
“아, 저는 이 헌터님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실버문 매니지먼트 박제휘라고 합니다.”
“실버문 매니지먼트…….”
이런, 명함을 두고 왔네요. 제휘는 멋쩍게 뺨을 긁더니 덧붙여 말했다.
“이 헌터님을 변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마 괜찮을 겁니다.”
사실 결투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제휘 역시 불안에 떨었다. 제천대성 유환에 관한 소문을 조금이라도 들어 본 자라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알 수 있으니까.
맨손으로 대형 몬스터의 목을 꺾어 버리는 악력은 물론, 근력으로는 신수 소의 화신으로 유명한 중국의 왕웨이와도 대등하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헌터님도 만만치 않거든요.”
보십시오. 제휘가 힐끗 등 뒤를 가리켰다. 그의 얼굴은 마치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 한 내 새끼를 자랑하는 부모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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