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왜소한 체구의 소년이다.
노을에 젖은 듯한 귤색 머리. 도토리 같은 눈동자 아래에 찍힌 눈물점 하나가 꽤 귀엽다.
끽해야 중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소년에게서는 다행히 외상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소년의 상태를 찬찬히 훑은 은하는 나지막이 그에게 물었다.
“부모님은?”
“……부모님, 이요?”
끄덕.
“아, 안 계시는데요.”
우뚝. 은하가 굳었다. 이건 예상치 못한 전개다.
안 계시다는 것은 즉 고아라는 소리? 설마…… 이곳에서 변을 당하신 건 아니겠지? 어느 쪽이든 자세히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
은하는 조금 굳은 얼굴로 무릎을 스르륵 폈다.
소년은 토끼처럼 커다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겁을 먹은 것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아마도 이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가엾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는 어떻게 들어왔고?”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은하가 소년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것은 소년이, 트릭스터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이 게이트는 군단이 낙찰한 곳이다. 그러니 보스 몬스터 역시 군단의 것.
헌터가 게이트 경매 시스템을 모를 리가 없는데. 더군다나 이 정도 실력을 가진 헌터라면 신인도 아닐 터.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트릭스터가 벌떡 고개를 들었다. 잠깐. 혹시 게이트 스틸러(Gate Stealer)? 군단을 상대로 도둑질을 할 간 큰 헌터가 있단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도토리처럼 동그랗던 눈매가 일순 날카롭게 바뀌었다.
트릭스터는 어깨에 멘 바주카를 만지작거리며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우선은 확인이다.
“누나, 헌터 맞죠?”
쿠구구─.
민주의 발언과 동시에 주변이 낮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파스스, 머리 위로 모래와 같은 파편들이 떨어졌다.
소년의 머리에 그늘이 드리운 그 찰나, 은하가 재빨리 손을 뻗었다.
“그래, 헌터야.”
소년을 향해 쓰러지던 콘크리트 벽면이 은하의 손에 잡혀 우지끈 소리를 냈다.
“그러니 안심하고 따라오렴.”
은하는 한 손으로 벽을 지탱한 채 소년을 향해 손짓했다.
트릭스터는 얼떨떨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금 날 구해 준 거야?’
그러니까, 쓰러지는 콘크리트 벽에 내가 깔릴까 봐? 대한민국의 다섯 번째 S급 헌터인 내가? 군단의 동료들이 들었다면 배를 잡고 웃었을 것이다.
“어서. 거기 있다가는 쥐포가 될걸.”
그러나 눈앞의 여자는 그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누군가를 구한 적은 있어도,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 준 적은 없었다. 아니, 이게 구해 줬다고 하기에도 애매한데……. 트릭스터는 묘한 얼굴로 은하에게 다가갔다.
“옳지.”
그러자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아닌가.
뭐야? 진짜 뭐지? 트릭스터는 동그란 눈에 물음표를 가득 담고 은하를 올려다보았다.
몬스터가 소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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