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마치 기상청이 다음 날의 폭우를 예상하듯, 협회는 일반적으로 게이트 출현을 예고하고 또 경고했다.
다만 버스트 게이트(Burst Gate)의 경우, 그 이름대로 협회조차 예상할 수 없는 돌발적인 게이트였다.
버스트 게이트가 출현하면 뒤늦게 그것을 확인하고 헌터들의 단말기는 물론 일반인들의 휴대전화로도 재난 알림 경보가 울리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더 이상 재난 알림 경보에 움츠러드는 사람은 없었다. 귀찮은 경보보다 지금 액정을 통해 보고 있는 웹툰의 다음 화가 더 시급한 현대인들이었으니.
지금도 보라. 행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경찰관은 그들을 물리며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이곳은 위험합니다. 물러나 주세요.”
그러나 행인들은 몇 발자국 뒤로 움직일 뿐 완전히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것은 은하도 마찬가지였다.
“저건 게이트가 아닌가요?”
바리케이드를 치던 경찰관이 스윽 고개를 들어 은하를 바라보았다. 청바지에 흰 티. 긴 머리를 질끈 묶은 그녀는 기껏해야 20대 초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젊은 여자였다. 즉, 이 사람도 구경꾼.
“예, 뭐…… 보시다시피.”
경찰관은 금방 은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제 할 일에 착수했다. 은하는 그런 경찰관의 옆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헌터들이 아니라 소방관들이 오는 거죠?”
“그야 헌터들은 게이트 경매가 끝나고 낙찰이 완료돼야 출동하니까요.”
그렇다. 그게 수순이고 절차다. 버스트 게이트라고 해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뭘 당연한 것을 묻고 있는지. 경찰관은 귀찮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7일 내로만 게이트를 소탕하면 내부 몬스터가 바깥으로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피해가 크게 번지지도 않을 것이고, 게이트 보스가 떨어뜨리는 마정석의 가치도 날이 지날수록 무르익겠지. 그래서 현대에서는 일부러 7일을 꼬박 채우고 난 뒤에야 소탕을 시작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했다.
제휘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그러니 은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자, 물러나세요.”
경찰관은 우두커니 서 있는 은하를 향해 방해된다는 듯 손짓했다.
어차피 곧 있으면 ‘군단’ 길드 헌터들이 올 것이다. 상급 게이트에 특히나 목매기로 유명한 자들이니 7일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날아오겠지. 자신들의 임무는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그뿐이다.
길고 두꺼운 호스를 들고 화재 진압을 하는 소방관들, 중경상을 입은 일반인들을 옮기는 구조 대원들, 게이트 입구 봉쇄 장치를 설치하는 경찰관 등 많은 사람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어떠한 경고도 없이 갑자기 불길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미, 미쳤나 봐! 불이……!”
“이러다간 옆 건물까지 옮겠어!”
구경꾼들이 술렁였다.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들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수압을 최대로 올려!”
“버, 버티지 못하겠는데요?”
“호스! 호스 더 당겨! 뭐 해!”
그때 소방 호스를 잡고 있던 소방관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무리해서 수압을 올린 탓에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중심을 가누지 못한 소방 호스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사람 손을 벗어난 호스가 파닥파닥 회전하며 물을 뿜어 대자 주변 소방관들은 허둥지둥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쇠로 된 앞부분에 뒤통수를 맞고 고꾸라진 한 소방관 뒤로, 화마가 쩌억 입을 벌렸다.
“부, 불! 피해!”
은하의 새까만 눈동자 속에, 굽이치는 화염이 오롯이 담겼다.
‘차은하. 이곳에 있는 모두가 가족을 잃었다. 나 역시 딸을 잃었고.’
‘네가 살리지 못한 사람보다, 네가 앞으로 살릴 사람이 훨씬 많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