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30)화 (30/306)

#30

그로부터 약 3주일 후, 7월 31일. <2031년, 여름보다 HOT한 스타 헌터>는 케이블 TV 온헌트에서 방송됐다.

공중파 방송국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당일 시청률은 꽤 성공적으로 기록되었다.

“보셨지요?”

김광현, 39세, 헌터 관할 협회 소속. 화면을 일시 정지 시킨 그는 자신감에 찬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흐음.”

헌터 관할 협회 총장, 고대윤은 가느스름한 두 눈으로 정지된 화면을 주시했다.

LED 화면에 떠오른 검은 여자. 늑대 길드가 데려온 신예 헌터로, F급으로 측정이 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녀를 주목할 이유는 없었다. 늑대 길드와 용병 형태로 계약했다는 F급 헌터. 특별하다면 특별하겠지만 거기에 그쳤다.

아무리 시우가 직접 데리고 온 헌터라고는 하지만, S급 헌터 또는 길드 간부가 신입을 포함한 휘하 길드원을 협회에 데리고 오는 경우는 그 밖에도 많았으니까.

“제가 뭐라 했습니까, 협회장님?”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광현은 리모컨으로 책상을 두들겼다.

비록 방송에서 전투를 한 것도 아니었고 TV 프로그램 특성상 어느 정도 편집 및 재구성이 된 내용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 안의 그녀는 확실히 평범한 F급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만은 이제 부정할 수 없겠다.

그러나.

‘측정기가 오작동 했을 리는 없어.’

단언할 수 있었다.

일반 길드가 소유하고 있는 포켓형 측정기라면 이따금 오류 현상을 보이고는 했지만, 협회 본부에 있는 측정기는 급이 달랐다. 여태 단 한 번의 오류도, 고장도 없었다. 심지어 국제 헌터 협회에서 내려오는 업데이트 사항도 정기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상태.

괜히 모든 사람이 측정기를, 랭크를 맹신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소리였다.

가만히 턱을 쓰다듬던 협회장 대윤은 광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사는?”

“이쪽을 봐 주십시오.”

광현은 서류 가방을 뒤적여 챙겨온 자료들을 책상에 나열했다. 오늘 이 순간을 위해 그동안 밤잠을 아껴가며 모아 온 것들이었다.

대윤은 자료들을 주의 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측정을 위해 협회를 방문한 당시에 제출했던 자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흑염의 프린세스. 본명은 이유라. 출생지는 경상남도 만례읍 해을면, 현재 거주지는 서울시 반하동. 포천 헌터 훈련소 126기 졸업생. 고유 능력은 자연계열─.”

“……잠깐. 포천 헌터 훈련소?”

광현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대윤이 느닷없이 말꼬리를 잘랐다.

“예. 2029년 10월에 폐쇄된 그 훈련소가 맞습니다.”

광현은 읽고 있던 자료를 내리고 답했다.

유명한 사건이었다. 훈련소에서 언노운 게이트가 발생했고, 수없이 많은 부상자와 사망자를 낸 사건. 현대에 기록된 몇 없는 ‘재난급’ 사고였다.

대윤은 ‘이유라’의 훈련소 졸업 증명서를 살펴보았다. 아래에 찍힌 도장도 분명 진짜였고 눈으로 보기에 의심쩍은 부분도 없었다.

그 사건 이후, 해당 훈련소는 폐쇄되었고 훈련소 내에 보관되어 있던 졸업생 관련 서류 역시 죄다 불타 없어졌다.

따라서 훈련소장의 도장이 찍혀 있다고는 하지만, 이 졸업 증명서는 원본이 아닌 복구본일 터.

‘우연일까.’

그녀가 하필 그 훈련소를 졸업한 것이. 그것도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기수로.

톡, 톡.

대윤은 가만히 앉아 의자 손잡이를 천천히 두드렸다.

이유라.

이유라.

……이유라.

“역시 괴담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그 소리에 대윤은 깊이 빠져 있던 상념에서 헤어났다. 평소라면 아직도 그 얘기냐며 놀리든 호통을 치든 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괴담을 믿는 건 아니야.’

그러나 흑염의 프린세스, 이유라에 대해서는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대윤은 의자 손잡이를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묘한 시선이 엇갈렸다.

“조사를 더 진행해.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되는 즉시 늑대에 연락해서 그녀를 협회에 출두시키도록.”

“네, 협회장님.”

“그리고 포천 헌터 훈련소의 당시 훈련소장을 부르게.”

“훈련소장을요?”

대윤은 흑염의 프린세스 관련 자료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모든 수료자를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혹시 모르지 않는가.”

***

크레센트 다이닝

〈CL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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