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29)화 (29/306)

#29

4:1,

4:2,

4:3,

4:4,

쿠웅!

그리고 4:5.

결과는 손바닥 뒤집듯 순식간에 뒤집혔다.

“파, 팔씨름 대결은 4 대 5로, 컨셉 헌터 팀의 승리입니다!”

스튜디오 중앙에 배치된 점수판이 번쩍번쩍 빛났다. 방청객뿐만 아니라 출연진들, 하물며 스태프들까지 입이 바닥에 닿을 듯 떠억 벌어져 있었다.

‘4:5.’

점수를 확인한 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컨셉 헌터 좌석으로 유유히 돌아왔다. 좌석에서 대기 중이던 컨셉 헌터들은 놀란 토끼처럼 동공을 확장한 채 눈으로만 은하를 쫓았다.

“어…… 아가씨. 원래 힘이 그렇게 셌어?”

광대저씨는 어색하게 웃으며 은하를 대했다.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눈빛에서 아득한 존경이 느껴지는 듯했다.

스튜디오에서는 아직 적막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생수통을 집어 든 은하는 주변을 살폈다. 녹화 중단 사인은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감독님……. 어떡하죠?”

“어떡하긴.”

어디선가 낮은 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스태프들이 모인 곳이었다.

눈치를 살피니 다른 헌터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은하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귀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녹화 진행시켜. 책상 새 걸로 바꾸고.”

“그래도 될까요?”

PD의 시선이 힐끔, 이쪽을 향하는 듯했다. 은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내보내고 문제가 될 부분은 편집하면 그만이야.”

녹화 재개 사인이 떨어지고 스태프들이 녹화장을 분주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구급 상자를 들고 일반 헌터석을 뛰어다니는 막내 작가가 보였다.

힘 조절을 한다고는 했으나 윈드메이커의 손은 물에 잠긴 고무장갑처럼 팅팅 불어 있었다. 마치 광대저씨처럼, 아니 그보다도 더.

이윽고 구급상자를 닫은 막내 작가가 스태프석으로 돌아가던 중. 은하가 그녀 앞에 떡 하니 섰다.

“여기도요.”

“아, 넵……!”

막내 작가는 그 자리에서 구급상자를 열려 했다. 그런 그녀의 손을 은하가 붙잡았다.

“나 말고, 저쪽.”

아…….

막내 작가의 눈이 도르륵 굴러 광대저씨를 향한다. 결국 그녀는 광대저씨에게 다가가 얼음 팩을 건넸다.

“아가씨는? 필요 없어?”

광대저씨는 건네받은 얼음 팩을 쓰지 않고 불쑥 은하에게 먼저 내밀었다.

“괜찮습니다.”

꾸벅. 은하는 얕게 고개를 한 번 숙였다. 배려가 아닌 진심이었다. 헌터 다섯 명을 연이어 상대한 은하의 손은 놀랍도록 멀쩡했다.

“너무 무리하지 말어. 다른 방송도 그렇듯이 여기도 어차피 대본이란 게 있으니까 무리해서 이길 필요 하나도 없어.”

광대저씨는 오른손이 아프지도 않은지 여전히 넉살 좋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괜찮다는 은하에게 기어코 얼음 팩을 쥐여 주기도 했다.

어쩌면 광대라는 이명이 붙은 것은 그 까닭인지도 몰랐다.

***

쉬익!

“괴, 굉장한 스피드입니다……!”

쉭! 파앗! 퍽! 퍽!

이번 대결은 두더지 잡기였다. 정해진 30초 동안 화면에 나타나는 두더지를 가장 많이 잡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었다.

갈색 두더지가 +10점,

검은 두더지가 -20점,

황금 두더지가 +30점인 룰이었다.

“흐, 흑염의 프린세스! 총 4,120점!”

빠바밤!

거대한 LED 위로 믿을 수 없는 점수가 번쩍 떠올랐다. 술렁이던 방청객석마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4,120점이라니…… 그게 가능해?’

윈드메이커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점수에 말문을 닫았다.

4,120점.

즉 은하는 30초 동안 갈색 두더지를 25마리, 황금 두더지를 무려 129마리나 잡았단 소리다.

2위인 윈드메이커가 2,990점이었으니 은하는 엄청난 격차를 벌리고 1위를 차지한 셈이었다.

그 외에도 100m 달리기, 헌터 상식 퀴즈, 농구 골대에 공 넣기 등 두 팀 간의 숨 막히는 대결은 계속되었다.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컨셉 헌터 팀은 무섭게 일반 헌터 팀의 점수를 쫓아갔다.

신수, ‘어둠을 방랑하는 고양이’가 플래카드를 흔듭니다. 짜란다! 짜란다! 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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