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24)화 (24/306)

#24

“도련님. 늑대를 실망시키시면 안 됩니다. 도련님께 늑대의, 아니 한국 헌터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제가 늘 말씀드렸지요.”

“하, 하지만…… 나느은.”

“울음을 그치세요.”

홱!

남자는 흐물흐물하게 늘어진 작은 팔을 끌어당겼다. 이미 기진맥진이 된 어린 시우는 맥도 못 추리고 성인 남성의 힘에 의해 질질 끌려갔다.

“냄새가 난단 말이야. 토할 것 같단 말이야……!”

모의 게이트 입구가 가까워지자 시우는 또다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들어가기 싫어. 정말 싫다고! 악을 쓰며 버텨 보아도,

“몬스터의 혈액은 원래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헌터라면 누구나 견뎌야 하는 사항이죠.”

그 시절의 어리고 작았던 시우는 결국 우악스러운 손길에 의해 입구 앞에 설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힘을 가진 자는 응당 그 힘을 올바른 곳에 쓸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책임이고, 그것이 무게입니다.”

“…….”

“늑대가, 그리고 세상이 도련님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기서 포기하시겠습니까?”

남자의 말에 시우는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잔뜩 젖은 눈으로 자신의 작은 두 손을 응시했다.

정말일까. 정말 내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만일 그런 거라면, 이곳에서 울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겨 내야만 하는 거라면, 어떻게 해서든 이겨 내고 싶었다. 하지만.

“우읍.”

쩌억 벌어진 게이트 입구를 통해 진동하는 악취. 시우의 마음과는 달리 그의 코가, 육체가 강하게 거부했다.

시우는 양손으로 코를 막고 뒤틀리는 속을 잠재우기 위해 두 눈을 꾹 감았다.

“3, 2, 1. 열겠습니다.”

파앗!

일순 주변이 붉은 빛으로 휩싸였다.

게이트에 입장할 때의 감각은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고역이었다. 천장도, 바닥도 없는 무저갱을 휘적거리다 겨우 땅에 발이 닿았을 때, 자신의 몸집의 두 배는 되는 사마귀와 눈이 마주쳤다.

퀴에에에엑─!

괴상한 소리를 내며 사마귀가 달려들었다.

그것은 잘 만들어진 홀로그램이었다. 공격을 당하면 점수가 까일 뿐, 실제로 상처를 입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몬스터가 풍기는 적대감은, 악취는, 그리고 시우가 느끼는 공포는 더할 나위 없는 진짜였다.

“오, 오지 마!”

게이트에 입장하기 전의 결심은 어디 가고, 시우는 작은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그러자 칼날과 같은 얼음이 반사적으로 생성되었다.

날카로운 얼음은 거센 빗줄기처럼 후드득 거대 사마귀의 위에 떨어졌고.

툭─

사마귀의 수박만 한 머리통이 어린 소년의 눈앞에 굴러왔다.

“으, 아…….”

비명조차 지를 새도 없이 시우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잘린 목을 통해 분출된 몬스터의 혈액은 마치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패시브 ▶ ‘매서운 후각’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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