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6)화 (6/306)

#06

움막으로 돌아온 은하는 전리품, 그러니까 ‘칠흑 비단 드레스’를 꼼꼼히 확인했다.

망사 한 겹, 흑색 비단 한 겹. 총 두 겹으로 이루어진 드레스는 페티코트 없이도 둥근 우산 형태의 실루엣으로 부풀어 있었다.

가슴 부근에는 흑장미 코르사주가 하나. 허리 뒤편에는 길고 검은 리본 장식. 은은하게 빛나는 반투명한 천은 숄처럼 어깨로 내려오는 형태였다.

“음.”

은하의 미간에 고민의 깊이만큼 두꺼운 주름이 졌다.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까지는 교복만 입었고 징병된 이후엔 군복만 입었던 은하는 드레스는커녕 원피스조차 제대로 입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 요란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드레스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만도.

또한 이토록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싸우는 게 가능하기는 할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양산처럼 이 드레스도 분명 괜찮은 쓰임새가 있을 거야.’

이래 봬도 전리품은 전리품이다. 아무런 가치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은하가 입고 있는 군복은 세탁한 지가 너무 오래되어 상당히 치명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군데군데 찢어진 곳도 많았다. 자가 치유 및 응급 키트로 몸은 치료가 가능했지만 옷은 아니었기에.

결심을 단단히 한 은하가 입고 있던 군복을 훌렁 벗었다. 그리고 드레스를 조심스레 들어 올려 차근차근 입기 시작했다.

“…….”

이윽고 드레스를 입은 은하가 가만히 제자리에 섰다.

흑단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 정도로 얇고 고운 천이라면 몬스터의 발톱에 사정없이 찢겨 나갈 것이 분명했다.

군복은 최소한의 특수 코팅이라도 되어 있었지만 이건……. 드레스를 내려다보는 은하의 눈빛이 아니꼽다.

신수 ‘어둠을 방랑하는 고양이’가 감명 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역시 드레스가 제일 잘 어울려!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볼 리가 없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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