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 시험 (12/40)


12. 시험
2023.02.16.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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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너희들끼리 나가겠다고?”

형제들의 선택에 칸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마음 한쪽 구석에서는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째서일까.

왜 난 이들이 괜찮을 거라고 믿는 거지?

라일락 초입에 들어섰을 때 보았던 형제들의 호기심이나 경계는 칸의 눈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왜, 우리가 길이라도 잃어버릴까 봐?”

엔지는 꼭 다 안다는 얼굴을 하고선 느긋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칸이 어떤 선택을 해도 그만인 표정이었다. 기회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형도 그냥 같이 나가자. 응?”

타헬은 눈치껏 칸의 옷을 살짝 잡아당기며 그를 재촉했다. 방금 전 나자크와 엔지의 대화를 고스란히 들을 수밖에 없었던 타헬의 입장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칸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는 것이었다.

그런 타헬 너머, 꽤 먼 거리지만 명백히 느껴지는 테오 무리의 인기척을 느끼며 칸은 갈등했다. 그래, 이대로 자신들만 도망친다면 저 녀석들은 이 숲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먼저 가. 난 조금만 더 쉬다 갈게. 보다시피 여긴 풍경이 좋거든.”

“같이 쇼핑 안 하고? 도시가 제법 넓어서 형이 필요하다구.”

“그 넓은 학교도 하루 만에 다 돌아봤잖아. 도시쯤이야.”

타헬이 초조함을 뒤로 숨기곤 부러 철없는 아이처럼 굴자, 칸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타헬의 머리칼을 쓸었다.

형제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칸에겐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이대로 숲을 떠나버린다면 테오는 유실물처럼 떠다니거나, 태풍에 쓸려 묻히거나, 굶주린 채 사람들의 구조를 기다리다 결국은 지쳐버리겠지.

그러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힐 것이다. 다른 실종자들이 무릇 그랬듯.

그렇게 칸이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아니, 그냥 가버릴까. 내 잘못은 없잖아. 따라오는 걸 몰랐다고 하면 그뿐이니까.

눈치채지 못한 순간에 썩은 마음이 피어났다.

칸은 그런 자신에게 동요했다. 그가 피로한 듯 마른세수를 했다.

칸의 걱정이나 염려 같은 건 별것 아닌 듯 형제들은 멀뚱히 서서 남기를 선택한 그를 뒤로한 채 여유롭게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섰다.

멀어지는 그 순간까지 뒤를 돌아보는 건 타헬만이 유일했다.

잘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걱정이 바보 같은 우려였음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채 20분도 되지 않아 칸의 핸드폰이 울렸다. 알지 못하는 번호였으나 칸은 불현듯 받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형!

전화를 받기 무섭게 타헬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헬?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그야 시몬 아저씨한테 물어봤지. 우린 밖에 잘 도착했어.

“……밖에 도착을 했다고?”

괜찮을 거라 믿었으면서도 실종되지 않고 길을 찾아 밖으로 나간 그들이 칸은 신기하기만 했다. 자신만이 이 숲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막 이사를 온 그들이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간 것일까.

-응. 형이 걱정할까 봐 전화한 거야. 그럼 이따 여관에서 봐!

뚝. 전화가 끊기자 칸의 팔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무언가가 이상하다. 내가 이 숲에서 느끼는 걸 그들도 다 느낄 수 있단 뜻일까. 엔지는 어째서 저들끼리 이 숲을 빠져나가겠다고 말한 걸까.

모든 것이 혼란했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칸의 눈빛이 커다란 잣나무 뒤에 감춰진 누군가에게로 향했다.

“언제까지 거기 숨어 있을 거야, 테오.”

왜 이곳까지 자신을 쫓아온 건지 알고 있다. 칸은 외려 형제들이 먼저 숲을 빠져나간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겪을 수모를 굳이 함께 겪을 이유는 없으니까.

칸의 말에 마른 잎사귀를 밟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왔다.

하나가 아닌 여럿. 칸은 그 소리를 들으며 절벽 아래의 바닷길을 내려다보았다.

지금쯤 시몬과 요한나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따듯한 국을 끓이고, 칸이 좋아할 만한 과일들을 고르며 행복하게 웃고 있겠지. 맛을 느끼지 못한 지 오래인데도 칸은 어쩌지 허기가 지는 듯했다.

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제 앞에 지는 그림자 몇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다 생각하겠지만 그들에겐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이 숲은 오로지 허락된 자들에게만 길을 터준다는 걸.

* *

폐허 속에 덩그러니 존재하는 벽돌 공장은, 아주 오랜 시대를 거쳐온 것처럼 황폐했고 곳곳에서 케케묵은 냄새가 풍겼다.

버려진 채 뒤엉킨 철골 골조며, 삭아버린 썩은 장작이며, 기름이 쏟아지다 굳어버린 흔적들은 이 공장이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알려줬다.

형제들은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든 참이었다.

인간들의 발길이 끊긴 곳일수록, 두려워하며 찾지 않는 장소일수록 그들에겐 더욱 안전했다.

폐공장 중앙에 모인 세 사람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자신들 몸속에서 소용돌이치는 혈류에 집중했다. 솜털이 곤두서고 호흡은 요동쳤으며, 심장은 북처럼 짧게 끊어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각자의 눈동자 색은 그들이 늑대로 변했을 때의 색깔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보름달엔 어쩌지 못하고 늑대로 변해 스스로의 이능력을 제어하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물론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인간화와 늑대로 오가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지만, 기리를 만나고 늑대로 변신하고 인간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운 결과 형제들은 조금씩 자신들의 능력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늑대로 변하지 않았지만 인간의 형체로서 내보일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개방한 그들이 그대로 튀어 올라 철근 사이를 오가며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강도와 속도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지면과 발끝이 닿는 찰나의 순간은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었다. 실력이든 요행이든 마하바 초원을 넘어오며 소년들은 분명 성장했다.

“그나저나 칸 형 혼자서 괜찮겠지?”

타헬이 철골을 손에 쥔 채 한 번에 구기며 천진하게 말했다.

“거기가 학교도 아니고. 설마 바보처럼 또 맞기야 하겠냐. 그나저나 이제야 좀 살겠네.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다고.”

엔지가 별것 아닌 듯 해방감을 즐기며 바람과 속도를 만끽하며 말했다.

“그치만 칸 형은 별명도 바보인걸?”

타헬이 단순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그게 정답이었다. 칸은 융통성 없을 정도로 우직해 바보 같은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다.

“그나저나 여기 정말 맘에 들어. 사람도 없고. 앞으로 우리 여기에서 놀까?”

타헬은 오래도록 인적 없는 주변이 안심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폐공장은 천장이 높고 내부가 한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의 큰 크기였기에 그들이 늑대로 변한다 해도 큰 문제가 될 게 없어 보였다.

훅, 나자크가 오랜만에 폭발시킨 제 힘을 느끼며 뜨거운 숨을 뱉었다. 그는 잠시 저릿해지는 제 손바닥을 펼쳤다 오므리며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상기시켰다.

제대로 된 능력을 써보지도 못한 채 가족을 잃은 절망과 패배감은 슬프게도 반대로 성장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나자크는 그런 자신이 증오스러우면서도 강해지는 걸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형제들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그때 천장에서 뚝 떨어져 눈앞에 나타난 엔지가 나자크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할 말 있음 해. 눈으로 욕하지 말고.”

나자크가 신나게 뛰어노는 타헬을 눈으로 좇으며 말했다.

“대체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냐.”

“갑자기 왜 시비야.”

순수하게 호기심만 남은 엔지의 물음에 나자크가 건조하게 대답했다.

“왜 내 제안에 동의한 건데. 아까 그 인간들이 칸을 노리고 있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잖아.”

“그래서?”

“그걸 알면서도 내가 하자는 대로 했다고?”

엔지 자신이라면 몰라도 나자크는 그럴 수 없는 위인이었다.

“넌 인간은 지켜야 한다는 쪽 아니었어? 기리 형처럼.”

“지키겠다 해서 그들 일에 개입하겠다는 건 아니야.”

칸에 대한 호기심과 걱정이 형제들의 정체를 들키는 것보단 우선하지 않는다. 나자크는 언제나 그렇듯 우선순위가 명확했다. 그런 이성적인 선택들이 엔지는 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입이 아니라 방치겠지. 넌 칸이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일부러 피한 거고.”

“문제 있어? 너야말로 인간들 일에 얽히는 건 질색하면서 왜 이제 와서 불만이야.”

“그래…… 질색이지.”

엔지가 말끝을 흐렸다. 그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근데 찝찝한 건 더 질색이거든.”

그때의 칸이 보인 눈빛은 분명 제 뒤를 쫓는 존재에 대해 정확히 인지한 얼굴이었다. 그 표정에 두려움이나 곤란함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인간들은 밟아선 안 될 숲을 밟았고, 그럼 남은 선택은 두 개. 흠씬 두들겨 맞고서 그 숲을 혼자서 빠져나오거나, 반대로 처절한 복수를 해주는 것. 칸은 과연 어떤 걸 선택할까.

엔지는 그 사실을 궁금해하면서도 자신이 칸의 어떤 선택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인간을 구하길 바라는 걸까, 인간이 타락하길 바라는 걸까. 그 무엇도 정할 수 없는 것처럼 엔지는 스스로의 마음조차 어디로 향하는지 길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엔지는 순식간에 제 기운을 누르고 평범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엔지의 행동에 나자크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 하는 거야.”

“확인.”

“……뭐?”

“맹수 우리에 먹잇감을 던져놨으니 확인해야 할 거 아냐. 사냥을 했는지, 말았는지.”

그뿐이었다. 그래, 그것만 알 수 있다면 이 찝찝하고 더러운 마음이 조금은 해결되리라.

엔지는 공장 한쪽에 깨진 유리를 타고 들어오는 석양을 바라봤다.

해는 이미 넘어가고 있었고, 그 틈 사이로 멀리 보이는 라일락 숲은 빛 한 점 없이 까마득했다.

나자크는 고요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엔지를 잡지도 부르지도 않은 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 *

라일락 숲에 도착한 엔지의 시선 끝엔 흙바닥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칸이 보였다.

잠시 비틀거리듯 나무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가 싶더니, 곧이어 느릿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잠깐. 저게 어딜 가는 거야, 지금?

콱! 엔지가 칸의 팔꿈치를 단숨에 잡아 세웠다.

“야. 가긴 어딜 가.”

갑자기 나타난 엔지에 놀라지도 않은 것인지 칸은 그저 무덤덤하게 그를 바라보다 말고 대답했다.

“숲.”

“그걸 누가 몰라서 묻냐? 너 혼자서 나온 거 아니었어?”

엔지의 말에 칸은 말을 잃은 듯 침묵했다. 그리고 굳이 그가 대답하지 않아도 엔지는 금세 상황을 모두 파악한 듯 찡그렸던 인상을 점차 누그러뜨렸다.

“버리고 나온 주제에 다시 구하러 들어가겠다? 도대체 왜.”

엔지의 물음에 조소가 섞였다.

꼴을 보아하니 테오 무리를 숲속에 던져두고 온 것까진 알겠는데, 다시 저 속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엔지의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 불가였다.

아래로 향했던 칸의 고개가 점차 상승하더니 이내 느리게 엔지와 시선을 맞췄다. 칸의 눈동자엔 후회, 죄책감, 체념 같은 것들이 제멋대로 뒤섞여 있었다.

도대체 왜. 버렸으면 끝이지, 왜.

엔지는 제 바람과는 달리 반대로 행동하는 칸 때문에 속이 뒤틀렸다.

“데려와야지.”

칸의 시선은 이미 캄캄한 숲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애초에 데리고 나오지도 않았으면서 다시 또 찾으러 들어간다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이제 와 착한 척이라도 하겠단 거야?”

“내가 버리고 나온 건 사실이니까.”

“버린 게 아니라 그놈들이 멋대로 따라온 거야.”

“그렇다 해도, 난 알았으니까. 내가 없인 그 숲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걸.”

담백하다 못해 정직하기까지 한 칸의 말에 엔지는 열이 확 올랐다. 미련한 건지 멍청한 건지 도무지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널 괴롭히지 못해 안달 난 놈들이었어. 오늘도 너한테 뭔 짓이라도 해보려고 뒤에 따라붙은 거고. 그걸 몰랐다고 할 건 아니지?”

“알아.”

“근데, 구하러 가겠다고. 지금.”

엔지가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정확히 칸의 의중을 확인했다.

어떤 식으로든 칸은 엔지의 기대에서 어긋나고 있었다. 그의 가면을 벗기고 싶었다. 그저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던 그 모습을 벗고 진짜 칸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여느 인간들처럼 분노하고,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그 얼굴을 보고 싶었다.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가는 칸에 엔지가 헛웃음을 흘렸다.

“위선자 노릇 그만 좀 해. 역겨우니까.”

“좀 더 솔직해져 봐, 엔지.”

“……뭐?”

칸이 엔지에게 붙잡힌 제 팔을 툭 쳐내며 그에게로 한 걸음 다가섰다.

“처음부터 넌 날 시험할 생각이었잖아.”

알고 있었다. 형제들이 왜 자신만을 두고 이 숲을 빠져나갔는지.

칸은 잠시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그래. 너만큼이나 나도 인간이 싫어.”

정말이지 싫었다. 증오스러웠다.

잊을 만하면 제 꿈속을 찾아와 괴롭히는 인간들의 얼굴을 모조리 기억한다. 그 썩은 내가 나던 창고도, 가학적으로 제 고통을 즐기던 표정도. 그중 단 하나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날 구한 것도 나와 같은 인간이니까.”

“너와 같은 인간……? 하. 웃기지도 않아.”

엔지의 비난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칸은 그만큼이나 사람이 지독히도 싫었다.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상기시키는 것도, 엔지의 말처럼 위선자 행세를 하는 거짓된 모습들도. 하지만 자신을 구한 것 또한 인간이었다.

저 숲에 들어갈 유일한 사람이 자신임을 알면서도, 죽을지도 모르는 테오를 모른 척하는 건 요한나와 시몬으로부터 받은 애정을 져버리는 것과 같았다.

칸이 돌아서며 어둠이 우거진 숲 초입으로 발을 뗐다.

“사람을 가려가며 지킬 순 없는 거야, 엔지. 그게 내 숙명이고.”

인간 중 정해지지 않은 누군가가 제게 상처를 입혔듯, 자신을 구해주고 키워주며 이유 없는 애정을 준 자들 또한 정해지지 않았다. 그건 그냥 우연처럼 운명처럼 제게 찾아온 연이었고, 그것을 거부하거나 넘어서는 건 칸의 의지 밖이었다.

“너야말로 좀 솔직해져 봐, 칸.”

부메랑처럼 엔지의 말이 다시 날아와 꽂혔다.

“애초에 넌 그놈들을 숲에서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잖아? 그런데도 너 혼자 나왔다는 건 벌을 주고 싶었던 거 아냐?”

“……벌?”

벌이라니. 무슨 뜻일까.

내가 누군가에게 벌을 줄 수나 있는 인간인가?

그런 초조한 생각들이 덮쳐오는 가운데, 엔지의 입술이 칸의 귓가에 가까이 닿았다. 엔지의 목소리는 아주 예리한 칼날이 되어 칸의 폐부를 찔렀다.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끝이 나지 않는 길, 땅이 솟았다가 꺼지고 덤불이 온몸을 덮치는 곳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하겠지.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는 숲에 혼자 버려진 채로. 그치?”

모래를 씹은 듯 칸의 입안이 퍼석거렸다.

그래. 내 마음에선 썩은 냄새가 났다.

“공포스러울 거야. 어쩌면 여기서 영영 나가지 못한 채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거고.”

하지만 아닐 거라 생각했다.

아닐 거라고.

난 결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넌 그 순간을 기다렸을 뿐이야.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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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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