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 라일락 숲 (11/40)


11. 라일락 숲
2023.02.09.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숲이 위험하다뇨?”

의문을 그냥 넘기는 법 없는 기리가 약간의 긴장을 실어 칸과 요한나를 번갈아 보았다.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지자,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시몬이 두 사람을 대신해 오묘하게 풍기는 긴장감을 싹둑 자르며 들어왔다.

“그 숲은 여름마다 지형이 불규칙적으로 바뀌거든. 단순한 자연 현상이겠지만 인간으로선 이해하기 힘들지. 하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숲에 갇혀버릴 거야.”

해변을 끼고서 커다랗게 둘러싸인 라일락 숲은 그레이빌의 또 다른 명물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이 무릇 그렇듯 라일락 숲은 향기로운 이름과는 달리 몹시도 위험한 곳이었다.

숲의 경계를 따라 울타리로 조성된 길이 아니고서는 깊숙이 들어갈 수 없도록 철저히 차단되었는데, 그것은 예고 없이 멋대로 지형이 바뀌는 숲의 특성 때문이었다. 오래도록 그레이빌에 정착해서 살아온 어른들은 그것이 대단한 현상이라기보단 바다의 밀물과 썰물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재의 기리는 시몬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 그건 감정적으로 친밀해지고 가까워진 것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길이 바뀌다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야?”

기리가 생각에 잠긴 와중에 타헬은 신기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초원을 필두로 살아왔던 늑대인간들에게 숲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낯선 것이었으나, 길 자체가 바뀐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라일락 숲은 미로처럼 똑같은 모양의 숲길이 반복되거나, 작년에 솟아 있던 지대가 올해는 낮아지기도 하며, 거대한 바위가 옮겨와 원래 있던 길을 막아버리기도 했다.

동화처럼 거짓말 같은 이야기에 호기롭게 숲에 들어간 사람들 때문에 해마다 실종자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니 칸이 필요하단다. 저 아인 길을 알거든.”

요한나가 미소를 띠며 답하자 모두의 시선이 다시 칸에게로 집중됐다.

칸은 몇 번이나 숲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몰래 구출해냈다. 비상한 그 능력이 알려지는 걸 누구보다 꺼리기에 매번 숨어버리기 일쑤였고, 미카를 포함해 극소수만 아는 비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관에서 함께 지내기로 한 형제들이었기에 칸의 입장에선 그들을 모른 척 내버려 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근데 형은 길을 어떻게 알아?”

“그냥…….”

타헬의 물음에 칸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한 듯 난해한 표정을 지었다. 감정을 숨긴 눈동자의 색채는 얼핏 캄캄한 밤처럼 어둡게 가라앉았다.

“응? 어떻게 아냐니까?”

“그냥 알아.”

누군가가 이유를 물어볼 때마다 자신조차 알 수 없어 내놓는 대답은 겨우 그게 전부였다.

숲이 내뿜는 향기, 흙의 감촉, 바람이 불 때마다 방향을 바꾸어 움직이는 나뭇가지 등, 그러한 자연의 움직임은 모든 것을 동원해 칸에게 가야 할 길을 알려주었다.

칸은 숲의 길잡이였다.

너무도 신비로운 일이 그에겐 당연했기에 칸은 어떤 식으로든 설명할 수가 없었다.

기리는 그런 칸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낯설지만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소년.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불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요한나와 시몬이 이런 일로 거짓말할 영악한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경계해야 할지 기리는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가늠하는 중이었다. 그레이빌을 그들의 은신처로 삼겠다 결정했을 때부터 그가 짊어진 막중한 책임감이란 그런 것이었다.

“기리 형도 갈 거지?”

“아니. 난 따로 가볼 곳이 있어.”

“어디?”

타헬이 궁금한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리에 얼굴을 들이밀고 답을 기다렸지만, 그는 시원스럽게 웃어넘기며 타헬의 어깨를 가볍게 내리눌렀다.

“인마,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재밌게 놀다 와. 이따 저녁에 보자.”

기리는 좀 더 이 도시를, 그리고 칸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겠다고 직감했다.

그는 그만의 방식대로 제 형제들을 지켜낼 것이다. 기리는 찰나에 나자크를 향해 눈짓했다. 자신이 없더라도 형제들을 잘 지켜내라는 무언의 지시였다.

나자크는 굳이 기리가 말하지 않아도 그 뜻을 알아차린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칸이 허리를 숙여 신발 끈을 단정히 묶으며 느릿하게 운을 띄웠다.

“다른 건 아무래도 괜찮아. 다만…….”

다시 상체를 세운 칸이 문고리를 잡았다.

“숲에선 날 놓치지 마.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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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오와 그 무리는 생각보다 빠른 칸과 그레이 여관 형제들의 뒤를 쫓으며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좁힐 듯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그랬고, 예상과 달리 익숙하지 않은 길로 자꾸만 방향을 트는 그들의 목적지가 그랬다.

“……잠시만. 쟤들 지금 라일락 숲으로 들어가는데?”

무리 중 한 소년의 말에 테오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뭐? 미친 거 아냐?!”

그가 미간을 확 구기며 까칠하게 쏘아붙였다. 애초에 라일락 숲은 입구를 막아놓은 데다가, 그 아름다움에 취해 대낮에도 사람들이 들어가 나오질 못한다는 무성한 소문을 몰고 다니는 곳 아니던가.

“혹시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닌가? 매년 여름마다 숲길이 바뀐다든가 하는 그 허무맹랑한 소문 말이야.”

“어쩔 거야, 테오? 따라가, 말아?”

침묵하는 테오의 뒤로 소년들의 눈에 잠시 두려움이 스쳤다. 곧이어 그가 고개를 돌려 검은 눈을 번뜩이곤 제 무리를 쏘아보았다.

“크록의 말을 어길 셈이야?”

“하지만…….”

“겁나는 놈들은 꺼져! 나도 필요 없으니까!”

테오가 필요 이상으로 성질을 내며 으르렁거렸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핏발 선 눈동자가 곤두섰다. 이번에야말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크록에게 처절히 응징당할 것이란 걸 그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크록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죽은 듯 힘을 잃어버린 눈동자가 그랬고,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고 할 것만 같은 광기 섞인 움직임이 또 그랬다.

“차라리 잘됐어. 저기서 잘못돼봐야 우리가 의심받을 일은 없을 테니까.”

이번에야말로 테오는 크록에게 제 존재가치를 증명해야만 했다.

‘테오, 난 기다리는 걸 아주 싫어해.’

‘윽……!’

크록의 발밑에서 수치스럽게 짓밟힌 테오의 얼굴이 흙밭에 처박혔다.

크록은 날이 갈수록 광포해졌고, 어떤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인 자처럼 조급증을 숨기지 못했다.

‘잊지 마. 넌 내가 필요하다는걸.’

꿇어앉은 테오의 귓가에 크록이 세뇌하듯 속삭였다.

지난 일을 떠올리며 테오가 핏발 선 주먹을 꽉 쥐었다. 또다시 크록의 발밑에서 수치스럽게 짓밟히는 일을 당하는 건 사양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끝내고 가는 거야.”

테오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고요히 중얼거렸다.

* *

환하게 푸르른 밖과 달리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둠은 더 짙어졌다.

일렁이던 빛이 점멸하고, 드문드문 불어오는 바람에 잎들이 마찰하는 소리를 냈다.

일제히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낯선 감각으로 찾아와 형제들의 예민한 청각을 자극했다. 길은 자꾸만 험해지는데 칸의 걸음은 거침이 없고 앞서가는데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칸의 바로 뒤를 따라 걷던 엔지가, 먼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테오 무리의 인기척에 인상을 팍 구겼다. 저것들은 할 일도 더럽게 없는 건지.

-귀찮은 것들이 따라붙었어.

엔지의 음성에 신경질이 잔뜩 묻어났다.

그러고 보면 이곳에 와 인간들 때문에 귀찮고 성가신 일들만 잔뜩이었지, 단 한순간도 유쾌한 적 없었던 나날이었다.

엔지의 속마음에 타헬이 슬쩍 등 뒤를 힐끔 보곤 제 옆에 선 나자크에게 눈짓했다.

-형, 저렇게 내버려 둬도 돼?

-그냥 모른 척해.

크게 위협될 만한 행동은 하고 있지 않았으니 당장은 지켜봐도 나쁠 것이 없다. 굳이 인간사에 개입해 지난번처럼 번거로운 일이 생기는 건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 애초에 이 도시에 머물기로 했을 때 세웠던 계획과 달리, 너무 많은 이의 이목을 산 것이 나자크는 못내 불편했다.

칸의 바로 뒤에 따라가던 엔지는 칸의 우직한 등을 가만 눈으로 좇았다. 칸은 언제나 그렇듯 말수가 적고, 자의든 타의든 자신에게 지워진 것들에 일일이 변명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높은 지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공기의 달콤함이 느껴졌다. 이마가 식는 것 같았다. 따라오길 잘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엔지는 부러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어조로 칸을 채근했다.

“야, 대체 어디까지 들어가는 건데?”

“이제 곧이야.”

칸의 대답이 곧바로 떨어지는 그때였다.

엔지가 한쪽 발을 딛는 순간, 무성한 수풀이었던 시야가 열리고 곧장 절벽이 나타났다. 뜬금없이 길이 끊어지자 엔지는 잠시 긴장했다.

한 발만 잘못 헛디뎌도 낭떠러지로 처박히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위태롭게 암벽에 매달린 흙은 폭삭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조심해. 절벽이야.”

놀란 기색조차 없이 차분한 칸의 경고가 내려앉았다. 좀처럼 긴장하거나 당황하는 법 없는 형제들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잠시 멈칫했다. 실낱같은 솜털이 쭈뼛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칸이 느끼기에 이 길이 작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길이 쉽게 끊어지고 절벽이 많아졌다는 거였다. 반면 송곳처럼 솟아 있던 암벽은 다행히도 작년의 모진 태풍 덕분인지 안전하게 자리를 잡고 다른 돌 틈에서 고정된 채였다.

“무슨 길이 이래……?”

엔지가 허, 낮은 숨을 흘렸다.

칸은 익숙한 듯 태연하게 주변을 살폈다.

“긴장 늦추지 마. 방심하면 숲에 잡아먹힐 테니까.”

북쪽으로 트인 지면 틈새로 겨우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은 협소한 길로 칸이 방향을 틀었다. 길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칸은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얼굴에 이파리를 맞으며 칸이 거친 나무껍질을 손으로 하나씩 꺾어가며 길을 텄다.

그렇게 절벽 끝에 모인 형제들과 칸은 지평선 너머로 펼쳐진 드넓은 바다와 점처럼 보이는 도시를 한눈에 담았다.

“우와아아-!”

한순간의 정적 끝에 해방감에 젖은 타헬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도시의 숲, 그 끝에 이런 환상적인 곳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길 끝에 당도한 곳은 마치 낙원처럼 자유롭고 광활했다.

“여길 보여주고 싶었어.”

언제고 답답함이 제 목을 조를 때면 곧잘 찾는 곳이었다. 이 장소야말로 칸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으니까.

“나가는 길은 저쪽.”

칸이 손끝으로 두 갈래로 나뉜 길목 중 왼쪽을 가리켰다.

순간 엔지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그는 곧 출구와 뒤를 쫓는 테오 무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자신들도 느끼는 기척을 칸이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적어도 엔지가 봐온 칸이라면.

엔지의 두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그가 지금 자신들을 쫓아오는 저 인간무리를 아무 쓰임새도 없이 얌전히 보내줄 리 없다. 엔지는 제 손안에 쥔 것들은 무엇이든 이용하고 쓰는 것에 익숙한 자였다.

-어때, 나자크.

-무슨 뜻이야.

-샌님처럼 굴긴. 이 숲,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잖아.

그렇다. 길을 모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숲이 어떤 숲이냐에 대한 정보가 없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늑대인간이요, 숲의 요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종족이었다.

그들은 어쩌면 칸이 가진 그 능력 이상으로 숲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제부턴 그 어떤 무엇도 이 숲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부턴 우리끼리 움직이는 게 어때.”

엔지가 먼저 말을 터 나자크를 향해 싱긋 웃었다. 단순한 장난인지, 시험인지 모르겠으나 엔지는 칸을 저 인간들 틈에 던져놓을 생각이었다.

좀처럼 산뜻하게 미소 짓는 법 없는 그를 보며 타헬이 소름이 돋는지 제 팔을 쓸며 입맛을 다셨다. 나자크는 엔지의 뒤로 느껴지는 인간무리의 기척을 느끼며 그를 바라보았다. 엔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자크는 어렴풋이 가늠했지만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어쩔 생각이야.

-칸이 궁금하지 않아?

-난 네 의도를 묻는 거야, 엔지.

나자크의 말에 엔지의 시선은 칸에게로 옮겨갔다.

여전히 칸에게로 시선을 고정한 채 엔지는 그들만의 언어로 조용히 읊조렸다.

-인간이 선하다고 생각해? 그러니 칸도 선할 거라고 믿는 건가.

-무슨 뜻이야.

-난 기리 형과는 달라. 너와도 다르고.

기리는 인간을 사랑하고, 나자크는 인간에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엔지는 아니었다. 그들에게 받은 수모, 모욕, 배신을 똑똑하게 기억한다. 그러니 칸 또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네가 어떤 인간인지.

정말로 인간이 맞긴 한 건지.

-우직할 정도로 바보같이 참지. 충분히 당하지 않아도 될 힘을 가졌으면서. 아닌 척, 모른 척, 인간들을 봐주는 꼴이 역겨워. 똑같은 인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해? 인간을 웃도는 그 비상한 힘, 예민한 감각, 그 모든 걸 버리고서라도 자길 괴롭히는 인간을 지키기 위해 참는다고?

요한나, 시몬, 그 늙어가는 인간들을 위해 그렇게 산다고?

아니. 엔지는 믿지 않는다.

-인간이 아니라면 모를까.

늑대인간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보호한다. 그들 또한 인간을 포함한 한 사회의 축이고, 늑대의 피로 이어진 형제들이 속한 이 드넓은 땅을 지키는 것이 사명이자 역할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렸던 엔지가 인간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그래서였다.

그러니 같은 인간들끼리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서로를 집어삼키기 바쁘고, 나약한 남의 목숨보다 자신들의 영화가 더 중요한 구역질 나는 존재들이니까.

-너 지금 무슨 소릴…….

설마, 칸이 늑대인간이라도 된다는 거야?

마치 나자크는 떨리는 두 눈동자로 그리 말하는 듯했다.

-지켜보면 알겠지. 칸이 무슨 선택을 할지.

-아니. 칸은 저 인간들에게 아무 짓도 못 할 거야. 그런 녀석이니까.

-그러니 지켜보자고.

인간에 기대하는 자와, 인간을 경멸하는 자의 싸움이었다.

“……좋아.”

나자크가 입술을 떼고 조용히 답했다.

동의하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칸은 처음부터 인간과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였고, 그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형제들은 알아야만 했다. 무엇보다 그 비상한 ‘힘’이란 걸 어떻게 쓰는지 시험할 좋은 기회임은 틀림없었으니까.

순순한 대답과 달리 형형해진 나자크의 눈빛이 엔지를 삼킬 듯 노려보고 있었으나 엔지는 동요하지 않았다.

엔지는 제 마음에 명백히 선을 그었다.

그래. 진작 이렇게 해야 했다.

좀 더 확실히, 좀 더 잔인하더라도.

-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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