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그레이빌의 악마 (3/40)


3. 그레이빌의 악마
2022.12.15.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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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닥- 따닥- 따닥

검은 하늘을 집어삼킬 듯 거대하게 떠오른 보름달.

제단 너머의 마을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불에 타고 무너져 이미 폐허로 변해버린 상태였다.

고작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은 제단 앞에 푸른 꽃송이를 든 채 어쩐지 떨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끝이 날카로운 돌을 쥐고 비슷한 리듬과 속도로 제단의 돌을 내리치기를 반복한다.

돌을 쌓아 만든 언덕 아래엔 또 다른 사람들이 푸른 천을 몸에 휘감은 채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서로의 손을 잡아 보름달을 기리는 기묘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언덕의 가장 높은 메마른 잿빛 돌 제단엔 늑대의 발톱이 새겨진 한 정의 은빛 총과, 은으로 벼려진 날이 선 총알, 수천 년 된 고목으로 만든 말뚝, 그리고 성수가 든 가방이 놓여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수천 년 전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뱀파이어 사냥꾼을 상징하는 물건들이었다.

돌 제단 주변으로 모인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한 소년을 둘러싸고 그 머리 위로 푸른 꽃송이의 잔해를 뿌렸다.

소년의 작고 왜소한 몸 앞으로 찬란한 은빛 긴 머리칼을 가진 한 사내가 서면, 사람들은 홍해처럼 갈라져 그의 발아래에 푸른 액체가 담긴 무언가를 바쳤다.

얼핏 본 사내의 눈동자는 잠시 푸른 안광을 내뿜다 이내 회색빛으로 퇴색되었다. 그것은 꼭 힘을 잃어가는 선대가 후손에게 제 힘을 계승할 때 벌어지는 모습과도 같았다.

따닥- 따닥

다시 돌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소년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푸른 피를 삼키고, 누구의 이빨인지 모를 장식의 목걸이를 목에 건다.

선대의 힘을 이어받은 것처럼 소년의 한쪽 눈동자에 푸른 빛이 점차 강해지고, 괴로운 듯 실핏줄이 터져나가며 붉은 길을 낸다.

따닥- 따닥- 따닥

돌을 내리치는 사람들의 손은 점점 빨라지고, 곧이어 그 소리에 갇혀버린 채 귀를 틀어막는다.

따닥- 따닥- 따닥- 따닥

따닥-!

“……허억!”

식은땀으로 범벅된 칸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심장박동이 급격하게 올라간 듯 칸이 거친 숨을 다급하게 내쉬었다.

또 같은 꿈이었다.

꿈속의 얼굴 없는 소년은 언제나 고됐다.

칸은 침대에서 내려와 제 책상 마지막 서랍 구석에 처박힌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꿈속에서 보았던 날카로운 이빨 장식의 목걸이였다. 그가 기억하는 처음 그 순간부터 제 몸에 지니고 있었던 유일한 물건이었다.

칸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문질렀다.

도대체 이 목걸이는 무엇일까. 그리고 꿈속 소년은 누구인 걸까.

나는 또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일까.

그리고 이 마을에 나타난 저 소년들은 또 누구일까.

처음 그 고통받았던 마을에 버려졌을 때부터, 칸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기에 절망했다.

그건 관속에 누워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의 숨 막히는 답답함이었다. 자신의 뿌리, 정체성을 모른다는 건 열여덟 소년에겐 지극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칸이 마른 세수를 했다. 낮에 들었던 기리의 물음이 떠올랐다.

‘그레이빌 세컨더리가 어디죠?’

그들은 정말이지 이 그레이빌에 정착할 생각인 걸까?

그것도 한집에서 지내며 같은 학교까지 다니겠다니. 무엇보다 저 소년들로 인해 자신이 학교에서 무슨 짓을 당하는지 부모님이 알기라도 한다면 어쩐단 말인가.

분명 여관을 운영하는 부부의 아들로서 손님의 방문이 행복하고 반가워야 할 일인데, 칸의 마음은 어쩐지 더 불안하고 복잡해지기만 했다.

칸은 빛 한점 없는 까만 제 방에 덩그러니 주저앉았다.

창가엔 여전히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 *

여관에서 맞는 첫 번째 아침은 꽤나 소란스러웠다.

“허리 끊어질 뻔했어. 매트리스가 아니라 돌이야, 돌.”

엔지가 허리를 부여잡으며 까칠하게 불만을 토했다.

정말이지 자신이 머물렀던 그 어느 곳보다도 최악의 침대였다. 뱀파이어를 피해 누나와 함께 산속에서 노숙하던 때에 비하면 호시절이었으나 그건 그때의 이야기다.

“형, 샤워기가 춤을 춰.”

때마침 목욕하러 들어간 타헬이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젖은 채로 나타났다. 여기저기서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아주 엉망진창이구만?”

엔지가 삐걱이는 매트리스 위에 털썩 앉으며 두 팔짱을 꼈다.

기리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가족들을 그렇게 만든 뱀파이어 놈들을 쫓아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도시에 들어와 몸을 숨기다니. 게다가 학교까지 다니란다. 엔지는 여러모로 기리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불만에 흔들릴 기리가 아니다. 그는 오랜 시간 제 가족을 배신한 동족이자, 제 친동생이었던 ‘보바’를 찾고 있고, 형제들과 아내를 죽인 뱀파이어 무리를 추적하고 있었다.

사실 형제들이 생기는 건 기리의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불같이 뜨거운 마음을 가진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동생들을 봤을 때 모른 척할 수 없었고, 당시 목숨이 위태로웠던 녀석들을 버리고 갈 리 만무했다.

그래서 기리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형제들이 더 강해지고, 좀 더 건강하게 클 시간이.

옆방에서 나온 나자크는 태연히 마른 수건을 목에 걸쳤다. 저 평온한 얼굴을 보자니 엔지는 어쩐지 울화통이 치밀었다. 나자크는 언제나 그랬다. 동요 없이 잔물결처럼 고요하고 잔잔한 소년. 엔지는 늘 그런 나자크를 동경하면서도 불편해했다.

반면에 이런 상황이 다 신기하고 재밌기만 한지 타헬은 하루 종일 여관 안팎을 휘젓고 다녔다. 아래층에서는 요한나가 준비한 토마토 카레와 시몬이 어젯밤 끊임없이 자랑한 고기 감자조림이 끓고 있었다.

“너 또 어딜 나가.”

엔지가 창문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타헬의 볼을 꾹 잡아당겼다.

“아아! 아파, 엔지 형!”

“아침 먹고 나가.”

“그걸 내가 왜 먹어야 해?”

“바보냐? 인간은 다 먹어. 그래야 우리도 의심을 안 받지.”

이젠 별짓을 다 해야 하는구나 싶다가도, 엔지는 그 누구보다 이 역할극에 충실했다.

기왕지사 선금도 지불했고, 일이 괜히 잘못 틀어져 생각보다 빨리 이 도시를 떠나게 된다면, 그건 기리의 계획과는 정반대가 될 테니까.

서로의 가치관이 다른 탓에 늘 비뚤게 굴면서도, 엔지는 빈틈없이 계산하며 혹시나 형제들에게 닥칠 불이익과 위험요소들을 제거해나가고 있었다.

나자크는 형제들의 투닥이는 소음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이 마을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는 두 손을 밀어 2층에 난 창을 활짝 열었다.

항구 도시 그레이빌의 이른 아침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희끄무레했다.

“그나저나 칸이 안 보이네.”

나자크의 방으로 건너온 기리가 의미심장하게 말을 흘렸다.

기리는 압도적으로 청각이 발달한 이능력을 가졌다. 그러니 방금 흘린 저 말조차 그냥 하는 말은 아닐 게다.

나자크는 한동안 대답 없이 안개 너머를 가만 바라봤다.

* *

칸은 아침 일찍부터 요한나의 부탁으로 중앙시장에 들렀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늘은 안개가 많이 낀 날이라 뒷골목보다 큰 길이 더 안전할 거라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하, 이 악마 새끼가 또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네? 너 내가 주말에 이 길로 다니지 말라고 했냐, 안 했냐? 엉? 대답 안 해?”

인간들이 살아가는 생리는, 제각기 모양새는 달라도 어린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비슷했다. 저보다 약하다 생각하면 깔보고, 강하다 생각하면 그 뜻에 따른다.

퍽- 퍽-

밀리면 밀리는 대로, 밟히면 밟히는 대로, 쏟아지는 발길질을 칸은 큰 소리 한번 없이 묵묵히 참아냈다.

사실 때때로 참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레이빌로 도망치듯 이사 오기 전까지의 삶이 그랬다. 하지만 그때마다 고통스러워하는 요한나와 시몬을 보며 칸은 다짐했다. 두 번 다시 주먹질을 하지 않으리라고.

아, 이런, 오늘 저녁엔 요한나가 달걀찜을 하겠노라 선언했는데 바로 그 달걀이 눈앞에서 깨지고 있다. 몸을 웅크리고 있던 칸이 잽싸게 몸을 움직여 과일과 달걀을 끌어안아 사수하는 참이었다.

“야! 너희들 안 비켜?! 경찰 아저씨! 여기예요, 여기!”

저렇게 우렁찬 소리를 낼 사람은 이 도시에서 단 한 명뿐이다.

라온 상점 주인의 손녀딸인 미카는 어릴 적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탓에 괄괄한 성격의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인지 유독 독립적이고 대담한 소녀가 되었다.

자신만이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다 믿는 미카는, 무력하게 견디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칸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이다.

“아이씨! 젠장, 또 쟤야? 야! 튀어!”

별안간 등장한 미카 덕분에 칸을 때리고 있던 소년들은 도망치듯 재빠르게 사라졌다.

미카는 국자도 뒤집개도 아닌 무언가를 손에 쥔 채 다급하게 칸을 일으켜 세웠다. 칸은 그저 큰 부상이 없는 듯 툭툭 옷을 털고 외려 미카의 등 뒤를 궁금한 듯 살피고 있었다.

“아저씨는 어딨어?”

“아저씨?! 무슨 아저씨?”

정신없이 달려와 선 미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네가 경찰 아저씨라고 불렀잖아.”

“아아, 그거? 거짓말이야. 저놈들 쫓아내려면 어쩔 수 없지.”

미카가 호탕하게 웃자, 때맞춰 끈적이는 무언가가 그녀의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꿀인 걸까, 설탕인 걸까. 칸은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쟤 크록, 그 녀석 무리 맞지? 쟤들은 언제까지 지 아버지 등에 업고 저렇게 유치하게 굴 거래?”

칸보다 더 성과 열을 내던 미카가 반응 없는 칸을 보더니 이내 초조해진 눈으로 그를 살폈다.

혹시 머리라도 맞은 거 아닐까. 안 그래도 느려터진 애가 다치기까지 하면 큰일인데.

“야, 너 괜찮아? 머리 아파? 이거 몇 개야.”

손가락을 두 개, 세 개를 번갈아 펼쳐가며 허공에서 열심히 흔드는 그때였다. 불쑥 예고도 없이 미카의 입술 가까이로 칸이 얼굴을 훅 들이밀었다.

“너한테서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

그 순간 당황한 미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놀랐는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뺀 그녀의 음성이 순식간에 올라갔다.

“얼굴 안 치우냐? 밤 조림 만들다 뛰어와서 그래!”

“너도 조림이구나.”

어젯밤 한창 조림 요리 자랑으로 기뻐하던 시몬의 얼굴이 떠올라 칸은 웃음이 났다. 영문을 모르는 미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리에 두 손을 올렸다.

“너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

“그럼 넌 왜 뛰어왔어.”

“네가 또 얻어터지고 있을까 봐.”

무슨 당연한 질문을 하나 싶어 미카가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칸이 뒷목을 쓸며 머쓱하게 웃었다.

“또라니. 내가 언제 그랬다고.”

“언제? 웃는 얼굴로 뻔뻔하긴. 크록 무리한테 그렇게 당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변죽 좋게 계속 웃는 칸의 모습에 미카는 어쩐지 화가 났다. 이러니 그레이빌 세컨더리에 다니는 아이들 모두가 칸을 향해 바보니, 멍청한 놈이니 멋대로 떠들어대는 것이다.

그런 미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칸은 찢어진 봉투 끝을 묶으며 말했다.

“네가 구하러 와줬잖아.”

“넌 가끔 보면……!”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멈춘 미카의 한숨이 제법 길어졌다. 자신조차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이 감정을 억지로 누르는 모양새였다.

그녀는 무던한 칸이 자신을 정말 친구로만 생각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맘대로 널뛰는 제 심장박동을 억누르려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그래. 진정하자. 칸은 친구다, 친구야.

“넌 분명 영악하거나 바보거나 둘 중 하나야.”

아니다. 바보인 게 맞다, 분명히.

“내가 없을 땐 어쩌려고 그래?”

“글쎄.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는데…….”

정말이지 그런 상상은 해본 적도 없다는 순진한 얼굴로 칸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레이빌에 도착한 그날부터 매일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까운 미카였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없다니. 칸은 정말이지 난처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가만 지켜보며 미카가 돌연 진지한 투로 칸과 눈을 맞췄다.

“칸, 언제까지 맞고 지낼 순 없어.”

“난 괜찮으니까 걱정 마.”

뭘 걱정하지 말라는 걸까. 이렇게 상처투성이인 몰골을 하고서.

미카는 어쩐지 불안해진 눈동자로 칸을 주시했다. 꼭 안심을 시켜주듯 그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칸이 고요하게 가라앉은 금빛 눈동자로 그녀의 두 눈동자를 마주했다.

“널 다치게 할 일은 없을 거야.”

그 말에 미카의 마음에 해일이 휘몰아쳤다.

그러니까, 누가 날 걱정하랬냐고.

“역시…….”

“응?”

“넌 바보가 맞아.”

미카는 신경질적으로 칸에게서 뒤돌아 앉아 깨진 달걀 껍질과 밟힌 야채들을 묵묵히 주워 담았다.

소녀는 이 한철 지나는 짝사랑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작정이었다.

“갈 때 밤 조림 좀 가져가. 아줌마가 좋아하시잖아.”

어느새 가라앉은 목소리로 차분해진 미카가 주워 담은 과일을 칸에게 내밀었다.

“미카야, 너도 내가 이상해?”

불쑥 들어온 예상 못 한 질문에 잠시 미카는 말문이 막혔다. 칸은 도대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미카는 그 마음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남들보다 비정상적으로 빨리 자라는 내가, 무서워?”

그렇다. 칸은 남들과는 다르게 분명 빠른 성장을 했다.

그의 잿빛 머리칼은 빛을 만날 때면 더욱 아름다워졌고 그 사이로 언뜻 비치는 은빛 브릿지는 보석처럼 반짝였다. 어깨는 넓어지고, 발은 더 커져 일 년에 다섯 번이나 신발을 바꿔야 했다. 칸을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그는 분명 빠른 편에 속했다.

하지만,

“정상, 비정상, 그런 건 누가 정하니? 그건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지은 단어일 뿐이야. 내 눈에 넌 그냥 ‘보통’이야.”

보통이라고? 칸은 태어나 처음 듣는 단어였다.

비정상, 악마, 귀신 붙은 아이, 재수 없고 음침한 존재. 그런 것들 속에서 ‘보통’이란 칸의 삶에서 너무도 먼 단어 아니었던가. 나는 보통일 수 있는 사람이었던 걸까. 칸은 미카의 말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샤락-

순간의 인기척에 기민하게 반응한 칸이 홱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칸의 반응에 이상함을 느낀 미카가 걱정스레 물었으나, 칸은 여전히 텅 비어 아무도 없는 안개 낀 거리를 샅샅이 훑고 있었다.

찰나에 보인 칸의 눈빛은 원초적이고도 동물적이었다.

“……칸?”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분명히 기척을 느꼈는데.

칸은 자신이 착각했을 거라 생각하며 미카에게서 음식이 든 봉투를 그제야 건네받았다.

허. 나자크가 약간의 긴장이 서린 미묘한 웃음을 뱉었다.

나자크가 몸을 숨긴 곳은 칸이 있는 거리에서 족히 3백 미터는 떨어진 거리였다.

“대체 뭐가 보통이란 거야.”

나자크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말도 안 된다. 저런 녀석이 보통이라니.

기리의 무언의 압박에 못 이기는 척 구해주러 나왔지만, 뜻밖에도 꽤 흥미로운 걸 발견한 기분이었다.

별안간 골목을 휘저으며 뛰쳐나온 미카란 소녀도, 그저 묵묵히 발길질을 당하고만 있는 칸도. 모든 것이 새롭고 의아하기만 했다. 인간들이란 원래 저렇게 살아가는 걸까.

“그레이빌의 악마라…….”

악마인지는 모르겠고, 사람인지는 확인해봐야겠는데.

무엇보다 바보처럼 저렇게 견디기만 하는 칸을 향해 악마라니.

그 소문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기인하는 거지.

나자크는 칸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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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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