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돌아보기 (4)
“아. 그리고 「만천화우」클리어 영상을 올리는 자는 정식으로 천마신교 입교자격을 주도록 하겠다.”
> 대충 입교 안 시켜주겠다는 뜻
> 그냥 안 시켜주겠다고 말해!!!
> 응 안할거야~~~
단천의 말에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말도 안 된다는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 한 번 도전해봐야겠네
> 저 정도면 많이 하다보면 되지 않을까?
> 천마신교 입교하려면 저 정도는 해야지 ㅋㅋㅋ
소수지만 정말로 도전해보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트리머의 게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만. 스트리머처럼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있는 법이기에.
‘언젠가 클리어자가 나오겠지.’
지금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다수인 것은 크게 상관없다. 클리어자 한두 사람이 나오고 나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될 터였다.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리드미컬 세이버는 여기까지다.”
“진짜 집에 가서 만천화우 클리어 꼭 찍는다.”
“나도.”
“진짜 조금만 더 하면 깰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장 지금 눈 앞에 있는 네 명만 해도 불가능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가능하다는 생각부터 하고 있지 않은가.
“열심히 하도록. 넷 중 1등으로 만천화우 클리어 영상을 올리는 사람은 훈련···.”
“훈련 면제권?”
“본좌와 언제든지 훈련을 할 수 있는 자유 훈련권을 상품으로 주겠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상품이잖아!”
쓸모없다니. 단천 자신이 해야 하는 개인 수련시간을 빼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어마어마한 서비스인데.
이토록 어마어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도 네 명은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럼, 1등 못하면 쪽팔리는 코스프레하고 인증하는 걸로?”
“아, 얼마 전에 개쩌는 스판덱스 스킨 본 거 있는데.”
“그럼 그거 받고 겜알못 인정하는 영상 찍는 걸로 하자고.”
‘그런 벌칙 영상을 찍을 바에는 본좌의 자유 훈련권이 더 좋지 않나?’
> 하긴 자유 훈련권같은 쓸데없는 것보다는 겜알못 인증 영상 받는게 쌉이득이지
> 사실상 자유 훈련권(폐종이)니까
자신의 자유 훈련권이 폐종이 취급을 당하는 것을 본 단천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중원에서 자신의 자유 훈련권은 무가지보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물건이었다. 선물을 받은 교도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소중하게 자신의 자유 훈련권을 보관했었다.
얼마나 소중하게 보관했던지, 실제로 자유 훈련권을 사용하는 교도가 한 명도 없을 정도였···.
흠흠.
단천은 이상한 곳으로 뻗어나가는 생각을 바로잡은 다음 헛기침을 했다.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정말로 자신의 자유 훈련권을 쓰레기 취급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비행기 게임에서 마지막까지 폭탄을 아끼는 그런 거.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결정적일 때 쓰려고 아꼈기 때문에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것일 뿐이다.
반박시 사파.
***
“그런데, 다음 게임은 뭐에요?”
“다키스트 에이지를 해 볼까 하는데.”
> 크
> 근-본 입장
> 다키스트 에이지ㅠㅠㅠㅠ기다렸다구ㅠㅠㅠㅠ
다키스트 에이지를 한다는 말에 다키스트 에이지의 열혈 추종자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다키스트 에이지는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열성적인 코어 게이머들이 많은 게임이다.
BJ천마라고 하면 다키스트 에이지의 게이머들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게이머이자. 범국가적인 규모의 초대형 스트리머다.
그런 게이머가 다시 다키스트 에이지를 플레이해준다?
고인물들 입장에서는 뉴비들을 끌어올 수 있는 초대형 광고나 다름없는 상태인 것이다.
[다에갓겜 님이 100,000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다키스트에이지 정말 초갓겜입니다 여러분 보시고 많이들 플레이해주세요 ㅠㅠㅠㅠㅠㅠ]
[다에2짱쉬워요 님이 3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ㅇㅈ 게임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개쉬움 신성력 컨텐츠도 나름 신박해서 개꿀잼]
“···이 사람들. 거짓말을 너무 많이···.”
다키스트 에이지에서 손꼽히는 고인물인 풀창고가 말을 하다가 멈췄다.
> 더 말해 봐
> 뭐라고요?
> 풀창고님 애청자입니다 ^^
자신의 방송을 오래 봐 오던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풀창고 방송의 개국공신들. 그들이 다키스트 에이지에 가지고 있는 애정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하시는군요. 다키스트 에이지는 어마어마하게 쉬운 게임입니다! 지금 설치하시고 게임코드방 ‘풀창고’에 오시면 뉴비 지원이 왕창 무료!”
> 입장선회속도 실화냐
> 거의 우디르인줄
> 낚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낚는 사람만 있는 다키스트 에이지 홍보 ㅋㅋㅋㅋㅋ
다키스트 에이지가 2가 나오면서 그 악랄한 난이도는 실로 어마어마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상태.
다키스트 에이지가 쉽다는 언플은 낚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고인물들만의 눈물겨운 낚시였던 것이다.
다키스트 에이지가 정말로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키스트 에이지. 정말 쉬운 게임이지.”
“······.”
딱 한 명만 빼고.
> 공포, 기괴, 혐오) 실제로 다키스트 에이지가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 하긴 천마님은 쉽게 하긴 했음
> 천마님 말씀 듣고 다키스트 에이지 구매했습니다 ^^
[포브스 님이 20,000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포브스선정 세상에서 리뷰 절대 믿으면 안 되는 게이머 1위 : BJ천마]
“반박하려면 다키스트 에이지의 엔딩이나 보고 이야기하도록.”
> 아니 선생님 다키스트 에이지2 엔딩 본 사람 수가 10명 겨우 되는데요??
“딱 적당하군. 천하십대고수쯤 되면 한마디쯤은 들어줄 수 있지.”
“듣고 나서는요?”
“반으로 갈라 버려야지.”
고작 천하십대고수가 자신의 말에 토를 달다니. 반으로 갈라져도 할 말이 없는 일이다.
“다키스트 에이지2를 실행한다.”
[다키스트 에이지를 실행합니다.]
다키스트 에이지를 실행하고 들어가자 오랜만에 보이는 정경이 언덕 아래로 펼쳐지고 있었다.
“오. 다키스트 에이지를 말로만 들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평화롭네?”
“거야 천마 형이 클리어를 했으니까 이런 거지. 평소에는 시체만 굴러다니는 곳이야.”
“그런데 이렇게 평화로운 세상이면 컨텐츠가 뭐가 있어?”
토끼가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게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클리어한 보스들과 싸워볼 수 있는 어비스 모드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어비스 모드란 게 있어?”
“본좌가 쉴 때에 종종 즐기는 모드다.”
단천이라고 해서 방송을 할 때에만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키스트 에이지의 경우에는 엔딩을 봤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팽개친 것은 아니다.
단천은 종종 이 세계에 돌아와서 시찰을 했다. 그러면서 게임 안에 숨겨져 있는 요소들도 몇 가지 찾아낼 수 있었따.
이 ‘어비스 모드’도 이 숨겨진 요소중 하나였다.
“준비하도록. 상상 이상의 즐거움이 가득할 테니까.”
BJ천마의 표정은 거짓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투명했다. 어비스 모드란 게 BJ천마 입장에서는 정말로 ‘즐거운’ 컨텐츠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BJ천마가 즐겁다고 느낄 정도의 컨텐츠라면···.
‘망했네.’
‘망했군.’
‘망했어.’
‘조졌다.’
> 망한 것 같은데요
> 천마님 공인 ‘즐거운’ 컨텐츠 ㅋㅋㅋㅋ
> 개꿀잼 예약이네 ㅋㅋㅋㅋㅋ
네 명의 표정이 암담해지는 것과 반비례해서 채팅창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보통 스트리머의 고통은 시청자들의 기쁨인 법이었으니까.
단천은 품에서 해골 모양의 장신구를 꺼낸 다음 내공을 주입했다.
내공을 주입한 해골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하며, 주변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어비스 모드에 진입하셨습니다.]
“누가 먼저 하겠나?”
“근데 이거 형평성에 맞아?”
풀창고의 물음이었다,
너나할 것 없이 플레이만 하면 되는 리드미컬 세이버와 다키스트 에이지는 다르다. 당장 정유채, 제로콜, 토끼가면은 다키스트 에이지를 많이 플레이해보지 않은 상태.
반면에 풀창고는 거의 종결급 장비들을 몸에 두른 상태였다.
물론 종결급 장비라고 해 봤자 무기가 전부다. 풀창고가 두르고 있는 장비가 팬티뿐이었으니까.
“그 팬티. 좋은 거야?”
“호화 장비를 때려박아서 20강까지 만들었지. 사실상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팬티라고 봐도 무방해.”
“그거, 다른 데서 오는 공격도 막아져?”
“되겠냐. 팬티쪽으로 오는 공격만 막아지지.”
“천마 형의 자유 훈련권이랑 비슷한 정도의 활용도네.”
> 말이 심하잖아 ㅋㅋㅋㅋㅋ
> 어떻게 팬티랑 자유 훈련권이랑 비교하냐 ㅋㅋㅋㅋ
> ㄹㅇ 팬티가 자유 훈련권보다는 쓸모있음
“방금 마지막 말 한 놈. 나오도록.”
단천의 살기가 넘실대거나 말거나 범인이 등장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풀강까지 강화한 무기를 들고 있는 풀창고와 다른 세 명이 동일한 상태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상태.
하지만 단천의 표정은 딱히 상관 없다는 투였다.
“상관없다. 어비스 모드를 안 해 봤나?”
“방금 처음 들은 모드야. 그 해골은 어디서 얻어?”
“심연의 지옥에서 노 데미지 클리어를 하면 얻을 수 있다.”
“심연의 지옥? 몬스터들 끝도 없이 나오는 거기?”
“끝이 없지는 않다.”
“나 거기서 12시간은 버텼는데?”
“고작 12시간이라니. 좀 더 버텨 보도록.”
“···..메모해둘게.”
> 풀창고 뉴비였네 ㅋㅋ
> 풀창고(다키스트 에이지 3만 시간, 뉴비)
> 아무튼 풀창고랑 다른 세 명 장비 차이가 극심하다는 건 팩트 아님?
> 심연의 지옥 12시간도 사람새끼 아닌 수준인데 ㅋㅋㅋㅋ 그게 뉴비취급을 받네 ㅋㅋㅋㅋ
“이 어비스 모드는 장비가 평등하게 쓸모없어진다. 아이템을 확인해보도록.”
자신의 아이템창을 확인한 풀창고의 눈이 커졌다.
“내 휘황찬란하고 위대한 영원불멸의 팬티가 그냥 팬티가 되다니!”
> 와 심했다
> 풀창고 저거 만들려고 500시간은 갈아넣었는데 ㅋㅋㅋㅋ
> 이제 ㄹㅇ 자유 훈련권급 장비로 격하됐네
> 자유 훈련권 = 풀창고 팬티
자유 훈련권 비하가 극에 달하는 모습을 불평스럽게 바라보던 단천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물론 장비를 쓸 수 없게 된 만큼의 반대급부도 존재한다.”
단천의 손끝에서 새하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극에 이른 삼매진화였다.
“이곳에서는 내공의 사용이 극한으로 자유로워지지.”
“내공?”
> 신성력 말하는 거임
> 천마님만 신성력보고 내공이라고 부름 ㅋㅋㅋㅋ
> 아무도 내공이라고 안 불러주는데 꿋꿋하게 밀어붙임
“본좌가 내공이라고 하면 내공인 것이다.”
단천은 반란을 진압한 다음 삼매진화를 더욱 끌어올렸다. 새하얀 불길의 크기가 더욱 커다랗게 타오르며 공중에 글씨를 새겼다.
건건드러지는 영원제일인이라는 글자가 허공에 쓰여졌다.
“내공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에게 더욱 유리한 방식이다. 그러니 오래 살아남도록.”
“천마 사부. 오래 살아남으라니. 그게 무슨 말···!”
토끼가면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토끼가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닥이 갈라졌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네 명의 비명과 함께 바닥이 부서져내렸다. 떨어져내리는 네 명.
그리고 함께 떨어졌어야 할 단천은.
“쯧.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풀창고는 허공답보도 못 하다니. 게임을 헛했군.”
유유자적하게 허공에 머무르며 떨어져내리는 네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