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81화 (181/212)

41. 운석 충돌 (4)

떨어져내리는 운석을 바라보던 단천은 몸에 주사를 박아넣었다.

[혈관에 능력 앰플이 흘러듭니다.]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폭증합니다!]

다음.

[혈관에 능력 앰플이 흘러듭니다.]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폭증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혈관에 이능 앰플이 들어갈 때마다 몸의 기감이 한층 더 올라간다. 내공또한 한층 더 많아진다.

우드득! 드득! 단천이 입고 있던 옷이 근육량의 증가로 여기저기가 뜯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 이거 도핑으로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님?

> 어디 신고할 건데? 전국체육연맹?

> 응 거기 아포칼립스때문에 망했어 ㅋㅋㅋㅋㅋ

“쯧. 근육이란 큰 게 전부가 아닌 것을.”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오른 것을 본 단천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제조한 약물이 완벽한 물건은 아닌 모양이다. 하긴, 가볍게 얻어진 힘만큼 반작용이 큰 것 또한 없는 법.

극도로 올라간 신경은 주변을 맴도는 파도의 파고 하나하나, 바람결 하나하나를 감지할 정도로까지 올라왔다.

‘나쁘지 않군.’

이 정도라면 극마를 넘어서 탈마의 경지에 갓 올라섰을 때의 능력과도 비슷한 상태다.

이런 기감의 증대에 익숙치 않은 자라면 머릿속에 파고드는 정보량으로 인해서 격통을 느꼈을 것이다.

[신경회로의 혹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메디컬 테스팅]

실제로도 VR캡슐에서 혹사 가능성을 점치고 있을 정도의 상태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테스팅 결과, 정상입니다.]

‘신화경에는 발끝도 미치지 못하는군.’

이 정도는 단천에게 있어서 아무 것도 아니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읽어내며 반경 십 장 내에서는 전지全知에 가까울 정도로까지 뇌를 혹사하는 신화경.

그 신화경에 발을 디뎠던 단천에게 있어서 이 정도의 기감은 두꺼운 장갑을 낀 채 머리카락을 잡는 것 정도의 감각에 불과했다.

툭. 마지막 앰플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후우우우.

[모든 능력치가 한계까지 올라갑니다.]

[신체의 경화가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자. 와 보도록.”

단천은 떨어져 내리는 운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운석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5분 가량.

드디어 떨어져내리는 운석의 크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 뭐냐 저게 ㅋㅋㅋㅋ

> 생각보다 너무 큰데???

> 저걸 어케 막아 ㅋㅋㅋㅋ

> 지금이라도 돔황챠ㅑㅑㅑㅑㅑㅑ

운석의 크기를 본 시청자들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하지만 단천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작구만.”

> 어디가 작은데 ㅋㅋㅋㅋㅋㅋㅋ

“작지. 그럼 안 작나.”

중원에서 박살냈던 운석의 크기는 저것의 네다섯 배는 됐는데. 단천은 다소 실망스러운 눈으로 운석을 노려봤다.

심지어 안 그래도 작은 운석은 더 작아질 예정이었다.

[미사일 발사 완료됐습니다! 착탄까지 10초!]

[전탄 발사완료!]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미사일 발사됐대요!”

“본좌도 다 듣고 있다.”

콰아아앙!

단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폭발이 운석의 옆구리에서 터져나왔다.

폭발로 터져나오는 충격파. 거대한 풍랑이 주변을 뒤덮었다. 배가 뒤집힐 듯 흔들거렸다.

“꺄아아악!”

“호들갑은. 안 뒤집힌다.”

> 선생님? 지금 배가 직각으로 서 있는데요???

거대한 파고에 배가 직각으로 서 있는 상태.

“귀찮게 하기는.”

쾅! 단천의 발경이 배의 갑판을 두들기자 솟구쳤던 배가 그대로 균형을 찾았다.

> 뭐고 어케한거임

“발경으로 배의 균형을 되찾은 거다. 배가 뒤집힌 만큼 반대로 돌아가게 힘을 조절하면 된다. 간단한 기술이지.”

> 말만 간단한데 이사람 설명 원래 이따위임?

> 천마님 방송 처음 봄?

>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 이 정도면 평소 천마님이네요

다시 균형을 찾은 배 위에서 단천은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수없이 많은 미사일에 직격당한 운석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조각들은 대기권에서 불타 사라지고 있었으나. 여전히 거대한 한 조각만큼은 온 세계를 부숴버릴 듯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군.”

> 어디가 다행이냐고요

> 근데 떨어지는 방향이 좀 이상한데?

“운석 떨어지는 방향이 바뀌었어요!”

“보고 있다.”

수없이 많은 미사일에 직격당한 탓에 당초 떨어져야 하는 장소에서 꽤 벗어난 곳으로 운석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 조졌다

> 운석 : 너 없는 곳으로 떨어질 건데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ㅋㅋㅋㅋㅋ

> 니가 뭘 할 수 있냐고 ㅋㅋㅋㅋ

“어떡해요! 배로는 저기까지 가기도 전에 운석이 충돌할 텐데!”

운석을 부술 수 있는 힘이 있어도 운석이 있는 곳에 있을 수 없다면 모든 것이 무용한 일.

그러나 운석을 부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운석이 도달하는 곳에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단천의 신형이 배 위에서 솟구쳐 풍랑이 가득한 바다 위로 떨어져내렸다.

> 헤엄쳐서 가려고?

> 절대 못 감 ㅋㅋㅋㅋ 거리가 얼만데 ㅋㅋㅋ

헤엄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바다 위에 도착한 단천의 몸은 젖지 않았다.

BJ천마의 몸이 헤엄치는 대신 바다 위를 마치 평지라도 되는 것처럼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 ???

> 무슨 물 위 달리는 도마뱀이냐 ㅋㅋㅋㅋ

> 능력치 올랐다고 저게 되는 거냐??

> 안 될 건 뭐임 손으로 배도 뒤집는데 ㅋㅋㅋㅋ

> 듣고 보니 진짜로 그렇네;

[뉴비님이 $ 400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개쩐다;; 저도 이거 연습해 봐야겠네요.]

> 아니 좀 저딴거 연습좀 하려고 하지 마 ㅋㅋㅋ

“호들갑떨지 마라.”

단천은 짧게 대답했다. 물 위를 평지처럼 걸을 수 있는 등평도수登萍渡水쯤이야 평범한 고수라면 할 수 있는 일 아니던가.

물론 집채만한 파고가 일렁이는 바다 위에서의 등평도수의 난이도는 잔잔한 강이나 연못 위에서 펼치는 등평도수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어려운 일이기는 했다.

아마 이것을 평범한 등평도수라고 지칭하는 것을 강호의 난다긴다하는 경공 고수들이 봤다면 게거품을 물고 반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지금 등평도수를 펼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단천이었다. 아무 발 디딜 곳 없는 곳도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공허도에 도달했던 천외천의 인간에게는 파도가 치건 말건 등평도수는 등평도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콰과과과! 단천의 몸이 바다를 가로지르며 운석이 떨어져내리는 곳을 향해 질주했다.

[운석 충돌까지 남은 시간 : 1분]

시간을 볼 필요도 없었다. 극한까지 다듬어진 기감이 운석이 바다 위에 충돌할 것을 예지하고 있었으므로.

운석이 떨어질 위치에 도착한 단천의 신형이 하늘을 향해 솟구쳐올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발검.

고오오오오!

단천의 뽑힌 검에서 흑색의 강기가 아롱아롱 피어올랐다.

천마신공은 심법, 보법, 검법. 세 가지로 나뉜다. 보법은 실전되었으나 그 이름만큼은 드높다. 심법 또한 천상의 것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무림인들이 높게 평가하는 것은 다름아닌 천마신공의 검법이다.

이 검법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검법은 무엇일까.

중원의 무림인들에게 천마신공의 검법 가운데 가장 유명한 초식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백이면 백 하나의 초식명을 대답할 것이다.

천마신공 제 이초.

파천마검.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검은 빛의 강기가 너울거리며 BJ천마의 검에서 뻗쳐나왔다.

그리고 이 흑색의 검채가 향하는 곳은 다름아닌 운석의 중앙부였다.

콰드드드드득!

흑색의 강기가 운석의 몸체를 부서뜨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작디작은 균열이었으나, 이 균열은 이내 운석의 좌우를 나누는 거대한 직선이 되었고, 이 직선은 수없이 뻗어나가 운석의 몸체 전부에 거미줄같은 균열을 만들어냈다.

“버러지같은 돌멩이 따위가 하늘 위에서 본좌를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다.”

쩌저저저적!

운석의 본체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산산히 부서져내리기 시작했다.

[운석 충돌까지 남은 시간 : 0초]

[해일 시작까지 남은 시간 : 0초]

줄어들던 타이머가 0초를 가리켰다. 원래라면 종말이 발생해야 할 시간. 하지만 종말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저 산산히 부서진 운석들이 제각각의 빛을 내며 별똥별로 산화해 사라져갈 뿐.

미래라고는 없을 것 같던 회색빛의 하늘 너머로 찬란한 빛무리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운석이 파괴되었습니다.]

[운석으로 발생해야 할 해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 ㅗㅜㅑ

> 와

> 개예쁘네 ㄹㅇ

[미션맨 님이 $ 100,000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관람료 지급합니다.]

[내일은다이어터 님이 $ 1000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진짜 내가 뭘 본 거야]

[종말겜매니아 님이 $ 100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종말겜···이렇게 하는게 아니라고···(사망)]

후원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화면이 다 가려질 정도로 이어지는 후원금에 단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후원금 메시지 축소는 불가능한 건가.”

평소라면 후원금 메시지를 작게 만들었을 텐데. 지금은 기부방송 중이다. 후원자들의 후원을 함부로 줄일 수 없도록 방송이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 그보다 포인트는 얼마나 주는 거지?

> 운석 부쉈는데 10만포인트정도는 주지 않겠냐?

> 운석 부순게 고작 10만포인트냐 ㅋㅋㅋㅋㅋ

[데이터베이스에서 적절한 포인트가 없습니다.]

[포인트 산정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도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건가.”

> 당연히 없죠

> 있겠냐고

> 생각해보니까 없는 게 당연하지 ㅋㅋㅋㅋ

“운석을 만들었다면 당연히 운석을 부수는 공략도 생각해야 하는 게 게임 메이커로서의 당연한 자세 아닌가?”

종말 생존자를 만든 제작진이 들었다면 발작을 하면서 뒤집어질 말을 뻔뻔하게 한 단천은 고개를 만족스럽게 까딱였다.

“아무튼 한 번에 해일까지 막아냈으니. 일타이피 그 자체로군.”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던 단천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몸의 상태가 이상한데.’

주변의 모든 것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던 기감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동시에 이어지는 신체 전체를 휘감는 격통.

[능력 앰플의 부작용이 시작됩니다!]

[능력 앰플의 부작용이 중첩됩니다!]

[능력 앰플의 부작용이 중첩됩니다!]

···

10개나 되는 능력 앰플을 사용한 부작용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빌어먹을.”

단천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얼마나 몸이 연약하길래 겨우 이 정도 무위를 선보인 것으로 몸이 비명을 지른단 말인가. 이래서 평소 수련이 중요한 것이다. 꼬박꼬박 제대로 수련을 했다면 이 정도 부작용쯤이야 감기 한 번 앓은 정도로 끝낼 수 있는 것을.

물이 들어와도 노를 저을 근육이 없다면 배를 제대로 운행할 수 없는 법.

하루 16시간씩 매일같이 수련을 하는 정도의 평범한 수련량조차 채우지 않는다면 기연이 와도 제대로 붙잡을 수가 없는 것이 인간사.

풍덩! 바다 위에 서 있던 단천의 몸이 바닷속으로 떨어져내렸다.

“천마 감독님!”

귓가로 들려오는 희미한 청연의 목소리를 들으며, 단천은 주변의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능력 앰플의 부작용으로 깊은 가수면 상태에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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