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35화 (135/212)

30. 1위 쟁탈전 (1)

무림인들은 자신의 내면 안에 검을 벼린다.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내면 안에 검이 없는 자는 무인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했다.

─ 허허. 시주는 평생 불자로 살아온 빈승 안에 있는 심상을 검이라고 하시는 게요? 그리 흉악한 물건을 본승은 키운 적이 없소이다. 그런 것은 평생 칼밥을 먹어온 악귀인 천마에게나 있는 것이지요.

─ 혓바닥 놀리는 걸 보면 검이 아니라 뱀을 키우는 모양이라니! 무어라! 여기서 왜 달마가 나오는 게요! 심상에 문제가 있다면 빈승의 문제지 달마와는 관계없소이다! 당장 취소하지 못할까!

─ 취소를 못하겠다니! 이 빌어쳐먹을 자가 끝끝내 본승으로 하여금 살계를 열게 만드는구나!

무명승은 이 검을 끝끝내 검이 아니라 심상이라고 우겨댔다. 결국 몸으로 하는 논검에서 단천이 승리를 거뒀다.

그 이후로 모든 무림인들의 안에 검이 있다는 사실은 정설이 되었다.

후우우.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은을 움켜쥔 단천의 입에서 긴 호흡이 뿜어져 나왔다.

주변에 있는 어떤 것이라도 베어넘길 것 같은 살기와 집중력.

> 분위기 ㅁㅊㄷ

> 이것이 ‘전력’···?

테스팅을 하고 있던 설치기사의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캡슐 너머의 BJ천마의 움직임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뿜어져나오는 기세는 캡슐로는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테스팅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동체시력 테스트가 시작됐다. 눈 앞에서 이전처럼 흔들리는 점을 따라 단천의 눈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예측할 수 있는 속도로.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던 점이 이내 예측불허의 움직임으로 변해나갔다.

하지만 BJ천마의 눈은 아주 작은 순간도 점을 놓치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 아까랑 다른 걸 모르겠는데

> 이거나 그거나 똑같이 미친것 같은데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전 판과 이번 판의 단천이 다른 점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던 설치기사. 최인호만큼은 지금의 BJ천마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반응 레이턴시가 거의···0초에 육박한다.’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뉴런의 전달속도는 무한하지 않다. 생각에서 움직임으로 넘어가는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눈으로 물체를 확인하고, 눈으로 따라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연산속도도 존재한다.

즉, 이론상 만들어질 수 있는 반응 속도는 대략 0.1초 내외.

하지만 지금 BJ천마의 반응 속도는 0.1초의 한참 아래를 밑돌고 있었다.

‘어떻게?’

알 수 없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도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불가능하다고 상상은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눈 앞에서 실제로 그 불가능이 펼쳐지고 이었기에.

최인호는 지금 나오는 데이터를 모조리 저장하기 시작했다. 오늘 TG에 복귀하고 나면 BJ천마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하자는 보고서를 적을 생각이었다.

[동체시력 테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반응속도 : 100/100]

[시야각 : 100/100]

[초점이동 : 100/100]

[방향전환 : 100/100]

[예측능력 : 100/100]

[총계 : 500 (상위 0.000000%)]

> 만점

> ㅅㅂ 미쳤다

> 상위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온 결과창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했다. 전 점수가 100점 만점이라는 결과. 거기에 상위 0%라는 수치까지.

“나쁘지 않군. 그럼 나머지 테스트도 계속해 볼까.”

***

[오버파워 점수 총계 19500/20000]

> ㄹㅈㄷ

> 오버파워 점수 1.9만점 ㅋㅋㅋㅋ

> 인간이 아니무니다 ㄷㄷㄷ

BJ천마가 모든 테스팅을 마치고 나온 오버파워 점수는 19,500점. 감점된 500점조차 신체능력이 아닌 ‘전략전술’이나 ‘판단능력’에서 감점된 것이다.

“쯧. 만든 놈들이 조금만 더 생각이 있었더라면.”

> 딱 봐도 함정인 곳으로 달려든 천마님의 문제 아닐까요

“그래서 다 베어버렸잖느냐. 그러니 함정이 아니게 된 셈이지.”

> 보통 그런걸 전략전술능력이 부재하다고 합니다

>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함정따위 안 통하는 무력을 가지면 된다!!

> 오늘도 개꿀팁 감사합니다!!!

> 저게 팁이냐 ㅅㅂ 돈걱정 없이 사는 법 : 빌게이츠 되기랑 뭐가 달라

> 개꿀팁 : 돈 걱정 없이 살려면 빌게이츠가 되면 된다··· 메모···

> 너네 나 화나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전략전술과 판단능력은 매 순간순간에 적확한 판단을 하는 테스트다.

문제는 단천이 내린 판단들이 오버파워 점수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는 데 있었다.

아무래도 이 테스팅을 만든 자가 심각하게 전략전술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는 것이 분명했다.

단천은 중원 최고의 두 두뇌. 서윤학과 제갈운조차 바둑으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전략에 뛰어난 인간이었다.

물론 다소 단천이 불리할 때마다 상대의 팔이 격공섭물로 뒤틀리는 사소한 운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이긴 것은 이긴 것.

그런 뛰어난 전략전술을 가지고 있는 단천의 전략능력이 저렇게 낮다는 것을 단천은 인정할 수 없었다.

단천은 언젠가 오버플로우를 만든 사람을 만나 전략이란 게 무엇인지 알려주겠다는 생각을 하며 테스팅을 마무리했다.

[오버플로우 점수를 기반으로 최적화 작업을 진행합니다.]

[신체 작동을 최적화합니다.]

[반응 레이턴시와 화면을 동기화합니다.]

[눈의 반응속도에 맞추어 주사율을 높입니다.]

···.

테스팅이 끝난 다음 점수와 반응을 기반으로 한 최적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꽤나 높은 성능의 컴퓨터가 사용되는 기기인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의 정밀한 작업이었다.

[최적화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최적화 작업을 끝낸 단천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몸을 움직이던 단천의 입에서 가벼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본좌의 몸과 다름없을 정도의 움직임이로군.”

현재 환골탈태를 거친 단천의 몸과 거의 다름 없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 정도라면. 지는 것이 상상이 안 되는군.”

> ?

> 원래도 천마님이 지는 건 상상할 수 없었는데오

> └이거 맞지;

***

파죽지세.

BJ천마의 전적을 그대로 말하는 네 글자였다. 안 그래도 피지컬만으로는 비길 사람이 거의 없다는 수준의 피지컬을 가지고 있던 것이 BJ천마였는데, 그 피지컬을 가로막고 있던 전력 제한이라는 장애물이 사라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ㅋㅋㅋㅋ BJ천마 전승가도 끊길 거라던 놈들 다 어디감??]

[양학으로 전승은 누구나 할 수 있다(실제로 한 말)]

[실제) 죄다 부수고 다님]

랭크 게임이 열린지 어언 28일. 현재까지도 BJ천마의 연승행진은 부서지지 않고 있었다.

87전 전승. 심지어 30전 이후의 승리들은 티어가 변별되고 최상위권 플레이어들과의 대전만 걸렸는데도

승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절대적인 판수는 다른 게이머들에 비해서는 적었다.

그러나 판수가 적다고는 해도 단천이 받고 있는 승수는 모조리 연승 보너스를 받는다.

한 번도 연승이 깨어지지 않은 덕분에 플레이타임이 지칠 정도로 많은 다른 게이머들보다도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모든 플레이어를 제친 것은 아니다.

[현재 천공 랭크 순위]

[Rank 1. 백건 (C-1 2187P)]

[Rank 2. BJ천마 (C-1 1992P)]

[Rank 3. 이불밖은위험해 (C-1 1087P)]

“흐음.”

단천은 랭크표를 보며 휴대폰 스크롤을 끌어올렸다.

계속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1명, 백건이라는 플레이어가 자신 위에 남아 있었다.

1위에 랭크되어 있는 백건또한 엄청난 실력을 보여준다는 소리를 단천 또한 들어왔다. 구태여 알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채팅창과 후원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백건 VS BJ천마. 둘의 성향과 플레이스타일은?]

[올라운드 팀플레이어 vs 솔로 하드 캐리머신. 첫 천공의 1위 플레이어는?]

심지어 단천과 백건을 비교하는 기사까지도 여럿 나올 정도였으니까. 백건이 갖는 어마무시한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단천 또한 알고 싶지 않아도 백건에 대해서 이런저런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백건의 승률은 93%. 단천의 100%에 비한다면 부족한 숫자다. 하지만 AOS 게임이 팀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정말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는 판이 아니라면 무조건 이기는 수준에 가깝다고 봐야 했다.

물론, 이런 승률이 나올 수 있는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천공’이라는 게임이 갖는 방향성에 있었지만.

보통의 AOS게임은 한 개인이 캐리할 수 있는 역량을 제한한다. 아무리 잘 성장해도 한계가 있고, 할 수 있는 플레이에 리미트를 걸어놓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반면 ‘천공’의 성장은 이러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 게이머가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는 실로 압도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팀운이 아무리 안 좋아도 자신만 잘하면 게임을 집도할 수 있는 요소가 숨어 있다는 뜻이다.

“실력이 뛰어난 건 맞는 모양이군.”

단천은 아직까지도 백건과 마주치지 못했다. 서로 플레이하는 시간이 낮과 밤으로 극도로 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랭크 게임은 막바지에 도달해 있다. 남아 있는 날짜는 단 하루.

랭크 포인트의 차이는 대략 200점 가량. 승수로 따지자면 10승 정도의 차이다.

물론 이 게임차이는 ‘10승’만으로 메워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이기는 동안 백건또한 이겨 나갈 테니까.

결국 승수를 쌓는 것만으로는 남은 시간동안 점수차를 메울 수 없을 것이 확실시된다.

물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씁. 몸 컨디션 망가지는 거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아침에 방송해서 저녁이 되기 전에 방송을 끈다. 이것은 단천의 원칙중 하나였다. 칼같이 지키는 원칙은 아니다 몸 컨디션을 유지하고 수련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 관리의 원칙.

하지만 칼의 세계를 살다 보면 밤에 싸워야할 때도 존재하는 법.

단천은 휴대폰으로 트인낭에 접속한 다음 공지를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오늘 방송일정은 밤 12시까지다.]

단천이 백건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직접 놈이 플레이하는 시간대를 찾아가는 것이다.

랭크 점수가 높은 상황에서는 굳이 저격하지 않아도 서로가 만날 확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그러니, 백건이 플레이하는 시간대로 옮기기만 해도 놈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놈을 만나서 이긴다면 단천 자신의 점수는 올라가고, 백건의 점수는 내려간다.

그러니 1승이라도 실상은 2승을 하는 효과를 얻는 셈.

“단순히 다른 플레이어들을 이기는 것으로 점수를 메울 수 없다면. 직접 가서 부숴버리면 된다.”

천하제일인을 따지는 호사가들이 직접 안 붙어봤으니 모른다고 지껄일 때 단천이 했던 방법이 있었다.

실제로 자신 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놈들을 직접 가서 이겨버리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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