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28화 (128/212)

27. 랭크 게임 (3)

[트리플 킬!]

“?”

“트리플 킬?”

“뭐야. 아직 미니언도 안 나왔는데?”

트리플킬이 터져나오자마자 동군의 아랫 라인은 당황에 빠졌다. 여러 명이 서는 라인에서 한명을 잡아내는 경우는 종종 일어난다. 그런데 그 반대 상황이라니.

“이런 젠장! 대체 탑에서 뭐하는 거야?”

서군의 솔로 라이너가 욕을 입으로 내뱉었다. 가만히 서 있었는데 게임이 터졌으니 청천벽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탑에 다이브했다가 죽었나 본데요?”

“그러게 1레벨부터 다이브를 하려고 하냐.”

“근데 이제 뭐하죠?”

“꽁승 개꿀이네요. 이대로만 갑시다!”

반면 동군의 기세는 엄청나게 올라갔다. 기대도 안 하고 있던 탑 라인에서 무려 트리플 킬이 터져나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바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그 때.

“네 명을 못 죽이다니. 좀 아쉬운 일이군.”

> 아니 네 명 못 죽였다고 아쉬워하냐 ㅋㅋㅋㅋㅋ

> 후··· 천마님 실망입니다··· 고작 트리플 킬이라니···

> 기준점이 왜 이따위임 ㅋㅋㅋㅋㅋ

단천은 쿼드라킬을 하지 못해서 아쉬워하고 있었다. 네 번째 적과의 거리가 꽤 있었던 점과, 트리플 킬이 나오자마자 부리나케 적이 도망친 탓에 킬각이 나오지 않았던 탓에 쿼드라킬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 그지없었다.

[천공뉴비 님이 1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근데 방금 그 지역에서 시야각 안 나온다는 건 어케 아신 거임?]

> 그러게

> ㄹㅇ; 어케 알았누

후원으로 올라온 메시지. BJ천마의 기가 막힌 시야 플레이에 대한 질문이었다. 천공에서 BJ천마가 보여주는 ‘꿀팁’을 기대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꽤 많다.

그러니. 답변해주는 것이 좋다.

“전장에서 적당한 만큼 구르고,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재능만 있다면 이 정도는 지형을 보자마자 생각할 수 있다.”

> 간단요약 : 다시 태어나면 됨

> 아주 좋은 팁이네요 인생 리셋하러 갑니다 ^^

> 아니 재능탓 하지말고 어케하는지 가르쳐달라고

> 개킹받는다 진짜

단천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아주 초보적인 재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장에서 적당할 만큼 구르는 것’인 것을.

‘대충 생사의 기로를 30번 정도 오가면 되려나.’

방금 단천이 한 정도 플레이라면 단천 자신이 아니라 혈귀단의 누구를 데려다 놔도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혈귀단에서 가장 재능이 떨어지던 무능귀재 오현성도 생사의 기로를 오가는 전투를 서른 번 정도 겪고 나서는 나름 봐 줄만 한 수준의 무인이 됐었다.

─ 생사의 기로를 몇 번 겪었는지 물으신 겁니까? 대충 서른 번쯤 겪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 구체적으로 말입니까? ···남만의 야수궁에서 고립됐을 때 한 번, 뇌옥마귀를 잡으러 나갔을 때 한 번. 나머지 스물여덟 번의 생사기로는 단주와의 수련에서 겪었습니다.

─ 단주. 마음껏 고마워해도 된다니.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십니까?

진짜 내가 조금만 더 능력이 있었어도 단주를 육회를 떠서···.

이 말을 뱉은 날 오현성은 서른한 번째 생사의 기로이자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생사의 고비를 넘겨야 했다.

오현성은 자신이 강해진 데에 대한 고마움을 전혀 표시할 줄 모르던 배은망덕한 단원이었다.

대부분의 혈귀단 단원이 그 모양이었으니 딱히 특별할 일은 아니긴 했지만.

“아이씨. 개같네.”

“와. 방금 플레이 매드무비에 나올 수준이었음.”

“걍 운빨이잖아!”

“아니. 그냥 상대편 잘 한걸 인정하자는 겁니다.”

트리플킬을 당하는 순간 도망쳐서 혼자 살아남았던 로맨스겨울이 팀원들을 다독였다. 로맨스겨울은 나름 AOS를 오래 해 온 몸이었다.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대의 실력에 대해서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무빙 자체가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

시야에 가려서 자신 팀의 탱커, ‘밥만먹고탱커만함’을 잡아내는 모습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BJ천마는 두 번의 검격만으로 달려든 메이지와 원딜을 무력화시키고 잡아냈다.

‘거의 프로권의 실력자다.’

“상대 레벨도 방금 트리플 킬 주면서 확 올랐을 거에요. 최대한 사리면서 오브젝트 생성때 뒤집어 보죠.”

“진짜 운 좋은 줄 알아라!”

처음에 황소처럼 달려들던 밥만먹고탱커만함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덤벼들지 않는 모습을 보며 단천은 눈을 샐쭉하게 떴다.

“자신들의 실력을 아는지 덤벼들지 않는군. 탑의 이름을 자칭할 자격도 없다. 비겁한 놈들 같으니.”

> ?

> 대체 이 상황의 어디가 비겁한 거죠

> 마! 탑에 처음 오나!

> 탑은 눈마주치면 싸워야됨 ㅡㅡ

> 남자들의 라인이 바로 탑인 것을 ㅉㅉㅉ

> 아니 탑을 대체 뭐로 보는 거야;; 탑에 정신병자만 사는 줄 아나;

> 애초에 여기 탑 아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니언이 생성됩니다!]

그렇게 라인전이 시작되었다. 라인전에서 상대는 4명인데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라인 경험치만을 챙겼다. 4:1의 상황이라 공격을 할 수도 있을 텐데도 집요하게 수비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짜증나네.’

타게팅 스킬이라는 것이 주는 귀찮음은 상상을 초월했다. 처음에는 시야각을 사용해서 킬을 가볍게 따 낼 수 있었지만 그런 상황이 언제나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야가 확보되는 평지에서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가는 이어지는 스킬 연타에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이건 탑 라인전이 아니다!”

> 이 방 처음 와서 그러는데 보통 탑 라인전이 이러지 않냐

> 서로 꼬라보기만 하는 하남자들의 싸움

> ㄴㄴ 천마님은 그냥 1:1로 도살하고 적 정글 오면 따고 미드 오면 따는 라인전만 함

> 무슨 여포도 아니고 ㅋㅋㅋ말이나 되냐 ㅋㅋㅋ

> 고작 여포따위와 천마님을 비교하다니; 닥눈삼하셈

> ㅇㅋ;;

[곧 해골 폐광이 열립니다!]

[30초 뒤 해골 폐광으로 위치가 전이됩니다!]

단천이 눈살을 찌푸리며 적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해골 폐광」맵의 핵심 오브젝트인 해골 폐광이 열린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폐광 열리네

> 이거 폐광이 진짜임

> 라인전은 전초전 느낌이긴 하지

> 본 스테이지 열린다!!!

채팅창에서 해골 폐광에 대한 채팅이 다수 올라왔다. 이미 폐광맵을 해 본 시청자들이 말하는 채팅이니 틀리지는 않을 거다.

게다가 맵의 핵심 오브젝트가 얼마나 강한지는 이미 혹한의 성지를 통해 경험한 상황.

핵심 오브젝트라는 것은 일종의 기연인 것이다.

그리고 기연을 참는다면 무인이 아닌 것이다. 단천은 중원에서도 기연이 나타났다 하면 단 한 번도 빠져본 적이 없었다.

또한, 나타난 기연을 빼앗겨본 적 또한 없었다.

“그러니 이번 기연또한 나의 것이다.”

> 독식선언 ㅁㅊㄷ

> 아니 이거 팀 게임이라고;;

***

[폐광이 열렸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전이되었습니다!]

[폐광이 닫히기까지 3분 남았습니다!]

“BJ천마님 나이스입니다!”

“와, 트리플킬! 개나이스에요!”

“저희 공성 거의 다 끝나갑니다! 조금만 버텨 주세요!”

전이가 되자마자 BJ천마를 향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트롤러가 분명해 보였던 인간이 트리플킬을 해먹었으니 환호성의 크기가 클만도 했다.

“그보다. 이곳은 어디지?”

“아. 브리핑을 안 해 드렸구나. 여기는 ‘폐광’이에요. 여기서 해골들을 처치하면 저희 편의 공성해골의 힘이 강해지죠. 그것 말고도 안에 있는 네임드 해골들을 잡으면 능력치 상승이나 사용형 아이템들을 주기도 해요.”

“그렇군. 그 아이템들을 줍는 게 중요하다는 거군.”

“네? 아니에요. 초반에는 네임드 해골이 강력하니까 최대한 일반 해골을 잡아 나가면서 상대방을 견제하는 게···어디 가요?!”

유혹의병뚜껑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BJ천마가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기 때문이다.

> 어디 감?

> 이 맵 처음 아님? 오더 듣는게 좋을 것 같은데

“본좌는 본좌보다 약한 자의 말은 듣지 않는다.”

뒤에서 말이 들려오거나 말거나 단천은 자신의 감에 따라 걸음걸이를 옮겼다. 상단전이 보여주는 ‘길’이 보이고 있었으니까. 오더를 듣는 것보다는 이쪽을 따라 움직이는 게 승리에 더 가까워지는 길인 것이다.

나머지 팀원들은 더는 따라오지 않았다. 유혹의병뚜껑의 오더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사냥을 시작한 것이다.

애초에 ‘광산’에 나오는 해골들은 약한 해골들이다. 그러니 뭉쳐서 움직이는 것보다는 팀원 전체가 나뉘어서 사냥을 하다, 적을 조우하면 팀원이 빠르게 합류하는 형태의 운영이 베스트인 것이다.

크에에엑!

단천이 걸어가는 길 앞에 해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천의 박도가 춤을 췄다.

퍼석!

단천의 공격을 받은 해골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색깔이 동군 측을 상징하는 색인 파란색으로 변화했다.

[해골 처치 수 : 1]

“···이런 식인 거군.”

저 색이 변한 해골들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뜻일 터. 해골들을 최대한 많이 처치하는 것이 팀에게 도움이 된다.

물론 구태여 찾아다니면서 해골들을 사냥할 생각이 단천에게는 없었다.

기기긱!

기긱!

기기기긱!

그저, 단천이 가려고 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해골이 수없이 많았을 뿐.

> ?

> 초반에 이 길 오는 거 맞냐?

> 해골 너무 많은데?

> 애초에 이 길로 오면 안됨; 저렙 해골부터 처리하면서 레벨 올린 다음에 이쪽으로 와야지;;

지금 단천이 들어선 길은 해골들의 레벨과 난이도가 높아서 해골 폐광을 아는 플레이어들이라면 결코 오지 않는 길이었다.

[네비게이터 님이 1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길 잘못 들었으니까 다른 길로 가죠]

단천은 뒤를 돌지 않았다. 애초에 상단전이 이곳에 ‘좋은 아이템’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기연이 있다면 물러날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연을 손에 얻는 것이 단천의 목표였으므로.

게다가.

“본좌는 살아가면서 길을 단 한 번도 잘못 들어본 적이 없다.”

> 무슨 개소리야

단천의 검이 앞을 향해 뻗어졌다. 목표물은 딱 봐도 네임드인 것이 확실한 해골 기사였다.

해골 기사의 창이 단천을 향해 날아들었다. 본래라면 절대로 피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스피드.

하지만 상대는 레일 서바이버에서 총알마저도 피하는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BJ천마였다.

창이 허공을 가르고. 단천의 검이 해골 기사의 허리를 갈랐다.

콰지직!

[해골 기사를 처치하셨습니다!]

[해골 처치 수 : 11]

한 마리를 처치했는데도 10마리나 되는 해골 처치가 올라갔다. 시간대비 성능이 압도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수치.

그그극! 그극!

그그그극!

하지만, 주변에는 여전히 수많은 해골이 자리잡고 있었다.

> 암만 봐도 길 잘못 들었다니까

> 뒤로 도망칩시다 아무도 뭐라고 안함

하지만 단천은 물러서지 않았다.

“본좌는 길을 잃는 것이 불가능하다.”

> 왜?

“본좌가 가는 곳이, 바로 길이니까.”

> 와 ㅅㅂ 소름돋았다

> 역시 천마님이시다!

> 천마님이 가시는 곳이 길이다!

BJ천마의 패기에 전염된 시청자들이 BJ천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호응하기 시작했다.

> 저게 뭔 개소리냐고

물론, 소수의 반동분자가 있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소수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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