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27화 (127/212)

27. 랭크 게임 (2)

[ON Air : BJ천마 랭크 1위]

> 랭크 1위를 목표로 하겠다는 걸 뭘 1위를 해놓은것처럼 적어놨냐

> 맡겨놓은거 찾아가겠다는데 불만이라도?

> 무서운 이야기) 천마님은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1위를 할 수 있다

단천은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시청자 수가 늘어나는 규모가 심상치 않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랭크 게임의 초반부인 배치 고사의 경우에는 한판한판의 중요도가 극히 높다. 여기서 많이 이기지 못해서 티어가 낮은 곳에 쳐박히는 경우에는 자신의 실력과 무관하게 다시 티어를 올리는 데에 많은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처음 랭크 게임을 시작하기 앞서서 잘하는 플레이어의 게임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BJ천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가 많을지언정 최소한 BJ천마의 실력이 최상위권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이제 없는 상황.

그러니 시청자 수가 가파르게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노를 저어야겠군.”

단천은 몸풀기를 생략한 채 바로 천공을 실행했다.

“왔는가. 무혼이여.”

천공에 접속하자마자 야수도 박정이 바로 인사를 걸어왔다. 박정의 표정은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천공에서의 캐릭터들은 플레이어의 성취도와 플레이에 따라 플레이어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단천은 천공을 플레이하며 야수도 박정만을 플레이해왔다. 거기에 단천이 지금까지 보여준 플레이는 실로 압도적 그 자체.

박정이 깍듯하게 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 친밀도 개높은가보네 저렇게까지 인사해주는 거 보면

> 저 컨트롤이 내 무혼이면 올 때마다 팬티로 깃발 만들어서 흔들어줬음

> 드러운 이야기 ㄴㄴ

> 나도 열심히 했는데 내 캐릭터들은 왜 나한테 저렇게 안 대해줌?

> 그건···니 컨트롤이···

> 팩트펀치를 그만둬주세요···

“드디어 승천제가 열렸네. 여기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나의 소원도 이루어질 수 있을 걸세.”

승천제. 랭크 게임을 칭하는 다른 말이었다. 승천제에서 1위를 달성하면 박정의 소원도 이루어진다.

그러니 박정 입장에서는 단천에게 기대하는 바가 클 터.

“우리가 함께 승천제의 가장 위에 올라가면, 자네의 소원 하나도 이뤄지니 함께 최선을 다해 보도록 하세!”

> 그러고 보니 천마님 소원은 뭐임?

> 커스텀 스킨 만든다고 하던데?

> 와 랭크 1위하면 커스텀 스킨도 만들어 주냐; 클라스 ㅁㅊㄷ

> 천마님 스킨 벌써부터 기대되네

> 아니 1위 확정 아니라고 ㅋㅋㅋㅋㅋ

“확정인지 아닌지는 지금부터 본좌가 보여주면 될 터.”

> 프로게이머도 ㅈㄴ 왔는데 당연하게 1등한다는 마인드

> 어우천(어차피 우승은 천마)

> 지치지 않는 패기샘의 남자

> 두 개의 패기샘의 남자 BJ천마;

“랭크 게임을 시작한다.”

[랭크 게임을 검색합니다.]

[검색이 완료되었습니다.]

게임을 검색하자마자 바로 게임 검색이 완료됐다.

[게임 로비에 입장합니다.]

게임 로비에 입장하자 팀원들이 소환됐다. 팀원들의 머리 옆에 제각각의 상태창이 떠올라 있었다.

[유혹의병뚜껑]

[가장 많이 한 캐릭터 : 요정룡 뾰롱뽀(32%)]

[선호 플레이 타입 : 메이지 힐러(62%)]

“이런 식으로 역할군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군.”

단천은 자신의 머리 옆에 떠오른 상태창을 바라봤다.

[BJ천마]

[가장 많이 한 캐릭터 : 야수도 박정(100%)]

[선호 플레이 타입 : 전사(100%)]

“실로 완벽하기 그지없는 능력치로군.”

“······일단 BJ천마님은 탑이신 거죠?”

“물론 본좌는 천상천아 유아독존이니라.”

“···네. 탑 가세요.”

> 팀원들 벌써부터 심기를 거스르면 안되겠다는 눈치ㅋㅋㅋㅋ

> 탑신병자중의 탑신병자 스텟 ㅋㅋㅋㅋㅋ

> 닉네인 플레이캐릭터 대사 3위일체 ㅋㅋㅋㅋㅋ

> 아니 트롤러 제재 안하냐고

> 승률이 100%인데 어케 제제하쉴???

“그보다 바로 게임이 시작되지 않는 건가.”

“아. 잠깐 기다리면 맵이 나올 거에요.”

유혹의병뚜껑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맵 선택이 시작됩니다!]

공중에 슬롯 머신과 비슷하게 생긴 기계가 생겨났다. 자동으로 슬롯이 당겨지고, 슬롯 머신이 맵을 결정지었다.

[맵 : 해골 폐광]

[끝없이 생성되는 해골들을 모아 거대 해골을 소환하세요!]

[게임 오브젝트 : 거대 해골/폐광]

“이 맵 아시는 분?”

“압니다.”

“압니다.”

“네. 준비했어요.”

단천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해골 폐광이 어떤 맵인지 아는 눈치였다.

> 어케 벌써부터 이렇게 잘 암?

> 지금 이 시간에 랭크게임 돌린 사람이면 기본 맵이랑 전략전술 정도는 다 준비해서 시작한 사람들이니까

> 천마님은?

> 천마님께서는 그런 준비따위 하지 않으셔도 최강이시다!!!

“음, 일단 맵의 라인은 두 개에요. 아시겠지만 라인 배분은 1명과 4명으로 나누는 게 기본이고··· 추가 오더는 필요할 때 제가 하도록 할게요.”

병뚜껑의 브리핑이 끝나고, 캐릭터 선택이 시작됐다. 캐릭터 선택은 스네이크 드래프트(snake draft) 방식. 적과 아군이 번갈아가며 픽을 하는 방식이다.

“본좌가 먼저 고르도록 하지.”

“탑라인은 버티기 좋은 캐릭터를 하시는 게 좋을 거에요. 돌거북 고슴도치라거나···.”

[BJ천마님이 ‘야수도 박정’을 선택하셨습니다.]

유혹의병뚜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천은 야수도 박정을 선택했다.

“···혹은 바라시는 캐릭터를 하셔도 되고요.”

> 저 병뚜껑인가 뭔가 하는 애 욕참 개잘하네

> 역시 서포터다

> 서포터가 역시 생불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지

“하.. 진짜 팀원 미치겠네···.”

“아니 어떻게 배치 첫판부터···.”

다른 팀원들의 분위기가 침울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첫끗발이 중요한 법. 그런데 처음 판부터 말이 통하지 않는 플레이어를 만났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게 픽이 완료되고.

[게임이 시작됩니다.]

게임이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단천은 당연히 가야 할 곳에 가야 한다는 발걸음으로 탑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탑 포탑에 도착했을 때. 적 포탑에는 네 명의 플레이어가 도착해 있었다.

“탑에 네 명이라니. 탑솔러가 네 명이나 잡혔던 건가.”

해골 폐광은 회전 대칭 형식의 맵이다. 거대 해골이 소환되는 라인은 동쪽 진영이 하단, 서쪽 진영이 상단이다.

공성이 더 편한 쪽의 라인에 4명을 배치하고, 나머지 1군데에서 한명이 라인의 경험치만 챙기는 식으로 운영되는 맵이 바로 해골 폐광인 것이다.

물론 단천은 그런 것따위는 알 바 아니었다. 단천에게 중요한 것은 이곳이 맵의 최상단인 탑이라는 것과, 적의 탑이 네명이나 된다는 점 뿐.

“벨 탑솔러가 네명이나 되다니. 꽤 즐거운 게임이 되겠군.”

“저 인간. 뭐라고 하는 거에요?”

“그냥 무시합시다.”

단천은 휘적휘적 라인의 중앙을 향해 걸어들어간 다음 검을 치켜들었다.

“저 새끼. 뭐 하는 거야?”

BJ천마가 무슨 짓을 하는지는 금방 밝혀졌다.

까딱까딱.

탑솔러의 근본중의 근본인. 라인전 이전의 일기토 신청.

“···저 인간. 지금 일기토 뜨자고 하는 거야?”

단천의 맞은편에서 단천을 바라보고 있던 적들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 아니 4:1맵인데 일기토 신청 ㅋㅋㅋㅋㅋㅋ

> 돌아버린 것인가

> 얼탱이가 없네 ㅋㅋㅋㅋㅋㅋ

“덤벼라.”

“뭘 덤벼 미친놈아. 1:1 원툴인 탑솔러 캐릭터 들고와서 일기토 뜨자면 덤빌 사람이 누가 있겠냐?”

“···누가 1:1로 싸우자고 했나?”

“뭐?”

“네 명이서 동시에 덤비라는 뜻이다.”

“상상 이상의 돌아이네 저거.”

“조심하세요. 낚시일지도 몰라요.”

저렇게 도발을 해 놓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4명이 덮쳐들어 1:4가 아닌 5:4를 만드는 전략은 종래에도 왕왕 있는 전법이었다.

“역시 낚시였군.”

“그래. 제정신이 박힌 놈이 4:1을 싸우자고 할 리가 없지.”

“바텀 탑이 적 4명 죄다 바텀에 있다는데?”

“···뭐라고?”

봇에 적 4명이 보인다는 소리를 들은 서군의 표정이 돌변했다.

그러면, 지금 저 앞에서 박도를 계속 까딱거려대고 있는 저건.

“진짜로 4:1로 덤비겠다는 거야?”

“그런 것 같은데요.”

“팀에서 싸우기라도 한 건가.”

“우리 입장에서는 좋죠.”

빠르게 죽일 수 있는 먹잇감이 제발로 죽으러 와 준다는데.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이. 일기토 떠!”

“고작 일기토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 이렇게 오래 시간이 걸리다니. 탑솔러 실격이다.”

> 아니 쟤들은 탑솔러 아니라고

“우리는 탑솔러 아니라고!”

서군의 최전방에 선 탱커가 방패를 꼬나쥐고 단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1주일간 게임을 하며 단천은 꽤 많은 캐릭터들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눈 앞에 있는 탱커의 캐릭터명은···.

‘뭐였더라.’

캐릭터명은 기억나지 않는다. 철벽의 방패 뭐시기였던 것 같은데. 애초에 중요한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것은 놈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었으니까.

[방패 밀치기!]

적의 방패맨의 몸이 단천을 향해 날아들었다.

‘타게팅 스턴기. 회피가 불가능한 타게팅 스킬이지.’

저 공격에 적중되면 스턴시간 동안에 뒤에서 달려드는 다른 팀원들의 공격에 단천의 몸이 짓이겨질 것이 뻔하다.

> 망했는데요?

> 타게팅 스킬인데 뭐 어쩌실?

파앗! 단천의 몸이 뒤로 튕겨지듯 굴렀다.

“소용없다! 피할 수 없는 스킬이거든!”

뒤로 구른 단천의 몸을 따라 방패맨의 방패는 계속해서 날아오고 있었다.

퍼엉!

커다란 소리와 함께 BJ천마의 몸이 멈춰섰다.

[스턴에 걸리셨습니다!]

방패맨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걸렸다. 확정 스턴이 걸렸으니 이제 스킬샷만 제대로 들어가면 놈은 이제 저승행이다.

“CC넣음! 스킬 연계···!”

“허접하군.”

“···?”

방패맨의 얼굴에 의아함이 터져나왔다. 원래라면 뒤이어서 아군의 스킬이 연속해서 날아와야 하는데, 아무 스킬도 날아오지 않고 있다.

“이게 뭔···.”

의아함에 방패맨은 뒤를 돌아봤다.

“스킬샷 왜 안 써!”

“시야가 안 돼요!”

BJ천마가 처음에 있던 곳은 미묘한 경사로였다. BJ천마가 구르면서 뒤로 움직인 탓에 BJ천마와 방패맨은 서군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한눈 팔 시간 없을 텐데.”

파바박!

BJ천마의 검이 방패맨의 빈틈을 찔러들었다. 순식간에 이어진 세 번의 공격. 그리고 떠오르는 3번의 크리티컬 메시지.

[크리티컬!]

[크리티컬!]

[크리티컬!]

“크허억!”

피분수와 함께 방패맨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져내렸다. 크리티컬이 세 방이나 터졌으니 한 방만 더 먹이면 방패맨은 그대로 죽는다.

하지만 BJ천마의 박도는 공격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죽이면 퍼스트 블러드 메시지가 떠오르니까.’

적의 시야는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지금 적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군 한 명이 아직까지도 적과 싸우고 있는 상태. 당연히 지원을 올 수밖에 없는 상태.

보라.

“괜찮아요?”

“지원 왔···!”

한 방에 죽는 물몸 메이지 두 명이 먹기 좋게 자신의 눈 앞에 배달되지 않았던가.

서걱! 서걱!

단천의 박도가 먹기 좋게 쫓아온 메이지 두 명의 목을 그대로 갈라 버렸다.

[퍼스트 블러드!]

[더블 킬!]

[트리플 킬!]

게임이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트리플 킬이 터져나온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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