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26화 (126/212)

27. 랭크 게임 (1)

“끝났다!”

“으어어어··· 살았어···살아남았어···.”

풀창고와 제로콜이 바닥에 쓰러져 기쁨에 찬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들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오늘이 바로 BJ천마와 함께하는 합방-의 탈을 쓴 지옥훈련-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렇게까지 힘들어할 일이야?”

오랜만에 합방에 참여한 정유채가 말했다.

“야! 너는 그간 훈련을 하나도 안 해 놓고 게임만 해 놓으니까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지!”

“맞아! 디지털 음반 낸다고 노래나 불렀으면서!”

“노래 부르는것도 힘들어!”

“우리만큼 힘들었겠냐!”

“지금 노래 부르는 사람 비하하는 거야!”

“사실이 그래! 이번 일주일동안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힘든 사람이었다고!”

“오버가 심해.”

“오버 아니야!”

“으흑흑··· 그래도 끝나서 다행이야.”

제로콜과 풀창고가 서로를 부둥켜안는 것을 보며 정유채가 실눈으로 둘을 쳐다봤다.

> 진짜 너무 기뻐하네 ㅋㅋㅋ

> 옆에 BJ천마 있는데 너무 기뻐하는 거 아니냐 ㅋㅋㅋㅋ

“천마 형이 있으니까 이 정도로 끝내는 거지. 천마 형 없었으면 지금 폭죽 터트리고 광란의 댄스 파티 열었어요.”

“동감. 여러분들은 훈련 안 해 봐서 몰라···.이게 얼마나 지옥인지···.”

“방송을 끝내고도 말을 할 정도로 힘이 남다니. 훈련이 조금 약했던 모양이군.”

“아니··· 스트리머가 말을 안 하면 어떡하라고요··· 그러면 방송이 재미가 없잖아···.”

“제로콜은 말 한 마디 하지 않으면서도 재밌게 방송을 한 적이 있었다.”

“그건 좀비지 사람이 아니잖아요.”

“옳소!”

> ㅋㅋㅋㅋㅋㅋ

> 아니 본인이 좀비 취급 당했는데 반박이라도 좀 해라 ㅋㅋㅋㅋ

채팅창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나왔다. 1주일 동안 둘의 기량은 올라갈 데로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일정 문제로 중간에 가끔씩밖에 오지 못했던 정유채의 실력이 아직까지는 의문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실력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시청자들은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 이제 슬슬 이야기를 해야겠군.”

“그래야겠죠?”

> 무슨 이야기?

“대충 짐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음 달 5일에 ‘천공’의 이벤트 대회가 열린다. 그리고 본좌는 당연하게도 이번 대회의 팀장 중 한 명으로 초대받았지.”

> 와

> 근데 BJ천마가 팀장 될만한 깜냥이 되냐?

> 프로게이머도 개박살냈는데 충분히 되지 ㅋㅋㅋㅋㅋ

> 딱 까놓고 지금도 충분히 1티어임 ㅋㅋㅋㅋㅋ

“이번 대회는 AOS 게임의 전프로나 최상위권 스트리머들이 대거 참여한다. 평균 티어는 물론 챌린저 수준이고.”

> 아니 뭐 수준높은 스킬샷이랑 전투를 보여주고 싶은 게 대회 주최측 의지니까 어쩔 수 없지

> 그건 맞지. 그러니까 팀장들한테 팀원 고를 수 있는 권한을 거의 무제한적으로 준 거고

“그리고 본좌가 이번 대회에서 데려갈 팀원들은 여기 있는 천마신교의 일원들이다.”

> 괜찮겠음?

> 아니 그건 좀 아니지

> 천마님 실력이야 인정인데 다른 팀원들 데려가봤자 프로권 선수들한테는 썰릴 수밖에 없음;

채팅창에서 반박이 수없이 많이 올라왔다.

“저렇게 반응하는데. 어떻게들 생각하지?”

“···천마 형이 처음 저희 크루 와서 레일 서바이버 시작했을 때랑 비슷한 반응이네.”

“그렇네.”

“그러면··· 증명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풀창고가 씩 웃으며 반응했다.

> 오오

> 풀창고의 안에도 패기샘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 방금 살짝 멋졌음

“호오. 그러면 너희도 본좌처럼 랭크 1위를 목표로 하는 건가. 한 명만 살아남겠군.”

“···아니. 랭크 1위는 심하잖아. 사람이 다 형같은 사람은 아니라고!”

“그보다 한 명만 살아남는다는 건 뭔 소리에요. 그렇게 말하면 실패하면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말처럼 들리잖아요.”

“임무에 실패하고도 살아남을 생각을 한 건가?”

“······.”

일동의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언제 봐도 BJ천마의 말은 진심과 농담이 구별이 안 된다.

당장 지금만 해도 임무에 실패하면 죽이겠다는 척 하는 살기가 넘실대지 않는가.

농담 맞겠지.

농담···맞겠지?

“아무튼, 그래서 저희도 이번 랭크 기간동안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달성에 실패하면 대회 참여를 안 하는 걸로. 됐죠?”

>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 그냥 좀 즐기면 안 됨?

“이번 대회 성격상 ‘잘 하는’ 게이머를 뽑는 거니까. 즐기는 걸로는 안 돼요.”

보통의 게임 이벤트에 초청받는 스트리머는 굳이 잘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의 ‘천공’의 토너먼트 대회는 이슈도 이슈지만 잘 하는 게이머들을 모아 놓고 최고를 가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회다.

단순히 이슈가 되는 스트리머로서 참가를 한다면 팀원 전체가 욕을 먹기 쉬운 상황.

그러니 팀원 전체가 최소한 마스터 정도는 달아 놔야 뒤에서 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희의 목표는 마스···.”

“목표는 물론 챌린저를 다는 것이다.”

“···네?”

“챌린저.”

“형. 챌린저가 뭐 그냥 길 지나다니다 줍듯이 받을 수 있는 건 줄 알아요?”

“길 걸어가면서 앞에 있는 놈들을 다 죽이다 보니 되던데?”

“······.”

> 천마 특) 레서때 진짜로 앞에 있는 놈들 다 죽이고 챌 1위 달성했음

> 길가다가(보이는 적들 다 죽여서) 달성함

단천의 말에 다시 한 번 풀창고의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본좌도 너희의 지금 개개인의 실력이 챌린저의 등급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휴. 역시 농담이었구나.”

“하지만 그건 개인 랭크의 이야기고. 팀 랭크는 그렇지 않다.”

AOS 게임의 랭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혼자서 무작위로 같은 순위대 게이머들과 게임을 진행하는 ‘솔로 랭크’, 그리고 다른 하나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게임 큐를 잡아서 게임을 진행하는 ‘팀 랭크’가 바로 그것이다.

랭크를 올리는 난이도는 인구수도 그렇고 난이도도 그렇고 솔로 랭크가 훨씬 더 높다. 팀 게임은 버스가 가능하다는 인식 탓에 사람들이 그리 많이 즐기지 않는 탓이다.

“팀 랭크는 그만큼 랭크를 올리기가 쉽다고 하더군.”

“···상대적으로 쉽다는 거지 상위권 올라가면 엄청 힘들어.”

> 풀창고식 쇼부 ON

> 협상 ON

“그러면 솔로 랭크 챌린저로 목표를 수정하도록 하지.”

“···하지만! 우리라면 가능하다! 천마신교 파이팅!”

> 협상 OFF

> 시도는 좋았다

> 천마님 상대로 쇼부치려고 한 풀창고 잘못이다

> 말이 통하는 사람 상대로 협상을 해야지 ㅋㅋㅋㅋㅋ

> 차라리 테러리스트 상대로 협상하는 것이 협상이 더 쉬울 것

***

다음 날 아침. 방송 직전에 시간이 남은 단천은 휴대폰을 켜 천공 게시판을 확인했다.

며칠 전에 와이파이가 추가 금액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 덕분이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연결을 마음껏 해도 돈이 들지 않다니. 세상의 발전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천공 랭크게임 준비자 역대급이네]

[방송 들어온 프로들도 꽤 많음]

[프로 은퇴하고 천공 프로 시작한다는 사람들도 꽤 있으니까]

게임 게시판 중 인기 게시판 최상단을 독식하기 시작한 천공 게시판은 오늘도 분위기가 뜨거웠다.

그 이유는 물론 랭크 게임의 오픈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불씨만 터져도 커다랗게 타오르기 쉬운 짚불더미와 같은 상황의 게시판.

그런 천공 게시판에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초대형 게이머 천공 참전한다고 함]

[누구?]

[유림게임즈 백건이 NOW 때려치고 천공 랭크 들어온대]

[ㄹㅇ???]

[말도 안 되는 소리 싸고 있네 ㅋㅋㅋㅋㅋ]

[아니 기사가 떴다니까?]

[ㅅㅂ 진짜네;;;]

유림게임즈의 ‘백건’은 AOS 게임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게임. ‘NOW’에서도 최상위라고 불리는 탑솔러다.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수백억대의 연봉을 버리고 천공이란 게임을 시작하는가?

하인라인에서 돈을 준 거다, 내부에서 싸움이 난 건다, 도핑을 하다 걸렸다··· 수많은 말들이 나왔지만 뚜렷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초대형 프로게이머인 ‘백건’이 천공에 입성했다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으니까.

[백건 왔으면 그냥 시즌 1 1위는 정해졌네 ㅋㅋㅋㅋㅋ]

[와 진짜 피지컬 미쳤던데 이걸 게임을 옮기네]

소위 1위를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던 사람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빠르게 ‘백건’이 현재 천공의 최강자로 등극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 당연했다. 천공을 시작한다는 프로들의 대부분은 ‘NOW’에 비해서는 인기가 조금 떨어지는 게임의, 한창 때가 조금 지난 프로게이머들이었으니까.

반면 백건은 1군 게임의 1군 프로게임단의 1옵션 플레이어. 피지컬도 뇌지컬도 정점인 나이. 그러니 질적으로나 실력적으로나 다른 프로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실력자라는 것이 대내외적인 평가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 천공을 플레이하는 프로게이머 중에서는 백건이 최강자라는 것은 정설이다.

[근데 프로중에서는 백건이 1위라고 쳐도, 천공 게이머 중에서는 1위인지 아직 모르지 않음?]

[그게 뭔 개소리야 ㅅㅂ 프로게이머중에서 1위면 당연히 천공 1위인 거지]

[왜 ㅅㅂ BJ천마랑은 안붙어봤잖아]

[종겜비가 여기서 왜나와 ㅋㅋㅋㅋㅋ]

[정신 나갔나?]

BJ천마의 이름이 나오자 게시판이 빠르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BJ천마 게임 봤는데 이 인간 플레이 소름돋는다니까? 매드무비 함 보셈 미쳤음 걍]

[실제로 프로게이머랑도 1:1로 이겼음]

[응 3군따리 이름만 프로인 애들 다스로 이겨도 인정 안해줘~~]

[응 매드무비는 편집빨이야~~~]

[진짜 하다하다 누렁이쉑들이 1티어 게이머랑 스트리머를 비비려고 그러네 ㅋㅋㅋㅋ]

[며칠 전에도 BJ천마는 1위 안 되냐고 묻는 분탕종자 있더라 ㅋㅋㅋㅋ]

[아니 BJ천마는 레서도 1위 찍고 넘어온 피지컬 괴물이라니까?]

[네 다음 시즌중에 1등한 빈집털이]

프로게이머인 이상용을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분위기는 아직 크게 바뀌지 않았다. BJ천마에 대해 호의적인 의견은 거의 없다.

어쩌면 당연하기 그지없는 반응이었다. 스트리머와 프로게이머 간의 격차라는 것은 절대적이었으니까.

이 이름값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크나크다.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프로가 스트리머를 이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비록 한두 번 그게 깨졌다고 해도, 이런저런 다른 이유를 가져다 붙여서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게 뒤집히게 됐을 때의 임팩트는 커다랗다는 이야기지.”

큰 임팩트는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증가로 이어진다. 단천 자신에게는 크나큰 기회라는 뜻이다.

“만날 때. 처참할 정도로 박살낼 필요가 있겠군.”

랭크 게임을 시작하고 바로 만나는 것은 힘들테지만, 금방 만날 수 있게 될 터였다.

“결국 1위 자리는 하나뿐이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