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22화 (122/212)

26. 코인이 뭔데 (1)

[VR캡슐을 종료합니다.]

VR캡슐을 종료한 단천은 캡슐을 나왔다. 풀창고와 제로콜은 단천보다 앞서서 캡슐에서 나온 상태였다.

“지금까지 저희 천마신교 최고실력자! 천마형이었습니다!”

“최고실력자가 저 정도면 두 번째 실력자인 저도 엄청난 실력자라는 거죠.”

“내가 2인자인데 무슨 소리하는 거야?”

“저 레서 챌린저거든요?”

“상대전적은 내가 압도하는데?”

“아 진짜. 형. 다시 떠요. 무슨 게임이던지 붙어. 진만큼 다 발라줄 테니까.”

“안싸워줄 건데?”

제로콜은 단천의 스튜디오에 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 스튜디오에는 제로콜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아. 제로콜 화면에 잘 나오죠? 이번에 새로 나온 홀로그램 써 보고 있는 중인데. 생각보다 더 진짜같네.”

“천마 형. 풀창고 형이랑 저 중에 누가 더 잘하는지 확실하게 좀 말해 주세요!”

“이렇게 헛소리하면 화면에서 지울 수도 있고.”

풀창고가 키보드를 두드리자 나오고 있던 제로콜의 모습이 지직거리면서 뒤틀렸다.

“이런 걸로 갑질하기에요?”

“꼬우면 스튜디오 왔어야지.”

제로콜이 화난 듯이 입을 계속 벌렸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풀창고가 음소거 버튼을 눌러버린 것이다.

“크으. 이거 진짜 마음에 든다.”

> ㅋㅋㅋㅋㅋㅋ

> 저것이 바로 절대권력인가 ㄷㄷ

그렇게 두 명의 티키타카가 이어지고 있을 때. 채팅창에서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 방금 붙은 상용창고. 리오레 서브마린 게임즈 이상용이라는데?

> 뭔 헛소리야

> 이상용이면 그래도 리오레 게이머중에서는 중간은 되지 않냐?

> 상용이란 이름 흔함; 지 이름 안 쓸 수도 있는 거고

> ㄴㄴ 기사 떴음

> [링크]

“기사가 떴다고요?”

[서브마린 게임즈 이상용, BJ천마와 천공에서 격돌. 결과는 압도적인 패배]

[익명의 프로게이머인 ‘상용펀치’가 ‘천공’에서 스트리머인 BJ천마와 격돌했다. 결과는 스트리머인 BJ천마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상용펀치’를 사용하는 플레이어의 정체가 바로 서브마린 게임즈의 이상용이었던···.]

단천의 압도적인 승리를 이야기하는 기사에는 BJ천마가 다시 덤벼드는 상용펀치를 계속해서 베어내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었다.

─ 스트리머가 1군 프로를 그냥 압도적으로 발라버리네 ㅋㅋㅋㅋ

─ 이상용이면 은퇴 코앞인 퇴물인데 스트리머한테 질 수도 있지

─ 개소리하네 ㅋㅋㅋㅋ 이상용 인성이 ㅄ이라 쫓겨나는 거지 실력부족으로 쫓겨나는거 아님 ㅋㅋㅋㅋ

댓글창을 훑던 풀창고가 빠르게 화면을 다시 위로 올렸다. 싸움판이 돼 있을 것을 직감한 탓이다.

“와. 이상용이면 꽤 유명한 프로인데?”

“그냥 찌라시 아닌가? 유명한 프로라기에는 실력이 밑바닥이던데. 혹시 못하는 걸로 유명한 건가?”

> 천마피셜) 이상용은 밑바닥 실력. 못하는 걸로만 유명한 이상용은 알 바 아냐

> 담백한 팩트네요

“보통 찌라시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안 나오지. 아마 천마 형 이기고 유명세 좀 얻어보려고 한 것 같은데···. 어쩌나. 개털려서.”

> 와 근데 게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프로 상대로 이겼네

> 심지어 게임도 ㅈㄴ 불리한 상황이었잖음; 근데 걍 컨빨로 씹어버림

> 앞으로는 스트리머>>>프로게이머다

스트리머가 단순히 프로게이머를 이키는 경우는 사실 왕왕 있었다. 하지만 보통은 일회성이거나 패널티를 준다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프로를 이기는 경우만이 이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리오레라고 한다면 가장 인기있는 AOS게임중 하나다. 심지어 이상용은 거기서도 한국의 1군 프로게이머 탑솔러.

종합 게임 스트리머가 이기는 것이 원래라면 불가능해야 하는 상대였던 것이다.

그런데 BJ천마는 그런 이상용을 이겼다. 그것도 실로 압도적으로.

사람들의 평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 오늘 방송이 지나면 BJ천마의 실력은 프로게이머들과도 비견되는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시청자 수 : 120,087명]

최소한 오늘 방송을 본 시청자 10만명은 더 이상 BJ천마가 프로게이머와 비교해서 게임을 못한다는 소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점은 크나큰 이득이다.

보통 실력 위주의 스트리머는 그 실력이 고평가받으면 고평가받을수록 시청자들의 수가 많아진다. 그렇기에 실력 위주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가 게임을 바꾸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한 게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다른 게임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그렇기에 한 게임의 전문 스트리머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BJ천마의 경우에는 다르다.

처음 시작했던 레일 서바이버, 그 다음의 다키스트 에이지, 그리고 그 다음은 레일 서바이버까지.

옮겨가는 모든 게임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 성과는 고스란히 고정 시청자가 되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상승세를 이어나가는 게 더 중요하지만.’

실력 방송이라는 것은 결국 실력이 꺼지면 그만큼 시청자가 줄어든다는 면도 같이 존재한다.

실력 방송의 가장 커다란 컨텐츠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나 압도적인 실력이니까.

앞으로 있을 랭크 게임과, 대회. 이 모든 곳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야만 시청자는 계속해서 우상향할 것이다.

랭크 게임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다른 AOS의 프로게이머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이겨나가는 것이 시청자수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

본래라면 불가능하기 그지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단천은 자신이 있었다.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다.”

한 번 지면 죽음인 중원에서조차 단천은 불패不敗였으니까. 한 번 해 본 일. 두 번 못할 것도 없었다.

***

방송이 끝나고 운동까지 끝난 늦은 시각. 단천은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기도 전에 옅은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

“왔구나. 동생.”

문을 열자 단지은이 펜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뭔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잔을 보아하니 술은 한 잔 정도만 마신 상황인 모양이다.

“뭔가 걱정이라도 있어?”

“음. 네가 걱정할 상황은 아니야.”

“뭔데.”

단천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문서를 집어들었다.

“퇴거 명령 신청서?”

“어. 퇴거명령 났더라고. 여기 곧 재개발된대.”

단지은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단천과 단지은이 지금 함께 지내고 있는 집은 굉장히 오래된 집이었다. 언제 재개발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었던 것이다.

“다른 데 이사갈 돈은 있어?”

“···있지.”

거짓말이 뻔했다. 단천은 단지은의 앞에 마주앉았다. 단지은이 끄적여놓은 종이에는 전세금과 월세금, 갚아야 할 돈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너는 걱정 안 해도 돼. 누나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정 걱정되면 접때 도라지주라도 한 잔 내오던가.”

“그거 다 먹었는데.”

“진짜 동생이란 놈이 비겁하게 혼자서 그걸 다 먹냐!”

팔딱거리며 손을 좌우로 흔들어대던 단지은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은 그깟 몇 푼 하지도 않는 도라지주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음. 일단 집은 좀 더 좁은 데로 가자. 어차피 집에서 별로 지내지도 않았으니까. 월세랑 대출은 어떻게든 막아 볼 테니까.”

단천 자신이 벌고 있는 돈이라면 꽤 괜찮은 곳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은은 그 돈을 받지 않으려고 할 게 뻔했다.

그게 단지은의 자존심이니까.

‘귀찮기는.’

단천은 짧게 혀를 찼다. 귀찮더라도 단지은의 손에 어떻게든 돈을 들려보낼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단천이 곧 정산받을 돈과 수익을 합치면 그래도 꽤 된다. 그러니 괜찮은 곳으로 집을 옮길수도 있을 것이다.

“요새 집 얼마정도 해?”

“알아서 뭐 하게.”

“나중에 누나 사 주려면 얼만지 알아는 둬야지.”

“이 정도.”

단지은이 부동산 어플리케이션을 켜서 집값을 단천 앞에 들이밀었다.

일, 십, 백, 천, 만, ···억. 십억.

“무슨 집값이 이 따위야!”

단천이 기억하는 서울의 집값은 거의 20년 전이었다. 20년 전의 집값을 생각하던 단천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돈이 지금의 집값인 것이다.

“이거 사기잖아! 사기라고!”

“사기는 무슨.”

집을 사려고 했던 단천의 입이 다물어졌다. 이 정도 돈이면 강남에 집 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의 집값이 저 따위면 집을 사려면 한참을 더 있어야만 하는 탓이다.

그게 아니면 하인라인에 가서 이태흠 멱살을 잡아 흔들던지.

몇 번 흔들고 나면 그래도 괜찮은 집 하나 살 정도 돈은 바로 입금될 터였다.

하인라인 본사에서 이태흠이 까닭 모를 한기에 몸을 흔들고 있는 사이에도 단지은의 한탄은 이어졌다.

“아오. 진짜. 하늘에서 돈 안 떨어지나.”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돈 나올 데가 있어.”

“뭐 그런 거 없나?”

“그런 거라니.”

“그런 거 있잖아. 드라마에 나오는 과거 회귀라거나. 너 자주 보는 웹소설에는 안 나와?”

“나오지. 거의 안 보지만.”

“뭐?”

“회빙환은 정통무협이 아니야!”

단지은은 빽 소리지르는 단천을 향해 정통무협이 뭔데 씹덕아. 같은 말을 던진 다음 다시 술잔을 홀짝였다.

“동생아. 너는 지금 기억 그대로 20년전으로 회귀하면 뭐 하고 싶냐?”

“천하제일인.”

“물어본 내가 멍청이지. 그 대답 왜 안 나오나 했다. 음, 나는 20년전 과거로 돌아가면··· 일단은··· 코인부터 왕창왕창 사야지.”

“코인?”

“그래. 코인. 20년전이면 코인 엄청 쌀 때잖아. 그때 사놓고 20년 노는 거지!”

‘코인이 뭔데.’

자신이 모르던 사이에 상태창이라도 생겼나. 무슨 코인 타령을 하는지.

“아. 그러고 보니 넌 코인이 뭔지 모를 수도 있겠구나. 코인이란건 가상화폐야. 요새는 붐이 살짝 꺼졌지만 그래도 20년 전에 비하면 몇백배는 기본으로 커졌지.”

“그래?”

“그렇다고 코인 하려고 하진 마라. 잘 못하면 패가망신이니까. 인생은 착실하게 살아야 돼.”

코인. 코인이라. 들어본 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그러고 보니···.’

과거에 파일로드를 치료해주면서 받았던 코인이 단천에게는 있었다. 물론 받을 때에도 확인조차 안 해 보기는 했지만.

단천은 휴대폰을 꺼내 코인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했다.

잔고조회를 들어가자 코인의 잔여 금액이 떠올랐다.

일, 십, 백, 천, 만···.

‘이거 맞나.’

금액을 확인한 단천의 눈이 가볍게 떨렸다. 상상 이상의 거금이 찍혀 있었던 탓이다.

심지어 파일로드에게 입금됐을 때보다 돈이 배는 뛰었다. 금액을 확인한 단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돈은 일단 생겼고.

이 돈을 단지은에게 넘길 방법을 떠올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진짜 회귀만 하면 코인 사놓고 탱자탱자 노는 건데. 집값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에이씨. 그래도 지금 들어가는 건 너무 늦었어. 일확천금 따위는 바라면 안 돼. 인생은 건실하게! 오케이?”

“누나.”

“뭐.”

“나 혼수상태 빠지기 전에 나한테 해 준 선물 기억나?”

“···선물?”

단천의 말에 단지은의 눈이 의문으로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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