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11화 (111/212)

23. 교육 방송 (4)

[BJ천마 : 탑]

[파란하늘 : 서포터 할게요!]

[멜론빵 : 원딜 ㄱㄱㄱㄱ]

게임이 잡히자마자 서로 포지션을 빠르게 이야기한다. 풀창고의 머리가 잠시 멈췄다.

“···그러고 보니. 레오니다스는 어디를 서?”

“탑이 아닌 남는 곳을 가면 된다.”

“알고 하는 소리 맞는거지?”

> 스킬셋 보면 미드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 ㅇㅇ 딱 봐도 얘는 미드가는게 맞음

> 정글 가도 괜찮은데 미드 가는 게 더 좋아보임

“그런가요?”

레오니다스의 스킬은 장거리 견제기인 투창과 적의 견제를 일방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방패술, 거기에 상대를 일시적으로 컨트롤 불능에 빠트릴 수 있는 방패 밀치기가 존재한다.

상대와의 쉴 새 없는 견제가 지속되는 미드에 최적화된 스킬셋이라는 말이다.

[풀창고 : 미드 갈게요]

채팅창의 말에 납득한 풀창고가 미드라인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나온 라인은 4개. 한 명이 라인을 선언하지 않았다.

[풀창고 : 나머지 한 분 어디 가시나요?]

[오소리^오^ : 탑]

[BJ천마 : 탑은 본좌의 것이다.]

[오소리^오^ : 어쩌라고]

> 트롤러다

> 트롤러네 ㅋㅋㅋㅋ

> AOS에 트롤러가 빠지면 섭하지

> 어쩌면 게임은 질병이다···

[오소리^오^ : 아 천마쉑 적으로 만났으면 찢어버리는 건데 ㄲㅂ]

> 트롤러에 저격이네

> 혼란하다 혼란해

채팅을 본 시청자들이 오소리를 욕하기 시작했다.

“형. 괜찮을까? 아니면 내가 닷지(dodge)를 할까?”

“그럴 필요 없다.”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은 단천이 1,2년 해 온 일이 아니다. 천마신교 내부에 있던 수천 명의 내부의 적과도 싸웠거늘. 고작 한 명에 불과한 내부의 적과 싸우지 못할 리가 없었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BJ천마의 신형이 탑을 향해 걸어나갔다. BJ천마의 뒤를 오소리가 따랐다.

[침묵의 사냥꾼 쿤]

오소리^오^의 캐릭터는 아이디명과 같은 오소리 인간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디자인.

> 쟤는 왜 저따위로 생겼냐

> 트롤러가 지같은거 골랐네 ㄹㅇ

화를 한 번 낼 법도 하건만 BJ천마는 담담했다. 저런 관심종자에게 구태여 관심을 줄 정도로까지 하릴없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BJ천마는 오소리에게는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탑에 당도했다.

“뭐야. 투탑이야?”

맞은편에 선 상대편 탑솔러. 돌멩이충이 머리를 긁었다. 일단 저격은 성공하긴 했는데. 투탑이 상대인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돌멩이충 : 상대 투탑인데?]

[복어충 : ㅇㅇ BJ천마 개잘하니까 걍 성채 끼고 버티기만 하셈 미드 박살내고 올라감]

[돌멩이충 : 버텨봄]

‘안 그래도 최대한 방어적인 캐릭터를 골랐지.’

돌멩이충이 지금 고른 캐릭터는 온 몸이 암석으로 뒤덮인 거석 ‘기아이스’ 였다.

기아이스는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특화된 탱커 캐릭터. 몸 자체도 암석인 터라 칼질 한두 번으로 처치되지는 않는 몸이다.

그러니 죽자고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면 BJ천마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빠르게 자신을 처치하지는 못할 터다.

‘그러니까 버티기만 하면 돼!’

돌멩이충은 포탑의 사거리 안에서 머리만 내민 채로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미니언이 생성됩니다.]

“안 나오네. 나한테 쫄아붙은 건가.”

오소리가 개소리를 하면서 미니언들에게 독화살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푝! 푝! 푝!

라인은 기본적으로 여러 명이 서면 그만큼 들어오는 경험치도 적어진다. 거기에 막타도 오소리가 죄다 챙기고 있는 상황.

BJ천마에게 들어오는 경험치는 그만큼 적어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등골 빼먹는 기생충이라는 말이군.”

“니 맘대로 생각해~.”

그 와중에 미니언들이 싸우고 있는 전선은 상대편 진영을 향해 밀려나고 있었다.

막타를 오소리가 챙기며 미니언들을 때린 탓이다.

“오.”

돌멩이충의 입에서 기쁨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라인이 자신의 진영쪽으로 밀려났으니 포탑의 사거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경험치를 챙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잘 하면 막타도 먹을 수 있겠는데?’

게임이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포탑의 엄호가 가지는 의미는 약해진다. 캐릭터들이 그만큼 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반에는 포탑의 공격력은 한두 방만으로도 영웅들을 처치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니, 조금만 조심한다면 경험치를 챙길 수도 있다.

돌멩이충이 미니언들의 막타를 챙기기 위해서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렇게 돌멩이충이 막타를 챙기려는 찰나.

쉬이익!

BJ천마의 박도가 돌멩이충을 향해 날아들었다.

“와. 이거 생각보다 더 미친 놈이었네.”

돌멩이충은 박도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BJ천마의 컨트롤이 재앙 수준인 것은 맞다. 저 인간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컨트롤을 하는 인간인지는 이미 수십 번은 봐 왔으니까.

“하지만 여기는 AOS라고!”

돌멩이는 BJ천마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스킬을 사용했다.

[단단해지기]

푹! BJ천마의 박도가 돌멩이충의 몸에 박혀들었다. 명백하게 급소를 찌른 일격.

하지만 킬 로그는 떠오르지 않았다.

[크리티컬! 데미지가 최대로 들어갑니다!]

그저 떠오른 것은 크리티컬이 떴다는 문구 뿐.

“흐음.”

“놀란 모양이군.”

단천은 딱히 당황하지는 않았다. 별별 무림인들을 다 봐 온 시점에서 급소를 정확히 찔렸다고 해서 죽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 맥뎀 떴는데도 안 죽은듯?

FPS에서 웬만한 무기가 머리, 심장 등 급소를 맞으면 즉사하는 것과는 달리, AOS는 대부분 특수한 데미지 체계를 따른다.

그리고 이 데미지 체계에서 들어갈 수 있는 최대 데미지의 수치 또한 정해져 있다.

레벨 1에 불과한 BJ천마의 공격이 한 방으로 탱커 돌멩이충을 처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불합리하군.”

단천의 눈꼬리가 꿈틀댔다.

당장 죽을 수밖에 없게 쑤셔박은 자신의 검이 평범한 크리티컬 어택과 똑같은 취급을 받다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이 게임만의 법칙이지.’

바둑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바둑의 룰을 바꿀 수는 없는 법.

단천은 중원에서도 제갈운과 바둑을 꽤 둬 왔었다. 아주 가끔 수세에 몰리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천이 바둑의 룰 자체를 바꾼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룰을 지켜 바둑을 뒀기 때문일까. 단천은 그 제갈운과의 바둑에서도 단 한번만을 졌을 뿐이다.

─ 이 악적 자식아! 격공섭물로 사람 손을 못 움직이게 하는 법이 어딨단 말이냐!

─ 제 시간에 안 두면 시간패라니! 빌어먹을 자식아! 무공 세다고 이런 뻔뻔한 짓이 용납된다고 생각하느냐!

─ 꼬우면 강해지라니! 빌어먹을 악적 새끼 같으니라고오오!

귀 안으로 들려오는 것 같은 제갈운의 환청을 뒤로한 채 단천은 검을 뽑아들었다.

“이제 내 차례다!”

돌멩이충이 자신의 주먹을 들어 단천을 향해 휘둘렀다. 단천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뒤로 물러나 주먹을 피해냈다.

하지만 주먹질이 끝이 아니었다.

“먹어라!”

주먹을 휘두르던 돌멩이충의 주먹이 몸에서 분리돼서 날아왔다.

> 와 ㅅㅂ 로켓팔이냐

> 저 캐릭도 재밌어 보이네 ㅋㅋㅋㅋ

“허튼 짓을.”

몸에서 떨어져서 날아온다는 차이만 있을 뿐, 백보신권과 하등 다를바 없는 수작이다. 단천은 날아오는 주먹을 검을 휘둘러 튕겨냈다.

“그게 전부인가?”

“크큭. 지금 막았다고 기뻐하고 있는 건가?”

[낙석 펀치에 적중당하셨습니다.]

[이동 속도가 감소합니다.]

“···?”

스킬에 적중당했다는 메시지에 단천은 자신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Hp : 352/380]

‘체력이 줄어들었다.’

> 방금 날린 주먹 타게팅형 스킬이네

타게팅형 공격은 공격이 상대의 몸에 반드시 적중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공격이다.

타게팅형 공격은 스킬을 통한 회피나 방어로만 막을 수 있다. 검을 휘둘러서 하는 일반적인 방어로는 데미지가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 그럼 타게팅형 스킬은 못 막는 거임?

> 아예 못막는 건 아니고, 중간에 아군 플레이어가 대신 맞아줄 수는 있음

“그런 건가.”

“그런 거다! 죽을 준비나 해라! 허접 자식아!”

“본좌가 왜?”

“포탑의 공격도 타게팅형 공격이니까!”

콰아아앙! BJ천마를 향해 포탑의 사격이 발사됐다.

‘그랬던가.’

첫 번째 판에서도 포탑 공격을 다 막아냈었다고 생각했는데 레벨이 오른 탓에 데미지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모르는 걸 또 배웠군.’

게임이라는 것은 이래서 재미있다. 모든 게임이 다 같은 룰로 게임이 진행된다면 그것 또한 재미가 아닌 것이니.

“뒈져어어엇!”

물론 그렇다고 죽어줄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날아오는 포탑의 공격의 방향을 확인한 BJ천마의 몸은 뒤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피해 봤자다!”

그렇게 BJ천마의 몸이 날아온 포탑에 적중되기 직전. 단천의 검이 장난치듯이 전장에서 화살을 쏘던 오소리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

오소리가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BJ천마의 검이 오소리의 몸을 포탄을 향해 던졌다.

휘익!

콰앙!

[오소리^오^가 포탑에게 처형당했습니다.]

포탑에 맞아 새까맣게 구워진 오소리가 바닥에 철푸덕 쓰러졌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프렌드 실드 왜 안나오나 했다 ㅋㅋㅋㅋ

> 어우 시원해 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게임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미친···!”

돌멩이충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BJ천마의 검이 첫 공격으로 체력이 바닥을 기던 돌멩이충의 몸을 뚫어버렸기 때문이다.

[퍼스트 블러드!]

[BJ천마가 돌멩이충을 처치했습니다!]

“이런 걸 이이제이라고 하던가. 역시 역사에서는 배울 것이 많단 말이지.”

> 이이제이는 이럴 때 쓰는 게 아니에요···

***

[퍼스트 블러드]

“와. 역시 천마 형이네. 트롤러 끼고도 퍼블을 따 버리는구만.”

그 전에 오소리의 처형이 왜 일어났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중요한 건 BJ천마가 퍼스트 블러드를 땄고, 게임이 다소 유리해졌다는 점이다.

탑에서 낭보가 들려온 덕분에 풀창고의 표정이 한층 풀어졌다.

“아이씨. 그냥 포탑에 쳐박혀 있으라니까.”

반면 복어충이 눈살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BJ천마의 스노우볼링 능력은 파괴적일 정도였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캐릭터는 불꽃술사. 강력한 화력으로 범위를 태워 버리는 메이지류 캐릭터였다.

‘최대한 빨리 풀창고 잡고 왕귀해서 BJ천마 녹여버려야지.’

복어충은 이를 악물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불꽃이여!”

바닥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와. 까딱 잘못했으면 맞을 뻔했네.”

“피했어?”

복어충은 당황했다. 복어충은 다른 AOS에서도 상위권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플레이어였다.

반면 풀창고는 고작해야 실버와 브론즈 사이에서 노는 게이머. 뻔하디뻔한 무빙을 해 대는 만큼 확실하게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운인가?’

“와. 저거 마법 엄청 범위 넓네요. 최대한 안정적으로 할게요.”

아슬아슬한 거리로 불기둥을 피해낸 풀창고가 팔로 식은땀을 훔쳤다.

> 안정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하남자처럼 하는 거겠지

> 천마님 버스 달달하고~~~

> 버스 탈 생각 max

“아. 버스 탈 생각 없습니다.”

> 누가 봐도 버스 탈 생각이었는데 들켰다는 표정

“아. 들켜버렸네. 근데 여러분들도 이 상황이면 저처럼 버스 타실 거잖아요?”

> 그건 ㅇㅈ

> 우리 탑이 BJ천마라고 아 ㅋㅋㅋㅋ

[BJ천마가 돌멩이충을 처치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들려오는 탑에서의 승전보.

“아이씨!”

다급해진 복어충이 바닥에 계속해서 마법을 부어댔다. 복어충이 집중해서 쏜 스킬샷이다.

다이아몬드 티어에서도 충분히 먹히는 수준의 스킬샷.

하지만 복어충의 스킬샷은 풀창고의 몸을 한 발도 맞추지 못했다.

‘···이거. 할만한데?’

스킬을 피해내던 풀창고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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