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10화 (110/212)

23. 교육 방송 (3)

[천공을 실행합니다.]

천공을 실행한 풀창고는 주변을 돌아봤다. 풀창고의 주변에도 BJ천마가 처음 게임을 실행했던 때처럼 수없이 많은 영웅들이 도열해 있었다.

> 풀창고도 마스터 계정 받았네

> 풀창고도 꽤 대형 스트리머니까

풀창고도 나름대로 대형 스트리머다. 모든 캐릭터를 고를 수 있는 마스터 계정을 하인라인 측에서 지급받았다.

“캐릭터가 많으니 복잡하겠지만, 마음에 드는 캐릭터 하나를 우선 고르면 된다.”

BJ천마의 말에 풀창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AOS 게임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다양한 챔피언 풀이다.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으면 그만큼 전략적으로 할 수 있는 선택지의 풀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캐릭터를 할 생각은 없었다.

“여러 무기를 쓰는 것보다는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이 천하제이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다.”

“형 말이 맞아.”

> 왜 천하제일이 아니라 천하제이임

> 천하제일은 본인이잖아

> 맞는 말이네;

BJ천마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풀창고는 캐릭터 하나만을 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풀창고 스스로가 다양한 캐릭터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키스트 에이지를 죽자고 매달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꽂히는 것 하나에 죽자고 매달리는 것이 바로 풀창고였던 것이다.

“나. 하고 싶은 캐릭터 벌써 있어.”

“그런가.”

“트레일러 영상 보는데, 이 캐릭터는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 싶은 캐릭터가 있더라고.”

풀창고는 검색창을 띄운 뒤 거침없이 캐릭터명을 적었다.

[레오니다스]

[불멸의 방패, 레오니다스]

검색을 마치자 장창 한 자루와 커다란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커다란 방패 너머에 있는 것은 잘 다듬어진 근육을 가진 남자였다.

레오니다스는 다른 옷가지라고는 하나도 없이 하반신만 겨우 가리는 옷가지뿐인 차림새였다.

“이거지.”

“그냥 팬티차림이라서 고른 거지.”

“아닌데? 창이랑 방패가 멋져서 고른 건데?”

> 맞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저놈의 팬티 사랑은 어디까지인가

“아니에요. 여러분. 제가 아무리 남자다운 옷차림을 좋아한다고 해도 고작 옷차림 때문에 캐릭터를 고르겠어요.”

> 정보) 풀창고는 팬티 차림만 고수한 채로 노스페라투를 처치했다

> 긴 과거도 아니라 당장 어제 일임 ㅋㅋㅋㅋㅋ

설득력 없는 설득은 역시 실패했다. 애초에 먹힐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 네 자유는 존중한다. 다만, 현실에서 저런 차림으로 다니지는 말도록.”

“에이. 형. 내가 노출광도 아니고 저런 차림으로 밖에 나다니겠어?”

> 노출광은 맞음

> VR게임이 없었다면 100% 유치장 신세를 졌을 것

> 풀창고야 너는 VR게임에 감사해라

> VR게임이 아니었다면 너는 바바리맨으로 인생을 마감했을 거야

단천은 레오니다스를 바라봤다. 무림에서의 방패는 그리 좋은 무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꽤 괜찮다. 장창은 실제로 효율적인 무기중 하나니까.

뭣보다, 아무 쓸모없는 총도 아니다.

만약 총을 고른다고 했다면 당장 VR캡슐을 열고 정신을 차릴 때까지 건강혈을 찔러 주려고 했는데.

“형. 이 캡슐, 냉방 고장났어?”

“왜?”

“등골이 갑자기 오싹하길래.”

“딱히 고장나지는 않았을 거다. 신품 장비니까.”

“아. 다시 괜찮아졌다. 아무튼, 이 캐릭터로 할게?”

“그래.”

‘이런 캐릭터를 놓칠 수는 없지.’

캐릭터를 고른 풀창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이런차림의 캐릭터들은 스킨이나 추가 과금을 통해서만 쓸 수 있었는데.

레오니다스는 기본 차림새가 남자의 로망 그 자체였다. 그러니 풀창고가 만족스러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뭘 하면 돼?”

“캐릭터에게서 기본적인 튜토리얼을 완료하면 일반 게임이 열리게 된다.”

“오케이.”

[레오니다스를 선택합니다.]

“나는 레오니다스! 신념을 지키는 방패일세! 그대가 나의 무혼인가?”

“그렇다! 나는 풀창고! 나는 너와 함께하고 싶다!”

“왜인지 그대와는 말이 잘 통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나도 마찬가지 기분을 느꼈다!”

레오니다스와 풀창고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 변태 둘이서 잘 통하네

> 이게 브로맨스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 이딴 게···브로맨스···????

> 브로맨스가 아니라 변태 동호회겠지

> 당장 112에 신고부터 해

채팅창의 반응이 싸늘하거나 말거나 풀창고는 빠르게 튜토리얼을 시작했다.

후웅!

레오니다스에 빙의한 풀창고가 찌르는 창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세차게 울려퍼졌다.

창을 몇 번 휘두르던 풀창고는 창을 뒤로 들었다 앞을 향해 내던졌다.

슈콱!

창이 저 멀리 떨어져 있던 허수아비의 몸에 정확하게 박혀들었다.

레오니다스의 첫 스킬인 투창이었다. 방패로 적을 밀어서 넘어트리는 ‘방패술’, 방패와 창을 동시에 사용해 적을 압박하는 ‘위압’까지 차례로 습득한 풀창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니다스! 엄청 마음에 들어!”

[나 또한 무혼 그대가 마음에 든다! 으하하하!]

> 얘도 스킬 엄청 단순하네

> 그러네

채팅창은 레오니다스의 스킬을 분석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단순하고 평범한 스킬, 간단한 모션들.

시청자들이 빠르게 내린 결론은 이 레오니다스도 초보자를 위한 캐릭터라는 쪽이었다.

> 뭐 근데 풀창고는 그렇게 AOS 잘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초보자 캐릭터 해도 되지

> 오히려 이런 게 티어 올리기에는 더 편함

BJ천마가 박정을 고를 때에 반발이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풀창고가 레오니다스를 선택하는 것에는 그리 큰 반발이 없었다.

애초에 풀창고의 실력 자체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력 자체가 높지 않으면 단순한 캐릭터를 하는 쪽이 게임의 티어를 올리기에는 편하다.

그러니 반발도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

[레오니다스와의 유대가 깊어졌습니다.]

[스토리 모드가 해금되었습니다.]

[그대와의 유대가 깊게 느껴지는데, 나의 이야기를 해도 되겠는가?]

“얼마든지!”

단천은 순식간에 스토리 모드까지 들어간 풀창고를 바라봤다.

[파티원 풀창고가 스토리 모드를 실행중입니다.]

[관전하시겠습니까?]

“관전 시작.”

[관전을 시작합니다.]

“으랴아아아!”

관전을 시작하자마자 풀창고가 괴성을 지르며 앞에 있는 적을 향해 창을 날리고 있었다.

실로 남자다운 모습이긴 했다. 온 몸에서 흩날리는 땀들이 보기에 다소 불쾌하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관전 그만할까.”

> 아니 오자마자 나갈 생각하면 어떡해 ㅋㅋㅋㅋㅋ

> 찐텐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표정 ㅋㅋㅋㅋ

> 보기 좀 그렇긴 해

“으랴으랴으랴아아아!”

> 소리라도 좀 그만 질러

> 모자이크! 모자이크가 필요해!

보기에 다소 불편하다는 점을 감수하기로 결정한 BJ천마는 풀창고의 창 움직임을 들여다봤다.

> 근데 풀창고 움직임이 꽤 괜찮아지지 않음?

> 천마님 약 먹고 몸 상태 좋아졌잖아

> 컨디션 좋아지니까 몸 움직임이 괜찮아진 거지

“물론 그런 부분도 있지.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단천은 풀창고의 플레이를 다키스트 에이지, 레일 서바이버에서 몇 번이나 봐 왔다. 두 게임에서의 풀창고의 티어는 달랐지만 무인으로서의 능력은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실력이 늘어나 있다.’

이유를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키스트 에이지 2를 플레이한 덕분이다.

다키스트 에이지 2에는 내가기공과 무공이 삽입되어 있다.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무공을 배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으랴아아아!”

단천이 생각에 잠겨 있는 순간에도 풀창고는 전장에서 적을 사냥하고 있었다.

“슬슬 보스가 등장할 때가 된 것 같은데.”

[튜토리얼 보스 : 황충이 등장했습니다!]

[황충에게서 1분 이상 살아남으십시오!]

저 멀리서 보이는 흰 수염의 노장이 화살을 활에 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사되는 한 발의 화살.

피이이이잉!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풀창고는 방패를 모로 들어올렸다.

카아앙!

방패에 튕겨 도탄된 화살이 풀창고의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정면으로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자마자 내린 훌륭한 판단이었다.

> 와

> 못 막겠다 싶었는데 도탄시켜 버리네

> 실력이 늘긴 했어 ㄹㅇ로

‘이 정도라면, 제로콜과 비슷한 수준의 훈련부터 시작해도 괜찮겠군.’

원래라면 다소간의 적응기간을 두고 훈련을 시키려고 했는데 이 정도라면 바로 실전형 훈련으로 들어가도 충분해 보였다.

그렇게 단천이 풀창고의 훈련에 대한 결론을 내린 순간 풀창고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어어!”

“무슨 일이지?”

“형! 이거 VR캡슐 진짜 고장난 거 아니야? 등에 한기가 계속 흐른다니까!”

“고장 안 났다. 튜토리얼이나 계속하도록.”

“진짜 고장 안 난거 맞지?”

“그래. 믿어라.”

> 누가 풀창고 대상으로 무시무시한 계획이라도 꾸미고 있는 거 아니냐

“그럴 리가 없다.”

BJ천마는 단언했다.

풀창고는 성격이 좋다. 활발하고 사교적이다. 그러니 주변에 적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생길 수가 없는 성격인 사람인 것이다.

그런 풀창고에게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생길 리가 없는 것이다.

***

[튜토리얼을 완료하셨습니다!]

[노말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와 원트로 클리어하네

> 한방에 클리어!

> 풀창고! 풀창고! 풀창고! 풀창고!

“으랴아!”

튜토리얼 완료 메시지를 본 풀창고가 환호성을 터트렸다. 건너 들은 이야기로는 튜토리얼이 꽤 어려워서 여러 번 트라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자신은 한 방에 튜토리얼을 성공했다.

“이게 바로 다키스트 에이지 2 수련법! 다키스트 에이지 2를 수백 시간 플레이한 저에게 어려운 퀘스트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니 눈앞에 다에2 클리어자 있는데요

> 굼벵이 앞에서 주름 잡기 ㅋㅋㅋ

“천마 형은 알 바 아니고! 저를 칭찬해 달란 말입니다!”

풀창고가 가벼운 절규를 토해내는 동안 단천은 노말 게임 검색을 시작했다.

[노말 게임을 검색합니다.]

“형. 잠깐만.”

“왜.”

“지금 그냥 바로 검색하는 게 맞을까?”

“그러면.”

“지금 시청자 수가 거의 10만명인데, 이러면 저격러랑 거의 확실하게 만나게 될 텐데. 좀 가리고 돌리는 게 좋지 않을까?”

레일 서바이버에서의 저격러는 수십 명의 사람 중에 몇 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맵도 넓어서 저격러 한 명이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하지만 AOS는 다르다. 한 게임에 고작 10명밖에 들어가지 않으니 한 명 한 명이 저격러로 잡혔을 때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적으로 잡히면 그래도 낫다. 최악의 상황은 악질 저격러가 아군으로 잡혔을 때다.

“AOS는 아군한테 트롤링이라도 당하면 게임이 거지같아진다고.”

풀창고의 말을 들은 BJ천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왜. 무섭나?”

BJ천마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쫄?’

“···안 무서워! 하나도 안 무섭지! 혹시 형이 무서워할까봐 한 말이었어!”

“그럼 됐군.”

[게임 검색이 완료되었습니다!]

씩 웃는 BJ천마의 얼굴 너머로. 게임 검색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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