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03화 (103/212)

21. 베타 테스트 (3)

[야수도 박정의 능력치를 확인하시겠습니까?]

‘무기가 박도인 것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데.’

박도. 굳이 따지자면 검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손잡이가 길고 투박하게 생긴 검이다.

중검重劍을 펼치기에는 꽤 적합한 무기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박정은 이 만신전에 있는 캐릭터들 중 가운데 가장 전투에 적합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 저거 괜찮냐?

> 스킬 뭐 있는지 모르겠는데

BJ천마가 박정을 오래 쳐다보자, 박정이 자세를 바꿔 움직이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스킬을 시연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킬 1 : 세게 베기]

[공격을 1회 강화합니다.]

후웅!

깔끔하기 그지없는 검격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어졌다.

[스킬 2 : 막기]

[공격을 1회 막아냅니다.]

파앙!

이번에는 박정이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아내는 모션을 취했다.

> 확실히 자세가 갖춰져 있긴 하네

> 근데 너무 심심하지 않냐?

> 무림 캐릭터가 다 심심한건가

> 다른 방 탐방 해 봤는데 지금 무림쪽 캐릭터들 모션 간지난다고 난리임

“당연히 멋들어지겠지. 본좌가 모션 캡쳐를 한 캐릭터들이니.”

무슨 그리 당연한 말을 하느냐는 듯 BJ천마가 말했다. 이래저래 들은 말에 따르면 AOS에서 중요한 것은 ‘스킬’이라고 했다. 무슨 스킬을 쓰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활용도가 바뀌고, 그 강함이 바뀐다는 뜻.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야수도 박정은 그리 좋은 캐릭터가 아닐 것이다.

> 딱 봐도 초보자용이네

> ㅇㅈ; 공격 강화랑 막기? 이딴 게··· 스킬?

> 그래도 남은 스킬들이 쓸만한 것일지도 모르잖아?

> ㄹㅇ일단 스킬들 다 보고 생각해도 안 늦음.

물론 아직 스킬이 전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단천은 박정의 나머지 스킬을 다시 확인했다.

[스킬 3 : 빨리 움직이기]

[이동 속도를 향상시킵니다.]

[궁극기 : 몸에 힘주기]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킵니다.]

> 개쓰레기 맞네

> ㅇㅈ

> 딴거 합시다

> 똥쓰레기캐 ㅋㅋㅋㅋ

스킬만으로도 알 수 있는 똥망각에 채팅창에서 바로 손절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BJ천마의 얼굴은 채팅창에서 터져나오는 손절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만족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 캐릭터로 해 보도록 하지.”

[제발 님이 10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다른 선택지는 없습니까?]

“없다.”

> 천마님이 하고 싶으시다면 어쩔 수 없지

> ㅇㅈ···

> 천마님 하고 싶으신 거 다 하세요!

> 우리 허락 없어도 천마님은 하고 싶은거 다 하심;;

[캐릭터 ‘야수도 박정’을 선택하셨습니다.]

캐릭터를 선택하자 박정이 고개를 돌려 단천을 쳐다봤다.

“그대가 나의 무혼이로군.”

“무혼?”

“나의 몸을 조종하고, 전장을 승리로 이끄는 존재 말이다.”

무혼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조종자라고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당신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한가?”

[야수도 박정이 당신의 능력을 의심합니다.]

단천의 입꼬리가 뒤틀렸다.

> 화났다

> ㄷㄷ

> 한마디로 천마님 꼬리 밟네 ㅋㅋㅋㅋㅋ

“네가 무슨 상상을 하건, 본좌는 그 상상보다 더 강하다.”

“자신감 하나는 천하제일이로군.”

“능력은 고금제인이니 천하제일이라면 꽤 겸손한 편이지.”

“그 자신감만큼의 능력이 자네에게 있었으면 좋겠군.”

파창! 박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닥이 무너져내렸다. 무너진 바닥 아래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전장.

[튜토리얼 테스트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튜토리얼 메시지.

하지만 튜토리얼은 시작되지 않았다. BJ천마가 바닥이 무너져내리자마자 바닥에서 튀어올라 바닥 아래로 떨어져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천은 이미 상단전으로 인한 위기감지 능력이 있다. 물론 그런 위기감지 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함정이라면 단천이 당했을 리는 전혀 없지만.

“별 것 아니군.”

“······.”

박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BJ천마를 바라봤다.

“어떻게 피한 거지?”

“이런 함정에 당한다면 무인으로서 실격이지.”

> 아니 이걸 왜 피하냐고 ㅋㅋㅋㅋ

> 진짜 상상도 못하는 방식으로 개발자 엿 먹이네

> 개발자(오열)

BJ천마의 답변에 박정은 눈을 몇 번 깜박였다.

“정말로 믿을 수가 없군.”

“이 정도면 본좌의 능력은 인정된 거라고 봐야 하나?”

“···그. 절차에 따르지 않는다면 ‘성흔’이 모이지 않는다.”

“그 성흔이라는 게 없으면 큰 영향이 있나?”

“성흔은 전장에서 자신의 격을 보여주는 증거. 성흔이 없다면 전장에 참여할 수 없지.”

요컨테 튜토리얼을 하지 않는다면 게임을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귀찮기는.”

탓.

BJ천마의 몸이 꺼져버린 땅을 향해 도약했다. 쉬이이익! 탁! 바닥에 착지한 BJ천마의 눈이 빠르게 주변의 상황을 파악했다.

튜토리얼이 시작된 곳은 병사들이 뒤엉켜 싸우고 있는 전장이었다.

초록색과 붉은색의 옷을 입고 있는 양 쪽의 병사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박도 한 자루.

“모두 다 베어 버리면 되는 건가.”

> 아니 둘 중 한 쪽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해야지 ㅋㅋㅋㅋ

> 평범한 사람과는 사고회로 자체가 다릅니다

> 그냥 모든 사람을 다 베어 버리면 되겠다는 투죠

채팅창의 반응으로 보건데 AOS는 아군과 적이 나뉘어 있는 게임인 모양이다.

쉬이익!

BJ천마를 향해 날아오는 병사의 검. ‘붉은 색’의 갑주를 입은 병사였다.

“보아하니, 붉은 색의 옷을 입은 놈들이 적인 모양이군.”

BJ천마는 날아오는 검의 옆면을 손가락으로 밀어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공격을 빗나가게 만든 BJ천마의 검이 바로 다음 순간 빛났다.

서걱!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적이 처치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붉은 색 갑주를 입은 병사들이 적이라는 것이 확정된 것이다.

그 다음 순간, BJ천마의 몸이 망설임 없이 ‘적’으로 규정된 병사들의 사이를 가로지르며 내달렸다.

서걱!

서걱!

서걱!

한 번의 검격에 한 명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져내렸다. 눈 몇 번 깜빡일 시간 동안 전장에 깔려 있던 적의 병사들이 모조리 다 쓰러진 것이다.

전장을 정리한 BJ천마가 무심하게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있을 때. BJ천마의 귀로 박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장에 도착했나 보군. 지금 네가 있는 곳은 격전지라고 할 수 있는 장소다. 처음의 테스트는 바로 적병을 처치하는 테스트다. 시험삼아 10명 정도만 처치하면 될 터다.]

“그건 불가하다.”

[처음부터 앓는 소리를 하는 건가? 오만한 척 하더니. 처음부터 이렇다니. 실망스럽군.]

“그런 말 뜻이 아니다. 적이 없으니, 10명을 처치하는 것도 불가하다는 말이다.”

[···뭐?]

> 너무 늦게 오셨어요 박정씨 ㅋㅋㅋㅋㅋㅋ

> 아니 전장에 온 지 몇초 됐다고 적을 다 처치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지?]

“직접 와서 보던가.”

BJ천마의 말에 BJ천마의 옆에 박정의 형상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떠오른 박정이 좌우를 둘러봤다.

실제 BJ천마의 말대로 주변에는 그 어떤 적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말도 안 돼···.]

> 실제로 저희도 보면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매일매일 끊임없이 말이 안 됨 ㅋㅋㅋㅋ

> ㅇㅈ;;

“그럼. 이걸로 테스트는 종료된···.”

[아니. 아직 테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이 천외천의 전장에서 중요한 것은 잡졸들을 제대로 처치하는 것이 아니라 전장을 지휘하는 영웅들을 처치하는 것이지.]

박정의 말이 끝나자 저 멀리서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장수 한 명이 등장했다. 말을 탄 채 방천화극을 들고, 머리에 화려한 관을 쓰고 있는 적의 위에 떠 있는 이름표.

[여포]

“여포다!”

“여포가 나타났다!”

“일기당천의 괴물이다!”

고오오!

[여포에게서 무형의 기세가 피어오릅니다!]

[아군 진영의 병사들이 패닉에 빠져들었습니다!]

[여포로군.]

“여포냐. 저게?”

[그렇다.]

“잘 됐군. 한 번은 싸워 보고 싶던 인물이었는데.”

단천의 말을 무시한 채 박정은 말을 이어 나갔다.

[저 자는 강하디강한 영웅의 혼령이다. 지금의 네 몸으로는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을 지연한다면 뒤에 있는 아군들이 다리를 끊는 데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네게 주어진 ‘스킬’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적을 처치해서 경험치를 충분히 얻었으니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지금부터 스킬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박정의 말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BJ천마의 몸이 박정의 설명이 더 이어지기도 전에 적장을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쉬익!

BJ천마가 달려들자마자 여포의 방천화극이 날아들었다. 방천화극의 끝에서 금빛 예기가 어름어름 퍼져나왔다.

만들어진 예기는 수십 자루의 창이 되어 BJ천마를 향해 날아들었다.

위협적이기 그지없는 공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고, 실제로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피해내지 못할 공격이었지만.

단천에게는 아니었다.

파바박!

단천의 발이 바닥을 물 흐르듯이 밟아나갔다. 여러 번 사용했던 짭팔선보가 또다시 펼쳐진 것이다. 유연하기 그지없는 단천의 움직임이 여포의 공격 태반을 흘려냈다.

미처 흘려내지 못한 공격들은 박도를 들어 흘려냈다. 캉! 캉! 카앙! 박도에서 요란한 불빛이 튀겨나올 때마다 여포와 BJ천마의 거리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열 보, 다섯 보, 세 보.

그리고 제로.

푸욱!

BJ천마의 검이 여포의 가슴팍에 박혀들었다. 여포는 자신의 가슴팍에 박혀든 박도 한 자루를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여포를 처치했습니다.]

“별 것도 아니군.”

여포의 공격 모션은 단천의 모션을 따라 만들어진 모션이 아니다. 그저 어딘가에서 있을 법한 캐릭터의 모션을 가져온 허접하기 그지없는 동작들에 불과했던 것이다.

저런 허접하기 그지없는 단순한 모션이라면 수천 수만 개가 눈 앞에 펼쳐지더라도 단천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공격이다.

“가지고 있는 무를 자랑하기 전에 기본기부터 닦았다면 이리 쉽게 죽지는 않았을 것을.”

최소한 동작이라도 간결하고 깔끔했다면 지금보다 10초는 더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여포라는 이름값이 아깝기 그지없는 캐릭터였다고 할 수 있었다.

단천은 박도에 묻은 피를 귀찮다는 듯이 털어낸 뒤 박도를 허리에 매달았다.

“자. 적장을 처치했으니 본영으로 돌아가···.”

[시간을 버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리가 불타오릅니다!]

화르륵! 고개를 돌린 BJ천마의 눈에 타오르는 다리가 들어왔다. 불이 붙은 다리는 순식간에 불타올라 절벽 저 너머로 사라졌다.

“지금 뭐 하는 짓이지?”

본좌가 돌아가야 할 다리를 끊다니. 죽고 싶다는 것인가.

[···뭐 하는 짓인지는 이쪽에서 묻고 싶은 말인데.]

> ㄹㅇ 우리가 하고 싶은 말임

> 아니 시간 벌라고 한 거지 여포를 죽이라고 했냐고

> 아무튼 시간은 벌었으니까 된 거 아닐?까??

[첫 번째 튜토리얼이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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