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78화 (78/212)

18. 다키스트 에이지 2 (8)

사람들의 목이 완전히 쉬어버리고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완전히 해산한 뒤. 단천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대장간은 어디지?”

“서쪽으로 조금만 가시면 됩니다.”

브라딘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대장간은 대장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대장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폐가에 가까웠다.

“이곳 맞아? 폐가 같은데.”

“맞습니다.”

“인간이란 종족은 불쌍하게 사는구나.”

드라이오나가 안쓰러워하는 눈으로 대장간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천은 드라이오나의 위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 햇빛을 가렸다.

“야! 햇빛 가리지 마!”

드라이오나가 신경질적으로 자리를 옮겨 햇볕이 잘 드는 자리로 자리를 옮겨가는 동안 단천은 브라딘에게 물었다.

“대장간이 왜 이 모양이 된 거지?”

“···복구를 해야 하는 곳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성벽을 보수하고, 개간지를 쓸 수 있게 만들고, 거주지를 보수하고··· 그러다 보니 대장간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죠.”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설명이다.

“외관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는 법이지. 강호에서는 여자, 노인, 아이를 조심하라는 말도 있으니까.”

단천은 그렇게 대장간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대장간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자그맣기 그지없는 용광로 하나만이 돌아가고 있었다.

깡!

그리고 대장장이라고는 나이가 든 남자 한 명뿐. 물론 남자의 솜씨는 예사롭지 않았으나 그뿐이었다.

> 카를랜드 올만이네

> ㅎㅇㅎㅇ

> 보통 겜 시작하면 바로 보게 되는데 ㅋㅋㅋㅋ 이걸 보는데 한 달 넘게 걸리네

대장장이의 이름이 바로 카를랜드인 모양이었다. 설정집에 따르자면 꼬장꼬장하지만 실력 하나만은 확실한 인간이라던가.

“주인장. 맡길 일이 있소만.”

깡!

“무슨 맡길 일?”

“이분은 왕이시다. 제대로 된 격식을···.”

“그만. 거기까지.”

격식이니 뭐니 하는 것을 모든 영지민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가, 단천은 애초에 격식이란 것 자체가 귀찮기 그지없었다.

그냥 본론만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

“내 검과 병사들이 쓸 무기들을 만들어줬으면 좋겠군.”

“···무기들?”

카를랜드가 대장간을 나와 저 멀리에 쌓여 있는 무기의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카를랜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 정도의 무기들을 대체 어디에서 구해 온 거지?”

“본좌가 능력이 좀 있거든.”

“왕을 자청하는 놈이 능력이 하늘을 찌른다는 말을 들었는데. 완전히 허풍은 아닌 모양이군.”

카를랜드가 무기들을 향해 달려가 재료의 품질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재료의 질도 엄청나게 좋아. 은석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고, 이건 다크 본, 크라이안으로 만들어진 검도 있구만.”

무기 하나하나를 확인해가는 카를랜드의 눈이 계속해서 커졌다.

“하지만 무기들이 죄다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했어. 어떤 놈의 손에 들어갔는진 몰라도, 무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놈이었던 모양이군.”

“맞다. 노스페라투가 관리했으니까.”

“···노스페라투라면. 고대신 중 하나인 그 놈을 말하는 것인가?”

“그래.”

“···놈을 죽였다는 걸 뒷동네 강아지 처리했다는 듯 말하는군.”

“실제로도 별 일 아니었으니까.”

> 별 거 아니긴 했어

> BJ천마한테나 별 거 아니지 ㅅㅂ

> 아 보니까 엄청 쉬워 보이던데 ㅋㅋㅋㅋ(게임안함)

카를랜드가 BJ천마의 말을 듣더니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뭐. 아무튼지간에, 재료 하나만큼은 제대로 구해왔군. 이 재료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지금 저질의 철을 쓰고 있는 병사들도 제대로 무장시킬 수 있을 게 틀림없지.”

“그건 후순위고. 본좌가 쓸 만한 무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쓰던 검이 부러져 버렸거든.”

> 그걸 부러졌다고 하는 게 맞냐

> 산산조각이 났는데요

> 아 눈치챙겨; 천마님이 부러졌다고 하면 부러진 거라고

카를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무기들 가운데서 가장 좋은 재료로 검을 만들어달란 뜻이구만.”

“맞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단천이 무기를 크게 가리는 성향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무기를 마다할 정도로 멍청한 인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단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카를랜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지?”

“할 수 없으니까.”

“노인장의 능력은 이미 봤소만. 꽤 능력 있는 대장장이인 것도 이미 알고 있고. 그런데 왜 불가능하다는 거지?”

“나를 치켜세워 줘서 고맙군. 하지만 대장장이란 건, 자신의 능력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대장간으로 걸음을 옮긴 카를랜드가 대장간 안에 있는 용광로를 가리켰다.

“지금 쓰고 있는 저 용광로의 크기가 보이나?”

“꽤 작군.”

“그래. 화력도 그렇고, 온도도 제대로 높아지지 않아서 제대로 철을 녹이지조차 못해.”

“그렇다는 건···.”

“그래. 네놈이 가져온 좋은 금속덩이들은 주조하기는 커녕 제대로 녹여낼 수조차 없다는 말이다.”

> 그런 설정도 있었냐

> 확실히 무기들의 색깔이나 형태가 좀 꼬질꼬질한 면이 있었지

> 그래도 충분히 쓸만했었던 것 같은데

말을 들은 브라딘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렇다는 건 지금 자신들이 가져온 무기들이 아무 쓸모없는 철덩이에 불과하다는 뜻 아닌가.

물론 노스페라투를 처치한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앞으로 처리해야 할 몬스터가 넘쳐나는 상황인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물론 예전에 쓰던 용광로가 제대로 돌아간다면야 이야기가 조금 다르겠지만.”

“예전에 쓰던 용광로?”

“그래. 바로 옆에 있는 저 물건 말일세.”

카를랜드가 가리킨 것은 벽면이었다. 아니, 너무 큰 데다가 잡동사니가 이리저리 가리고 있어서 벽면처럼 보였을 뿐.

“저게. 용광로로군.”

“그래. 내가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에 쓰던 용광로였지.”

“그런데 왜 더 이상 저 용광로를 쓰지 않는 거지?”

“그거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으니까.”

카를랜드는 쓸쓸해하는 눈으로 용광로를 탕탕 두드렸다.

“전쟁과 파괴가 이어지는 통에, 장기간 용광로를 비울 수밖에 없었네.”

용광로는 불이 꺼지지 않은 채 계속해서 돌아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용광로 안에 들어있던 녹아있던 쇳물이 고체화되어 굳어 버리기 때문이다.

용광로가 크면 클수록, 안에 굳어있는 쇳물의 양은 커진다.

“저 용광로를 다시 가동하기 위해서는 글자 그대로 엄청난 수준의 불길이 필요하네.”

“그렇군.”

제대로 된 땔감도 없는 상황에, 저렇게 큰 용광로를 돌릴 불길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른 곳에 있는 용광로들도 모조리 마찬가지지. 제대로 된 용광로를 만들만큼의 금속도 더 이상 남지 않았으니 용광로를 새로 만드는 것도 의미가 없어. 그러니 저 무기들은 모양 좋은 잡동사니일 뿐인 게지.”

“그렇군.”

“납득했다니 다행이군. 돌아가서 적당히 쓸만한 검을 주워든 다음 못 쓰게 될 때까지 쓰면 될···.”

“용광로만 돌아간다면. 무기를 제련할 수 있다는 뜻이군.”

“내 말을 뭘로 들은 건가? 그만한 열기를 만들어내는 게 불가능하다니까.”

“거야 당신 생각이지.”

BJ천마가 용광로를 향해 걸어갔다.

“지금 대체 뭘 하려는 건가?”

“용광로를 다시 돌아가게 하려는 거다.”

용광로에 손을 짚은 단천은 내공을 단전에서 끌어올려 불멸화영심법을 전개했다.

화르륵!

후끈한 열기가 BJ천마의 손에서 솟아올랐다.

“신성력? 지금 신성력으로 용광로를 녹이겠다는 건가?”

“신성력이 아니라 내공심법이다.”

간단하게 대답한 단천은 용광로에 손을 짚고 내공을 불어넣었다.

후욱!

후끈한 열기가 용광로에 돌기 시작했다. 시간을 오래 들이면 그만큼 열기가 새어나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충분한 양의 열을 한 번에 제대로 불어넣는 것.

단천은 내력을 모두 짜내 불멸화영심법을 전개한 다음 용광로를 향해 불어넣었다.

몇 번의 레벨업과 퀘스트를 거쳐 만들어진 내력. 그 내력 자체도 꽤 많은 양이었던 데다가, 내공을 전개하는 단천은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하늘의 끝에 닿아 있는 인간이었다.

화르르륵!

거대한 열기가 대장간 전체를 감싸올렸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뚝! 뚝!

용광로의 바닥에서 쇳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따.

“이런··· 미친···.”

카를랜드의 입에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저 용광로를 다시 돌리기 위해서 몇 번을 시도했고 얼마나 실패했던가.

저 용광로가 얼마나 제대로 막혀있는지는 카를랜드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는데.

“대체 저 인간은···뭔가?”

“저희의 왕. 그리고 구원자입니다.”

브라딘의 대답에 카를랜드는 전율했다. 아니, 전율하려고 했다.

브라딘의 전율은 이어지지 못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말하는 BJ천마의 말이 이어졌으니까.

“빨리 땔감을 추가투입하도록. 불길이 사그라들기 전에.”

“아!”

BJ천마의 말에 카를랜드의 정신이 빠르게 돌아왔다. 대장장이로서 용광로를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놀라다니.

브라딘은 분주하게 땔감을 날라 용광로 안에 집어넣었다. 한두 방울씩 흘러내리던 쇳물이 이내 개울물처럼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오. 오오오···!”

카를랜드의 입에서 경탄이 쉴 새 없이 터져나왔다.

> 와 이게 되네

> 신성력이라는 거. 엄청 쓸모있는데? 그냥 나는 사람 죽이는 데 쓸 생각만 했는데

> 역시 신성력이란 이름에서 알아봤어야 됐음; 사람한테 도움이 되는게 메인이구나;;

그럴 리가 있나. 무공을 왜 배우는데. 다른 사람을 이겨먹기 위해서 배우는 거지. 이런 자잘한 도움은 부차적인 일일 뿐이다.

‘물론 이런 것들도 무공 배우는 맛이긴 하지만.’

당장 지금의 단천도 생활하면서 무공의 부족을 자주 체감하고는 했다. 멀리 있는 휴대폰을 격공섭물로 가져올 수 있다면 생활은 몇 배나 쾌적해질 텐데. 아쉽게도 지금의 내공수준으로는 격공섭물을 펼치는 것은 부족하다.

뭐, 아무튼지간에 무공 낮아서 나쁠 일은 없다는 거다.

카를랜드가 용광로를 완전히 되살리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맙소. 왕.”

“뭘. 나한테도 필요한 일이었으니 한 것 뿐이다.”

“겸양까지 부릴 줄 아는군. 당신 덕분에 용광로가 다시 돌아가게 되다니. 무엇으로 감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겠군.”

“그래서. 검을 제련하는 데는 얼마나 걸리지?”

“가장 좋은 철을 골라내고, 제련한다면 대략··· 하루정도 걸릴 걸세. 원하는 디자인은 있나? 자네가 원하는 어떤 무기건 만들어줄 테니!”

“버튼을 누르면 빛으로 된 검신이 나오는 무기. 가능한가?”

“···제정신인가?”

> 광선검 집착좀 그만해 ㅋㅋㅋㅋㅋㅋ

> 그치만··· 광선검은 로망인걸···

뭐든지 만들어준다고 했으면서 말을 바꾸는 카를랜드를 바라보며 단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해 놓고 칠성보도가 살짝 망가졌다고 며칠동안 울며불던 서윤학과 똑같은 놈이나 다름없다.

광선검이 안 된다면야 검의 형태야 그게 그거다.

“장인의 손에 맡기지.”

“···나에게 맡기겠다라. 그대가 반드시 만족할 걸작을 만들어주도록 하지.”

정말 아무거나 상관없어서 맘대로 하라고 한 건데. 카를랜드는 자신을 무한히 신뢰한다는 것으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만큼 작품혼을 달아오르게 하는 사람은 없는 법. 카를랜드가 만들어낼 검은 그의 영혼이 벼려낸 작품이 나올 것이 확실해 보였다.

뭐. 단천 입장에서는 이러나 저러나 자신에게는 이득이었다.

[검 제작까지 남은 시간 : 16시간]

“검이 제작될 때까지 시간이 꽤 남았으니.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지.”

BJ천마의 다키스트 에이지 2 첫날 방송이 완전히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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